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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20 · 사진관 미스테리

리엔필드의 인사 Ⅰ

"이건 판타지가 아니라 삼류 추리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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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엔필드

......

토카레프

후우... 이제 모두 진정한 것 같아요.

리엔필드

그래, 수고했다.

토카레프

......

그래도 여전히 다들 초조해하고 있는 게 느껴져요.

밖은 여전히 폭우가 내리고 있고...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요.

리엔필드는 대답하지 않고, 쓰러진 PK 앞에 쪼그려 앉아 그녀의 소체를 자세히 살펴봤다.

리엔필드

......

토카레프

리엔필드 씨?

토카레프의 부름에도 리엔필드는 말없이 일어나 주변을 둘러봤다.

토카레프

저... 리엔필드 씨?

리엔필드

대답하지 않아 미안하다, 토카레프.

MDR이 어떻게 당했는지 기억하나?

토카레프

네? 아... 네, 기억해요.

MDR 씨는 안에서 잠겨진 방에서 전자전 공격을 받아 마인드맵이 다운됐어요.

리엔필드

그게 참 의심스러웠어.

왜 MDR은 그 방에 들어갔을까?

그리고 전자전에 능한 MDR이 어떻게 아무 소리도 못 하고 전자전 공격에 당했을까?

토카레프

설마... 당신까지 유령의 짓이라고 할 셈이세요?

리엔필드

정말 유령의 짓이라면 오히려 안심이지.

우리가 여태까지 겪어온 시련을, 겨우 유령 따위가 흉내 낼 순 없을 테니까.

유감스럽게도, 난 지금 이 상황을 판타지로 보지 않아. 이건 조잡한 삼류 추리 소설이다.

토카레프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어요.

이미 여러 번 확인했지만, 이 건물엔 우리 말곤 아무도 없어요.

이게 삼류 추리 소설이라면, 범인도 우리 중에 있다는 뜻인가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

리엔필드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지.

MDR이 그렇게 순순히 당했다면, 분명 그녀는 상대를 믿고 등을 보였기 때문이라고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그리고 아까부터 한 사람이 의심스러웠어.

우리가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고 교전한 것 기억하지? 그리고 MDR을 발견했을 때도.

토카레프

설마...

56-1식

아휴 진짜 대장, 그렇게 뜸 들이지 말고 얼른 말해 봐!

두 대장 외의 인형들 모두 점점 더 초조해졌다.

연이어 동료들이 쓰러진 광경에 분노한 것은 물론이고, 범인의 정체까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잔뜩 긴장했기 때문이다.

불길한 기운이 퍼지면서 언제든지 폭발할 것만 같았다.

리엔필드

56-1식, G36C, 파파샤, 그리고 스텐.

G36C

네.

리엔필드

처음부터 차근차근 정리해 보자.

나와 G36C가 마지막으로 연락했을 때, 스텐 너는 왜 멋대로 자리를 이탈했지?

스텐 MkⅡ

그건... 확실히 제 잘못이에요. 이유도 설명해 드렸고요.

불안했던 데다, 도저히 거기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고요.

그래서 긴장이라도 풀 겸, 잠깐 주변을 둘러보려 했어요.

리엔필드

G36C는 PK가 쫓아갔다 했는데, 넌 정말 그녀를 보지 못했나?

스텐 MkⅡ

물론이죠! 저는 뛰지 않고 걸었던 데다 누가 다가오는 소리조차 없었다고요!

잠깐만요... 설마 절 의심하는 거예요?!

토카레프

아뇨, 리엔필드 씨는 그저 상황을 정리하는 중이세요.

스텐 MkⅡ

......

성당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돼서 바로 토카레프 씨의 통신을 받았어요.

누가 고자질했나 하던 참에, 파파샤의 비명을 들었고요. 얼마나 크게 소리를 질렀는지 아직도 귀가 먹먹하다니까요.

리엔필드

파파샤, 너와 56-1식이 PK를 발견했을 땐 이미 기절한 상태였나?

PPSh-41

......

리엔필드

파파샤?

PPSh-41

아, 네! 맞아요...

죄송해요, 너무 긴장돼서...

56-1식 동지와 함께 예정대로 주변을 조사했지만, 성과가 없어서 왔던 길을 되돌아왔어요.

그러던 도중에... 여기에 PK 동지가 쓰러진 걸 봤어요.

56-1식

파파샤 말이 맞아.

그리고 스텐이 도착했고, 그다음 대장이랑 토카레프가 왔어.

G36C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계세요?

정말 유령이 한 짓이라 보시나요? 아니면 우리 중 누군가가 범인이라 생각하세요?

스텐 MkⅡ

그런 웃기지도 않는 농담 말아요...

둘 중 하나라면, 차라리 그냥 유령이 했다고 믿을래요.

동료를 살해범으로 지목하는 건 함부로 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고요, 다 알잖아요?

리엔필드

파파샤는 PK를 발견해 비명을 질렀고...

근처에 있던 스텐이 그 소리를 듣고 바로 달려왔다.

스텐, 오면서 따로 이상한 소리는 듣지 못했나?

스텐 MkⅡ

제 말 무시하지 마세요!

토카레프

스텐 씨!

스텐 MkⅡ

못 들었어요! 천둥이랑 빗소리 말곤 아무것도 못 들었어요!

갑작스런 의심에, 불안감이 더욱 고조되었다.

토카레프는 다시 생각에 빠진 리엔필드를 바라봤다. 그녀를 굳게 믿고는 있지만, 이대로 사건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상황은 통제 불능이 될 것이다.

리엔필드

MDR은 전자전에 당했지만, PK는 총을 맞았어.

토카레프

네?

리엔필드

PK의 소체에 총상이 있다.

분명 이것이 PK의 기능이 정지된 직접 원인이겠지.

MDR의 상황과는 전혀 다른 점이야.

토카레프

어... 정말이네요. 충격이 너무 커서 상황 파악이 잘 안 됐어요.

그럼, 이건 또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요?

리엔필드

세상 모든 일에는 반드시 원인과 결과가 있어, 토카레프. 이유 없이 일어나는 일은 결코 없어.

지금까지 내가 느꼈던 위화감과 종합하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강 알 것 같다.

그래서 이게 삼류 추리 소설 같다고 한 거야.

수수께끼의 별장, 무서운 소문, 때마침 내리는 폭우... 고전적인 것이 싫지는 않다만, 다음엔 좀 더 창의성을 발휘했으면 좋겠어.

토카레프

왠지 말투까지 변하신 것 같은데요...

결론을 내리셨나요?

리엔필드

그 게시판에서 날 뭐라 평가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성격은 그렇게 단조롭지 않아.

대강의 그림은 잡혔다. 범인은 자신이 완벽하다 생각했겠지만, 우리 그리폰의 전술인형에 비한다면야 한 수 아래야.

다만, 그림을 마무리할 확실한 증거가 필요해. 토카레프, 잠깐 도와줄 수 있을까?

토카레프

네, 얼마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