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 중독
G36, XM8
카페.
영업 준비는... 이걸로 충분하겠지.
언니! 부탁한 물건 가져——흐헉?!
왔니? 물건 이리 주렴.
아직 시간이 좀 남았으니 미리 준비할 수 있겠어.
쓰으읍... 언니, 그새 여기 대청소했어?
약간의 청결 작업을 했을 뿐이야.
약간은 무슨, 아주 무균 처리를 했구만!
우웨엑 소독약 냄새!
안심해, 음식엔 영향 없으니까.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
누가 병원에서 외식하고 싶겠어?
하여간 언니는 그래서... 히익!?
카, 카운터가 반들반들해!
...왜 바퀴벌레 봤을 때보다 호들갑 떨어?
NG야 NG!
너무 깨끗하면 안 돼!
뭐어...?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
너 또 장난치는 거면 정말 가만 안 둔다?
자, 얼른 같이 컵이나 정리해.
하아아...
아 몰라, 어찌 되든 내 알 바 아니야.
괜한 호들갑이야, XM8.
간만에 진심을 냈을 뿐인걸.
손님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자신은 있어.
맘대로 해보세요... 내 탓 아니다 뭐, 언니가 이렇게 했지.
잔혹한 현실을 보고 깨닫는 수밖에 없겠네.
......?
야호! 오늘도 내가 첫빠——뜨아학!?!
어서 오십시오, 손님.
까, 깜짝이야...
왜 G36이 여깄어? 스프링필드는?
오늘은 제가 대신 근무하게 됐습니다.
어... 그렇구나... 응...
MDR은 얼얼한 코를 들이키고, 눈을 좌우로 굴리다 카운터 뒤에서 썩소를 짓는 XM8과 눈이 마주쳤다.
네가 좀 설명해 봐!
몰라, 아무리 말해도 안 들어먹어.
끄응...
손님?
어, 아, 오오오늘은 몸이 좀 안 좋은 거 같네!
오늘은 그냥 돌아가야겠어, 아하하하하! 다음에 봐——!
MDR이 쌩하고 도망쳤다.
......
거 봐...
안녕하십니까... 응?
어서 오십시오, 손님.
G36?
오늘은 제가 스프링필드 대신 근무합니다.
그렇군... 그럼, 홍차 한 잔 부탁하지.
알겠습니다.
리엔필드는 평소처럼 카운터 앞에 앉았지만, 어색함이 역력했다.
주문하신 홍차 나왔습니다.
신경쓰실 것 없습니다, 그저 카운터 뒤의 사람이 바뀌었을 뿐입니다.
아, 아니... G36이 마음에 안 드는 게 아니야.
그저... 흐음... 뭐랄까, 오늘의 카페는 느낌이 좀 많이 달라서 말이지.
저 말고 다른 점이요?
너 말고 다른 점.
...어디인가요?
나도 뭐라 콕 집어 말하진 못하겠다만... 그저 손님이 나 혼자뿐이라서 그런가?
아, 오해는 말아라, 불만이란 뜻은 아니니까.
오히려, G36의 솜씨를 맛보게 되어 영광이다.
......
...혹시 내가 잘못 말했나?
하, 하, 하. 백번 옳고 지당하신 말씀입니다요.
시끄러워.
...?
G36이 찻잔을 리엔필드 앞에 내려놓았다.
잘 마시겠다.
......
......?
G36은 조용히 카운터 뒤로 물러나, 차를 마시려는 리엔필드를 지켜봤다.
얼핏 보기엔 우아한 행동이지만, G36의 그 독특한 시선 때문에 리엔필드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결국 그 불가항력으로 인해, 리엔필드는 평소보다 빠르게 홍차를 흡입했다.
!
그리고 리엔필드가 찻잔을 내려놓는 순간, G36이 재빨리 찻잔을 받아 둘째 잔을 따라 주었다.
막 구워 따끈따끈한 스콘 한 접시와 함께.
오늘의 특별 디저트입니다.
어... 응... 그래.
잘 먹겠다.
정성스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G36은 다시 물러섰다. 다른 손님이 없는 탓인지 그녀의 시선은 계속 리엔필드에게 집중됐다.
