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푼차이
EP.2021 · 한푼차이

꽂처럼 흩날리는 눈 Ⅰ

크리스마스의 마법은 정말 이루어질까?

-49-4-1

1 / 136
전체 대사 보기 (115줄)

12월 23일 오후 6시 30분, 기지의 창고.

Px4 스톰과 CAWS을 마지못해 석방한 FP-6는 분에 겨워 초콜릿을 와그작와그작 씹어먹었고, 그 소리에 100식은 점점 초조해졌다.

100식

FP-6... 이제 어쩌면 좋죠? 지휘관님께 보고할까요?

FP6

아니, 좀 더 생각해보게 기다려. 분명 놓친 게 있을 거야... 분명히...

FP-6는 누구를 잡아먹을 눈빛으로 Px4 스톰의 타임라인을 몇 번이고 확인했다.

100식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저 FP-6의 옆에서 뭐라도 밝혀낼까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100식

<color=#A9A9A9>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 걸까...</color>

<color=#A9A9A9>처음에는 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는데...</color>

100식은 우울하게 한숨을 내쉬며, 창밖으로 펑펑 내리는 눈송이를 바라봤다.

그녀가 좋아하는 시각 모듈의 특수 필터를 켜자, 12월의 하늘에서 흩날리는 눈꽃은 벚꽃잎이 되었다.

12월 24일 오전 8시, 지휘실.

오늘 제출할 보고서를 들고 지휘실을 찾았지만, 문짝이 거칠게 뜯겨 나간 흔적이 먼저 100식을 반겼다.

지휘실 안도 말 그대로 초토화가 된 상태였고, 있어야 할 지휘관도 없었다.

100식

...지휘관님?

혹시나 싶어, 100식은 조심스레 지휘관을 부르며 폐허가 된 지휘실의 이곳저곳을 찔러봤다.

???

지휘관이라면 진작에 튀었으니까 헛수고 마.

한 금발의 인형이 뜯겨 나가 구석에 처박힌 문짝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100식

FP-6 씨!

100식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녀를 여기서 볼 줄은 예상치 못했다.

100식

여기 대체 무슨 일이에요!?

FP6

지휘관이 내게 이번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위한 질서유지 임무의 세부 사항을 전달하던 중이었는데...

지휘관이 여기 있는 걸 안 녀석들이 지휘관의 성탄 코인을 노리고 쳐들어와서 말이지.

그래서 요 모양 요 꼴이야.

100식

지휘관님, 정말 괜찮으실까요...?

FP6

걱정 마, 지휘관은 총알보다 빠르니까.

100식

그럼 다행이네요...

<color=#A9A9A9>모처럼 FP-6 씨랑 이렇게 단둘이서 있게 됐는데, 좀 더 대화하는 게 좋을까?</color>

<color=#A9A9A9>하지만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color>

FP-6와 몇 마디 인삿말이라도 나누려 했지만, 100식은 부끄러워 게속 우물쭈물거리기만 했다.

100식

<color=#A9A9A9>으으... 역시 그냥 관두자...</color>

FP6 씨, 그럼 전 이만——

FP6

100식 너, 오늘 할일 있어?

100식

...아뇨.

FP6

그럼 혹시, 나랑 이번 임무 파트너 해볼 생각 있어?

100식

네?

<color=#A9A9A9>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니지?</color>

<color=#A9A9A9>FP-6 씨가... 나를 파트너라 불렀어?!</color>

지휘관이 직접 전달했으니, 아주 중요한 임무임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담당자인 FP-6은 100식을 파트너로 지목했다.

이에 100식은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는 동시에, 감격스러워 몸 둘 바를 몰랐다.

100식

에, 아, 저, 정말 저로 괜찮아요!?

FP6

물론. 너라면 잘 할 텐데.

일단 "씨"는 떼.

100식

아, 네, FP-6...

FP6

좋았어, 그럼 함께 사고치는 "죄수"들을 잡아넣으러 가볼까.

FP-6는 100식의 어깨를 툭툭 치며 신뢰감을 표했다.

이리하여, 크리스마스 이벤트 질서유지반이 결성됐다.

12월 24일 오후 6시 45분, 기지의 창고.

말 한 마디 않던 FP-6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FP6

100식. 여태까지 내 할일 하느라 바빠서 못 물어봤는데, 너 혼자 임무 수행하면서 이상 정황은 없었지?

100식

어... 없었어요, 모두 협조적이었고...

FP6

처음부터?

