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워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천재의 자존심에 불을 지피다.
............
3월 14일, 오전 2시.
그리폰 기지 지휘부.
지휘관의 사무실.
음, 재료는 이만큼 있으면 충분하겠다.
24시간 무인 슈퍼마켓 덕분에 살았네...
일반적으론 다 만들고도 남을 정도죠.
아침 10시에 받으러 오기로 되어 있지?
네, 기지 전체에 통보된 사항이에요.
그러니 그 전에 일을 마쳐야만 해요.
앞으로 몇 시간 남았어?
8시간... 아니, 7시간하고 조금이요.
......
지휘관은 초콜릿 재료의 산을 보며 머리를 싸맸다.
...할 수 있으려나.
우리쪽에서 일손을 부를까?
알케미스트는 임무 수행 중이지만, 엑스큐셔너와 스케어크로우는 비번이다.
드리머와 저지도 아마 한가할 테고.
아니, 됐어. 다들 선물을 받는 입장인데 더 알리고 싶지 않아.
게다가 네가 지금 말한 녀석들은 오히려 일만 늘릴 거 같아서 말이지...
하지만 우리 셋만으론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녀석의 말에 동의하긴 싫지만...
확실히 맞는 말이에요.
......
지휘관은 초조함에 방을 서성였다.
알아, 나도 안다고...
하지만 해내지 못하면... 내일 아침 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될 수도 있어...
꽤 재미있는 농담이군.
보세요, 헌터가 웃기다잖아요.
......아.
두 인형의 말을 듣는 척도 안 하던 지휘관이, 돌연 발을 멈췄다.
방법이 떠올랐다.
무슨 방법이요?
.....
페르시카의 연구실.
연구실의 구석에 놓인 전혀 안 어울리는 침대는, 항상 침실을 놔두고 실험대 밑에서 엎어져 자는 페르시카를 보다 못한 카리나가 큰마음을 먹고 들인 것이었다.
저어, 페르시카 씨? 페르시――
조심조심 침대에 다가간 지휘관은 눈살을 찌푸렸다. 침대 위엔 엎어져 자는 페르시카가 아니라, 온갖 서류와 기계 부품, 그리고 빈 깡통으로 엉망이었다.
...침대에 없네.
침대 위가 이래서는 못 자죠...
그럼 어디로 갔지? 여기 말고 다른 데에 있을 리가――
나악!!
지휘관이 난처해하며 옮긴 발에 뭔가 물컹한 것이 밟혔다.
엥, 페르시카 씨?!
아야야... 왜 밟아...
아니 왜 바닥에서 주무시고 계십니까!?
지휘관이 화들짝 놀라 발을 뗐고, 바닥의 그 형체는 이불 삼아 덮고 있던, 이미 원래의 색을 알아볼 수 없는 카펫을 홱 젖히며 일어났다.
신문안봐요정수기안써요수정사항안받아요오...
털썩.
그러곤 다시 뒤로 쓰러졌다.
잠꼬대하지 말고 일어나 주세요, 페르시카 씨!
지금 급하게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으에에에에에...
귀이차안게에하아지이마알라아고오...
LWMMG에게 옷깃을 붙잡힌 페르시카는 녹아내린 초콜릿처럼 추욱 늘어졌다.
하지만 LWMMG가 마구 흔드는 통에 겨우 눈을 뜬 그녀는, 여전히 비몽사몽인 목소리로 지휘관에게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네가진자주꼬십구나아아...
그런 말투로 무서운 소리 하지 말아 주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항상 늦게까지 일하시길래 오늘도 안 주무시는 줄...
그래서 내 수면 시간은 더 소중해애...
아무튼, 초콜릿을 양산하는 기계를 만들어 주실 수 있을까요?
.........나갈 때 문 잠궈.
페르시카는 그대로 LWMMG의 손을 홱 뿌리치곤 다시 바닥에 드러누웠다.
제발 부탁입니다 페르시카 씨! 지금 당신밖에 기댈 사람이 없어요! 페르시카 씨!
나 잔다고...! 이불 내놔아...!
......
헌터는 애걸복걸하는 지휘관에게 조용히 항의하는 페르시카를 보다, 고개를 홱 돌렸다.
됐다, 지휘관. 다른 사람을 찾자.