G36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리엔필드는 뻣뻣한 움직임으로 디저트를 먹고 둘째 잔도 순식간에 비웠다.
그리고 G36은 빈 그릇을 빠르게 수거해, 싱크대로 가 설거지했다.
리엔필드는 텅 빈 카운터 앞에서 침묵할 뿐이었다.
그럼... 이만 실례하지.
대접해 주어 고맙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리엔필드는 바쁜 걸음으로 카페를 나섰고, G36은 말없이 그녀를 배웅했다.
어휴, 누가 보면 언니가 리엔필드를 쫓아낸 줄 알겠다.
모든 손님한테 다 그러니 망정이지...
그게 무슨 소리니?
아니 그러니까, 왜 일을 그렇게 급하게 하냐고.
응...?
난 그저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모두 금방 떠난 건 일이 바빠서겠지.
여기서 쉰다고 내가 뭐라 하진 않았잖니?
그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리폰에 군법이라도 도입한 줄 알겠어.
"커피 마시는 시간은 3분 이내!" 같은 느낌으로.
평소의 카페에 비해 너무너무너무 썰렁하단 생각 안 들어?
정말 뭐가 이상한지 모르겠어?
...스프링필드가 아니면 안 된다는 거야?
그게 아니지요 이 바보 언니야.
방금 리엔필드한테 직접 말했잖아? 카운터에 누가 있는지는 중요치 않다고.
적어도 여기서 바로 도망칠 정도로 언니 싫어하는 사람은 없어.
음... 그럼 어째선데?
FNC마저 디저트 다 먹자마자 갔는걸.
하아아... 진짜 뭐가 원인인지 모르겠어?
......모르겠어.
으아아아아 속 터지겠다 진짜아아!!
?!
하 진짜, 어디서부터 말해야 하지...
첫번째는... 그래, 역시 표정!
표, 표정?
내 표정이 왜...?
왜? 왜애애?
언니 표정 너무 사나워! 특히 눈빛이!
카운터 앞에 앉은 손님 생각도 좀 해봐!
그렇게 사납게 째려보고 있으면 무슨 수로 커피의 맛과 향을 음미해?
사... 사납...
그리고!
XM8이 카운터를 넘어 G36을 향해 양팔을 벌렸다.
카페를! 너무! 깨끗하게 청소했어!
아니... 그게 감점 요소야?
당연하지!
잠깐만, 표정은 인정해도 그건 납득 못하겠어.
네 말대로라면 지저분한 곳이 더 환영받는단 소리로밖에 안 들려.
아니 그건 아니지만... 이걸 뭐라더라... 아!
"무드"! 그래, 무드가 결정적인 차이야!
무드...
인간이든 인형이든, 카페에 오는 건 보통 일을 마치고 느긋하게 쉬면서 시간을 보내려고 오는 거잖아?
그야 물론 청결함이 중요하지만, 전체적으로 사람에게 풀어질 수 있는 분위기여야 한다고.
그런데 언니가 무슨 짓을 했는지 봐봐! 소독약 잔뜩 뿌리고, 바닥엔 왁스칠하고!
책장에 있던 낡은 만화책들은 또 어디 갔어!
새 책이 더 좋지 않아?
아니! 헌 책은 헌 책만의 감성이 있단 말이야!
모르겠어... 무슨 뜻인지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어...
이런 5성급 호텔의 부속 카페 같은 분위기에선 누구도 풀어질 수 없어!
거기에 위압감 내뿜는 메이드장이 노려보고 있고! 이게 무슨 벌칙 게임이야? MK48도 그런 플레이는 사양하겠다!
풀어지기는커녕 오히려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라니까!
......
내가... 손님을 불편하게 했어?
후아아... 그거. 바로 그거야.
드디어 이해했구나. 이제야 속이 뻥 뚫리네.
언니는 정말이지...
카페를 운영할 재능이 전~혀 없어!
......
......언니?
어... 역시 말이 좀 심했나?
아니.
G36은 묵묵히 손에 든 컵의 물기를 닦았다.
아직 이해가 덜 돼서 그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