100식

네에...

FP-6의 시선이 타임라인의 시작점에 꽂혔다. 100식은 FP-6이 자신이 힘들었는지를 묻는 게 아니라, 허점이 없는지를 분석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100식

<color=#A9A9A9>역시 나를 의심하는구나...</color>

<color=#A9A9A9>FP-6 씨, 이 임무를 엄청 중요하게 여기고 지휘관님께 소원을 빌 기회를 따려는 것 같아...</color>

FP6

...100식, 네 임무 기록을 처음부터 자세히 설명해 봐.

100식

아, 네...

100식은 긴장으로 입술을 깨물며 기억을 되짚었다.

12월 24일 오후 4시 15분, 기지의 복도.

질서유지반이 첫 신고를 받은 것은 이때였다.

FP6

질서유지반의 FP-6이다, 무슨 일이지?

MDR

<color=#00CCFF><size=50>헤이! 지금 이거 들려!?</size></color>

FP6

들리긴 뭐가?

MDR

<color=#00CCFF><size=50>어우... 잠깐만! 가까이 댈게!</size></color>

인상을 잔뜩 찌푸린 MDR이 통신기를 앞으로 내밀자...

스피커 너머로도 고막이 터질 듯한 노래소리가 들려왔다.

FP6

...현장은 120dB이 족히 넘겠군.

100식

이벤트가 아니라도 기지 내 소음 한도치를 초과했어요. 제지해야겠죠?

FP6

MDR, 지금 거기가 어디지?

MDR

<color=#00CCFF><size=50>앙!? 더 크게 말해, 안 들려!</size></color>

FP6

......

뒤에 보이는 저 문. 파티 홀이네.

FP6

가자, 100식.

100식

아뇨, 이 일은 저한테 맡기세요!

100식은 FP-6이 파트너로 삼아 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었다.

FP6

괜찮겠어?

100식

네! FP-6은 처리해야 할 다른 신고도 있잖아요?

FP6

그건 그렇지. 알았어, 맡길게.

FP-6은 100식에게 맡기고, 다른 일을 처리하러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12월 24일 오후 7시, 기지의 창고.

100식

그후 파티 홀로 가서 그리폰 MUSIC을 끄고, 수오미 씨를 포함한 3명에게 퇴실 권고했어요.

FP6

거기서 뭘 했길래 음악을 그렇게 크게 틀었대?

100식

크리스마스에 친구한테 선물하기 적절한 노래를 고르고 있었대요.

FP6

그런데 네가 퇴실 권고하니까 그냥 나갔다고?

100식

그게... 수오미 씨가 양보해 줘서, 다들 그대로...

FP6

그게 다야?

100식

네에...

100식은 주머니 속의 그 메모리 카드를 꾹 쥐었다.

수오미

크리스마스에만 통하는 마법이죠.

100식

<color=#A9A9A9>수오미 씨의 메모리 카드는 헬리안 씨가 유해 매체 지정 처분을 내리셨어...</color>

<color=#A9A9A9>FP-6 씨가 알면 당장 내놓으라 하겠지? 하지만...</color>

<color=#A9A9A9>시험해보고 싶어. 정말 마법이 통할지...!</color>

FP6

흐음... 알았어. 다음은 Px4 스톰의 건을 다시――

100식은 FP-6가 그 이름을 언급할 때, 어조가 급격하게 날카로워지는 것을 느꼈다.

12월 24일 오후 4시 30분, 기지의 복도.

100식은 파티 홀의 소음 공해 신고를 해결한 직후 FP-6의 통신을 받았다.

FP6

<color=#00CCFF>100식? 처리했어?</color>

100식

네! 다 해결했어요!

FP6

<color=#00CCFF>방금 막 신고가 새로 들어왔는데, 네 도움이 필요하겠어.</color>

<color=#00CCFF>M21, 계속해.</color>

M21

<color=#00CCFF><size=50>Px4 스톰과 CAWS가 2인조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어!</size></color>

100식

Px4 씨랑... CAWS 씨가요?

