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과 끝의 프롤로그」
"패러데우스"란 이름의 산성비구름은 언제나 오수가 고인 상공에 뭉친다.
2064년 X월 X일, 프랑크푸르트의 화이트존.
프랑크푸르트 방어전이 끝나고 몇 주가 지난 지금도, 파괴된 건물들은 마치 막 딱지가 앉은 상처처럼 도시 곳곳에 즐비했다.
어이, 조심해! 이 크레인 받침이 약해서 한꺼번에 너무 많이 들어올리면 안 된다고!
아니까 좀 떨어지기나 해, 잔해 아래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잖아.
저번에 마인츠 쪽에서 도로 청소하다 불발탄 하나 나온 거 몰라? 별일 없었어서 천만다행이지...
건설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로 곳곳에서 분주하게 프랑크푸르트를 재건 작업의 준비를 서둘렀다.
그들의 역할은 도시 곳곳에 남은 "상처"를 치우는 것. 하지만 그 "상처"들은 얼마든지 다시 벌어질 가능성을 품고 있었다.
올려! 천천히, 천천히!
크레인이 무너진 건물에서 가장 무거운 철근을 들어올렸고, 그 아래 묻혀 있던 잿빛의 시신 2구가 드러나자, 현장의 인원들은 식은땀을 흘렸다.
이런 XX, 아직도 남은 게 있네!
체격으로 보아 두 시신 모두 어린이였다.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폭격으로 인한 불길 속에서 목숨을 잃은 듯했다.
조금 더 몸집이 큰 아이가 작은 아이를 꼭 껴안은 모습은, 어린 생명이 마지막 순간 보인 선량함과 용기를 세상에 알리려는 듯했다.
어휴 진짜... 치안부서 사람 불러와. 난 저 애들 불쌍해서 못 건드리겠어.
치안부서? 방금 근처에서 본 거 같은데...
뭐, 아까 지나가던 사람들? 딱 보면 군인인 거 모르냐?
쯧... 저 소련인들, 우리 땅에 대체 얼마나 오래 있을 셈인지 원.
저 사람들, 이제는 그, 뭐냐... 루련으로 변했다던데?
근데 뭣 때문에 저렇게 돌아다니는 건진 도통 모르겠네. 또 무슨 일 터지는 거 아니야?
몰라. ...그래도, 한 가진 느껴지네.
전쟁이 끝났어도, 예전 같은 삶은 영영 돌아오지 않을 거 같다.
그들은 다시 크레인 앞에 걸린 두 시신을 바라봤다. 희생자들의 모습은 마치 전쟁이 지나간 폐허 위에 새겨진, 입체화된 소묘 같았다.
폐허 옆 골목길의 어귀에, 완전무장한 루련 병사들이 도착했다.
정예 병사인 그들은 대장의 수신호에 따라 여러 분대로 신속히 나뉘어, 한 건물을 포위했다.
......
한편, 인근의 건물 옥상에서 두 형체가 그들의 거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의 형체는 물탱크의 그림자에 완벽하게 녹아들어서, 얼핏 보면 그냥 버려진 벽돌 같았다.
이곳에 병력을 집중하고 있어. 대규모로 수색을 벌이려는 것 같다.
아직 중화기는 보이지 않는다. 404의 실력이라면, 이 정도 포위망은 자력으로 탈출 가능하겠지.
예전 같으면 그랬겠지. 지금 쟤네 최중요 전력이 빠진 거 잊었어?
......?
네 눈엔 다 고만고만하겠지만, 404에게 HK416은 없어선 안 될 에이스야.
아무래도 합류를 앞당겨야겠어. 무슨 일이 있어도 물건을 멀쩡하게 쟤네한테 넘겨야 해.
그 시각, 어느 건물의 지하실에 있는 카리나 일행은 바깥의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오랜만이네, 카린.
혹시 내가 그리웠어?
M...16...?
카리나는 비밀문에서 나타난 인물을 단번에 알아봤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솟아난 오만가지 질문에, 순간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몰라서 입술만 우물거렸다.
거기서 멍하니 서 있지만 말고, 어서 들어와. 네 집처럼 편하게 앉으면 돼.
한잔할래?
무, 무슨 얼빠진 소리야!
대체 지금까지 어디 있었어?!
밖에서 사람들이 널——
날 잡으려고 돌아다니고 있지.
너희보다도 날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을걸? 하하하.
너 정말...
카리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무사하면 됐어.
자아, 이제 다 모였으니까 설명할게.