이곳에 이 여자보다 그런 일을 잘하는 자는 널리고 널렸어.
............
헌터...?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그 말에 놀란 지휘관은 자기도 모르게 손에서 카펫을 놓았다.
"이불"을 되찾은 페르시카는 그대로 그 카펫을 머리까지 덮었다.
이 여자가 이름 높은 IOP의 수석 기술자라는 것은 익히 들었다만, 전부터 그 실력이 영 의심스러웠거든.
대체 다른 이들보다 나은 점이 뭔가 싶다.
이런 일은 적당히 다른 녀석에게 부탁해도 될 일 아닌가?
어... 저기, 헌터...?
지휘관이 당황하며 뭔가 말하려던, 그때였다.
벌떡.
――?!
방금까지 이불을 사수하며 죽어도 안 일어날 기세던 페르시카가, 도끼눈을 치켜뜬 채로 벌떡 일어났다.
너어... 지금 뭐랬어.
당연히, 그녀의 진노가 향하는 곳은 바로 건방진 말을 내뱉은 헌터였다.
그러니까, 이렇게 단시간 내에는 아무리 당신이라도 무리일 거라 했다.
내가 여기의 애송이들보다 못하다고!? 너 지금 내가 누군지나 알기는 해? 나 페르시카야! 16Lab의 페르시카리아라고!!
어디서 힘이 솟아났는지, 페르시카는 우렁차게 포효했다.
그딴 거 2시간이면 만들고도 남아!
드리머라면 90분이면 될 텐데.
이게... 좋아, 그럼 1시간!
페르시카는 당당히 선언하더니, 씩씩대며 공방으로 들어갔다.
그 광경을 지켜본 지휘관과 LWMMG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헌터, 너...
......훗.
저런 부류는 자기 분야에서 타인과 비교당하기를 세상 무엇보다 싫어하지.
그래서 저 여자에게도 먹힐까 싶어 질러봤는데, 적중했군.
...이런 기특한 녀석.
별거 아니다, 어차피 난 이번 일에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이니.
어서 초콜릿 재료나 여기로 가져오자고.
그래. 럼, 어서 가자.
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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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4일, 오전 2시.
그리폰 기지 지휘부.
지휘관의 사무실.
음, 재료는 이만큼 있으면 충분하겠다.
24시간 무인 슈퍼마켓 덕분에 살았네...
일반적으론 다 만들고도 남을 정도죠.
아침 10시에 받으러 오기로 되어 있지?
네, 기지 전체에 통보된 사항이에요.
그러니 그 전에 일을 마쳐야만 해요.
앞으로 몇 시간 남았어?
8시간... 아니, 7시간하고 조금이요.
......
지휘관은 초콜릿 재료의 산을 보며 머리를 싸맸다.
...할 수 있으려나.
우리쪽에서 일손을 부를까?
알케미스트는 임무 수행 중이지만, 엑스큐셔너와 스케어크로우는 비번이다.
드리머와 저지도 아마 한가할 테고.
아니, 됐어. 다들 선물을 받는 입장인데 더 알리고 싶지 않아.
게다가 네가 지금 말한 녀석들은 오히려 일만 늘릴 거 같아서 말이지...
하지만 우리 셋만으론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녀석의 말에 동의하긴 싫지만...
확실히 맞는 말이에요.
......
지휘관은 초조함에 방을 서성였다.
알아, 나도 안다고...
하지만 해내지 못하면... 내일 아침 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될 수도 있어...
꽤 재미있는 농담이군.
보세요, 헌터가 웃기다잖아요.
......아.
두 인형의 말을 듣는 척도 안 하던 지휘관이, 돌연 발을 멈췄다.
방법이 떠올랐다.
무슨 방법이요?
.....
페르시카의 연구실.
연구실의 구석에 놓인 전혀 안 어울리는 침대는, 항상 침실을 놔두고 실험대 밑에서 엎어져 자는 페르시카를 보다 못한 카리나가 큰마음을 먹고 들인 것이었다.
저어, 페르시카 씨? 페르시――
조심조심 침대에 다가간 지휘관은 눈살을 찌푸렸다. 침대 위엔 엎어져 자는 페르시카가 아니라, 온갖 서류와 기계 부품, 그리고 빈 깡통으로 엉망이었다.
