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과다
M1903, G36C
기지 복도.
흠흠흠흠~♪
스프링필드 씨, 기분이 좋으시네요.
음? 아하하, 들켰나요?
네, 꽤 신선한 기분이에요.
청소에 몰두하는 느낌도 꽤 재밌네요.
G36은 평소에 노래 부르거나 하진 않나요?
아뇨... 언니는 그러는 일 별로 없어요.
어휴, 일을 어디까지 임무로만 생각하면 안 되는데 말이죠.
일이라도 즐길 줄 알아야 하는데.
자신이 하는 일을 무미건조하다 생각하기 시작하면 손님에게 성의를 전달할 수 없어요.
하지만 손님이 메이드장의 얼굴을 구경하려 들진 않잖아요?
메이드 카페도 아닌데.
하하, 그건 그래요.
그나저나 G36C가 이렇게 심술궂을 줄은 상상도 못했네요.
시작 전엔 그렇게 겁주더니, 사실 당신도 즐기고 있죠?
네에...? 그럴 리가요...
G36C는 고개를 젓고, 일정표를 다시 꺼냈다.
후우... 이제 겨우 절반 청소했네요.
기지는 넓으니 말이죠.
복도만 청소하면 된다 쳐도, 업무량이 상당한걸요.
정말 G36이 혼자서 다 하는 건가요?
네, 하지만 가끔 시간 나는 사람들이 도와줄 때도 있어요. 저라던가요.
그렇군요. 큰 일이긴 하지만, 역시 감당 못할 수준은 아니네요.
하지만 G36의 기준은 저보다 훨씬 더 깐깐하겠죠?
그래도 이 정도로 "시련"이라 할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요.
그야 당연하죠, 언니의 일은 이것 말고도 더 있으니까요.
네?
언니의 일일 업무 일정표에요. 보세요, 복도 청소는 그중 하나일 뿐이에요.
헉...?!
업무 일정표를 건네받은 스프링필드의 얼굴이 일순 굳어졌다.
이걸... 매일 한다고요...?
원래는 이거보다 많아요.
급하게 부관 업무도 맡게 돼서 부담되니 다소 줄인 거예요.
과연 G36...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도 역시 놀랍네요.
언니는 무슨 일이든 계획하고 처리해요.
자기자신한테까지 엄청 엄격한 기준을 세워서 한때는 도저히 못 버틸 지경이었지만...
요즘은 그나마 많이 나아진 편이에요.
네, 딱 제가 아는 G36이네요.
더 놀라실 줄 알았는데.
이래 봬도 진심으로 놀랐답니다.
그래도...
생각보다 반응이 덜해서요?
...네.
지금까지 이 일정표를 본 사람은 한결같이 똑같은 표정을 지었거든요.
카리나 씨는 동질감이 느껴진다면서 아예 울기까지 했어요.
으음, 그건 좀 오버가 아닐런지...
그래도, 그게 정상적인 반응이겠죠.
누구나 G36처럼 할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도전장을 받은 이상, 저도 진지하게 임해야겠어요.
여유 넘치시네요.
어디 보자, 다음 장소는...
식당인가요?
네, 슬슬 점심 시간이에요.
지휘관님과 카리나 씨를 포함한 모두의 점심 식사를 시간 전에 완성해야 해요.
......그리고 이게 식단이고요?
네, 언니가 모두의 수요를 종합, 절충해서 짠 식단이에요.
그렇담, 이게 모두의 수요 조사군요.
흐음... 각자 먹고 싶어하는 게 다르네요.
어... 무슨 생각하세요?
제가 G36보다 더 잘하겠다고 했던가요?
그리고, 카페에선 손님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것이 기본이랍니다.
하지만 이건 식당이지 카페가 아닌데요...
기왕 하는 거, 성대하게 가자고요!
으아아... 어떻게 돼도 몰라요!
......
......응?
식당이 오늘따라 시끄러운 거 같은데... 무슨 일 있나?
여기 낫토 비빔밥에 낫토 토핑 추가로 주시오!
저는 피자요! 스프링필드 씨도 알죠? 그걸로요!
내 밥 언제 나와――!!
배고파 돌아가시겠다――!!
네, 금방 됩니다!
G36C 씨, 주문 좀 대신 받아 주세요!
이게 무슨 일이야?
아, 지휘관님! 오늘은 뭘 드시고 싶으신가요?
뭘 먹고 싶냐니, 여긴 직원 식당이잖아.
...잠깐, 여기서 주문을 받는다고?
네! 뭐든 괜찮으니 말씀해 주세요.
뭐든 된다면... 해물덮밥도 돼?
