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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8 · 허입자쌍

라이헨바르크 교향곡Ⅱ

"네가 어디에 있든 내가 죽음을 가져다 주겠다."

-76-A-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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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 전, 호텔 스위트룸 안.

지휘관의 시선은 두꺼운 유리 창문 너머에 있는 윌리엄의 모습에 꽂혀 있었다. 그는 호텔을 나와 대기 중인 경호 차량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지휘관의 시선을 느낀 듯 윌리엄도 고개를 돌려 스위트룸 방향을 바라보았고, 그렇게 잠시 머문 뒤에야 차량에 올라탔다.

지휘관

.....

차량 행렬이 천천히 시동을 걸고 가로등 불빛 사이로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지휘관은 테이블 위에 놓인 통신기를 집어 들어, 저장된 연락처 중 하나에 통화 버튼을 눌렀다.

퉁!

갑작스레 방 안의 조명이 모두 꺼졌다. 갑작스러운 암전에 지휘관의 시야가 한순간 어둠에 잠겼다.

지휘관

......!

바로 이어서, 지휘관은 뒤에서 들려온 미세한 기척을 감지했다.

쉬익!

달빛을 반사하며 날아든 한 줄기 섬광이 닥쳐왔다. 지휘관은 바로 몸을 굴려 피했다.

하지만 그 칼을 쥔 그림자는 첫 공격이 빗나가자 곧바로 뒤쫓아와, 차가운 칼끝을 지휘관의 왼쪽 어깨에 꽂아넣었다.

지휘관

크윽...!

차가운 금속이 어깨에서 뽑히는 순간, 마치 타들어가는 것 같은 고통이 신경을 타고 온몸으로 퍼졌다.

지휘관은 온몸의 근육에 잔뜩 힘을 주고, 칼날이 다시 꽂히기 직전에 있는 힘을 다해 상대를 밀쳐냈다.

지휘관

헉... 헉...

식은땀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고, 왼쪽 어깨의 고통은 지휘관의 숨쉬는 것마저 버겁게 만들었다.

방에 깔린 짙은 어둠이 마치 눈에 두꺼운 베일을 두른 것 같이 제대로 보이지 않게 만들었지만, 지휘관도 상대방의 거친 숨소리를 확실히 들을 수 있었다.

지휘관

……

다음 행동을 생각할 틈도 없이, 침입자는 다시 한 번 공격해왔다.

지휘관은 즉시 옆으로 몸을 굴려 피했다. 날카로운 칼날이 거의 목덜미를 스치며 지나가며, 그의 옷깃을 찢어놓았다.

칼날이 옷감을 찢는 소리에 지휘관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몸을 굴리는 도중, 부상당한 왼쪽 어깨가 바닥에 세게 부딪히기까지 하며 극심한 고통이 밀려와 눈앞이 아찔해졌다.

지휘관

......!

직감적으로 지휘관은 고통을 억누르며, 머릿속에 그려둔 실내 배치를 따라 재빨리 소파 뒤로 몸을 숨겼다.

거의 동시에, 비수가 소파에 박히는 소리가 났다.

지휘관

<color=#A9A9A9>찬스다...!</color>

상대가 칼을 뽑는 순간, 지휘관은 몸을 일으켜 오른발로 소리가 난 쪽을 세게 걷어찼다.

확실하게 타격감으로 지휘관은 상대의 목덜미를 걷어찼다고 확신했다.

???

...윽!

지휘관은 상대가 내는 신음을 듣고서야 습격자가 여성임을 알게 되었다.

지휘관

<color=#A9A9A9>이 자식...</color>

하지만 그렇다 해도, 상대의 힘은 여전히 무지막지했고, 공격은 더욱 거칠고 난폭해졌다.

어둠 속에서 칼은 마구잡이로 휘둘러졌고, 아슬아슬하게 지휘관의 옆구리와 명치를 스쳐 지나갔다.

