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자요동
EP.15.9 · 양자요동

「초기화」

감동의 재회 후 한끗 차이는 달콤한 독배처럼 죽음을 초래한다.

-77-A-28

1 / 109
전체 대사 보기 (89줄)
지휘관

——!

또 한 번 번뜩인 칼날을, 지휘관은 다시 정말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그래도 호텔에서 암살당할 위기에 처했을 때보다는 침착하게 대처하고 있었다.

니토

아버님의 명으로, 저 자를——

니토

——끄악!

타탕!

AN-94

무사한가, 지휘관!

지휘관

아직은. 아무래도 역시 너희만으로는 좀 벅찬 것 같은데.

AN-94

예상한 바다. 놈들은 확실히 매복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도 그만큼 대책을 세웠지. 우리가 쓰러지지 않는 한...

그 누구도, 지휘관을 해치지 못한다.

윌리엄의 기지로 돌입한 순간부터 싸움은 시작됐다.

처음엔 자동 병기뿐이어서, 리벨리온이 대부분의 공격에 대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갈수록 더 많은 니토들이 전장에 합류했고, AN-94은 지휘관을 엄호하는 데 집중해야만 했다.

천하의 리벨리온도 역시 고전을 면치 못했다.

???

전원, 자유 사격 개시! 지휘관을 엄호하라!

그런데 그때, 통신 채널에 아군이 나타났다.

AN-94

이 목소리는...?

CZ-805

꺗핫하! 현장에 1등으로 도착~!

Six-12

자랑하지 말고 빨리 지휘관님 도우세요!

C14

보고! 토카레프 임시 소대, 지원하러 왔습니다!

어디선가 몰려온 수많은 IOP제 전술인형들이 전장으로 뛰어들어, 지휘관을 노리는 니토들을 향해 제압 사격을 가했다.

PPK

저쪽은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이는걸... 어떡할까, 임시 대장?

웰로드 MkⅡ

돌격! 적의 주의를 끈다! 놈들이 지휘관에게 접근하도록 두지 마라!

육탄전에 능한 인형들도 니토 제압에 나섰다.

이와 동시에, 익숙한 검은 그림자가 적의 전방 부대를 뛰어넘어, 리벨리온과 전투 중인 자동 병기를 노렸다.

M16A1

댄들라이!

???

알아 알아, 적 화기 시스템, 0.5초 후 다운.

20mm 구경 기관총을 탑재한 자동 병기가, 공중에서 뛰어드는 M16A1을 향해 총열을 들고 포화를 뿜어내려 했다.

하지만 탄환이 한 발이 채 발사되기도 전에 무수한 오류가 시스템을 마비시켰다.

그리고 M16A1이 쏜 유탄에, 이 전장에서 가장 위협적인 적 화력이 제거됐다.

???

과연 리벨리온이군요, 지휘관이 아직 사지도 멀쩡하고 목도 달아나지 않았다니. 아니면 우리가 늦지 않은 덕분이려나요?

지휘관

이 목소리... 댄들라이야?

댄들라이

저랍니다~ 잠시 이 소체를 빌렸어요. 원래 주인은 그냥 아직도 소체 안에 잠든 상태니 걱정 마시고요.

보시다시피, M16의 "잠자는 창고의 공주님들" 작전 대성공이에요.

댄들라이

IOP도 설마 우리가 한꺼번에 이렇게나 많은 인형들을 깨울 줄은 몰랐는지, 아주 순조롭게 해치웠답니다.

이게 다 제 덕인 걸 잊지 마세요~

지휘관

그래, 고마워.

카린은?

댄들라이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어요.

404소대와 다른 몇 개 소대를 데리고, 패러데우스의 나머지 공장과 실험실을 습격 중이죠.

제가 확보한 데이터상, 윌리엄의 주요 전력은 전부 여기에 집중됐어요. 그쪽은 별로 안 위험할 거예요.

마카로프

<color=#00CCFF>팔레트 소대, 보고합니다. 목표 지점인 기지에 입구 B로 돌입했어요.</color>

VHS

<color=#00CCFF>퍼즐 소대, 지정 포인트에 도착. 명령 부탁해, 지휘관.</color>

류 소총

<color=#00CCFF>훌쩍, 지휘관님 다시 봬서 너무 기뻐요!</color>

SL8

<color=#00CCFF>어? 뭐야, 지휘관이랑 얘기해도 되는 거였어? 그럼 나도 낄래! 어때 지휘관, 여기 재밌어?</color>

댄들라이

어휴, 얘들 좀 보세요.

막 깨어나서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는 주제에, 지휘관을 구하러 가야 한다니까 앞뒤 안 가리고 작전에 뛰어들었다니까요?

참 인기만점이시네요, 지휘관은.

통신 화면에 나타난 익숙한 얼굴들에, 지휘관은 순간 수많은 과거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AAT-52

<color=#00CCFF>아이 참, 마카로프! 딴 소대들은 신나서 떠들잖아! 너도 정색하지만 말고 뭐라고 좀 해 봐!</color>

마카로프

<color=#00CCFF>나는... 딱히 할 말 없으니까...</color>

<color=#00CCFF>지휘관, 저는 그냥 언제까지나 당신과 함께 싸우고 싶어요.</color>

지휘관

...나도, 너희를 다시 봐서 정말 기뻐.

하지만 지금은 잡담할 때가 아니야.

VHS

<color=#00CCFF>멍청이들 다 입 막았으니까 빨리 명령해, 지휘관. 어딜 가든 엄호할게.</color>

수많은 전장을 함께 뚫고 온 이들은, 지금도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되어 주었다.