중화요리 같네요, 군만두도 드릴까요?
어... 중화요리를 너무 중국집처럼 생각하는 거 같은데.
아무튼 그냥 국 한 그릇 떠 줘, 요즘은 체력 소모가 많아선지 짠 게 먹고 싶어.
그런가요? 4식 씨가 이게 중화요리의 표준 조합이라던데.
아하, 왜 이해가 잘못됐는지 알겠다.
아무튼 주문 받았습니다, 금방 가져다 드릴게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지휘관님.
스프링필드가 황급히 주방으로 돌아갔다.
엄청 바빠 보이네...
직원 식당이 이래도 되나?
게다가...
꼬르르르륵...
이상한 소리 내지 마.
그치만 배고파 죽겠는걸.
시끄럽다고.
꼬르륵 소리가?
네 생각 자체가.
!?
모두 각자 먹고 싶은 걸로 만들어 주려 하면...
음식 나오는 속도가 전혀 따라가질 못하는구나.
전대미문으로 아수라장인 식당에서, 지휘관은 다소 불안한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다.
원하는 음식을 먹는 건 기쁜 일이지만...
정말 이대로 괜찮을까?
지휘관은 역시 걱정되었다.
괜찮을 리가 없잖아요!
에이, 그래도 버텨냈잖아요?
하지만 오늘 업무가 아직 잔뜩 남았다고요... 점심 시간에 체력을 잔뜩 소모했는데, 이 다음은 어떡할 거예요?
그 전에, 일어나실 수는 있겠어요?
하하, 그렇네요... 예상보다 할 일이 훨씬 많았어요.
몇 분이 도와줘서 망정이지, 혼자선 분명 다 처리하지 못했을 거예요.
오늘은 어찌어찌 제시간에 끝낸다 쳐요.
그럼 내일은요? 모레는요?
매일 이렇게 했다간 아무리 스프링필드 씨라도 얼마나 견디실 수 있겠어요?
그래서 G36이 항상 엄격했던 거군요...
매일 지겹게 반복되는 일이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니...
그저, 그래야만 하는 일을 맡은 사람이 G36인 거고요.
계획을 초과한 일을 어떻게든 해내서 일시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는다 해도, 그걸 지속할 수는 없어요.
언니는 매일, 매달, 매년 같은 일을 반복하지만, 어떤 실수도 저지르지 않아요.
그저 감복할 따름이네요.
스프링필드 씨의 카페는 어떤가요?
카페는 식당처럼 크지도 않고, 한번에 손님이 300명 넘게 몰려들지도 않으니까요.
모든 손님의 요구에 일일이 대응할 수 있어요.
다 그럴 여유가 있기 때문이죠.
언니는 식당에서 항상 300명이 넘는 손님을 상대해야 해요, 스프링필드 씨처럼 자유롭지도 못하고요.
네... 이제야 이해했어요.
왜 G36이 제 방식에 의문을 가졌는지.
언니의 사고방식이 정말 틀에 박혔을 수도 있죠.
하지만 언니의 위치에선 그 틀이 필수적인 수단일 수밖에 없어요.
스프링필드는 손안의 일정표를 보며 잠시 고민하다, G36C에게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
아직... 일이 잔뜩이네요.
어떡하죠? 전 이제 움직이지도 못하겠어요.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까요?
언니가, 스프링필드 씨가 일을 다 못 하겠다고 한다면 카페 일 끝나고 대신 마저 하겠다고 했어요.
하하하... 다 예상했다 이건가요...
음... 그래도 역시 그럴 순 없죠.
받아들인 이상, 힘들다고 이대로 포기하면 너무 한심하니까요.
스프링필드 씨도 나름 고집이 있으시네요.
업무는 가게 손님처럼 문밖에서 얌전히 줄 서서 기다려 주지 않으니까요.
손님을 줄 세운 것만으로도 G36을 화나게 했는데...
일까지 줄을 세웠다간, 정말로 뚜껑 열리는 걸 보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에요.
저도 얕보이긴 싫답니다. 물론, 이미 철저하게 패배했지만요.
언니도 다 경험이 쌓여 익숙해졌을 뿐이에요.
경험과 요령이 쌓인 덕분에 언니는 스프링필드 씨가 걸린 시간의 3분의 1 정도밖에 안 걸려요.
옆에서 보면 전혀 안 힘든 것처럼 보일 정도로요.
그렇게 말하면 제 마음의 상처만 늘어난답니다?
아! 죄, 죄송해요!
후훗, 농담이에요. 사실은 사실이죠.
자, 휴식은 이만하면 됐으니, 일을 계속하러 갈까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