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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9 · 양자요동

「청춘의 환상」

어떨 때 거짓말은 사소한 용기에 들춰진다. 당신의 용기가 언제까지나 반짝이길.

-77-A-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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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4년 X월 X일, 프랑크푸르트 화이트존의 호텔

지휘관

《명인 회담》?

지휘관은 눈살을 찌푸렸다.

감시 요원

DDR2 채널에서 하는 인터뷰 프로그램입니다.

지휘관

...들어본 적 없는데.

감시 요원

자세히 아실 필요 없고, 그냥 프랑크푸르트를 넘어 독일 전국에 영향력이 강한 프로그램인 것만 아시면 됩니다.

지금 같은 특수한 시기에 민심을 고양시키는 미디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죠.

그리폰 훈작사께서 정식 수훈식 전에 게스트로서 이 인터뷰에 출연해 주시길 바라고 계십니다.

지휘관

......

훈작사를 이미 몇 번 상대해 본 지휘관은 점점 그의 속내를 읽을 수가 있었다.

이런 인터뷰는 아마 루련이 프로파간다 재료로 써먹기 위한 것이리라.

지휘관의 주장 따위 그들은 아무런 관심도 없을 것이고, 그저 지휘관이 마스코트로서 방송에 나오길 원하는 것이다.

그야 지휘관은 "전쟁 영웅"이니까.

가식적인 동상보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것은 없으니 말이다.

감시 요원

프랑크푸르트 시민들은 이제 겨우 재난에서 벗어난 참입니다. 지금은 다시 희망을 되찾아 할 때입니다.

시민들의 영웅인 당신이 방송에 출연하여 모두를 격려하고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울 수 있다면...

지휘관

방금 그것도 훈작사가 시켜서 하는 말 아닌가?

감시 요원

......

지휘관

...알았어, 인터뷰에 나가지.

감시 요원

훈작사께서도 분명 기뻐하실 겁니다.

전용 차량을 준비하였고, 인터뷰를 도와드릴 어시스턴트도 섭외해 두었습니다. 잘 모르시는 부분이 있다면 그분에게 무엇이든 물어보셔도 좋습니다.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장작을 모아야 한다.

..."약속의 시간"이 오기 전까지는 계속 참아야만 한다.

2064년 X월 X일, 프랑크푸르트 화이트존, 촬영장 백스테이지.

인터뷰가 시작하기 5분 전.

어시스턴트

미소를 지어주시고요. 시청자에게 상냥하면서도 굳센 영웅 이미지를 보여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대사 잘 기억하시죠?

지휘관

음, "세상을 새로 쓸 칼날" 말입니까?

어시스턴트

아뇨, 그거 말고 다른 거요.

지휘관

..."인류를 다시 위대하게"?

어시스턴트

네, 그겁니다. 그런 간단명료한 구호가 더욱 대중 마음에 와닿을 겁니다.

스태프

여러분! 오버슈타인 훈작사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지휘관

......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지휘관은 고개를 슬쩍 돌렸다.

방송국 스태프 몇 명이 길을 열어주자 그 사이에서 정장 차림의 윌리엄이 떡하니 백스테이지 문 앞에 나타났다.

윌리엄

......

지휘관

......

윌리엄

훗... 이런 우연이 다 있나.

지휘관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어시스턴트

이분을 모르시나요?

이쪽은 철십자 훈장 수훈자이신 발라드 폰 오버슈타인 훈작사이십니다.

이분도 당신과 함께 인터뷰에 참석하실 겁니다.

한 사람은 신소련의 젊은 영웅, 다른 한 사람은 현지의 떠오르는 청년.

연합 정부 이념에 딱 맞는 조합이잖아요.

지휘관

......

윌리엄

그쪽이 여기 오는 줄 알았으면, 미리 "선물"도 준비를 했을 텐데 말이지.

지휘관

나도 미리 알았다면, 그 선물을 흔쾌히 받았을 텐데.

스태프

인터뷰 시작하겠습니다! 두 분 스테이지로 나와주세요!

지휘관은 더는 윌리엄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아, 그를 자리에 내버려둔 채로 뒤돌아 스테이지로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2064년 X월 X일, 프랑크푸르트 화이트존, 촬영장

섀도리스

DDR2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사회 명사를 모셔 진행되는 프로그램《명인 회담》입니다 .

오늘 진행을 맡게 된 DDR2 채널 리포터 섀도리스입니다.

전쟁은 프랑크푸르트에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나타난 영웅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고난에 맞설 힘과 용기를 주었죠.

오늘 저희 DDR2 채널에선 현재 가장 주목을 받는 훈장 수훈자 두 분을 모셨습니다.

촬영장의 부드러운 조명 아래에서 섀도리스는 미소로 카메라를 향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포탄이 빗발치는 폐허 속을 다니며 사람들에게 전쟁의 참혹함을 전했다.

