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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22 · 사랑의 레시피

초콜릿 팩토리

마음을 복사할 수 없듯이 위기도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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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14일, 오전 4시.

그리폰 기지, 페르시카의 연구실.

거대한 기계가 컨베이어 벨트로 뱉어낸 초콜릿을, 지휘관과 4명의 인형들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맛을 보았다.

지금은 헌터와 LWMMG에 더해, LWMMG가 도움을 청하고자 부른 K5와 개런드도 있었다.

K5

맛이 어때, 지휘관?

점괘를 보니 상당히 맛있다는데.

지휘관

겉보기에도 맛있어 보이는걸...

지휘관이 손에 든 샘플을 둘로 쪼개고 하나를 입에 넣자마자 입 안에 달콤한 맛과 향이 가득해졌다.

지휘관

...음, 엄청 맛있어. 이 정도면 선물용으로 충분하겠다.

개런드

럼 씨가 갑자기 깨워서 무슨 일인가 했더니...

이런 긴급 상황이면 더 일찍 부르시지 그랬어요.

지휘관

마음은 고맙지만, 가능하면 사람을 더 끌어들이기 싫었어.

LWMMG

과연 IOP의 수석 기술자시네요, 이렇게 빨리 초콜릿 제조 기계를 만들어내시다니.

이런 시간에 억지로 깨워서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드네요...

지휘관

그러게 말이다... 도와주셔서 정말 천만다행이야.

헌터

디너게이트 생산용 간이 공장을 단숨에 이렇게 개조하다니...

더군다나 맛도 괜찮고, 형태도 균일해.

정말 솜씨가 굉장하군.

개런드

아아, 어쩐지... 왜 초콜릿 만드는데 디너게이트가 튀어나오나 했네요.

LWMMG

아무튼 정말 굉장해요.

지휘관

그러게 말이야, 이대로라면 30분 내로 일을 끝낼 수 있겠어.

역시 문제를 해결하려면 가진 수단을 총동원하고 볼 일이라니까.

K5

흐음... 하지만 내 점괘에 따르면 그리 쉽지만은 않겠는데.

지휘관

응? 그게 무슨 뜻이야?

지휘관은 타로카드를 든 K5에게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K5

그러니까...

???

그러니까 이런 걸론 불합격이라고요 지휘관님!

지휘관

카리나?!

기계도 잘 가동되니 일이 잘 풀리리란 예감은 어김없이 빗나가, 카리나가 잡아먹을 기세로 소리치며 공방으로 들이닥쳤다.

카리나

사정은 다 들었어요 지휘관님!

이러시면 어떡해요!?

지휘관

아니 내가 뭘?! 그리고 누구한테 들었는데!?

난데없는 카리나의 질타에, 지휘관은 억울해하며 항의했다.

카리나

에이전트한테요! 막 일어나서 사무실 가는 길에 마주쳐서 무슨 일 있었는지 설명 들었어요!

지휘관

금방 일어났다니, 지금이 몇 신데... 너 평소에도 이 시간에 일어나서 일하니?

카리나

당연하죠! ...아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요!

지휘관님, 지금 들고 계신 초콜릿 좀 잘 살펴보세요.

설마 그걸 화이트데이 선물로 모두한테 줄 생각이세요?

지휘관

그런데... 이게 왜?

지휘관은 손의 반쪽짜리 초콜릿 샘플을 이리저리 돌리며 살펴봤지만, 도통 무엇이 문제인지 감이 안 잡혔다.

카리나

하아...

그런 지휘관을 보는 카리나는 한심해하며 푹 한숨을 쉬었다.

카리나

지휘관님, 발렌타인데이 때 초콜릿을 얼마나 받으셨어요?

지휘관

대충 300여 개였지...?

카리나

그중에 똑같은 게 있었나요?

지휘관

어... 아니, 대부분이 수제 초콜릿이었지.

아니면 엄청 비싼 명품 브랜드거나.

카리나

그래요! 모두가 지휘관님께 진심과 정성을 담아 준비한 선물이었어요.

그런데, 그 답례를 하는 화이트데이에 이렇게 찍어낸 초콜릿을 선물이랍시고 주겠다고요?

다들 얼마나 실망하겠어요?

지휘관

...아뿔싸.

그러네, 이 초콜릿 전부 다 똑같잖아!

그제서야 깨달은 지휘관은 이마를 탁 짚었다.

지휘관

이걸 왜 몰랐지... 이래서야, 슈퍼에서 똑같은 초콜릿을 300개를 사는 거랑 무슨 차이람?

카리나

그러니까요!

지휘관

하지만 이제 6시간도 안 남았는데...

하나하나 차이 있게 만들기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

어떡하면 좋지?

카리나

이 기계, 어디서 났어요?

지휘관

페르시카 씨한테 부탁한 거야.

카리나

그렇다면...

카리나의 눈빛은 단호했다.

카리나

다른 방법이 없네요.

......

페르시카의 침실.

지휘관

이건 역시 좀 너무하지 않을까? 툭하면 철야하는 사람 자는 걸 두 번이나 방해하자고...?

카리나

하지만 달리 방도가 없잖아요.

잘 사과하면 페르시카 씨도 용서해 주실 거예요.

헌터

...그럴 것 같진 않은걸.

헌터의 시선은 침대 위가 아닌 아래에 둘둘 말린 이불의 덩어리를 향했다.

헌터

깨우더라도 또 도와주려 할 것 같지 않아.

