용감한 사람
어느 날 제가 죽는다면 묘비에 이렇게 새겨주십쇼. "여기에 용감한 사람이 잠들다."
...구텐베르크 광장.
공습 빈도가 낮아지자, 아무 보도가 없었음에도 굳센 프랑크푸르트 시민들은 조금씩 길거리에 나타나 상처 입은 도시의 질서를 복구하기 시작했다.
어젯 밤 약간 눈이 내리긴 했지만, 아침에 일어나니 바닥에는 물기와 한기만이 남아있었다.
지휘관은 코트를 바짝 당겨 입으며, 길가에 차려진 임시 푸드 코너를 바라봤다.
아주 간단한 커피와 햄 에그 샌드위치뿐이긴 했지만,
이런 따끈따끈한 음식이 있어야 피로와 고통으로 무감각해진 생명을 다시 채우고 약간이나마 온기를 되찾아줄 수가 있다.
지휘관은 베를린 쪽으로 통신을 걸었다.
...드디어 자네 소식을 듣는군, 지휘관.
크루거 씨...
자네의 목소리를 다시 들은 것이 무엇보다도 희소식이네.
프랑크푸르트가 공습을 받았다는 소식을 알았을 때부터 모두 자네를 걱정했다네.
엘모호와 이 많은 인형들이 함께해준 덕분이죠. 저는 대단한 행운아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프랑크푸르트는... 괴로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육체의 고통이 끝나고 찾아오는 건 더 큰 마음의 고통이죠...
시간이 해결해 줄 걸세, 지휘관.
재난과 사고란 항상 뜬금없는 시기에 뜬금없는 곳에서 찾아오는 법이지.
자네를 베를린으로 파견했을 때만 해도 지금 같은 상황은 상상조차 못 했네.
그러게 말입니다. 그때만 해도 평범한 임무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임무를 마친 것 같으면서도 아직 안 끝난 듯한 기분입니다.
사건을 하나씩 하나씩 마주치면서, 목표를 완전히 잃어버리고 그저 직감에 맡긴 채 길을 고르는 것 같습니다.
베를린에서 크루거 씨와 재회했을 땐 제가 그렇게 호언장담을 했었죠. 하지만 사실은 여전히 망설이고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아직 굳세지 못한 게 아닐까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크루거 씨께서 카터 이야기를 꺼내실 때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가 없었죠.
...그럼 지금은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겠는가?
예, 지금이 그때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왜 군인이 되었는지, 왜 제대했는지, 그리고 왜 그리폰에 들어갔는지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부모님은 모두 3차 대전에서 돌아가셨습니다... 때는 2050년,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을 때죠. 저는 당시 정책 혜택을 받아 수보로프 군사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전 공부를 하고 싶었고, 애국열사 자녀 신분으로 신체 검사를 면제받고 입학할 수 있는 곳이 그런 학교뿐이었으니까요.
그저 다른 선택지가 없었을 뿐입니다.
저는 한때 이 세상을 증오했습니다. 왜 내가 모든 걸 잃고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하지? 왜 내가 계속 작전지휘를 배우고 나중에 전장에 나가야 하지?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나중에... 어느 선배를 만났습니다. 그 선배가 분노로 흐려진 제 마음에 불을 붙였죠.
51년 대대적 군비감축으로, 엄청난 전공을 세운 노병들도 다 군대에서 나갔잖아?
그런데 훈장에 집착해서 뭐 해? 훈장이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니고.
훈장은 무슨 식당 자유이용권이 아니야, 그건 그저 일종의... 인정이지.
인정?
맞아, 인정.
국가와 국민이 이 군인의 헌신을 인정한다는 걸 훈장을 통해 전하는 거지. "감사합니다, 당신은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의무를 다하셨습니다." 하고.
......
물론 상금도 아주 짭짤하고, 수여식에서 박수를 한몸에 받는 기분이 그렇게 째진다는 것도 있기야 있지.
금성 훈장만 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고 말이야!
...속물이네.
야야, 내가 무슨 광합성으로 먹고 사는 식물도 아니고, 상금 받고 싶다는 게 부끄러운 일이냐?
