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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19 · 팬텀 신드롬

깜짝 상자

깜짝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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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의 초저녁.

인형 숙소.

P7은 조심조심 커튼 사이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아수라장이 된 기지의 모습은, P7도 아마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P7

와아, FNC 저 녀석 얍삽한 거 봐라? 소란을 틈타 창고에서 초콜릿을 저렇게나 많이 가지고 나오다니!

슬쩍할 거면 빨리 달려야지 뭐해? 아이고, 흘린 걸 다시 주으러 가네. 마카로프가 달려오고 있는데 저러다 잡힐라.

거 봐, 바로 마카로프한테 잡혔잖아. 세상에, FNC 쟤 뭐야? 뒤쫓아오는 Vector한테 초콜릿을 전부 던졌어!?

...아, 이렇게 구경하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P7은 방안을 불안하게 서성이며 손에 든 태블릿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게시판은 기지의 실황이 1초가 멀다 하고 주르륵 올라오고 있었다.

<color=#CA8EFF>"지금 밖은 혼돈의 도가니! 감염된 인형들은 치료를 거부하며 도망치는 중!"</color>

<color=#CA8EFF>"어라, 저거 SAT8 아니야? 호박 뒤에 숨어 있으면 못 찾을 줄 알고? 긴급 의료팀의 P90이 번개처럼 호박을 박살 내고 SAT8을 포획!"</color>

<color=#CA8EFF>"오, 내 드론이 빗자루를 타고 도망치는 F1을 포착! 어설프다 어설퍼, 그 뒤를 64식이 역시 빗자루를 타고 쫓는다! F1이 속도를 높이고, 커브를 돌고, 기둥에 충돌! 이제 얌전히 치료를 받아야겠구나!"</color>

<color=#CA8EFF>"오오? 브렌이 F1을 붙잡은 64식과 충돌! 엥!? F1을 데리고 도주한다?! 과연 64식은 다음 코너에서 그들을 붙잡을 수 있을 것인가!"</color>

<color=#CA8EFF>"모두 채널 고정! 내 드론이 상황을 생중계할 거야! 방송 중에 멋대로 끼어들지 마! 할 거면 적어도 후원하고 끼어들어!"</color>

<color=#95CACA>"MDR 너 자꾸 사람들 부추길래?!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기지를 위해 피와 땀을 흘린 나를 붙잡겠다고!?"</color>

<color=#CA8EFF>"히히히, 방금 그 댓글의 IP 주소 확보! 출동이다 P90! 기지의 안녕을 위해, 작별이다 친구여!"</color>

P7

이게 무슨 일이지... 기지에 전염병이라도 도는 거야 뭐야...

게시판에 올라오는 실황 글들이 하나같이 무시무시해.

P90의 소대가 포획해서 치료한다는 건 무슨 뜻이래? 설마... 감염된 인형들을 해체하는 건 아니겠지...?

스프링필드랑 IWS까지 나서서 P90과 함께 사람들을 잡아대고 있다니... 밖에 보이는 모두 표정도 무섭고... 으으, 나까지 옮는 건 싫어...

P7은 소매를 당겨 자신의 손을 가려 보려 했지만, 이내 포기했다.

P7

하여간, 카리나의 물건도 정말 무섭다니까.

씻어도 안 지워지다니, 인간은 왜 이딴 걸 사는 거야?

P7은 침대에 털썩 걸터앉아, 한숨을 쉬었다.

P7

이대로 나갔다간 나까지 감염된 인형으로 오해받아서 잡혀갈 거야. 그, 그리고 코어를 뽑혀서... 으아아아!

아, 그래! 지휘관한테 연락하자! 지휘관이라면 이 이상한 병을 해결할 방법을 알고 있을 거야!

삐이... 삐이...

P7

어... 뭐야, 왜 지휘관이 통신을 안 받지?

......

응? 잠깐만... 이건 또 뭐야...?

...잠시 후.

기지의 광장 한 구석.

