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냥한 작별」
"그레이는... 잘 있나?"
그럼, 다음에 보자, 지휘관.
윌리엄을 죽일 기회는 너한테 양보할게.
...알았어.
지휘관은 M16과 작별하고 기지 더 깊은 곳으로 전진했다.
실험용 기자재를 보관하는 방 같았다.
니토의 기습을 몇 차례 물리치고, 일행은 온갖 실험용 설비들로 가득한 구역에 들어섰다.
지휘관, 저걸 좀 봐.
이건?
AK-12가 가리킨 방향에서, 지휘관은 일렬로 늘어선 유리 배양 탱크를 발견했다. 내부에 군청색 액체가 가득찬 저런 설비를, 일행이 처음 보는 것은 아니었다.
......
지휘관의 시선이 그 호수 물처럼 맑은 푸른 배양액에 꽂혔다.
눈앞에 흐릿한 환각이 스쳐 지나갔다. 무수한 창백한 손이 갑자기 수중에서 튀어나와 필사적으로 유리 내벽을 두드리는 모습.
과거 영상으로 봤던 "죽음의 바다" 안 패러데우스 본거지의 광경, 무수한 백골이 배양액 바닥에 쌓여 윌리엄이 가진 야심의 양분이 되었다.
비록 지휘관이 희생자의 마지막 순간을 직접 목격한 적은 없지만, 머릿속에서 비슷한 광경이 몇 번이나 상상됐다.
수백 명의 이성질체들이 거대한 배양 탱크 안에서 살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모두 마지막엔 한 방울 물이 되었다.
물방울은 끝내 한곳에 모여 바닥이 보이지 않는 "의식의 호수"를 이루었다.
지휘관? 안색이 나빠 보이는데, 괜찮나?
난 괜찮아... 이 설비들, 아베르누스의 실험 장치와 비슷하게 생겼어.
내부에 생명 반응 없음, 전원도 들어와 있지 않아요. 이건... 그냥 빈 껍데기네요.
배양액 말고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기억 속 악몽 같은 광경이 다시 현실이 되지 않은 것에, 지휘관은 조금 안도했다.
하지만 이런 설비는 존재 자체가 유사한 실험이 준비 중임을 의미했다.
무로메츠 작전으로 종결지었을 터였던 죄악이, 현세로 돌아오기 위해 사악한 힘을 비축하고 있었다.
여긴 잡동사니가 많으니까, 모두 매복에 주의――
모두의 주의력이 실험 장치로 분산되어 있을 때, 기이한 바람이 밀폐된 공간에 불어닥쳤다.
조심해!
부웅!
지휘관의 눈앞에 하얀빛이 번뜩였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기도 전에 익숙한 진동음이 공기를 갈랐다.
......
어느 사이에 틸이 지휘관의 뒤에 나타났다.
하지만 댄들라이의 교란으로 칼을 휘두르는 움직임이 한 박자 느려졌다.
——!
그리고 다음 순간 AK-15가 포탄처럼 몸을 던져 교란에서 벗어나려는 틸을 밀쳐냈다.
둘이 부딪히는 순간 묵직한 굉음이 터졌다.
지휘관을 보호해야 한다!
...저 녀석,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틸이야... 속도가 자랑인 니토지.
예전보다 더 빨라진 것 같은데... 댄들라이 덕분에 살았어.
천만에요. 확실히 전보다 빨라져서 저도 눈치 못 챘어요.
......?
방금 눈치채지 않았어?
그건 중요하지 않잖아요, 그보다 먼저...
AK-15를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요?
......!
AK-15은 빠르고 매서운 움직임을 가진 인형이다. 순발력도 손에 꼽을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저 하얀 그림자에 비하면 다소 느려 보였다.
부웅!
......
...그래도 다행히 틸의 공격도 AK-15에게 유효타를 입히지 못했다.
강철조차 두부처럼 자르는 그 칼날이 AK-15의 몸을 베려고 하면, 항상 AK-15의 반격이 날아와 틸은 바로 물러서야 했다.