헬린이 지휘관의 이마를 튕기려 손을 들자 지휘관은 냉큼 이마를 가렸다.
그런데... PMC와 자율인형이 군인을 대신해서 국경과 국민을 지키게 되면, 군인은 더이상 필요 없는 거 아니야?
다르게 생각해봐. 인형이 국경 경비를 대신해주면, 집에 돌아가 엄마네 지붕을 고쳐줄 알료사가 몇 명 더 늘어나는 거잖아. 좋은 거 아니야?
......
새하얀 백합 한 다발이 살며시 묘비 앞에 놓였다.
지휘관은 손수건을 꺼내 묘비에 묻은 먼지를 닦았다.
......
왜 내 연락처를 가족 칸에 적은 거야? 진짜 내가 네 동생인 줄 아냐고.
내심 예전처럼 이마를 튕기는 손가락을 기대하고 있는 자신을 의식하고서, 지휘관은 씁쓸하게 웃고는 천천히 땅바닥에 앉았다.
네 전사통지서를 받았을 때, 난 로빈 어머니네 집 지붕을 고치고 있었어.
통지서를 가져온 동지가 그러더라. 아이들을 지키려고 희생했다며? 이미 안전한 곳으로 철수하기 직전이었는데도 말이야.
그때도 낄낄 웃으면서 "이번에야말로 훈장 받겠지?" 이러고는,
곧바로 뒤도 안 돌아보고 뛰쳐나갔다고...
지휘관은 코트 주머니에서 금성 훈장을 하나 꺼냈다.
그래도...
축하해, 넌 그토록 바라던 금성 훈장을 정말로 따냈어.
지휘관은 금성 훈장을 살며시 묘비 앞에 내려놓았다.
수훈식은 아주 성대했어. 너도 하늘에서 지켜봤을까?
네가 구해준 아이들 부모님이 너한테 꼭 전해달래.
"감사합니다, 당신은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의무를 다하셨습니다."
지휘관은 일어나 정중하게 경례를 했다.
바람이 조용한 묘지 위로 불어 백합의 향기를 멀리 실어 보냈다.
아 맞다, 말하는 거 깜빡했네. 네 옆의 빈자리를 사놨어.
네가 말했잖아, 우리는 가족이라고.
그럼 죽은 뒤에도 같은 곳에 묻혀야겠지.
묘비명도 미리 생각해놨어...
...마인츠 대학 지하철역.
지휘관은 넬레와 악수하고 작별 인사를 했다. 넬레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지휘관을 불렀다.
...라플라스가 그레이 선생님께 보낸 편지에 이런 내용이 있었어요. 예전에 자기 학생한테 질문을 하나 던졌었다고.
"삶이 결국 덧없을 운명이라면, 몸부림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
안젤리아 씨의 대답은 "내 평생을 다해 그 질문에 대답할 것이다" 였어요. 당신은 어떤가요?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시겠어요, 지휘관님?
저는 바보지만 겁쟁이는 아닙니다.
언젠가 제가 죽는다면, 저 대신 묘비에 이렇게 새겨주세요.
"어느 용감한 자 여기 잠들다."
저는 군대를 떠났습니다. 이미 권력 쟁탈전을 위한 장기말로 전락했다고 느껴져서요.
제대한 뒤 PMC를 선택한 건, 그래도 누군가를 지킬 힘은 가지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크루거 씨...
저는 언제든지 싸울 수 있고, 주저 없이 목숨을 바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이상을 위해서지, 누구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것이 제가 군인이 된 이유이자, 제대한 이유이자, 그리폰에 들어간 이유입니다.
...알겠네, 자네는 정말 용감한 사람이야.
내 자랑스러운 지휘관이기도 하고.
통신을 끊고, 지휘관의 시선은 저 멀리 구텐베르크 조각상을 향했다.
추운 광장에서, 마이크를 쥔 여기자가 조각상 아래서 한 경찰대원을 취재하고 있었다.
...시청자 여러분, DDR2 보도 기자입니다.