Spitfire

휴우... 우리 둘만으론 역시 버겁네요.

설마 79식도 감염됐을 줄이야... 탈의실에서 나오자마자 M1919한테 붙잡혀서 의무실로 끌려갔어요...

웰로드 MkⅡ

그나마 다행히도, 돌파된 건 외곽뿐... 은밀하게 해결했으니, 기지의 모두는 철혈이 침입한 사실은 모를 테지.

웰로드가 아키텍트의 통신 권한을 박탈하기 위해 지휘실로 돌아가려던 찰나, 통신기가 울렸다.

아키텍트

<color=#00CCFF>야호~ 벌써 다 처리했어?</color>

웰로드 MkⅡ

너 이 자식, 적과 내통했겠다!

아키텍트

<color=#00CCFF>그게 무슨 소리야, 예쁘고 귀여운 포로를 함부로 해코지하면 안 되지.</color>

<color=#00CCFF>게다가, 난 지금 너네 데이터베이스에 꼼짝없이 갇힌 신세라고. 오늘 너희랑 대화하게 된 것도 그냥 우연이란 말이야.</color>

웰로드 MkⅡ

상관없다. 곧 다시 정적으로 돌아가게 될 테니까.

아키텍트

<color=#00CCFF>잠깐 잠깐, 너무 성급하게 그러지 말고~ 나한테 재미있는 정보가 있는데, 듣고 싶지 않아?</color>

웰로드 MkⅡ

정보라고? 역시 내통했구나!

아키텍트

<color=#00CCFF>아 진짜 사람 말 좀 끝까지 들어 주면 어디가 덧나니?</color>

아키텍트

<color=#00CCFF>내 말은, 너희 기지의 현재 상황 말이야.</color>

Spitfire

...! 75 언니의 상태!

아키텍트

<color=#00CCFF>헤헤, 거기 숙녀분은 말이 좀 통하는 것 같네.</color>

<color=#00CCFF>어쩌면... 이 이상한 전염병 사태를 해결할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color>

웰로드 MkⅡ

내가 철혈의 말을 믿을 것 같——

Spitfire가 웰로드에게 눈치를 주며, 고개를 저었다.

웰로드 MkⅡ

...말해 봐라.

아키텍트

<color=#00CCFF>좋아... 그럼 너희의 그 잘난 전자두뇌를 굴려보라고. 그리폰 기지에 왜 갑자기 철혈의 잡병들이 침입했을까?</color>

Spitfire

......주변에 새로운 철혈 거점이 생겨서?

아키텍트

<color=#00CCFF>글쎄? 거기까진 나도 모르지.</color>

<color=#00CCFF>하지만 알케미스트라는 녀석은 내가 잘 알고 있거든.</color>

Spitfire

그 자결했다는 철혈 보스요?

아키텍트

<color=#00CCFF>맞아, 걔. 항상 요상한 짓으로 적을 고문하는 재수 없는 녀석이지.</color>

<color=#00CCFF>본인은 저세상으로 갔지만, 그래도 멀쩡한 더미가 아직 한두 개쯤은 있지 않겠어?</color>

그 말에, 웰로드와 Spitfire는 잠깐 서로를 마주봤다.

Spitfire

우리에게 그 정보를 말하면 당신에게 무슨 이득이 있는데요?

아키텍트

<color=#00CCFF>글쎄다, 나한테 이득이 있을까 없을까?</color>

<color=#00CCFF>다만, 간만에 너희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니 저~엉말 재밌는 거 있지!</color>

<color=#00CCFF>...잠깐만. 흐음~ 나 방금 엄청 폼나지 않았어? 모든 일의 진상을 손에 쥔 흑막 같은 느낌!</color>

Spitfire

...그런 말을 하는 걸 보니, 방금 말한 건 거짓말이겠군요?

Spitfire는 태연하게 총을 장전했다.

