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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9 · 양자요동

「여정의 종점」

이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77-A-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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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한줄기로 뭉치고, 흩날리는 파란 나비들은 모두 새로운 몸뚱이에 들어갔다.

"루니샤"는 조용히 두 눈을 감았고, 그녀 주위의 하얀 니토들도 모두 정적에 들었다.

윌리엄

이... 이럴 리가...

방금까지 열광과 조롱으로 가득했던 그의 얼굴은 순순한 경악으로 가득 찼고,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치다가 뒤에 있는 메인 콘솔에 부딪혔다.

윌리엄

누나... 내 누나가...

쿵.

쿵.

쿵.

지휘관이 무거운 걸음을 내디뎠다. 군화가 바닥을 밟는 소리는 마치 윌리엄의 무너진 신경을 짓밟는 것 같았다.

그의 얼굴에는 어떤 표정도 없었다. 분노보다도 소름 끼치는 잠잠함만 남아있었다.

윌리엄

<size=50>거기 서! 이 벌레자식... 오지 말라고!</size>

윌리엄은 필사적으로 소리 지르면서, 남은 한 쪽 팔로 끊어진 파이프를 집어 들어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퍽!

지휘관은 공격을 피하지도 않고, 눈 껌뻑하지 않고 어깨로 받아주었다.

1초 후, 지휘관은 윌리엄의 팔을 권총 손잡이로 찍었다.

콰득!

윌리엄

<size=50>끄악!</size>

뼈가 박살 나는 소리와 함께, 윌리엄이 비명을 질렀고, 파이프는 손에서 튕겨 나갔다.

지휘관은 권총을 놓고, 윌리엄의 멱살을 붙잡고서, 무자비한 라이트훅을 꽂았다.

퍼억!

지휘관은 멈추지 않고, 윌리엄의 머리채를 붙잡고, 그의 얼굴을 옆에 있던 스크린에 처박았다.

파악!

스크린은 산산조각 나 깨지고, 피가 묻은 유리조각이 사방에 흩어졌다.

윌리엄

왜... 커헉...

왜... 너 같은 녀석이...

이렇게까지 할 수 있...!

지휘관

......

지휘관은 대답하지 않고, 윌리엄의 팔을 꺾어 바닥에 짓눌러 제압하고, 주먹을 휘둘렀다.

지휘관

네놈이 이용하고 버린 이들 때문에.

네놈이 더럽힌 이상과 짓밟은 심혈 때문에.

선혈낭자한 울림이 썰렁한 실험실에서 몇 번이고 울렸다. 윌리엄의 매도는 점점 기어들어 가는 신음으로 변했다.

지휘관은 거친 숨을 쉬었다. 가슴이 격하게 들썩였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 바닥에 떨어뜨린 권총을 집었다.

윌리엄

커흑... 케헥...

지휘관 앞에서 윌리엄은 힘겹게 일어났다. 그의 이빨은 피로 새빨갛게 물들어있었고, 지휘관을 노려보는 눈에는 증오와 울분으로 가득했다.

지휘관

...이번엔, 도망 못 간다.

윌리엄

흐... 흐흐흐흐...

윌리엄은 침을 한 줌 뱉고, 건방지게 웃었다.

윌리엄

도망?

도망은 무슨, 주인공이 없는 무대에 막을 내리는 연극이 어디 있어?

지휘관

......

철컥!

경쾌한 용수철 소리와 함께 총알이 장전됐다.

윌리엄은 목구멍으로 큭큭거리는 소리를 내며, 지휘관의 시커먼 총구를 눈에 담았다.

그 공허하고, 어둡고, 깊은 총구와 결연한 지휘관의 얼굴을 바라보며, 발라드는 진정으로 깨달았다.

자신은 곧 죽는다.

윌리엄

...제기랄, 제기랄, 제기라알...!

어째서 내가... 어째서 내가...

너 같은 잡것! 벌레! 쓰레기 따위한테! 이 지경으로 몰린 거냐고오오!!!