...지금 내 소체보다도 빨라, 대단한걸.
이쪽으로 오지 마라. 놈은 아직도 지휘관을 노리고 있다.
AK-15 혼자서는 틸을 쓰러뜨릴 수 없다. 하지만 다른 리벨리온 멤버 두 명의 엄호를 받는 지휘관을 습격할 기회는 틸에겐 이제 없었다.
결국, 그녀는 공격에 매달리지 않고, AK-15와 거리를 벌려 서로 대치했다.
아무래도 저게 윌리엄의 마지막 카드 같네요. 녀석은 바로 앞에 있을 거예요.
댄들라이, 너 먼저 지휘관이랑 함께 가.
틸의 공격이 멈춘 지금.
잠깐만.
지휘관이 스스로 한 걸음 틸에게 내디뎠다. 지금 틸은 전의를 상실했는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여기에 있는 설비들 보여?
윌리엄은 또 "의식의 호수" 같은 물건을 만들 셈이야.
......
그게 무슨 뜻인지는 너도 알겠지.
"의식의 호수"가 다시 만들어지면, 너와 그레이, 다른 니토들이 겪은 일도 전부 다시 되풀이될 거야.
......
틸의 눈빛이 갑자기 흔들렸다.
니토한테 그런 말 한다고 소용 있어?
어서 가라, 지휘관. 여기는 우리에게 맡기고.
......
내가 반드시...
반드시 윌리엄의 야심을 무너뜨리겠어.
......
지휘관은 마지막으로 틸에게 눈길을 주고, 뒤돌아 댄들라이와 함께 기지 더 깊은 곳으로 걸어갔다.
틸은 움직이지 않고 그저 지휘관의 뒷모습을 지켜볼 때문이었다.
제지하지도 않았다.
......
그레이는... 잘 있나?
......
그 자리의 모두 그녀의 말을 똑똑히 들었다.
AN-94는 한순간 뭐라 대답할까 했지만 결국 입을 열지 않았다.
...와라.
전체 대사 보기 (64줄)
그럼, 다음에 보자, 지휘관.
윌리엄을 죽일 기회는 너한테 양보할게.
...알았어.
지휘관은 M16과 작별하고 기지 더 깊은 곳으로 전진했다.
실험용 기자재를 보관하는 방 같았다.
니토의 기습을 몇 차례 물리치고, 일행은 온갖 실험용 설비들로 가득한 구역에 들어섰다.
지휘관, 저걸 좀 봐.
이건?
AK-12가 가리킨 방향에서, 지휘관은 일렬로 늘어선 유리 배양 탱크를 발견했다. 내부에 군청색 액체가 가득찬 저런 설비를, 일행이 처음 보는 것은 아니었다.
......
지휘관의 시선이 그 호수 물처럼 맑은 푸른 배양액에 꽂혔다.
눈앞에 흐릿한 환각이 스쳐 지나갔다. 무수한 창백한 손이 갑자기 수중에서 튀어나와 필사적으로 유리 내벽을 두드리는 모습.
과거 영상으로 봤던 "죽음의 바다" 안 패러데우스 본거지의 광경, 무수한 백골이 배양액 바닥에 쌓여 윌리엄이 가진 야심의 양분이 되었다.
비록 지휘관이 희생자의 마지막 순간을 직접 목격한 적은 없지만, 머릿속에서 비슷한 광경이 몇 번이나 상상됐다.
수백 명의 이성질체들이 거대한 배양 탱크 안에서 살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모두 마지막엔 한 방울 물이 되었다.
물방울은 끝내 한곳에 모여 바닥이 보이지 않는 "의식의 호수"를 이루었다.
지휘관? 안색이 나빠 보이는데, 괜찮나?
난 괜찮아... 이 설비들, 아베르누스의 실험 장치와 비슷하게 생겼어.
내부에 생명 반응 없음, 전원도 들어와 있지 않아요. 이건... 그냥 빈 껍데기네요.