지휘관은 주변에 있던 가구들을 이용해 방어하고 반격했다. 하지만 왼쪽 어깨의 상처는 힘을 쓸 때마다 더 벌어지는 것 같았고,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지휘관

헉... 헉...

한계가 다가오자 지휘관의 움직임이 점점 느려졌다.

반면 상대의 공격은 더욱 거세졌고, 수차례 이어지는 공방 끝에 지휘관은 점차 구석으로 몰렸다.

지휘관은 방어를 이어나가면서도 자신이 점점 궁지에 몰리는 것을 느꼈다.

쿵!

등이 벽에 세게 부딪히는 순간,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휘관

...윽.

땀이 셔츠를 흠뻑 적셨고, 출혈로 인해 머리가 심하게 어지러웠다. 지휘관은 이제 균형을 잡는 것조차 버거워하고 있었다.

상대도 틈을 포착한 듯, 그 예리한 칼끝으로 바람을 가르며 어둠 속에서 곧장 달려들었다.

지휘관

<color=#A9A9A9>제기랄...!</color>

째앵!!

어둠 속에서 칼날이 매우 단단한 무언가에 부딪혀 작게 불꽃을 튀겼다.

그 찰나의 빛 속에서 지휘관은 거대한 실루엣을 보았다.

???

...으윽!!

목이 한 손에 움켜잡히고 나서야, 습격자는 방 안에 다른 누군가가 있음을 그제야 깨달았다.

습격자는 곧바로 칼을 휘둘러 상대의 팔을 내리찍었지만, 조금 전까지 맹렬했던 그녀의 공격은 지금 마주한 그 상대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못했다.

아무리 칼로 찍어서 공격하려 해도 칼날은 마치 무쇠덩어리에 부딪히는 것마냥 불꽃을 튀겼다. 그리고 실루엣의 얼굴도 점점 선명하게 비쳤다.

AK-15

......

지휘관

AK-15...!

불꽃이 사라지고 칼날은 완전히 무뎌졌다.

AK-15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가 손바닥에 약간 힘을 주기만 했을 뿐인데, 목이 마치 유압 프레스에 짓눌리는 것만 같았다.

???

<size=50>컥... 크윽!</size>

절대적인 힘 앞에서, 습격자는 칼을 버리고, 두 손으로 AK-15의 손가락을 잡고 펴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 역시 헛수고였다.

AK-15가 팔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상대는 마치 장난감처럼 들어 올려져 두 다리를 허공에서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었다.

???

로...빈...

지휘관

——!!!

그 순간 지휘관의 동공이 급격하게 수축했다.

AK-15

흥.

하지만 AK-15는 상대에게 반항할 틈을 전혀 주지 않고, 재빠르게 몸을 돌려 상대방을 힘껏 내던졌다.

퍼억!!

묵직한 소리와 함께 상대의 몸이 벽에 세게 부딪혔다.

벽에 부딪힌 상대가 바닥에 닿기도 전에, AK-15가 돌풍과 함께 달려들어 포탄과도 같은 단 한 번의 발차기로 목덜미를 강타했다.

쩌억!!

고요한 방 안에서 지휘관은 뼈가 부러지는 소리를 또렷하게 들었다.

방금까지 자신을 맹렬히 공격하던 습격자는 AK-15의 발차기에 의해 벽에 박힌 채로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지휘관

......

순간적으로 긴장이 풀리자, 지휘관의 두 다리에서 힘이 빠져버렸다.

힘이 빠져 그대로 쓰러지려는 그 순간, 또 다른 누군가가 살포시 지휘관을 품에 받아주었다.

지휘관은 자신을 품에 안은 이가 신속하게 응급처치를 하고 있음을 느꼈다. 부드러운 긴 머리카락이 자신의 얼굴을 살며시 스치며 은은한 향기를 남겼다.

지휘관

......