카리나

괜한 걱정이래도? 페르시카 씨가 얼마나 친절한데. 분명 이해해 주실 거야.

카리나

페르시카 씨~

일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는 카리나는 이불을 덥석 붙잡았다.

지휘관

잠깐, 카리——

카리나

——!?

그리고 기운차게 그대로 쭈욱 이불을 당겼지만, 그 속에서 잠자던 페르시카가 먼저 반응했다.

카리나가 깨달았을 땐 이미 늦어, 매서운 돌풍이 그녀의 뺨을 스치고 옆머리를 휘날렸다.

페르시카가 전력으로 투척한 커피잔이 날아가, 지휘관의 미간에 정통으로 명중한 것이었다.

지휘관

<size=50>끄억!!</size>

페르시카

자암 좀 자자 이것들아아아! 겨우 다시 잠들려던 참이었는데!!

카리나

페... 페르시카 씨...?

입가에 아직도 커피의 흔적이 남아있는 페르시카가 노발대발하며 벌떡 일어났다.

페르시카

또 뭐야!?

카리나

아......

적은 만큼 귀중한 수면 시간을 2번이나 방해받아서인지 페르시카는 머리 끝까지 화가 난 상태였고, 그런 그녀를 눈앞에 둔 카리나는 하려던 말도 까먹고 입만 뻐끔거렸다.

카리나

저... 그게... 어...

헌터

당신이 만든 기계가 엉터리여서 따지러 왔다.

그렇게 자신만만하더니, 겨우 이 정도였나?

아니면 그냥 대충 만들고 넘어가려 한 건가?

페르시카

뭐이임므아아...?

페르시카가 눈을 한층 더 부릅 뜨고 헌터를 노려봤다.

헌터

당신이 만든 기계는 디너게이트 공장을 개조한 것.

우리의 디자인을 유용했을 뿐이다.

페르시카

하도 급하대서 있는 거 갖다 썼다, 왜!

너네가 닦달하곤 내 탓하는 거야 지금?

헌터

우리 철혈의 설비는 기본적으로 뛰어난 확장성이 장점이지.

설계를 조금 수정해서 초콜릿을 녹이고 굳히는 생산 라인 쯤이야, 나라도 만들 수 있다만?

페르시카

――――

눈이 가늘어진 페르시카는 이젠 아예 살기를 내뿜으며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했다.

헌터

아예 처음부터 새로 만들란 터무니없는 소리는 하지 않겠어.

다만, 지금 우리인 생산하는 초콜릿마다 디자인에 차이점을 만들 수 있는 기계가 필요하다.

페르시카

참 치졸한 도발이네...

누가 봐도 분노를 억누르는 중임이 분명한 페르시카가, 목소리를 낮게 깔며 씹어 내뱉듯 말했다.

페르시카

...각오는 됐겠지?

헌터

물론.

그리고, 페르시카는 성큼성큼 방을 나서 공방으로 향했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는 지휘관과 카리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휘관

같은 수단이 두 번이나 먹히다니...

헌터

솔직히 나도 놀랐다.

이게 인간의 경쟁심이란 말이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단하군.

카리나

이래도 정말 괜찮을까요...?

지휘관

글쎄다... 그래도 이미 저지른 일이니 끝장을 봐야지.

일단은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어.

지휘관은 아직도 얼얼한 이마를 문지르며 정신을 차렸다.

지휘관

나중의 일은... 나중에 생각하자.

카리나

아무래도 내년의 화이트데이는 제가 도와드려야겠네요.

지휘관

안 돼. 너도 선물을 받는 입장인데, 뭘 받는지 미리 알면 재미 없잖아.

카리나

어휴, 하여간 이상한 데서 고집이 세시다니까요...

지휘관

이래야 모두에게——

개런드

<size=50>꺄아아아악!!</size>

돌연 바깥에서 비명이 들렸다.

지휘관

개런드!?

카리나

무슨 일이지?!

지휘관과 카리나는 시선을 교환하고, 함께 방 밖으로 뛰쳐나왔다.

지휘관

개런드, 무슨 일――헉?!

쿠키베로스

초오코올리이이잇...!

헌터

지휘관! 디스트로이어다! 아무래도 초콜릿의 냄새를 맡고 반성실에서 빠져나온 모양이야!

지휘관

아니 얘가 여긴 또 어떻게 왔어!?

아니 아니 그보다 모습은 왜 저래?! 에이전트한테 끌려가서 벌받았다며!

LWMMG

저게 에이전트가 벌하는 방식인가 보죠.

전에 드리머가 비슷한 짓을 했는데, 그게 효과가 꽤 좋았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저 소체에 들어간 상태론 지능이 크게 저하돼서 본능에 충실해진 것 같아요.

지휘관

페르시카 씨는?!

페르시카

나 기계 손보는 중이야, 일 끝내기 전까지 못 오게 막아.

초콜릿 재료 죄다 먹혀 버릴라.

지휘관

어...

퍽!

쿠키베로스

크아아앙!!

헌터의 묵직한 강펀치를 맞은 디스트로이어는 몇 발짝 밀려났지만, 움츠러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흥분했다.

쿠키베로스

다 내 거야... 여기 있는 초콜릿 다 내 거야...!

헌터

지휘관! 명령을!

지휘관

미안하다 디스트로이어... 하지만 이번엔 진짜 안 돼!

전원, 녀석을 제압해!

일동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