배양액 말고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기억 속 악몽 같은 광경이 다시 현실이 되지 않은 것에, 지휘관은 조금 안도했다.
하지만 이런 설비는 존재 자체가 유사한 실험이 준비 중임을 의미했다.
무로메츠 작전으로 종결지었을 터였던 죄악이, 현세로 돌아오기 위해 사악한 힘을 비축하고 있었다.
여긴 잡동사니가 많으니까, 모두 매복에 주의――
모두의 주의력이 실험 장치로 분산되어 있을 때, 기이한 바람이 밀폐된 공간에 불어닥쳤다.
조심해!
부웅!
지휘관의 눈앞에 하얀빛이 번뜩였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기도 전에 익숙한 진동음이 공기를 갈랐다.
......
어느 사이에 틸이 지휘관의 뒤에 나타났다.
하지만 댄들라이의 교란으로 칼을 휘두르는 움직임이 한 박자 느려졌다.
——!
그리고 다음 순간 AK-15가 포탄처럼 몸을 던져 교란에서 벗어나려는 틸을 밀쳐냈다.
둘이 부딪히는 순간 묵직한 굉음이 터졌다.
지휘관을 보호해야 한다!
...저 녀석,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틸이야... 속도가 자랑인 니토지.
예전보다 더 빨라진 것 같은데... 댄들라이 덕분에 살았어.
천만에요. 확실히 전보다 빨라져서 저도 눈치 못 챘어요.
......?
방금 눈치채지 않았어?
그건 중요하지 않잖아요, 그보다 먼저...
AK-15를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요?
......!
AK-15은 빠르고 매서운 움직임을 가진 인형이다. 순발력도 손에 꼽을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저 하얀 그림자에 비하면 다소 느려 보였다.
부웅!
......
...그래도 다행히 틸의 공격도 AK-15에게 유효타를 입히지 못했다.
강철조차 두부처럼 자르는 그 칼날이 AK-15의 몸을 베려고 하면, 항상 AK-15의 반격이 날아와 틸은 바로 물러서야 했다.
...지금 내 소체보다도 빨라, 대단한걸.
이쪽으로 오지 마라. 놈은 아직도 지휘관을 노리고 있다.
AK-15 혼자서는 틸을 쓰러뜨릴 수 없다. 하지만 다른 리벨리온 멤버 두 명의 엄호를 받는 지휘관을 습격할 기회는 틸에겐 이제 없었다.
결국, 그녀는 공격에 매달리지 않고, AK-15와 거리를 벌려 서로 대치했다.
아무래도 저게 윌리엄의 마지막 카드 같네요. 녀석은 바로 앞에 있을 거예요.
댄들라이, 너 먼저 지휘관이랑 함께 가.
틸의 공격이 멈춘 지금.
잠깐만.
지휘관이 스스로 한 걸음 틸에게 내디뎠다. 지금 틸은 전의를 상실했는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여기에 있는 설비들 보여?
윌리엄은 또 "의식의 호수" 같은 물건을 만들 셈이야.
......
그게 무슨 뜻인지는 너도 알겠지.
"의식의 호수"가 다시 만들어지면, 너와 그레이, 다른 니토들이 겪은 일도 전부 다시 되풀이될 거야.
......
틸의 눈빛이 갑자기 흔들렸다.
니토한테 그런 말 한다고 소용 있어?
어서 가라, 지휘관. 여기는 우리에게 맡기고.
......
내가 반드시...
반드시 윌리엄의 야심을 무너뜨리겠어.
......
지휘관은 마지막으로 틸에게 눈길을 주고, 뒤돌아 댄들라이와 함께 기지 더 깊은 곳으로 걸어갔다.
틸은 움직이지 않고 그저 지휘관의 뒷모습을 지켜볼 때문이었다.
제지하지도 않았다.
......
그레이는... 잘 있나?
......
그 자리의 모두 그녀의 말을 똑똑히 들었다.
AN-94는 한순간 뭐라 대답할까 했지만 결국 입을 열지 않았다.
...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