카린, 지휘관이 프로토콜도 무릅쓰고 마지막 돌격을 감행했던 일은, 이미 다 알고 있지?
응, 토카레프에게 들었어.
그러고 보니, 토카레프랑 다른 애들은...
너무 걱정 마, 카린 언니. 걔네들의 마인드맵은 누가 회수해 줄 테니까.
정확히 누군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그래도 지휘관이 그리폰의 동료들을 버릴 리가 있겠어?
지금은 일손이 부족해서, 걔네도 소중한 전력이야.
냉혹하게 들리겠지만, 빨리 고쳐서 거들어 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416도 말이지...
하아... 걔가 없으니까 나만 고생이야...
평소에 416이 잔뜩 고생했잖아, 이번엔 좀 쉬게 해 주자.
아무튼, 니드호그 프로토콜이랑 지휘관의 마지막 판단은 알고 있다니까 건너뛸게.
아쉽게도, 그 작전의 마지막에 결국 윌리엄을 죽이진 못했어.
어째서, 어떻게 됐는지는 나도 모르지만, 그래도 지휘관이 포기한 건 아니야.
그리고 이번 작전 끝나고서 알았는데... 그때 처치한 고위 니토는 윌리엄의 전력이 아니었어.
그놈한텐... 패러데우스한텐, 아직 프랑크푸르트에 남은 실험실과 공장이 많아.
추측하자면, 다 오버슈타인 명의의 시설들일 테지. 지금 그게 전부 하나씩 재가동되고 있어.
뭐어?!
우리도 얼마나 놀랐다구. 정보 자체보단, 지휘관이 이걸 어떻게 우리보다 먼저 알았는지가 놀라웠지만.
아무래도 어떤 높으신 분이 귀띔해 주고 있는 것 같아.
그러니까, 이젠 그 애송이가 문제가 아니란 뜻이지.
패러데우스에게 다시 호흡기를 붙여준 자를 상대해야 해.
맞아, 그가 윌리엄을 도와 시설을 재가동하고 있어.
그 사람... 혹시...
그리폰 라이언.
훈작사...!
어, 어째서 그분이 패러데우스의 편을 드는 거야?!
정치꾼에, 지저분한 사기꾼에, 미치광이니까.
그는 패러데우스의 모든 기술과 연구 성과를 손에 넣으려 하고 있어.
그리고, 지휘관이... 아니면 우리가 당장 해야 할 일은, 바로 그가 단념하도록 만드는 거야.
...내가 없는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구나.
그래도 지휘관님이 계속 싸우기로 하셨다니까, 나도 도울게.
간신히 지휘관님을 찾아냈는데, 또 나만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그분 홀로 위험에 뛰어들게 할 순 없어.
지휘관님 곁에서 함께 싸우겠어!
휘유~ 정말 감동적인 고백이다~? 내가 지휘관이었으면 카린한테 반해버렸겠어~
고, 고백?! 아, 아니, 그런 건...
농담이야~
그런데 카린, 설마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그, 그런 거 아니거든!? 난 그냥, 깜짝 놀라서...
아아무튼! 지휘관님 지금 어디 계셔? 무사하시지?
프랑크푸르트를 지켜낸 영웅이신데, 철통 경호를 받고 있지.
지금은 지휘관보단 우리가 더 위험해.
맞아, 루련놈들이 끈질기게 쫓아오고 있어.
매일 도망치느라 편하게 잠도 못 자...
G11이 말하기가 무섭게 누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 카리나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누, 누구지?
괜찮아, 점잖게 노크했으니 우리편이야.
좋은 밤이야, 모두들.
미안하지만 또 이사해야겠어.
당신은... AK12 씨! 당신은 분명...
카린도 오랜만.
나도 천천히 수다 떨고 싶긴 한데, 지금은 그럴 시간 없어.
루련 병력이 지금 이쪽으로 집결 중이다.
으엑, 벌써? 막 따돌린 참인데!
나 더는 못 움직여, 누가 업어 줘...
루련의 정규군이니까 말이지. 수색망을 벗어나긴 어려울 거야.
계속 장소를 옮기는 수밖에 없어.
알았어. 9, G11, 이동 준비해.
그리고, 이거 잘 챙겨.
AK-12가 카리나에게 휴대용 통신기를 하나 건넸다.
이건...?
이거 주려고 온 거야.
지휘관 대신 소식을 전달하는 "누군가"가, 이걸로 다음 지시를 내릴 거야.
