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없는 눈물
진실의 잔해는 마지막 화려함으로 뒤덮였다.
파사두의 요양원.
작년 핼러윈으로부터 벌써 1년이나 지났어요.
여태까지 당신을 찾느라 고생이 많았죠.
......
불치병이라지만, 지금 몸 상태는 그리 나쁘진 않아 보이네요. 역시 조용한 곳에서 요양한 효과가 있었나 봐요?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죠?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통칭 루게릭병. 맞죠?
그 말에 파사두의 안색이 바로 창백해졌고, 눈빛이 사나워졌다.
...너하곤 관계 없는 일이야.
나아질 가망 없는 불치병에 자신의 몸이 점점 쪼그라드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죠?
호흡도 점점 가빠졌을 테니... 확실히, 뮤지컬 배우에겐 아주 치명적이겠네요.
당장 나가! 너하곤 더 이상 할 말 없어!
파사두 씨, 당신과 저는 같은 고통을 받았어요.
하, 인형도 몸이 굳는 병에 걸린다고? 웃기는 소리하지 마!
아뇨. 제가 말은 그 화재에서 저희 모두 소중한 사람을 잃었단 뜻이에요.
뭐...?
당신은, 화재로 사랑하는 남편을 잃었죠.
그리고 저는, 그 화재에서... 소중했던 친구를 잃었어요.
무... 무슨 소리야, 그 화재의 사망자는 알라 한 명뿐이었어. 그 친구가 누구인진 몰라도...
TAC-50의 차가운 눈빛에, 파사두는 겁을 먹었다.
벌써 잊었나요? 아니면, 다시 떠올리기 두려운가요?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괜찮아요, 제가 천천히 다 기억나게 해드릴 테니.
파사두는 다급히 창문을 열었지만, 쏟아지는 폭우 너머로 돌보미 인형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다.
...내 간호 인형 어쨌어?
인간이든 인형이든, 핼러윈을 즐길 권리가 있다...
당신이 직접 한 말이잖아요.
돌보미 인형은 강제로 휴면 모드로 전환돼, 비에 흠뻑 젖은 화분을 품에 안은 채로 요양원 문 앞에 얼음처럼 굳어 있었다.
......
그럼 제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이야기는 어느날 우연히 만나 알게 된, 제 인형 친구에서부터 시작돼요.
그 친구는 평범한 가정용 인형이었어요. 모델명은 AH400, 제조된 지 꽤 오래된, 낡은 모델이죠.
그 애와 처음 만난 건 몇 년 전, 제가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중이었어요.
AH400은 귀여운 애였어요. 자기 주인을 어찌나 존경하던지, 그 뒤로 만나서 수다를 떨 때면 항상 주인의 이야기를 했죠.
......
우연의 일치로, AH400의 주인도 뮤지컬 배우였어요.
몇 년 전, 북적이는 길거리.
...그래서 내가 메이플문을 시켜서 몰래 열쇠를 가져오게 했지! 그 자식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니까!
하하하하!
네가 하는 임무, 진짜 스릴 있다!
난 맨날 집에서 설거지나 밥 짓는 것밖에 못하는데...
너도 굉장한걸? 메이플 시럽 없이도 이렇게 요리를 잘하잖아!
이건 별거 아니야, 그냥 디저트인걸...
으으음~ 이 과일 타르트 너무 맛있다♪
이런 거, 기지의 식당에서 내놨다면 내가 가기도 전에 싹 다 털렸을 거야.
헤헤헤, 아가씨도 엄청 좋아하셔!
그래서 아가씨가 기분이 나쁘실 때면 항상 해드려. 하지만 당분 섭취량 조절은 엄격히!
아 참. 그런데, 그리폰은 대체 어떤 곳이야?
음... 쉽게 말하자면, 온갖 이상한 인형군상들이 모이는 곳이라고나 할까?
