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리부트
"겨우 이 정도밖에 못 하면서 엘리트 전술인형이라 할 수 있겠어?"
전투 종료, 적 지휘부 공략도 - 61%.
종합 평가 - 합격.
현재 시험 진도 - 75%. 곧 다음 스테이지를 불러옵니다...
해냈다아아!! 선배들 수고 많았어!!
성적이 발표되는 순간, CMR-30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모두에게 와락 안겨들었다.
후우~ 아슬아슬했구만!
행여라도 통과 못 하면 너한테 뭐라 말해야 하나 했다.
CMR-30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니야, 다 선배들 덕분이야!
나도 제대로 싸울 수 있었다면 덜 부담스러웠을 텐데...
그런 말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옮겨서 더 강해지도록 해.
아무튼, 당장 좋은 소식은 우리가 두 스테이지를 통과해서 시험 합격까지 한 발짝 남았단 거다.
그리고 나쁜 소식은...
알아.
마지막 스테이지니까 분명 엄청 어렵겠지?
그래.
다들 눈치챘을 테지만, 세 스테이지를 거치면서 적의 전체적인 능력치가 점차적으로 상승했다.
2차전은 그나마 여유가 있었다만, 방금 전은 우리가 전력을 다해서야 간신히 합격점을 받아냈어.
이 추세라면, 마지막 스테이지는 아주 고비일 거다.
그러니 신참 너도 전력으로 싸울 각오를 하도록.
지직... 지지직...
익숙한 노이즈음이 다음 스테이지의 시작을 예고하는 듯했다.
CMR-30은 긴장하며 숨을 죽였다.
그런데,
돌연 차단기가 내려간 것처럼 주위가 어둠에 빠졌다.
힉?! 뭐야뭐야 정전이야!?
가상 공간에 정전은 무슨... 침착해 봐, 저쪽에 뭐가 있는 거 같아.
80식이 가리킨 방향에, 조금 흐릿해도 분명히 검은 바탕 앞에서 아른거리는 웬 실루엣이 보였다.
그 실루엣은 이윽고 모습이 선명해지더니, 일행에게 낯선 얼굴을 드러냈다.
이런 이런...
겨우 이 정도밖에 못 하면서 엘리트 전술인형이라 할 수 있겠어?
...누구신지?
쯧쯧쯧, 대장님한테 시치미 떼도 소용 없어요~
대장...? 그게 무슨 소리예요?
낯선 얼굴의 소녀는 시노의 추궁을 가벼운 말투로 무시했다.
그리고 곧바로, 얼굴의 냉소가 순식간에 간담이 서늘해지는 비정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공략도를 80%도 못 채우다니... 엄청 실망했어.
그러니까, 처음부터 다시 해. 성적이 엘리트 전술인형이란 이름에 걸맞을 때까지.
그리고 소녀는 노이즈와 함께 사라졌다.
CMR-30 일행은 어리둥절해하며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뭐야 쟤, NPC? 아님 다른 녀석의 마인드맵 카피야?
이 보충 시험의 시스템 폐쇄성으로 보건대 저건 이 프로그램 자체의 물건이야.
그런데 저 녀석, 왜 자신을 "대장"이라 한 거지?
그리고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인데...
크크크큰일이야! 시스템 메시지 봐봐! 빨리!
CMR-30의 다급한 목소리에, 일행은 그제서야 시스템 인터페이스 하단에서 계속 팝업되는 작은 문구를 눈치챘다.
시험 진도를 초기화하는 중...
76%
45%
9%
...이거 농담이지?
0%
시험 진도 초기화 완료.
곧 스테이지를 불러옵니다...
지직... 지지직...
공허에서 무수한 픽셀이 몰려와 새하얀 땅으로 뭉치며 지평선 너머까지 뻗어 나갔다.
익숙한, 끝이 안 보이는 설원.
여긴... 1스테이지의 S03 구역?!
어머나 세상에, 정말로 원점으로 돌아왔네요.
마치 시간 여행처럼, 일행은 푸르스름한 투명 장막에 타이머가 무심하게 흐르는 시작 지점으로 돌아왔다.
이에 80식은 속으로 저주를 내뱉는 게 분명한 눈빛으로 총열을 꽉 움켜쥐고 톰슨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내가 뭐랬어.
이거 지휘관이랑 카리나가 보복하는 거랬지!