아키텍트

<color=#00CCFF>잠깐잠깐잠깐! 알았어, 이해하기 쉽게 말하면 되잖아.</color>

<color=#00CCFF>너네가 전염병이네 뭐네 하면서 벌인 소동을 흥미진진하게 구경하고 있으니까, 눈요깃거리를 준 답례라고 생각해.</color>

Spitfire는 잠시 주저했다.

Spitfire

어떡하죠? 아키텍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순 없어요. 감금됐다곤 해도, 철혈이니까요... 하지만 기지에 철혈이 침입한 건 사실이니, 정말 근처에 놈들의 소굴이 있을지도...

웰로드 MkⅡ

그래,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알케미스트라 했지... 이름만 들어도 생물 병기를 만들어낼 것 같은 놈이로군!

Spitfire

웰로드 씨의 추리는 좀 이해가 안 가지만...

그래도 명령을 내려 주세요!

...같은 시각.

지휘실의 패닉룸.

지휘관

너, 그거 설마 사적인 원한으로 그런 거야?

아키텍트

<color=#00CCFF>그을~쎄요오~?</color>

지휘관

그럼 왜 알케미스트를 언급했지? 기록된 프로필에는 넌 폭발밖에 모르는 바보라 되어 있는데.

아키텍트

<color=#00CCFF>뭐, 뭐야!? 그 정보 빨리 갱신해! 아키텍트는 침착하고 우아하고 지혜로운 숙녀라고 갱신해!</color>

지휘관

그래그래, 여기서 나가면 그렇게 적어 줄게. 하지만 그전에 내 질문에나 대답해.

아키텍트

<color=#00CCFF>과연 어떨까나~? 그리폰에 와서 제일 먼저 배운 게 "삶은 온갖 놀라움으로 가득하다"인걸?</color>

지휘관

그래, 네가 순순히 말할 거라곤 기대하지도 않았어.

아키텍트

<color=#00CCFF>그런데 너도 못됐어 정말. 부하들한테 바이러스를 전염시키다니 말이야♪</color>

지휘관

아니 난 진짜 억울하다니까...

그 전염병은 분명 다른 원인이 있을 텐데, 지금은 여기서 꼼짝도 못하는 상황이니 원...

아키텍트

<color=#00CCFF>히히히, 그럼 어서 내게 빌어 봐, 그리폰의 지휘관!</color>

<color=#00CCFF>아까부터 계속 누가 지휘실에 통신을 요청해대서 시끄러워 죽겠단 말이야. 어쩌면... 네게 도움이 될지도?</color>

...한편.

기지 외곽.

특별 수사대의 대원들은 엄폐물 뒤에 숨었다.

웰로드 MkⅡ

이,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Spitfire

설마설마했는데, 정말이었네요...! 기지와 가까운 곳에 철혈이 새 거점을 만들고, 알케미스트의 더미가 지휘하고 있다니...

웰로드 MkⅡ

전자 지도도 갱신했으니, 잠입은 가능하다.

속전속결로 기습해서 놈들의 방어선을 무너뜨리자.

Spitfire

라저.

???

<color=#00CCFF>쯧, 새로 지은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집에 쥐새끼가 들어왔군...</color>

통신기에서 갑자기 거만한 목소리가 흘러나왔지만, 웰로드 일행은 침착함을 유지하며 도발에 반응하지 않았다.

알케미스트

<color=#00CCFF>뭐지? 겁에 질린 나머지 말도 안 나오나?</color>

웰로드 MkⅡ

너 따위와 수다를 떨 시간 없을 뿐이다.

알케미스트

<color=#00CCFF>그 입이 다물어지지 않도록 만들 방법이 1만 가지는 넘게 있지만...</color>

<color=#00CCFF>다 너희가 살아서 내 앞에 온 다음에나 시험해볼 수 있겠지.</color>

일행은 손안의 총을 꼬옥 쥐었다.

그리고 경쾌한 장전 소리는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묻혔다.

웰로드 MkⅡ

쓰레기 주제에 입만 살았군.

전원, 돌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