임무가 있을 땐 모두 지휘관님의 명령에 따라 일하지만, 임무가 없으면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
대우도... 월급도 괜찮게 나오고, 숙식 제공에, 운 좋으면 회사 차원에서 단체로 휴가 여행도 가곤 해.
우와, 인형들의 에덴동산이네!
에덴? 음~ 그렇게 얘기하니 그런 것 같기도... 하하하.
네 주인님은 어떤 분이셔?
우린 주인님이 아니야, 보통 지휘관이나 지휘관님이라 부르지.
뭐, 주인님이라 부르는 애들도 있고, 달링이라니 허니라느니, 메리라고 하는 애들도 있는데...
닭살 돋아서 난 절대 그렇게 못 불러...
모두 지휘관이란 분이랑 엄청 사이가 좋은가 보다...
너는 어떤데? 너네 아가씨랑 사이 안 좋아?
그럴 리가! 우리 아가씨는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뮤지컬 배우인걸!
절대지존! 지나가던 사람도 들으면 바로 눈물 흘릴 천상의 목소리시라고!
아가씨가 얼마나 존경스러운데! 매일 아침에 깨워드리러 가서, 주무시는 얼굴을 볼 때마다 너무 행복해!
와아... 한번쯤은 직접 보고 싶은걸.
아쉽지만, 초대는 못 해... 아가씨는 내가 다른 인형이랑 얘기하는 걸 싫어하시거든.
이렇게 멋진 친구를 사귀었다는 것도 말씀 못 드리고 있어.
그래도, 금방 보게 될 거야!
다음 달에 저기 있는 극장에서 아가씨가 데뷔하시거든!
정말? 축하해! 꼭 시간 내서 보러 갈게!
응!
그래서, 그 공연을 보러 갔죠.
"오페라의 유령", AH400의 주인의 첫 무대였어요. 당시엔 평범한 엑스트라여서 저는 누가 누군지 알아보지 못했지만요.
하지만 제 옆에 앉아 있던 AH400은 어찌나 흥분해서 팔을 잡아당기던지, 하마터면 뽑히는 줄 알았다니까요.
......
그리고 얼마 후, AH400의 주인이 마침내 비중 있는 주연을 맡게 되었다고 들었어요.
저도 기뻤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얼마 안 지나서 AH400과 다신 만날 수가 없게 되었어요.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긴장 마세요, 그냥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거니까요.
제가 알고리즘 설정상 좀 나쁜 버릇이 있거든요? 가끔 엄청 고집부릴 때가 있어요.
그래서, 전 AH400을 찾아 다녔어요. 그러던 어느 날 밤, 극장 근처를 지나가던 때였죠.
AH400의 주인이 남편과 대화하고 있었는데, 극장 뒷문에서 그 애의 주인과 똑같이 생긴 여자가 나오는 걸 봤어요. 옷차림으로 봐선, 막 공연을 마친 배우가 분명했죠.
공연이 끝난 극장의 뒷문.
......
그 여자는 AH400의 주인과 똑같았지만, 그녀에겐 자매가 없다고 들었어요.
그럼 저건 누구지? AH400이 사라진 것과 관계 있을까?
의문의 해답을 얻으려고, 저는 그 여자에게 접근할 기회가 생기길 기다렸어요.
한참이 지나, 극장의 뒷문이 열렸다.
검은 망토를 머리에 뒤집어쓴 여자가 슬금슬금 걸어 나왔다.
휴우... 이제야 좀 쉴 수 있겠어...
너 누구야?
앗!
여자는 당황하며 도망치려 했지만, 곧바로 TAC-50에게 붙잡혔다.
그리고 TAC-50은 그녀를 어두운 골목길로 끌고 갔다.
말해, 넌 누구야?
왜 파사두 씨 행세를 하는 거야?
어, 어머, 그게 무슨 소리세요? 하나도 못 알아듣겠는데요...
시치미 뗄 생각 마.
TAC-50이 손에 힘을 준 그때, 뭔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
너, 인형이야?
......
설마... AH400?!
......