M21

<color=#00CCFF>그 녀석들, 지금 어디선가 주워 온 고물딱지들을 선물이랍시고 뿌리고 있다고!</color>

<color=#00CCFF>다른 애들은 내용물이 뭔지도 모르고 고맙다면서 성탄 코인을 주고!</color>

<color=#00CCFF><size=50>이건 명백한 사기야!</size></color>

<color=#00CCFF><size=50>성탄 코인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는지 모르는지, 아니 어떻게 성탄 코인을――</size></color>

FP6

<color=#00CCFF>사설은 됐고 용의자의 사기 행각이나 계속 설명해.</color>

M21

<color=#00CCFF>후우... 그러니까, 녀석들이 실수로 흘린 선물 상자 하나를 확인해봤거든?</color>

<color=#00CCFF>이것 좀 봐, 근처의 쓰레기장을 뒤져도 이거보단 더 나은 걸 찾겠다!</color>

M21은 노발대발하며 녹이 슬대로 슨 숟가락을 통신기의 카메라에 들이댔다.

그녀의 말대로, 아무리 배고픈 인형이라도 "그냥 맨손으로 먹고 말지" 할 정도의 물건이었다.

100식

세상에... 어쩜 이럴 수가 있죠?

M21

<color=#00CCFF>그치!? 남의 소중한 성탄 코인을 이딴 식으로 갈취하다니!</color>

<color=#00CCFF>변명의 여지가 없는 비도덕적인 범죄야! 사기 행위라고!</color>

FP6

<color=#00CCFF>신고 고마워, 이벤트 질서유지반이 즉시 이 문제를 처리하겠어.</color>

M21

<color=#00CCFF>그 녀석들 지금 이쪽 숙소 복도에 있으니까 빨리 와!</color>

FP6

<color=#00CCFF>절대 안 놓치니까 안심해.</color>

FP6

<color=#00CCFF>이해했지, 100식? 숙소 구역으로 와서 지원해, "죄수" 2명을 체포한다.</color>

100식

알겠습니다! 바로 갈게요!

12월 24일 오후 7시 15분, 기지의 창고.

FP6

우리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Px4 스톰과 CAWS는 곧장 도주하다 중간에 갈라졌지.

그래서 넌 Px4 스톰을 쫓아갔고. 난 CAWS를 뒤쫓았어.

Px4 스톰 그 자식이 코인을 숨겼다면 이 때쯤이 분명한데...

100식

죄송해요...

FP6

너 나무라는 거 아니야, 고개 들어.

100식

그들이 나뉘어서 도주할 때, 제가 나서서 Px4 씨를 쫓겠다 해서...

일을 망쳐서 죄송해요...

FP6

......

FP-6는 입을 다물고, 타임라인과 추격 경로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FP6

아무래도 이동한 경로를 직접 확인해야겠는데...

100식

네...?

FP6

아무것도 아니야. 오늘 임무 완수 점수 전부 보고했어?

100식

아, 아직이요.

FP6

잊지 말고 꼭 보고하도록. 지휘관이 처리한 신고 하나마다 1점으로 기록해서, 1점마다 성탄 코인 하나로 쳐 주겠다 했어.

우리가 이번 이벤트에 참여할 유일한 방법이야.

100식

네...

<color=#A9A9A9>FP-6 씨도 대회를 엄청 신경쓰고 있구나... 내가 걸림돌이 되고 말았어...</color>

FP6

오늘은 수고 많았어.

100식

처, 천만에요...

100식은 또 머뭇거리다 고개만 푹 숙이고 도망치듯 창고 밖으로 나왔다.

100식

역시 날 의심하는 거야... 내가 추격한 경로까지 직접 다시 확인해보겠다고 하고...

혹시 뭐라도 발견하면 어쩌지...

100식은 고개를 돌려,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FP-6가 있을 창고의 두꺼운 문을 바라봤다.

100식

미안해요, FP-6...

한편, FP-6는 잔뜩 짜증이 나서 가만히 앉지도 못하고 창고 안을 서성였다.

FP6

이게 뭐냐고 진짜, 크리스마스 휴가 계획을 이딴 긴급 임무 때문에 통째로 날려 먹었잖아...

뭐가 건수당 성탄 코인 하나란 거야? 그냥 성과 보너스를 주던가!

그렇게 한참을 서성이던 FP-6가 우뚝 서, 100식의 추적 경로로 눈을 돌렸다.

FP6

마침 있어서 적당히 끌어들이긴 했어도, 제법 일 잘 하는 애라 괜찮겠지 했더니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이면 Px4 녀석이 일을 저질러? 이대로 보고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FP-6이 고개를 끄덕이며 100식의 추적 경로도를 복사했다.

FP6

100식이 지나간 길을 직접 한번 살펴봐야겠어.

지금 이것보단 내용을 보충해야 지휘관한테 보고서를 올릴 만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