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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23 · 퍼미션 리로딩

2차 리부트

"겨우 이 정도밖에 못 하면서 엘리트 전술인형이라 할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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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color=#FFFF00>전투 종료, 적 지휘부 공략도 - 61%.</color>

<color=#FFFF00>종합 평가 - 합격.</color>

<color=#FFFF00>현재 시험 진도 - 75%. 곧 다음 스테이지를 불러옵니다...</color>

CMR-30

해냈다아아!! 선배들 수고 많았어!!

성적이 발표되는 순간, CMR-30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모두에게 와락 안겨들었다.

톰슨

후우~ 아슬아슬했구만!

행여라도 통과 못 하면 너한테 뭐라 말해야 하나 했다.

CMR-30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CMR-30

아니야, 다 선배들 덕분이야!

나도 제대로 싸울 수 있었다면 덜 부담스러웠을 텐데...

80식

그런 말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옮겨서 더 강해지도록 해.

톰슨

아무튼, 당장 좋은 소식은 우리가 두 스테이지를 통과해서 시험 합격까지 한 발짝 남았단 거다.

그리고 나쁜 소식은...

CMR-30

알아.

마지막 스테이지니까 분명 엄청 어렵겠지?

톰슨

그래.

다들 눈치챘을 테지만, 세 스테이지를 거치면서 적의 전체적인 능력치가 점차적으로 상승했다.

2차전은 그나마 여유가 있었다만, 방금 전은 우리가 전력을 다해서야 간신히 합격점을 받아냈어.

이 추세라면, 마지막 스테이지는 아주 고비일 거다.

그러니 신참 너도 전력으로 싸울 각오를 하도록.

지직... 지지직...

익숙한 노이즈음이 다음 스테이지의 시작을 예고하는 듯했다.

CMR-30은 긴장하며 숨을 죽였다.

그런데,

돌연 차단기가 내려간 것처럼 주위가 어둠에 빠졌다.

CMR-30

힉?! 뭐야뭐야 정전이야!?

80식

가상 공간에 정전은 무슨... 침착해 봐, 저쪽에 뭐가 있는 거 같아.

80식이 가리킨 방향에, 조금 흐릿해도 분명히 검은 바탕 앞에서 아른거리는 웬 실루엣이 보였다.

그 실루엣은 이윽고 모습이 선명해지더니, 일행에게 낯선 얼굴을 드러냈다.

???

이런 이런...

겨우 이 정도밖에 못 하면서 엘리트 전술인형이라 할 수 있겠어?

카르카노 M91/38

...누구신지?

???

쯧쯧쯧, 대장님한테 시치미 떼도 소용 없어요~

카르카노 M91/38

대장...? 그게 무슨 소리예요?

낯선 얼굴의 소녀는 시노의 추궁을 가벼운 말투로 무시했다.

그리고 곧바로, 얼굴의 냉소가 순식간에 간담이 서늘해지는 비정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

공략도를 80%도 못 채우다니... 엄청 실망했어.

그러니까, 처음부터 다시 해. 성적이 엘리트 전술인형이란 이름에 걸맞을 때까지.

그리고 소녀는 노이즈와 함께 사라졌다.

CMR-30 일행은 어리둥절해하며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80식

뭐야 쟤, NPC? 아님 다른 녀석의 마인드맵 카피야?

톰슨

이 보충 시험의 시스템 폐쇄성으로 보건대 저건 이 프로그램 자체의 물건이야.

그런데 저 녀석, 왜 자신을 "대장"이라 한 거지?

그리고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인데...

CMR-30

크크크큰일이야! 시스템 메시지 봐봐! 빨리!

CMR-30의 다급한 목소리에, 일행은 그제서야 시스템 인터페이스 하단에서 계속 팝업되는 작은 문구를 눈치챘다.

시스템

<color=#FFFF00>시험 진도를 초기화하는 중...</color>

<color=#FFFF00>76%</color>

<color=#FFFF00>45%</color>

<color=#FFFF00>9%</color>

80식

...이거 농담이지?

시스템

<color=#FFFF00>0%</color>

<color=#FFFF00>시험 진도 초기화 완료.</color>

<color=#FFFF00>곧 스테이지를 불러옵니다...</color>

지직... 지지직...

공허에서 무수한 픽셀이 몰려와 새하얀 땅으로 뭉치며 지평선 너머까지 뻗어 나갔다.

익숙한, 끝이 안 보이는 설원.

CMR-30

여긴... 1스테이지의 S03 구역?!

카르카노 M91/38

어머나 세상에, 정말로 원점으로 돌아왔네요.

마치 시간 여행처럼, 일행은 푸르스름한 투명 장막에 타이머가 무심하게 흐르는 시작 지점으로 돌아왔다.

이에 80식은 속으로 저주를 내뱉는 게 분명한 눈빛으로 총열을 꽉 움켜쥐고 톰슨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80식

내가 뭐랬어.

이거 지휘관이랑 카리나가 보복하는 거랬지!

멋대로 난이도 올리질 않나, 멋대로 진도 초기화하질 않나...! 왜! 우리가 그렇게 만만해!?

아 몰라, 나 안 해!

CMR-30

지, 진정해 80식 선배!

오해일 수도 있잖아, 시스템 버그라든가!

시노 선배도 뭐라 말 좀 해 봐!

카르카노 M91/38

싫어요.

애초에 하기 싫은 거 억지로 끌려온 거였는걸요.

동료로서 80식을 지지할게요.

CMR-30 씨도 톰슨 씨도 그냥 우리처럼 드러눕고 지휘관이 구하러 오길 기다리는 게 어때요?

CMR-30

그치만...!

톰슨

됐다.

톰슨이 한숨을 쉬었다.

톰슨

미안하다 신참, 나 때문에 너까지 고생하게 돼서.

내가 고집부리지 않았으면, 지금쯤이면 아마 시험 끝내고 세상 편하게 쉬고 있었을 텐데 말이야.

그런데 아직도 함께 계속해 주겠다니 고맙다. 아주 훌륭한 신병이야.

CMR-30

선배...

톰슨은 입꼬리에 힘을 주고, 이번엔 80식과 시노에게 몸을 돌렸다.

톰슨

너희한테도 미안하다, 큰소리 쳤는데 이 꼴이라.

하지만 대장으로서, 판단과 발언엔 책임을 져야겠지.

난 마냥 보스가 오길 기다리지 않겠어. 그런 건 이 톰슨의 스타일이 아니거든.

80식

그럼 저 시험 계속하게?

훈련이라지만 그래봤자 개죽음이라고.

톰슨은 대답 없이, 그저 고개만 조금 숙이고 웃었다.

톰슨

훗... 방금 녀석이 말한 조건은 "적 지휘부 공략도 80% 이상"이었지?

내가 단독으로 지휘부를 기습한다면 어떻게든 될지도 모르지.

너넨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CMR-30

선배?! 나도 같이——

타다다——

CMR-30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톰슨은 홀로 장막 밖으로 뛰쳐나갔다.

80식

?!

우르르릉...

강렬한 진동이 느껴지더니, 흩날리는 눈과 먼지가 해일처럼 밀려왔다.

80식

저 화력... 젠장!

신참! 시노! 빨리 엄폐해!

반응할 새도 없이, CMR-30은 80식의 손에 붙잡혀 후방으로 끌려갔다.

간신히 뒤돌아 보았을 땐, 톰슨의 뒷모습은 폭설 너머로 사라지고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