꽤 넉살이 좋은 사람이긴 한데... 성질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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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4년 X월 X일, 프랑크푸르트의 화이트존.
프랑크푸르트 방어전이 끝나고 몇 주가 지난 지금도, 파괴된 건물들은 마치 막 딱지가 앉은 상처처럼 도시 곳곳에 즐비했다.
어이, 조심해! 이 크레인 받침이 약해서 한꺼번에 너무 많이 들어올리면 안 된다고!
아니까 좀 떨어지기나 해, 잔해 아래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잖아.
저번에 마인츠 쪽에서 도로 청소하다 불발탄 하나 나온 거 몰라? 별일 없었어서 천만다행이지...
건설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로 곳곳에서 분주하게 프랑크푸르트를 재건 작업의 준비를 서둘렀다.
그들의 역할은 도시 곳곳에 남은 "상처"를 치우는 것. 하지만 그 "상처"들은 얼마든지 다시 벌어질 가능성을 품고 있었다.
올려! 천천히, 천천히!
크레인이 무너진 건물에서 가장 무거운 철근을 들어올렸고, 그 아래 묻혀 있던 잿빛의 시신 2구가 드러나자, 현장의 인원들은 식은땀을 흘렸다.
이런 XX, 아직도 남은 게 있네!
체격으로 보아 두 시신 모두 어린이였다.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폭격으로 인한 불길 속에서 목숨을 잃은 듯했다.
조금 더 몸집이 큰 아이가 작은 아이를 꼭 껴안은 모습은, 어린 생명이 마지막 순간 보인 선량함과 용기를 세상에 알리려는 듯했다.
어휴 진짜... 치안부서 사람 불러와. 난 저 애들 불쌍해서 못 건드리겠어.
치안부서? 방금 근처에서 본 거 같은데...
뭐, 아까 지나가던 사람들? 딱 보면 군인인 거 모르냐?
쯧... 저 소련인들, 우리 땅에 대체 얼마나 오래 있을 셈인지 원.
저 사람들, 이제는 그, 뭐냐... 루련으로 변했다던데?
근데 뭣 때문에 저렇게 돌아다니는 건진 도통 모르겠네. 또 무슨 일 터지는 거 아니야?
몰라. ...그래도, 한 가진 느껴지네.
전쟁이 끝났어도, 예전 같은 삶은 영영 돌아오지 않을 거 같다.
그들은 다시 크레인 앞에 걸린 두 시신을 바라봤다. 희생자들의 모습은 마치 전쟁이 지나간 폐허 위에 새겨진, 입체화된 소묘 같았다.
폐허 옆 골목길의 어귀에, 완전무장한 루련 병사들이 도착했다.
정예 병사인 그들은 대장의 수신호에 따라 여러 분대로 신속히 나뉘어, 한 건물을 포위했다.
......
한편, 인근의 건물 옥상에서 두 형체가 그들의 거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의 형체는 물탱크의 그림자에 완벽하게 녹아들어서, 얼핏 보면 그냥 버려진 벽돌 같았다.
이곳에 병력을 집중하고 있어. 대규모로 수색을 벌이려는 것 같다.
아직 중화기는 보이지 않는다. 404의 실력이라면, 이 정도 포위망은 자력으로 탈출 가능하겠지.
예전 같으면 그랬겠지. 지금 쟤네 최중요 전력이 빠진 거 잊었어?
......?
네 눈엔 다 고만고만하겠지만, 404에게 HK416은 없어선 안 될 에이스야.
아무래도 합류를 앞당겨야겠어. 무슨 일이 있어도 물건을 멀쩡하게 쟤네한테 넘겨야 해.
그 시각, 어느 건물의 지하실에 있는 카리나 일행은 바깥의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오랜만이네, 카린.
혹시 내가 그리웠어?
M...16...?
카리나는 비밀문에서 나타난 인물을 단번에 알아봤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솟아난 오만가지 질문에, 순간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몰라서 입술만 우물거렸다.
거기서 멍하니 서 있지만 말고, 어서 들어와. 네 집처럼 편하게 앉으면 돼.
한잔할래?
무, 무슨 얼빠진 소리야!
대체 지금까지 어디 있었어?!
밖에서 사람들이 널——
날 잡으려고 돌아다니고 있지.
너희보다도 날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을걸? 하하하.
너 정말...
카리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무사하면 됐어.
자아, 이제 다 모였으니까 설명할게.