TAC-50이 가면을 벗기려 하자, 그녀는 격렬하게 저항했다.
안 돼! 벗기면 안 돼!
뭐, 뭐야?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너 얼굴이 왜 그래? 왜 목소리도 변했어?
......
내 원래 모습과 목소리는... 잃어버렸어.
지금 내 모습을 네게 보여 주기 싫어... 내 원래 모습만 기억해 줘...
네 주인이 한 짓이야? 왜 이렇게 했어?
인형을 살아있는 인간처럼 성형하는 건 불법이잖아!
쉿! 조용히 해!
어쩔 수 없었어, 아가씨의 대업을 위해선 이 방법밖엔 없었어...
대체 어째서 그렇게까지?!
그만! 더는 말해 줄 수 없어...
......
알았어.
TAC-50...?
...왜.
내가 이런 모습이 됐지만...
우리... 아직 친구인 거지...?
물론이지, 우린 영원히 친구야.
인형한테 자신의 대역을 시켰다고?
인형치곤 상상력이 풍부하네. 하지만 터무니없는 이야기야.
그렇겠죠, 파사두 씨는 이해하기 어려우시겠죠.
나랑 상관없는 이야기라며?
빨리 끝내고 나가기나 해.
그럼 좀 더 짧게 줄일게요.
얼마 지나지 않아, AH400이 기뻐하면서 소식을 전했어요.
그 아가씨가 마침내 그 엉망진창인 생활을 그만두고, 시골에서 조용히 여생을 보내기로 결정했다고요.
마지막 공연만 마치고 나면, 자기도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요.
결국 AH400과 헤어지게 돼니까 아쉬웠지만, 그 애에게도 좋은 일이니 저도 축하해 줬어요.
그리고 다시 한번 우연이게도, 그 마지막 공연날은 바로 1년 전의 오늘이었어요.
극장이 불길에 휩싸인, 바로 그날이었죠.
그 말을 들은 순간, 파사두의 차가운 손톱은 그녀의 손바닥에 조금 더 깊이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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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두의 요양원.
작년 핼러윈으로부터 벌써 1년이나 지났어요.
여태까지 당신을 찾느라 고생이 많았죠.
......
불치병이라지만, 지금 몸 상태는 그리 나쁘진 않아 보이네요. 역시 조용한 곳에서 요양한 효과가 있었나 봐요?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죠?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통칭 루게릭병. 맞죠?
그 말에 파사두의 안색이 바로 창백해졌고, 눈빛이 사나워졌다.
...너하곤 관계 없는 일이야.
나아질 가망 없는 불치병에 자신의 몸이 점점 쪼그라드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죠?
호흡도 점점 가빠졌을 테니... 확실히, 뮤지컬 배우에겐 아주 치명적이겠네요.
당장 나가! 너하곤 더 이상 할 말 없어!
파사두 씨, 당신과 저는 같은 고통을 받았어요.
하, 인형도 몸이 굳는 병에 걸린다고? 웃기는 소리하지 마!
아뇨. 제가 말은 그 화재에서 저희 모두 소중한 사람을 잃었단 뜻이에요.
뭐...?
당신은, 화재로 사랑하는 남편을 잃었죠.
그리고 저는, 그 화재에서... 소중했던 친구를 잃었어요.
무... 무슨 소리야, 그 화재의 사망자는 알라 한 명뿐이었어. 그 친구가 누구인진 몰라도...
TAC-50의 차가운 눈빛에, 파사두는 겁을 먹었다.
벌써 잊었나요? 아니면, 다시 떠올리기 두려운가요?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괜찮아요, 제가 천천히 다 기억나게 해드릴 테니.
파사두는 다급히 창문을 열었지만, 쏟아지는 폭우 너머로 돌보미 인형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다.
...내 간호 인형 어쨌어?
인간이든 인형이든, 핼러윈을 즐길 권리가 있다...
당신이 직접 한 말이잖아요.