...침대에 없네.
침대 위가 이래서는 못 자죠...
그럼 어디로 갔지? 여기 말고 다른 데에 있을 리가――
<size=50>나악!!</size>
지휘관이 난처해하며 옮긴 발에 뭔가 물컹한 것이 밟혔다.
엥, 페르시카 씨?!
아야야... 왜 밟아...
아니 왜 바닥에서 주무시고 계십니까!?
지휘관이 화들짝 놀라 발을 뗐고, 바닥의 그 형체는 이불 삼아 덮고 있던, 이미 원래의 색을 알아볼 수 없는 카펫을 홱 젖히며 일어났다.
신문안봐요정수기안써요수정사항안받아요오...
털썩.
그러곤 다시 뒤로 쓰러졌다.
잠꼬대하지 말고 일어나 주세요, 페르시카 씨!
지금 급하게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으에에에에에...
귀이차안게에하아지이마알라아고오...
LWMMG에게 옷깃을 붙잡힌 페르시카는 녹아내린 초콜릿처럼 추욱 늘어졌다.
하지만 LWMMG가 마구 흔드는 통에 겨우 눈을 뜬 그녀는, 여전히 비몽사몽인 목소리로 지휘관에게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네가진자주꼬십구나아아...
그런 말투로 무서운 소리 하지 말아 주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항상 늦게까지 일하시길래 오늘도 안 주무시는 줄...
그래서 내 수면 시간은 더 소중해애...
아무튼, 초콜릿을 양산하는 기계를 만들어 주실 수 있을까요?
.........나갈 때 문 잠궈.
페르시카는 그대로 LWMMG의 손을 홱 뿌리치곤 다시 바닥에 드러누웠다.
제발 부탁입니다 페르시카 씨! 지금 당신밖에 기댈 사람이 없어요! 페르시카 씨!
나 잔다고...! 이불 내놔아...!
......
헌터는 애걸복걸하는 지휘관에게 조용히 항의하는 페르시카를 보다, 고개를 홱 돌렸다.
됐다, 지휘관. 다른 사람을 찾자.
이곳에 이 여자보다 그런 일을 잘하는 자는 널리고 널렸어.
............
헌터...?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그 말에 놀란 지휘관은 자기도 모르게 손에서 카펫을 놓았다.
"이불"을 되찾은 페르시카는 그대로 그 카펫을 머리까지 덮었다.
이 여자가 이름 높은 IOP의 수석 기술자라는 것은 익히 들었다만, 전부터 그 실력이 영 의심스러웠거든.
대체 다른 이들보다 나은 점이 뭔가 싶다.
이런 일은 적당히 다른 녀석에게 부탁해도 될 일 아닌가?
어... 저기, 헌터...?
지휘관이 당황하며 뭔가 말하려던, 그때였다.
벌떡.
――?!
방금까지 이불을 사수하며 죽어도 안 일어날 기세던 페르시카가, 도끼눈을 치켜뜬 채로 벌떡 일어났다.
너어... 지금 뭐랬어.
당연히, 그녀의 진노가 향하는 곳은 바로 건방진 말을 내뱉은 헌터였다.
그러니까, 이렇게 단시간 내에는 아무리 당신이라도 무리일 거라 했다.
내가 여기의 애송이들보다 못하다고!? 너 지금 내가 누군지나 알기는 해? 나 페르시카야! 16Lab의 페르시카리아라고!!
어디서 힘이 솟아났는지, 페르시카는 우렁차게 포효했다.
그딴 거 2시간이면 만들고도 남아!
드리머라면 90분이면 될 텐데.
이게... 좋아, 그럼 1시간!
페르시카는 당당히 선언하더니, 씩씩대며 공방으로 들어갔다.
그 광경을 지켜본 지휘관과 LWMMG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헌터, 너...
......훗.
저런 부류는 자기 분야에서 타인과 비교당하기를 세상 무엇보다 싫어하지.
그래서 저 여자에게도 먹힐까 싶어 질러봤는데, 적중했군.
...이런 기특한 녀석.
별거 아니다, 어차피 난 이번 일에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이니.
어서 초콜릿 재료나 여기로 가져오자고.
그래. 럼, 어서 가자.
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