정보에 따르면 프랑크푸르트를 겨냥한 폭격은 이미 멈췄습니다. 이번 폭격으로 도시가 입은 손실 정황은 현재 파악 중입니다.
경찰과 소방대 등 공무원들도 책무를 다하면서 원래의 질서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당황하지 마시고, 안전한 곳에서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주시길 바랍니다.
경찰측 대변인이 여러분께 자세한 주의 사항을 전해주시겠습니다.
여기자가 마이크를 옆의 경찰에게 건넸다.
......
오늘은 참 조용한 날이다.
...엘모호.
오랜만에 지휘관과 인형들이 얼굴을 마주했다. 마치 그리폰 기지에 돌아온 기분.
몇몇 인형은 이미 자리에 없었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이들도 있었다.
애도할 틈도 없이, 지휘관은 바로 오늘의 업무를 시작했다.
AR-18이 명령을 받고 지휘실에 들어왔다.
프랑크푸르트의 상처는 시간이 지나야 치유될 거야.
하지만 우리가 독일에 온 목적은 변하지 않았어.
지휘관, 아시겠지만, 저는 지휘관이 먼저 휴식을 취하길 권장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한 번 정하셨으니 누가 와도 마음을 돌리지 않으시겠죠. 알고 있습니다.
응, 걱정해줘서 고맙다.
먼저 정보부터 갱신하자.
최신 확보한 벌침 시스템의 정보를 보면...
"대관식 폭풍"이란 바로 이 프랑크푸르트 공습의 별칭입니다.
역시...
패러데우스... 윌리엄... 그놈이야말로 이번 프랑크푸르트 재난을 일으킨 원흉이었어.
카터는 그저 하나의 허수아비, 희생양에 불과했어.
그외에, 프랑크푸르트에 잠복한 니토의 정보도 확보했습니다.
그 유명한 유적 반대 조직 '판도라'의 대변인 스틱스도 그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네메아란 사후 그 스틱스가 벌침 시스템의 권한을 얻었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 정보는 출처가 어디야?
슈타지입니다.
알겠어.
인형들의 현재 상황은?
AR-18이 태블릿의 인형 소대 동향을 업데이트했다.
구조 활동하던 소대는 이미 모두 철수했고, 부상 입은 인형은 엘모호로 복귀 중이었으며, 아직 싸울 수 있는 인형들은 대기하고 있었다.
지휘관, 현재 우리 소대는 모두 전투 대비 상태입니다.
프랑크푸르트 시내 상황은?
통신과 전력은 회복되었고, 병원 등 공공시설 질서도 현재 복구 중입니다. 한동안 우리의 지원은 불필요합니다.
알았어. 그럼 이제 뒷걱정은 없는 거로군.
손가락으로 이아손의 상자에 대한 자료를 툭툭 치며, 지휘관의 얼굴에 간만에 살기가 넘쳐 흘렀다.
이제 패러데우스에 마무리를 지어주자고.
아이네이아스 회의실.
AR-18가 최근 수집한 정보를 정리해 프랑크푸르트 지도 위에 띄웠다.
이아손의 상자 배치 지점, 패러데우스의 남은 공장, 패러데우스 활동 궤적...
바글바글한 데이터가 지도를 거의 집어삼켰다.
모두 수고가 많았다. 특히 404와 리벨리온이 유용한 정보를 다량 입수해 주었다.
수고는 무슨, 보수만 제대로 주면 돼.
일부 데이터를 걸러내자, 지도에 남은 정보는 서로 거의 겹치는 선으로 뭉쳤다.
스틱스의 활동 흔적을 파악했다.
그럼, 지금부터 우리의 임무는 이 목표들 중에서 스틱스의 구체적 위치를 찾는 건가요?
그렇다.
이미 한 차례 수색을 거쳐 의심 목표는 몇 개만 남았다.
스크린에 좌표 몇 개와 해당하는 프로필이 나왔다.
이제 여러 팀으로 나뉘어서 하나씩 체크하자.
그러니까 스틱스는 이곳들 중 어딘가에 꼭 있다는 거지?