카린, 지휘관이 프로토콜도 무릅쓰고 마지막 돌격을 감행했던 일은, 이미 다 알고 있지?
응, 토카레프에게 들었어.
그러고 보니, 토카레프랑 다른 애들은...
너무 걱정 마, 카린 언니. 걔네들의 마인드맵은 누가 회수해 줄 테니까.
정확히 누군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그래도 지휘관이 그리폰의 동료들을 버릴 리가 있겠어?
지금은 일손이 부족해서, 걔네도 소중한 전력이야.
냉혹하게 들리겠지만, 빨리 고쳐서 거들어 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416도 말이지...
하아... 걔가 없으니까 나만 고생이야...
평소에 416이 잔뜩 고생했잖아, 이번엔 좀 쉬게 해 주자.
아무튼, 니드호그 프로토콜이랑 지휘관의 마지막 판단은 알고 있다니까 건너뛸게.
아쉽게도, 그 작전의 마지막에 결국 윌리엄을 죽이진 못했어.
어째서, 어떻게 됐는지는 나도 모르지만, 그래도 지휘관이 포기한 건 아니야.
그리고 이번 작전 끝나고서 알았는데... 그때 처치한 고위 니토는 윌리엄의 전력이 아니었어.
그놈한텐... 패러데우스한텐, 아직 프랑크푸르트에 남은 실험실과 공장이 많아.
추측하자면, 다 오버슈타인 명의의 시설들일 테지. 지금 그게 전부 하나씩 재가동되고 있어.
뭐어?!
우리도 얼마나 놀랐다구. 정보 자체보단, 지휘관이 이걸 어떻게 우리보다 먼저 알았는지가 놀라웠지만.
아무래도 어떤 높으신 분이 귀띔해 주고 있는 것 같아.
그러니까, 이젠 그 애송이가 문제가 아니란 뜻이지.
패러데우스에게 다시 호흡기를 붙여준 자를 상대해야 해.
맞아, 그가 윌리엄을 도와 시설을 재가동하고 있어.
그 사람... 혹시...
그리폰 라이언.
훈작사...!
어, 어째서 그분이 패러데우스의 편을 드는 거야?!
정치꾼에, 지저분한 사기꾼에, 미치광이니까.
그는 패러데우스의 모든 기술과 연구 성과를 손에 넣으려 하고 있어.
그리고, 지휘관이... 아니면 우리가 당장 해야 할 일은, 바로 그가 단념하도록 만드는 거야.
...내가 없는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구나.
그래도 지휘관님이 계속 싸우기로 하셨다니까, 나도 도울게.
간신히 지휘관님을 찾아냈는데, 또 나만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그분 홀로 위험에 뛰어들게 할 순 없어.
지휘관님 곁에서 함께 싸우겠어!
휘유~ 정말 감동적인 고백이다~? 내가 지휘관이었으면 카린한테 반해버렸겠어~
고, 고백?! 아, 아니, 그런 건...
농담이야~
그런데 카린, 설마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그, 그런 거 아니거든!? 난 그냥, 깜짝 놀라서...
아아무튼! 지휘관님 지금 어디 계셔? 무사하시지?
프랑크푸르트를 지켜낸 영웅이신데, 철통 경호를 받고 있지.
지금은 지휘관보단 우리가 더 위험해.
맞아, 루련놈들이 끈질기게 쫓아오고 있어.
매일 도망치느라 편하게 잠도 못 자...
G11이 말하기가 무섭게 누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 카리나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누, 누구지?
괜찮아, 점잖게 노크했으니 우리편이야.
좋은 밤이야, 모두들.
미안하지만 또 이사해야겠어.
당신은... AK12 씨! 당신은 분명...
카린도 오랜만.
나도 천천히 수다 떨고 싶긴 한데, 지금은 그럴 시간 없어.
루련 병력이 지금 이쪽으로 집결 중이다.
으엑, 벌써? 막 따돌린 참인데!
나 더는 못 움직여, 누가 업어 줘...
루련의 정규군이니까 말이지. 수색망을 벗어나긴 어려울 거야.
계속 장소를 옮기는 수밖에 없어.
알았어. 9, G11, 이동 준비해.
그리고, 이거 잘 챙겨.
AK-12가 카리나에게 휴대용 통신기를 하나 건넸다.
이건...?
이거 주려고 온 거야.
지휘관 대신 소식을 전달하는 "누군가"가, 이걸로 다음 지시를 내릴 거야.
꽤 넉살이 좋은 사람이긴 한데... 성질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