기름과 피, 초연이 뒤섞인 냄새를 맡으며, 고통으로 일그러진 발라드의 얼굴을 보면서, 지휘관은 많은 일들을 떠올렸다.

이제 전부 끝난다.

카리나

지휘관님!

M4A1

지휘관님.

AR15

지휘관.

M4 SOPMODII

지휘과안~!!

RO635

...지휘관님.

M16A1

제법인데, 지휘관.

안젤리아

...잘했어.

지휘관

......

흐릿함 속에서 지휘관의 시각은 다시 눈앞으로 돌아왔다.

총을 쥔 손은 어느샌가 땀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흔들림이 없었다.

윌리엄

제... 젠장... 멈... 멈춰...

카리나

가끔 침입해 오는 철혈 찌끄러기 정도나 쫓아내면 충분해요!

지휘관

......

크루거

...우리의 목표는, 세상을 새로 쓸 칼날이 되는 것.

지휘관

............

훈작사

고슴도치와 여우 중, 자네는 무엇이 되고 싶나?

지휘관

..................

????

...돌아보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세요.

지휘관

………………………………………………………………

윌리엄

...내가...... 어떻게...... 이런......

지휘관

......

지휘관

...잘 가라.

"윌리엄".

마지막 총성이 울리고, 탄두가 윌리엄의 이마를 꿰뚫어 놈의 마지막 남은 의식을 지워버렸다.

지휘관

......

지휘관은 천천히 다가가서 무릎을 굽히고, 바닥에 쓰러진 시체의 숨이 완전히 멎은 것을 확인했다.

윌리엄은, 죽었다.

댄들라이

만족하셨나요? 지휘관.

매정하고도 익숙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다시 태어난 댄들라이가 조용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휘관

...나는 어떤 카타르시스를 원해서 누굴 죽인 적 없어.

놈을 죽인 건 화풀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보다 올바른 목표를 위해서야.

댄들라이

그런가요.

지휘관은 몸을 돌려 "댄들라이"를 바라봤다.

방금 이 방에 들어왔을 때 눈앞의 인물은 자신과 윌리엄 사이를 가로막는 마지막 장애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지휘관은 그녀가 이미 자신의 동료가 되었음을 알아볼 수 있었다.

심지어는...

M4A1

당신인가요...지휘관?

지휘관

......

모든 게 끝났다는 실감에 몸도 마음도 풀린 탓일까, 그 순간 지휘관은 익숙한 얼굴 위에 과거의 그림자가 현실이 겹쳐지는 것을 본 착각이 들었다.

무의식적으로, 지휘관은 총을 쥐지 않는 손으로 억누르지 못한 입가를 만졌다.

정말 그립구나.

댄들라이

......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지휘관의 눈앞에 있던 그 "그림자"에서 갑자기 변화가 일어났다.

"그녀"의 장비와 외투, 심지어 화장까지도 모래처럼 흘러내리더니, 순식간에 그녀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져 지휘관이 더 익숙히 알고 있는 "댄들라이"의 모습이 되었다.

지휘관

......!?

댄들라이

얼이라도 나가셨나요, 지휘관?

죄송하지만, 역시 이 모습이 제게 더 잘 어울려요.

지휘관

너... 너 방금 그건 어떻게...

댄들라이

음, "그녀"의 장비는 전부 나노로봇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그게 아니라면, 그 파란 나비들이 뭐였을 거라고 생각하신 건가요?

혹시 루니샤의 유령이라고 생각하셨나요?

지휘관

......

겹쳐 있던 환영은 가벼운 목소리와 함께 싱겁게 흩어졌다. 지휘관은 눈을 비비며 다시 현실로 생각을 되돌렸다.

지휘관

너... 아니, 너희는 대체 어떻게 해낸 거야?

이 일들... 그리고 이전에 일어난 모든 일들도... 전부 M4가 말한 그대로 일어났어.

이게 시온 공간의 힘인가? ...M4가 말한 내가 치러야 할 대가란 건 또 뭐야?