그때 그녀는 죽음까지 각오하고 있었기에, 지금처럼 이렇게 잔잔한 음악에 감싸여, 이렇게 "평범"한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섀도리스

먼저 올라오신 건 오버슈타인 훈작사이십니다.

오버슈타인 씨는 전쟁 중 루련 정부와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핵심적 기술과 정보를 제공하여, 전쟁이 빨리 끝날 수 있도록 큰 공헌을 해주셨습니다.

방청객들이 박수를 치는 것을 보며 섀도리스는 약간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자리에 있는 그들 모두가 프랑크푸르트 시민이었고, 그중 어떤 이들은 가족과 친구를 잃었다는 사실이 스쳤다.

섀도리스

그리고, 며칠 전 순직으로 오인되어 금성 훈장을 추훈 받으셨던 신소련에서 온 영웅.

전쟁 중 나서서 시민들을 구하고 물자를 나눠주며, 도로를 열어 수많은 생명을 구원하신 분입니다... 어쩌면, 이 자리에 계신 분들 중에서도 이분의 도움을 받은 분이 있을지도 모르죠!

네, 다행히 살아서 돌아오신 우리의 영웅을 힘찬 박수로 맞이해 주세요!

지휘관

......

윌리엄

......

섀도리스

......

언론인으로서 가지고 있던 예민한 직감으로 섀도리스는 어딘가 이질적인 기운을 느꼈다.

지휘관과 윌리엄 사이에 깔린 무형의 압박감. 분명 이것은 치열한 신경전의 기운이었다.

섀도리스

그럼, 먼저 지휘관님께 질문드리겠습니다.

프랑크푸르트가 침공당했을 시기에 보여주신 의거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행하신 건가요?

지휘관

......

사랑하는 프랑크푸르트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섀도리스

하지만 지휘관님께선 이 도시에 거주하는 분이 아니신데, 그 애정은 어디서 비롯된 건가요?

지휘관

"전 인류를 다시 위대하게"라는, 루크사트주의의 이념에서 비롯된 마음입니다.

섀도리스

...루크사트주의의 빛이 이미 국경을 넘어 먼땅에 있던 이웃의 마음에까지 스며든 것이군요.

지휘관님께서 품으신 애정은 저희 독일인들마저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낄 수준이네요!

섀도리스

루크사트주의 이야기가 나왔으니, 두 분 모두에게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중부 유럽 국가들과 동부 유럽 국가들이 루련 가입을 결정하게 된 이 중대 사건에 대해서 두 분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윌리엄

의심할 필요 없이, 루련 가입은 모든 이들의 생활을 크게 바꿀 것입니다.

섀도리스

어떤 변화가 있을지 자세하게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윌리엄

먼저, 루련은 가장 발전한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염지대 정화 프로젝트가 이미 준비 중이죠.

이 프로젝트는 인류의 생존 위기를 완전히 종결짓고, 새로운 번영의 시대를 열 것입니다!

그리고, 루련의 추진하에 각 분야 기술도 지금보다 훨씬 안전해지겠죠.

지금 준비 중인 인형 관리통제 조항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최근 발생한 각종 악성 사건에 대한 관련 조치니까요.

새내기 기자일 시절에도 섀도리스는 이와 비슷한 일을 접해본 적이 있었다.

인터뷰에서 그녀가 할 일은 그저 사전에 정한 질문을 게스트에게 던지면 그만이었고, 게스트도 미리 준비한 답변을 외워서 답할 뿐이었다.

권력자가 진실을 조종하여, 대중이 볼 수 있는 건 언제나 사실의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었다.

섀도리스

......

섀도리스는 프롬프트를 읊어주는 이어폰을 끄고, 옆에서 촬영을 맡고 있는 팔크에게 곁눈질했다.

전장에서 그녀와 함께 분주히 움직였던 카메라맨 팔크는 섀도리스의 의도를 읽었는지 그녀에게 다소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섀도리스

...그럼, 오버슈타인 훈작사께 다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최근 인터넷에서 이슈였던 코넬리아 슈펠의 폭로에 관해서 알고 계신가요?

윌리엄

...그게, 무슨 이야기죠?

섀도리스

코넬리아 슈펠 씨는 전직 갈라테아 그룹 소속의 연구실 조수입니다. 그녀가 프랑크푸르트 기념일 연설 당일, 스트리밍을 통해 폭로를 했습니다.

그녀의 주장에 따르면, 인형 관리통제를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 유적 기술을 이용해 인체 조직을 사용하는 불법 인형 제작 기술을 묵인한 것이라더군요.

윌리엄

그으... 하하하...

윌리엄

<size=25>...뭐야, 이 미친년은?</size>

섀도리스가 던진 돌발성 질문에 윌리엄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기겁한 것은 현장에 있던 스태프들이었다.