그렇다.
모두, 즉시 전투 준비하고 출격 대기하라.
전체 대사 보기 (82줄)
...구텐베르크 광장.
공습 빈도가 낮아지자, 아무 보도가 없었음에도 굳센 프랑크푸르트 시민들은 조금씩 길거리에 나타나 상처 입은 도시의 질서를 복구하기 시작했다.
어젯 밤 약간 눈이 내리긴 했지만, 아침에 일어나니 바닥에는 물기와 한기만이 남아있었다.
지휘관은 코트를 바짝 당겨 입으며, 길가에 차려진 임시 푸드 코너를 바라봤다.
아주 간단한 커피와 햄 에그 샌드위치뿐이긴 했지만,
이런 따끈따끈한 음식이 있어야 피로와 고통으로 무감각해진 생명을 다시 채우고 약간이나마 온기를 되찾아줄 수가 있다.
지휘관은 베를린 쪽으로 통신을 걸었다.
<color=#00CCFF>...드디어 자네 소식을 듣는군, 지휘관.</color>
크루거 씨...
<color=#00CCFF>자네의 목소리를 다시 들은 것이 무엇보다도 희소식이네.</color>
<color=#00CCFF>프랑크푸르트가 공습을 받았다는 소식을 알았을 때부터 모두 자네를 걱정했다네.</color>
엘모호와 이 많은 인형들이 함께해준 덕분이죠. 저는 대단한 행운아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프랑크푸르트는... 괴로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육체의 고통이 끝나고 찾아오는 건 더 큰 마음의 고통이죠...
<color=#00CCFF>시간이 해결해 줄 걸세, 지휘관.</color>
<color=#00CCFF>재난과 사고란 항상 뜬금없는 시기에 뜬금없는 곳에서 찾아오는 법이지.</color>
<color=#00CCFF>자네를 베를린으로 파견했을 때만 해도 지금 같은 상황은 상상조차 못 했네.</color>
그러게 말입니다. 그때만 해도 평범한 임무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임무를 마친 것 같으면서도 아직 안 끝난 듯한 기분입니다.
사건을 하나씩 하나씩 마주치면서, 목표를 완전히 잃어버리고 그저 직감에 맡긴 채 길을 고르는 것 같습니다.
베를린에서 크루거 씨와 재회했을 땐 제가 그렇게 호언장담을 했었죠. 하지만 사실은 여전히 망설이고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아직 굳세지 못한 게 아닐까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크루거 씨께서 카터 이야기를 꺼내실 때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가 없었죠.
<color=#00CCFF>...그럼 지금은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겠는가?</color>
예, 지금이 그때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왜 군인이 되었는지, 왜 제대했는지, 그리고 왜 그리폰에 들어갔는지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부모님은 모두 3차 대전에서 돌아가셨습니다... 때는 2050년,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을 때죠. 저는 당시 정책 혜택을 받아 수보로프 군사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전 공부를 하고 싶었고, 애국열사 자녀 신분으로 신체 검사를 면제받고 입학할 수 있는 곳이 그런 학교뿐이었으니까요.
그저 다른 선택지가 없었을 뿐입니다.
저는 한때 이 세상을 증오했습니다. 왜 내가 모든 걸 잃고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하지? 왜 내가 계속 작전지휘를 배우고 나중에 전장에 나가야 하지?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나중에... 어느 선배를 만났습니다. 그 선배가 분노로 흐려진 제 마음에 불을 붙였죠.
51년 대대적 군비감축으로, 엄청난 전공을 세운 노병들도 다 군대에서 나갔잖아?
그런데 훈장에 집착해서 뭐 해? 훈장이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니고.
훈장은 무슨 식당 자유이용권이 아니야, 그건 그저 일종의... 인정이지.
인정?
맞아, 인정.
국가와 국민이 이 군인의 헌신을 인정한다는 걸 훈장을 통해 전하는 거지. "감사합니다, 당신은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의무를 다하셨습니다." 하고.
......
물론 상금도 아주 짭짤하고, 수여식에서 박수를 한몸에 받는 기분이 그렇게 째진다는 것도 있기야 있지.