돌보미 인형은 강제로 휴면 모드로 전환돼, 비에 흠뻑 젖은 화분을 품에 안은 채로 요양원 문 앞에 얼음처럼 굳어 있었다.
......
그럼 제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이야기는 어느날 우연히 만나 알게 된, 제 인형 친구에서부터 시작돼요.
그 친구는 평범한 가정용 인형이었어요. 모델명은 AH400, 제조된 지 꽤 오래된, 낡은 모델이죠.
그 애와 처음 만난 건 몇 년 전, 제가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중이었어요.
AH400은 귀여운 애였어요. 자기 주인을 어찌나 존경하던지, 그 뒤로 만나서 수다를 떨 때면 항상 주인의 이야기를 했죠.
......
우연의 일치로, AH400의 주인도 뮤지컬 배우였어요.
몇 년 전, 북적이는 길거리.
...그래서 내가 메이플문을 시켜서 몰래 열쇠를 가져오게 했지! 그 자식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니까!
하하하하!
네가 하는 임무, 진짜 스릴 있다!
난 맨날 집에서 설거지나 밥 짓는 것밖에 못하는데...
너도 굉장한걸? 메이플 시럽 없이도 이렇게 요리를 잘하잖아!
이건 별거 아니야, 그냥 디저트인걸...
으으음~ 이 과일 타르트 너무 맛있다♪
이런 거, 기지의 식당에서 내놨다면 내가 가기도 전에 싹 다 털렸을 거야.
헤헤헤, 아가씨도 엄청 좋아하셔!
그래서 아가씨가 기분이 나쁘실 때면 항상 해드려. 하지만 당분 섭취량 조절은 엄격히!
아 참. 그런데, 그리폰은 대체 어떤 곳이야?
음... 쉽게 말하자면, 온갖 이상한 인형군상들이 모이는 곳이라고나 할까?
임무가 있을 땐 모두 지휘관님의 명령에 따라 일하지만, 임무가 없으면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
대우도... 월급도 괜찮게 나오고, 숙식 제공에, 운 좋으면 회사 차원에서 단체로 휴가 여행도 가곤 해.
우와, 인형들의 에덴동산이네!
에덴? 음~ 그렇게 얘기하니 그런 것 같기도... 하하하.
네 주인님은 어떤 분이셔?
우린 주인님이 아니야, 보통 지휘관이나 지휘관님이라 부르지.
뭐, 주인님이라 부르는 애들도 있고, 달링이라니 허니라느니, 메리라고 하는 애들도 있는데...
닭살 돋아서 난 절대 그렇게 못 불러...
모두 지휘관이란 분이랑 엄청 사이가 좋은가 보다...
너는 어떤데? 너네 아가씨랑 사이 안 좋아?
그럴 리가! 우리 아가씨는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뮤지컬 배우인걸!
절대지존! 지나가던 사람도 들으면 바로 눈물 흘릴 천상의 목소리시라고!
아가씨가 얼마나 존경스러운데! 매일 아침에 깨워드리러 가서, 주무시는 얼굴을 볼 때마다 너무 행복해!
와아... 한번쯤은 직접 보고 싶은걸.
아쉽지만, 초대는 못 해... 아가씨는 내가 다른 인형이랑 얘기하는 걸 싫어하시거든.
이렇게 멋진 친구를 사귀었다는 것도 말씀 못 드리고 있어.
그래도, 금방 보게 될 거야!
다음 달에 저기 있는 극장에서 아가씨가 데뷔하시거든!
정말? 축하해! 꼭 시간 내서 보러 갈게!
응!
그래서, 그 공연을 보러 갔죠.
"오페라의 유령", AH400의 주인의 첫 무대였어요. 당시엔 평범한 엑스트라여서 저는 누가 누군지 알아보지 못했지만요.
하지만 제 옆에 앉아 있던 AH400은 어찌나 흥분해서 팔을 잡아당기던지, 하마터면 뽑히는 줄 알았다니까요.
......