댄들라이

......

댄들라이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지만 바로 대답하지는 않았다.

그녀의 얼굴에 떠 있던 가벼운 분위기도 서서히 사라지고, 대신 눈빛 깊은 곳에서 엄숙함이 흘러나왔다.

댄들라이

지휘관...

지휘관

...뭔데?

댄들라이

제가 당신의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저에게도 세 가지 질문이 있으니까 한 번 대답해 보세요.

대답하실 수 있다면 이 일이 어떻게 일어난 것인지, 진정한 대가란 과연 무엇인지 알려드릴게요.

지휘관

......

물어보렴.

댄들라이

첫번째...

"여신"은 하나뿐인가요?

지휘관

......

댄들라이

두번째, "여신"은 전지전능한가요?

지휘관

......

댄들라이

세번째...

댄들라이

“여신”에 의해 바뀐 세계는 존재했을까요?

지휘관

………………………………………………

지휘관은 그 중 어느 한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

댄들라이

이제 깨달으셨겠죠.

그럼, 한 가지 약속해 주세요, 지휘관.

"시온 공간"에 관한 일은 그 무엇도, 영원히 파헤치려 하지 마세요.

건들지 말고, 알려고 하지 말고, 시도조차 하지 마세요.

지휘관

...약속할게.

댄들라이

좋아요.

그럼...

댄들라이가 지휘관을 향해 매우 표준적인 귀족식 인사를 하고서, 한 손을 옆으로 움직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조용한 메인 콘솔을 가리켰다.

댄들라이

이제 다음 길을 떠나시죠.

삐이! 삐이! 삐이!

요란한 통신 요청음이 징조도 없이 실험실에 울려 퍼졌다. 그 근원은 다름 아닌 저 피 묻은 메인 콘솔이었다.

지휘관은 잠깐 침묵하다 걸음을 떼서 다가가, 통신을 받았다.

지휘관

......

지휘관

...접니다.

나이든 목소리

<color=#00CCFF>...축하하네, 지휘관.</color>

지휘관

......

...약속한 일은 마쳤습니다. 미하일 씨.

당신의 도움과 지지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다시는 패러데우스가 없을 겁니다.

나이든 목소리

<color=#00CCFF>알고 있다네, 어쩌면 자네보다도 먼저 그 결과를 알고 있었네.</color>

<color=#00CCFF>그래서 직접 자네에게 감사를 표하기로 한 걸세. "프로메테우스"는 자네의 헌신을 잊지 않을 걸세.</color>

지휘관

...보답은 필요 없습니다.

지휘관

저는 이미 보답받았습니다.

나이든 목소리

<color=#00CCFF>그렇게 성급하게 굴지 말게, 지휘관. 확실히 우리 중 몇 명이 자네를 실망하게 했을지도 모르지.</color>

<color=#00CCFF>하지만 누구나 잘못을 저지르는 법이네. 중요한 것은 모든 일이 끝난 이후라네.</color>

지휘관

......

나이든 목소리

<color=#00CCFF>우리가 토론해 본 바, 자네는 우선 진정하고 휴식할 필요가 있네.</color>

<color=#00CCFF>자네의 차에 충분한 물자를 실었으니, 그걸 타고 여길 떠나게나.</color>

<color=#00CCFF>다시는 돌아오지 말고.</color>

<color=#00CCFF>그것 외에도 우리에게 요구하고 싶은 게 있다면 최대한 들어주지.</color>

지휘관

......

...확실히 한 가지 요구가 있습니다.

저의... 부하들에 관해서입니다.

나이든 목소리

<color=#00CCFF>......</color>

지휘관의 말을 끝까지 듣고, 상대방은 잠시 침묵했다.

나이든 목소리

<color=#00CCFF>...그건 전례 없는 일이구만.</color>

<color=#00CCFF>그래도, 문제없네. 그 요구를 들어주지.</color>

지휘관

...감사합니다.

지휘관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지휘관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