지휘관은 천천히 손을 내밀었지만 아무것도 닿지 않았다. 곧 상대방이 부드럽게 지휘관의 손을 잡아서 자신의 뺨에 가져다댔다.

달빛이 마침내 먹구름을 뚫고 발코니 창문을 통해 방 안을 비췄다.

지휘관은 마침내 상대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AN-94

지휘관...!

지휘관

AN-94...

불필요한 대화 없이, 상처를 응급처치한 AN-94는 지휘관을 부축해 소파 옆에 앉혔다.

맞은 편의 AK-15가 발을 내리자, 습격자의 시체가 바닥에 떨어지던 중 허공에 멈춰 섰다.

AK-12

......

AK-12가 은신을 풀고, 시체를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았다.

지휘관은 실내의 조명이 다시 켜지고서야 습격자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휘관

......

AK-12

쯧...

AK-12조차 이런 상황에서는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AK-12

내가 본인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이 모습은 내가 아는 몰리도는 아니겠지...

이건 누구야...?

지휘관

...아무도 아니야.

지휘관

그냥 니토야.

지휘관은 익숙한 얼굴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완전히 생기가 사라지자, 그 얼굴은 마치 에너지를 잃은 듯 서서히 녹아내려 더는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

지휘관

나를 죽이려는 것보다는 내가 분노에 차서 날뛰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거겠지.

내가 그놈에게 했던 것처럼.

AK-15가 성큼성큼 걸어가 바닥에 떨어진 통신기를 다시 주웠다.

AK-15

통신기 받으십쇼.

지휘관

고마워. 덕분에 이 성가신 녀석을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었네.

AK-15

...더 빨라질 수 있습니다.

지휘관

그게 무슨 말이야?

AK-12

넬레가 쇼의 유산을 뒤지다가 아주 재밌는 설계도를 발견했거든.

풀카울식 전투 기갑인데, 설계도의 성능대로라면 AK-15가 그 기갑을 착용하고 지금 상대한 녀석과 맞붙었다면 아마 찌꺼기 하나 안 남았을 거야.

하지만 아쉽게도 그건 그냥 설계도에 불과하니까, 이뤄질 수 없는 꿈이지.

AK-15

...언젠가 쓸 날이 올 거다.

지휘관

그렇구나.

AK-12

넬레조차 그 설계도를 실현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하더라.

내 생각엔 그냥 쇼가 심심풀이로 망상한 물건일 뿐이야. 자주 그런 짓을 했으니까~

똑똑똑.

간수 요원

지휘관, 방금 방에서 무슨 소란이 있었던 겁니까?

지휘관

뭐, 별 건 아닙니다. 그냥 와인 한 병 땄을 뿐이에요.

간수 요원

...알겠습니다.

간수 요원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바로 말씀해 주십시오.

지휘관

네.

AK-15

......

밖이 조용해진 뒤에야 AK-15가 총구를 문 쪽에서 돌렸다.

지휘관

어때?

AK-12

완전히 녹아버렸네. 남은 조직을 검사한다고 해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는걸.

하지만 분명 누군가를 고발할 증거로는 쓸 수 없겠지. 지휘관 말대로 준비해 둔 거니까.

AN-94

지휘관은 정말 괜찮은 건가?

AN-94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어보았지만, 지휘관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지휘관

마흐리안은 이미 죽었어, 내가 내 손으로 직접 묻어줬어.

하지만 그녀의 영혼은 내 기억 속에 살아갈 거고,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어.

윌리엄이 이딴 짓으로 나를 동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녀석이 날 너무 얕잡아 본 거야.

AK-12

그런데 그놈을 그렇게까지 화나게 만들 필요가 있었어?

내 생각엔 아까 그게 본인인 걸 확인했으니까 그 자리에서 바로 처리했어도 됐을 텐데.

지휘관

아니.

지휘관이 다시 고개를 저었다.

지휘관

...윌리엄만 죽인다고 해서 복수심만 채워질 뿐이지, 실질적으론 아무런 의미가 없어.