멋대로 난이도 올리질 않나, 멋대로 진도 초기화하질 않나...! 왜! 우리가 그렇게 만만해!?
아 몰라, 나 안 해!
지, 진정해 80식 선배!
오해일 수도 있잖아, 시스템 버그라든가!
시노 선배도 뭐라 말 좀 해 봐!
싫어요.
애초에 하기 싫은 거 억지로 끌려온 거였는걸요.
동료로서 80식을 지지할게요.
CMR-30 씨도 톰슨 씨도 그냥 우리처럼 드러눕고 지휘관이 구하러 오길 기다리는 게 어때요?
그치만...!
됐다.
톰슨이 한숨을 쉬었다.
미안하다 신참, 나 때문에 너까지 고생하게 돼서.
내가 고집부리지 않았으면, 지금쯤이면 아마 시험 끝내고 세상 편하게 쉬고 있었을 텐데 말이야.
그런데 아직도 함께 계속해 주겠다니 고맙다. 아주 훌륭한 신병이야.
선배...
톰슨은 입꼬리에 힘을 주고, 이번엔 80식과 시노에게 몸을 돌렸다.
너희한테도 미안하다, 큰소리 쳤는데 이 꼴이라.
하지만 대장으로서, 판단과 발언엔 책임을 져야겠지.
난 마냥 보스가 오길 기다리지 않겠어. 그런 건 이 톰슨의 스타일이 아니거든.
그럼 저 시험 계속하게?
훈련이라지만 그래봤자 개죽음이라고.
톰슨은 대답 없이, 그저 고개만 조금 숙이고 웃었다.
훗... 방금 녀석이 말한 조건은 "적 지휘부 공략도 80% 이상"이었지?
내가 단독으로 지휘부를 기습한다면 어떻게든 될지도 모르지.
너넨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선배?! 나도 같이——
타다다——
CMR-30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톰슨은 홀로 장막 밖으로 뛰쳐나갔다.
?!
우르르릉...
강렬한 진동이 느껴지더니, 흩날리는 눈과 먼지가 해일처럼 밀려왔다.
저 화력... 젠장!
신참! 시노! 빨리 엄폐해!
반응할 새도 없이, CMR-30은 80식의 손에 붙잡혀 후방으로 끌려갔다.
간신히 뒤돌아 보았을 땐, 톰슨의 뒷모습은 폭설 너머로 사라지고 없었다.
전체 대사 보기 (54줄)
<color=#FFFF00>전투 종료, 적 지휘부 공략도 - 61%.</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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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냈다아아!! 선배들 수고 많았어!!
성적이 발표되는 순간, CMR-30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모두에게 와락 안겨들었다.
후우~ 아슬아슬했구만!
행여라도 통과 못 하면 너한테 뭐라 말해야 하나 했다.
CMR-30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니야, 다 선배들 덕분이야!
나도 제대로 싸울 수 있었다면 덜 부담스러웠을 텐데...
그런 말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옮겨서 더 강해지도록 해.
아무튼, 당장 좋은 소식은 우리가 두 스테이지를 통과해서 시험 합격까지 한 발짝 남았단 거다.
그리고 나쁜 소식은...
알아.
마지막 스테이지니까 분명 엄청 어렵겠지?
그래.
다들 눈치챘을 테지만, 세 스테이지를 거치면서 적의 전체적인 능력치가 점차적으로 상승했다.
2차전은 그나마 여유가 있었다만, 방금 전은 우리가 전력을 다해서야 간신히 합격점을 받아냈어.
이 추세라면, 마지막 스테이지는 아주 고비일 거다.
그러니 신참 너도 전력으로 싸울 각오를 하도록.
지직... 지지직...
익숙한 노이즈음이 다음 스테이지의 시작을 예고하는 듯했다.
CMR-30은 긴장하며 숨을 죽였다.
그런데,
돌연 차단기가 내려간 것처럼 주위가 어둠에 빠졌다.
힉?! 뭐야뭐야 정전이야!?
가상 공간에 정전은 무슨... 침착해 봐, 저쪽에 뭐가 있는 거 같아.
80식이 가리킨 방향에, 조금 흐릿해도 분명히 검은 바탕 앞에서 아른거리는 웬 실루엣이 보였다.
그 실루엣은 이윽고 모습이 선명해지더니, 일행에게 낯선 얼굴을 드러냈다.
이런 이런...