어떤 이는 계속 제스처로 섀도리스에게 경고를 보냈고, 다른 이는 바로 상황실로 들어가 생방송을 중단시키려고 했다.

오시에츠키

야이씨, 뭘 방송에 내보내는 거야? 당장 끊어!

팔크

잠시만요, 편집장님!

계속 방송하게 해주십쇼!

오시에츠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너도 쟤랑 같이 돌아버린 거냐?

이러다가 우리 어떻게 될지 감이 안 잡혀?

팔크

하지만, 우리 DDR의 이념은 대중들에게 언제나 진실을 전달하는 것 아니었습니까!

섀도리스가 그 이념을 관철하고 있는 겁니다. 이번 전쟁이 일어난 원인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려는 것뿐입니다!

오시에츠키

팔크, 뭐 잘못 먹기라도 했냐?

저번에도 섀도리스가 꼬드기니까 같이 전쟁터로 뛰어나가더만, 그런 위험한 곳에...

팔크

그런 곳이었기에 언론인으로서의 사명을 다시 떠올린 겁니다!

오시에츠키 편집장님도 예전에 종군기자로 뛰셨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가장 위험한 전장을 뛰어다니며, 후방에 있던 대중들에게 더없이 소중한 정보를 전달하시던 분 아니셨습니까?

오시에츠키

...다 지나간 옛날 일이야.

팔크

하지만 지금 시민들에게 전쟁은 옛날 일이 아니라, 바로 얼마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저희도 시민으로서, 이 사건의 배후를, 진실을 파헤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팔크는 주변 동료들을 바라봤다. 그들 모두 전쟁을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들이었다. 그리고 모두 소중한 것들을 많이 잃은 이들이기도 했다.

팔크의 호소에 마음이 움직인 이들은 말없이 오시에츠키에게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오시에츠키

하아, 진짜... 그래, 니들 맘대로 해. 나는 모르는 일이야!

잘려도 나중에 와서 울지나 마! 그리고! 쟤 보고 좀 사리라고 해!

계속 저러다간 직장만 잘리고 끝나지 않을 거야.

섀도리스

오버슈타인 훈작사님, 이에 대해 아시는 것은 없으십니까?

윌리엄

하하... 근거없는 루머일 뿐입니다.

그것에 대해 제가 견해를 말할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바로 그때,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던 지휘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지휘관

..."불을 훔치려는 욕망이야말로 인류의 원죄이다." 오페라 극장에서 일어난 사건을 모두 기억하고 계시겠죠.

코넬리아 씨가 퍼뜨린 "루머"는 어쩌면 "일종"의 경고일 수도 있습니다.

섀도리스

..."불을 훔치려는 욕망이야말로 인류의 원죄"라고 하셨는데요. 그건 과도한 기술 발전이 위해를 부른다는 뜻인가요?

하지만, 기술의 발전 이 없다면 지금과 같이 붕괴 방사능이 가득한 열악한 환경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까요?

지휘관

저는 기술 발전을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꺼리는 것은 기술 발전을 위해 치르는, "대가"입니다.

만약... 방금 기자님께서 언급하신 "루머"가 사실이라면.

그렇다면, 그레이 박사처럼 바꿔치기 당한 사람이 분명 또 있을 겁니다.

배후에 있는 주동자는 이런 기술을 얻기 위해 무고한 시민을 제물로 삼을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그들이 취한 수단은 이미 분쟁과 전란을 초래했습니다.

지휘관

하지만 어디까지에 루머에 불과하니, 루련 관련 부처가 개입하여 이에 대한 공정한 수사를 추진할 것이라 믿습니다.

이 세계는 우리 모두의 것입니다. "루머"를 만들어내는 일부 야심가의 손에 쥐어져선 안 되지 않습니까.

섀도리스

...무슨 말씀인지 이해했습니다. 아마 그것이 지휘관님께서 전쟁 시작부터 끝까지 의거를 포기하지 않고 이어가신 이유겠군요.

섀도리스

그럼, 이런 의거를 통해 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도 가지고 계신가요?

예를 들어, 지속적인 대민지원을 통해 엘리트 계층과 권력자들이 그동안 외면해왔던 서민들을 인식하게 만들고,

그들이 기술을 남용하고 전쟁을 일으키는 것을 자제하도록 이끄는 그런 건가요?

지휘관

글쎄요...

제가 과연 세계를 바꿀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영웅이 되고 싶어 한 적도 없습니다.

저는 그저 제가 꼭 해야 한다고 각하는 일을 하고 싶을 뿐입니다.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해도, 전력을 다해서 해내고 싶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상입니다.

섀도리스

답변 감사드립니다. 여기까지 프랑크푸르트의 영웅, 지휘관님과의 인터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