넬레가 "사형수"를 죽였어도 여전히 윌리엄이 그녀의 연구를 이어받은 것처럼 말이야.

우리가 무너뜨려야 할 건 윌리엄 한 놈이 아니라, 그 놈이 대표하는 세력이지.

지금 그 세력은 훈작사의 보호 아래 있으니, 먼저 그 실체를 파헤쳐야 해.

지휘관

윌리엄이 빈틈을 많이 드러낼수록 우리가 그 근간을 파헤칠 기회는 많아지지...

벌써 놈은 실수를 하고 있어. 하지만 아직은 턱없이 부족해.

지휘관

그놈은 반드시 죽일 거야. 안젤리아를 위해서, 마흐리안을 위해서, 그리고 그놈 때문에 희생된 수많은 무고한 생명을 위해 복수할 거야.

하지만 동시에 훈작사나 그 밖의 다른 누구도 그놈의 더러운 연구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완전히 막아야 해.

AK-12

응~ 바로 그 기세야.

AK-15

명령만 하십시오.

AN-94

지휘관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리벨리온은 당신의 뒤를 따르겠다.

지휘관

...다들 고마워.

AN-94

다만... 조금 더 일찍 연락을 하는 편이 좋지 않았나. 그랬다면 이렇게 크게 다치지 않았을 것이다.

지휘관

이건 놈이 나를 떠보는 거야, 동시에 나도 놈을 떠보는 거지. 리스크를 감당하는 건 피할 수 없어.

하지만 지금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놈과 내가 한 가지 공감하고 있는 게 있다는 거야...

지휘관

우리 모두 서로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는 것. 그 목적을 위해서 우리 모두 훈작사가 개입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것.

앞으로의 행동은 필요하지 않다면 이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해. 어기는 순간 우리는 모든 기회를 잃게 될 거야.

그래서 내가 여기 온 거고.

그것 때문에 나도... 외부의 도움이 필요해.

AK-12

그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벨루가의 마지막 시도도 실패했어.

그래서 네 방식을 한번 써보기로 했대... 글쎄, 난 걔가 그냥 시한폭탄으로 밖에 안 보이는데.

지휘관

괜찮아, 그것도 역시 계획의 일부니까.

내 요구 사항을 그녀에게 전해줘.

AK-12

그럴 줄 알았어. 역시 지휘관에겐 다 계획이 있구나.

지휘관은 고개를 숙인 채 잠시 침묵했고, 이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지휘관

그런데... 토카레프, C14, CPS-12, CZ-805가 휘말릴 줄은...

그 친구가 약속대로 그 애들의 마인드맵 코어를 회수했기를 바라지만...

AN-94

그렇게 말하니... 우리에게 연락한 사람은...?

AK-12

흥... 달리 또 누가 있겠어?

지휘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본 뒤, 테이블 위 통신기으로 시선을 돌렸다.

삐삑!

2분 후, 통신기가 갑자기 울렸다.

AN-94와 AK-15가 어리둥절하다는 표정을 짓는 걸 보며, 지휘관은 통신을 받았다.

???

<color=#00CCFF>지휘관이 제 일처리를 의심하시다니, 너무 속상하네요... 훌쩍훌쩍~</color>

지휘관

......

???

<color=#00CCFF>마인드맵 코어는 당연히 회수했죠~ 어휴, 정말이지. 그 영감이 걔네를 들여보낼 줄이야.</color>

<color=#00CCFF>차라리 문 앞에서 제지당했으면 수고를 덜었을 텐데, 거기 있던 자율 인형들은 가동되면 멈출 수가 없단 말이에요.</color>

통신 속에서 들려온 건 더 없이 익숙한 목소리였다.

지휘관은 질색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지휘관

한가한 소리 그만하고, 계획을 다음 단계로 진행시켜야 해——

지휘관

댄들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