금성 훈장만 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고 말이야!
...속물이네.
야야, 내가 무슨 광합성으로 먹고 사는 식물도 아니고, 상금 받고 싶다는 게 부끄러운 일이냐?
헬린이 지휘관의 이마를 튕기려 손을 들자 지휘관은 냉큼 이마를 가렸다.
그런데... PMC와 자율인형이 군인을 대신해서 국경과 국민을 지키게 되면, 군인은 더이상 필요 없는 거 아니야?
다르게 생각해봐. 인형이 국경 경비를 대신해주면, 집에 돌아가 엄마네 지붕을 고쳐줄 알료사가 몇 명 더 늘어나는 거잖아. 좋은 거 아니야?
......
새하얀 백합 한 다발이 살며시 묘비 앞에 놓였다.
지휘관은 손수건을 꺼내 묘비에 묻은 먼지를 닦았다.
......
왜 내 연락처를 가족 칸에 적은 거야? 진짜 내가 네 동생인 줄 아냐고.
내심 예전처럼 이마를 튕기는 손가락을 기대하고 있는 자신을 의식하고서, 지휘관은 씁쓸하게 웃고는 천천히 땅바닥에 앉았다.
네 전사통지서를 받았을 때, 난 로빈 어머니네 집 지붕을 고치고 있었어.
통지서를 가져온 동지가 그러더라. 아이들을 지키려고 희생했다며? 이미 안전한 곳으로 철수하기 직전이었는데도 말이야.
그때도 낄낄 웃으면서 "이번에야말로 훈장 받겠지?" 이러고는,
곧바로 뒤도 안 돌아보고 뛰쳐나갔다고...
지휘관은 코트 주머니에서 금성 훈장을 하나 꺼냈다.
그래도...
축하해, 넌 그토록 바라던 금성 훈장을 정말로 따냈어.
지휘관은 금성 훈장을 살며시 묘비 앞에 내려놓았다.
수훈식은 아주 성대했어. 너도 하늘에서 지켜봤을까?
네가 구해준 아이들 부모님이 너한테 꼭 전해달래.
"감사합니다, 당신은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의무를 다하셨습니다."
지휘관은 일어나 정중하게 경례를 했다.
바람이 조용한 묘지 위로 불어 백합의 향기를 멀리 실어 보냈다.
아 맞다, 말하는 거 깜빡했네. 네 옆의 빈자리를 사놨어.
네가 말했잖아, 우리는 가족이라고.
그럼 죽은 뒤에도 같은 곳에 묻혀야겠지.
묘비명도 미리 생각해놨어...
...마인츠 대학 지하철역.
지휘관은 넬레와 악수하고 작별 인사를 했다. 넬레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지휘관을 불렀다.
...라플라스가 그레이 선생님께 보낸 편지에 이런 내용이 있었어요. 예전에 자기 학생한테 질문을 하나 던졌었다고.
"삶이 결국 덧없을 운명이라면, 몸부림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
안젤리아 씨의 대답은 "내 평생을 다해 그 질문에 대답할 것이다" 였어요. 당신은 어떤가요?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시겠어요, 지휘관님?
저는 바보지만 겁쟁이는 아닙니다.
언젠가 제가 죽는다면, 저 대신 묘비에 이렇게 새겨주세요.
"어느 용감한 자 여기 잠들다."
저는 군대를 떠났습니다. 이미 권력 쟁탈전을 위한 장기말로 전락했다고 느껴져서요.
제대한 뒤 PMC를 선택한 건, 그래도 누군가를 지킬 힘은 가지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크루거 씨...
저는 언제든지 싸울 수 있고, 주저 없이 목숨을 바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이상을 위해서지, 누구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것이 제가 군인이 된 이유이자, 제대한 이유이자, 그리폰에 들어간 이유입니다.
<color=#00CCFF>...알겠네, 자네는 정말 용감한 사람이야.</color>
<color=#00CCFF>내 자랑스러운 지휘관이기도 하고.</color>
통신을 끊고, 지휘관의 시선은 저 멀리 구텐베르크 조각상을 향했다.