그리고 얼마 후, AH400의 주인이 마침내 비중 있는 주연을 맡게 되었다고 들었어요.
저도 기뻤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얼마 안 지나서 AH400과 다신 만날 수가 없게 되었어요.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긴장 마세요, 그냥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거니까요.
제가 알고리즘 설정상 좀 나쁜 버릇이 있거든요? 가끔 엄청 고집부릴 때가 있어요.
그래서, 전 AH400을 찾아 다녔어요. 그러던 어느 날 밤, 극장 근처를 지나가던 때였죠.
AH400의 주인이 남편과 대화하고 있었는데, 극장 뒷문에서 그 애의 주인과 똑같이 생긴 여자가 나오는 걸 봤어요. 옷차림으로 봐선, 막 공연을 마친 배우가 분명했죠.
공연이 끝난 극장의 뒷문.
......
그 여자는 AH400의 주인과 똑같았지만, 그녀에겐 자매가 없다고 들었어요.
그럼 저건 누구지? AH400이 사라진 것과 관계 있을까?
의문의 해답을 얻으려고, 저는 그 여자에게 접근할 기회가 생기길 기다렸어요.
한참이 지나, 극장의 뒷문이 열렸다.
검은 망토를 머리에 뒤집어쓴 여자가 슬금슬금 걸어 나왔다.
휴우... 이제야 좀 쉴 수 있겠어...
너 누구야?
앗!
여자는 당황하며 도망치려 했지만, 곧바로 TAC-50에게 붙잡혔다.
그리고 TAC-50은 그녀를 어두운 골목길로 끌고 갔다.
말해, 넌 누구야?
왜 파사두 씨 행세를 하는 거야?
어, 어머, 그게 무슨 소리세요? 하나도 못 알아듣겠는데요...
시치미 뗄 생각 마.
TAC-50이 손에 힘을 준 그때, 뭔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
너, 인형이야?
......
설마... AH400?!
......
TAC-50이 가면을 벗기려 하자, 그녀는 격렬하게 저항했다.
안 돼! 벗기면 안 돼!
뭐, 뭐야?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너 얼굴이 왜 그래? 왜 목소리도 변했어?
......
내 원래 모습과 목소리는... 잃어버렸어.
지금 내 모습을 네게 보여 주기 싫어... 내 원래 모습만 기억해 줘...
네 주인이 한 짓이야? 왜 이렇게 했어?
인형을 살아있는 인간처럼 성형하는 건 불법이잖아!
쉿! 조용히 해!
어쩔 수 없었어, 아가씨의 대업을 위해선 이 방법밖엔 없었어...
대체 어째서 그렇게까지?!
그만! 더는 말해 줄 수 없어...
......
알았어.
TAC-50...?
...왜.
내가 이런 모습이 됐지만...
우리... 아직 친구인 거지...?
물론이지, 우린 영원히 친구야.
인형한테 자신의 대역을 시켰다고?
인형치곤 상상력이 풍부하네. 하지만 터무니없는 이야기야.
그렇겠죠, 파사두 씨는 이해하기 어려우시겠죠.
나랑 상관없는 이야기라며?
빨리 끝내고 나가기나 해.
그럼 좀 더 짧게 줄일게요.
얼마 지나지 않아, AH400이 기뻐하면서 소식을 전했어요.
그 아가씨가 마침내 그 엉망진창인 생활을 그만두고, 시골에서 조용히 여생을 보내기로 결정했다고요.
마지막 공연만 마치고 나면, 자기도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요.
결국 AH400과 헤어지게 돼니까 아쉬웠지만, 그 애에게도 좋은 일이니 저도 축하해 줬어요.
그리고 다시 한번 우연이게도, 그 마지막 공연날은 바로 1년 전의 오늘이었어요.
극장이 불길에 휩싸인, 바로 그날이었죠.
그 말을 들은 순간, 파사두의 차가운 손톱은 그녀의 손바닥에 조금 더 깊이 파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