겨우 이 정도밖에 못 하면서 엘리트 전술인형이라 할 수 있겠어?
...누구신지?
쯧쯧쯧, 대장님한테 시치미 떼도 소용 없어요~
대장...? 그게 무슨 소리예요?
낯선 얼굴의 소녀는 시노의 추궁을 가벼운 말투로 무시했다.
그리고 곧바로, 얼굴의 냉소가 순식간에 간담이 서늘해지는 비정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공략도를 80%도 못 채우다니... 엄청 실망했어.
그러니까, 처음부터 다시 해. 성적이 엘리트 전술인형이란 이름에 걸맞을 때까지.
그리고 소녀는 노이즈와 함께 사라졌다.
CMR-30 일행은 어리둥절해하며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뭐야 쟤, NPC? 아님 다른 녀석의 마인드맵 카피야?
이 보충 시험의 시스템 폐쇄성으로 보건대 저건 이 프로그램 자체의 물건이야.
그런데 저 녀석, 왜 자신을 "대장"이라 한 거지?
그리고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인데...
크크크큰일이야! 시스템 메시지 봐봐! 빨리!
CMR-30의 다급한 목소리에, 일행은 그제서야 시스템 인터페이스 하단에서 계속 팝업되는 작은 문구를 눈치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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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에서 무수한 픽셀이 몰려와 새하얀 땅으로 뭉치며 지평선 너머까지 뻗어 나갔다.
익숙한, 끝이 안 보이는 설원.
여긴... 1스테이지의 S03 구역?!
어머나 세상에, 정말로 원점으로 돌아왔네요.
마치 시간 여행처럼, 일행은 푸르스름한 투명 장막에 타이머가 무심하게 흐르는 시작 지점으로 돌아왔다.
이에 80식은 속으로 저주를 내뱉는 게 분명한 눈빛으로 총열을 꽉 움켜쥐고 톰슨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내가 뭐랬어.
이거 지휘관이랑 카리나가 보복하는 거랬지!
멋대로 난이도 올리질 않나, 멋대로 진도 초기화하질 않나...! 왜! 우리가 그렇게 만만해!?
아 몰라, 나 안 해!
지, 진정해 80식 선배!
오해일 수도 있잖아, 시스템 버그라든가!
시노 선배도 뭐라 말 좀 해 봐!
싫어요.
애초에 하기 싫은 거 억지로 끌려온 거였는걸요.
동료로서 80식을 지지할게요.
CMR-30 씨도 톰슨 씨도 그냥 우리처럼 드러눕고 지휘관이 구하러 오길 기다리는 게 어때요?
그치만...!
됐다.
톰슨이 한숨을 쉬었다.
미안하다 신참, 나 때문에 너까지 고생하게 돼서.
내가 고집부리지 않았으면, 지금쯤이면 아마 시험 끝내고 세상 편하게 쉬고 있었을 텐데 말이야.
그런데 아직도 함께 계속해 주겠다니 고맙다. 아주 훌륭한 신병이야.
선배...
톰슨은 입꼬리에 힘을 주고, 이번엔 80식과 시노에게 몸을 돌렸다.
너희한테도 미안하다, 큰소리 쳤는데 이 꼴이라.
하지만 대장으로서, 판단과 발언엔 책임을 져야겠지.
난 마냥 보스가 오길 기다리지 않겠어. 그런 건 이 톰슨의 스타일이 아니거든.
그럼 저 시험 계속하게?
훈련이라지만 그래봤자 개죽음이라고.
톰슨은 대답 없이, 그저 고개만 조금 숙이고 웃었다.
훗... 방금 녀석이 말한 조건은 "적 지휘부 공략도 80% 이상"이었지?
내가 단독으로 지휘부를 기습한다면 어떻게든 될지도 모르지.
너넨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선배?! 나도 같이——
타다다——
CMR-30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톰슨은 홀로 장막 밖으로 뛰쳐나갔다.
?!
우르르릉...
강렬한 진동이 느껴지더니, 흩날리는 눈과 먼지가 해일처럼 밀려왔다.
저 화력... 젠장!
신참! 시노! 빨리 엄폐해!
반응할 새도 없이, CMR-30은 80식의 손에 붙잡혀 후방으로 끌려갔다.
간신히 뒤돌아 보았을 땐, 톰슨의 뒷모습은 폭설 너머로 사라지고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