추운 광장에서, 마이크를 쥔 여기자가 조각상 아래서 한 경찰대원을 취재하고 있었다.
...시청자 여러분, DDR2 보도 기자입니다.
정보에 따르면 프랑크푸르트를 겨냥한 폭격은 이미 멈췄습니다. 이번 폭격으로 도시가 입은 손실 정황은 현재 파악 중입니다.
경찰과 소방대 등 공무원들도 책무를 다하면서 원래의 질서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당황하지 마시고, 안전한 곳에서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주시길 바랍니다.
경찰측 대변인이 여러분께 자세한 주의 사항을 전해주시겠습니다.
여기자가 마이크를 옆의 경찰에게 건넸다.
......
오늘은 참 조용한 날이다.
...엘모호.
오랜만에 지휘관과 인형들이 얼굴을 마주했다. 마치 그리폰 기지에 돌아온 기분.
몇몇 인형은 이미 자리에 없었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이들도 있었다.
애도할 틈도 없이, 지휘관은 바로 오늘의 업무를 시작했다.
AR-18이 명령을 받고 지휘실에 들어왔다.
프랑크푸르트의 상처는 시간이 지나야 치유될 거야.
하지만 우리가 독일에 온 목적은 변하지 않았어.
지휘관, 아시겠지만, 저는 지휘관이 먼저 휴식을 취하길 권장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한 번 정하셨으니 누가 와도 마음을 돌리지 않으시겠죠. 알고 있습니다.
응, 걱정해줘서 고맙다.
먼저 정보부터 갱신하자.
최신 확보한 벌침 시스템의 정보를 보면...
"대관식 폭풍"이란 바로 이 프랑크푸르트 공습의 별칭입니다.
역시...
패러데우스... 윌리엄... 그놈이야말로 이번 프랑크푸르트 재난을 일으킨 원흉이었어.
카터는 그저 하나의 허수아비, 희생양에 불과했어.
그외에, 프랑크푸르트에 잠복한 니토의 정보도 확보했습니다.
그 유명한 유적 반대 조직 '판도라'의 대변인 스틱스도 그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네메아란 사후 그 스틱스가 벌침 시스템의 권한을 얻었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 정보는 출처가 어디야?
슈타지입니다.
알겠어.
인형들의 현재 상황은?
AR-18이 태블릿의 인형 소대 동향을 업데이트했다.
구조 활동하던 소대는 이미 모두 철수했고, 부상 입은 인형은 엘모호로 복귀 중이었으며, 아직 싸울 수 있는 인형들은 대기하고 있었다.
지휘관, 현재 우리 소대는 모두 전투 대비 상태입니다.
프랑크푸르트 시내 상황은?
통신과 전력은 회복되었고, 병원 등 공공시설 질서도 현재 복구 중입니다. 한동안 우리의 지원은 불필요합니다.
알았어. 그럼 이제 뒷걱정은 없는 거로군.
손가락으로 이아손의 상자에 대한 자료를 툭툭 치며, 지휘관의 얼굴에 간만에 살기가 넘쳐 흘렀다.
이제 패러데우스에 마무리를 지어주자고.
아이네이아스 회의실.
AR-18가 최근 수집한 정보를 정리해 프랑크푸르트 지도 위에 띄웠다.
이아손의 상자 배치 지점, 패러데우스의 남은 공장, 패러데우스 활동 궤적...
바글바글한 데이터가 지도를 거의 집어삼켰다.
<color=#00CCFF>모두 수고가 많았다. 특히 404와 리벨리온이 유용한 정보를 다량 입수해 주었다.</color>
<color=#00CCFF>수고는 무슨, 보수만 제대로 주면 돼.</color>
일부 데이터를 걸러내자, 지도에 남은 정보는 서로 거의 겹치는 선으로 뭉쳤다.
<color=#00CCFF>스틱스의 활동 흔적을 파악했다.</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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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00CCFF>그렇다.</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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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에 좌표 몇 개와 해당하는 프로필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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