지휘관

부탁한다. 정면의 모든 소대는 양동 작전 계속해.

팔레트, 퍼즐 포함 나머지 소대는 다른 입구로 돌입, 기지 내부의 모든 시설을 소탕 및 파괴한다.

M16, 리벨리온, 너희는 나와 함께 윌리엄을 찾는다!

인형들

라저!

끝없이 메아리치는 총성을 뒤로하고, 지휘관 일행은 기지 깊숙이로 돌진했다.

지휘관

이 방은 뭐지?

AK-12

총괄 통제실인 거 같은데, 이렇게 자리를 잔뜩 차지하는 걸로 봐선 이 기지만 통제하는 게 아닐 것 같아.

댄들라이

어디 보자... 다른 공장의 생산 시스템과 연결되는 것 같네요.

이곳의 통제권만 확보하면, 카리나 쪽을 지원 가능할지도요.

지휘관

...아니, 지금은 그럴 시간 없어. IOP가 창고를 털렸는데 아직도 눈치 못 챘을 리가 없지.

루련이 끼어들기 전에 윌리엄을 찾아내야 해.

M16A1

그럼 나뉘어서 움직이자.

난 여기 남아서 시스템을 해킹해서, 카리나도 지원하고 남은 실험 데이터와 공장도 전부 찾아낼게.

윌리엄을 죽이는 일은... 난 이미 두 번이나 실패했으니까.

M16A1

이번엔 너만 믿어, 지휘관.

M16A1이 넉살을 떨며 손으로 권총 제스처를 취했다.

M16A1

나 대신 그놈 머리에 총알을 박아 줘.

지휘관

......

지휘관은 M16A1의 제스처에게서 잠시 눈을 떼지 못했다. 일부러 가볍게 말하는, 작별 인사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M16A1

빨리 가, 시간 없잖아.

지휘관

...다시 보자. 이 싸움이 끝나고 바로가 아니어도, 언젠가는 꼭.

물론 AR팀도 함께 말이야.

댄들라이

유감스럽게도, 그 아이들은 모두 페르시카에게 "보호"받고 있지만 말이죠.

우리가 이 대결전에 자기만 쏙 빼놓고 간 걸 알면, AR-15이 또 골리앗처럼 퍼엉! 할지도 몰라요~

M16A1

걱정 마, 녀석이 그 정도로 철없진 않으니까.

...그럼, 또 보자, 지휘관.

지휘관

또 보자.

M16A1과 작별하고, 지휘관은 기지 더 깊숙이로 나아갔다.

AN-94

실험용 기자재를 보관하는 방 같았다.

니토의 기습을 몇 차례 물리치고, 일행은 온갖 실험용 설비들로 가득한 구역에 들어섰다.

댄들라이

지휘관, 저길 보세요.

댄들라이가 가리킨 방향에서, 지휘관은 일렬로 늘어선 유리 배양 탱크를 발견했다. 내부에 군청색 액체가 가득찬 저런 설비를, 일행이 처음 보는 것은 아니었다.

지휘관

......

AN-94

지휘관? 안색이 나빠 보이는데, 괜찮나?

지휘관

난 괜찮아... 이 설비들, 아베르누스의 실험 장치와 비슷하게 생겼어.

댄들라이

내부에 생명 반응 없음, 전원도 들어와 있지 않아요. 이건... 그냥 빈 껍데기네요.

배양액 말고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기억 속 악몽 같은 광경이 다시 현실이 되지 않은 것에, 지휘관은 조금 안도했다.

하지만 이런 설비는 존재 자체가 유사한 실험이 준비 중임을 의미했다.

무로메츠 작전으로 종결지었을 터였던 죄악이, 현세로 돌아오기 위해 사악한 힘을 비축하고 있었다.

AK-12

여긴 잡동사니가 많으니까, 모두 매복에 주의――

모두의 주의력이 실험 장치로 분산되어 있을 때, 기이한 바람이 밀폐된 공간에 불어닥쳤다.

그리고, 지휘관의 시야에 하얀 빛이 번쩍였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기도 전에 몸의 감각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저, 마치 공중에 내던져진 나무 토막처럼 세상이 빙글빙글 회전했다.

AN-94

<size=50>지휘관!!</size>

AK-12

<size=50>제기랄!!!</size>

리벨리온의 외침이 들렸다. 하지만 시야가 빠르게 회전해서, 동료들의 위치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의식이 멀어지려 할 때가 되어서야, 지휘관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깨달았다.

지휘관은 바닥에 떨어졌다. 방 한쪽엔 쓰러진 자신의 몸뚱이가 보였다.

깨끗하게 잘려 나간 목 부분에서는,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 광경을 끝으로, 완전한 어둠이 찾아왔다.

【END】

댄들라이

............

댄들라이

뭐랄까... 이건 저도 살짝 예상 밖이네요.

댄들라이

그녀는 니토 중에서도 별종이라고 할 수 있죠. 같은 타입 중에서도, 그녀는 윌리엄에 대한 신앙심과 존중이 가장 옅은 개체거든요. 윌리엄도 달리 뾰족한 수가 없어서, 그녀를 그냥 고치기만 하고 재활용했어요.

댄들라이

그녀는 당신에게 딱히 살의가 없었어요. 심지어는 리벨리온을 증오하지도 않았죠.

어쩌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이미 예견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자신과, 자신이 흠모하던 자는 결국 이런 결말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댄들라이

하아, 저까지 눈물이 다 나네요.

댄들라이

아무튼, 이번이 마지막일 거예요.

댄들라이

다시 시작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