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P9
MOD 1
......
...삑.
통신 종료.
이제 어떡할 거야?
예전처럼, 저쪽에서 주는 임무를 수행해야지. 그밖엔 몰라도 돼.
아, 알았어... 그냥 너희가 또 무슨 의뢰를 받았나 해서. 마침 테스트해보고 싶은 물건이 있는데 괜찮지?
테스트? 설마 우리한테 이상한 거 시험하려고?
버튼 누르면 자폭하는 모듈 같은 건 아니지?
그건 또 뭔 헛소리야!? 우리가 같이 일한 게 얼만데 아직도 내 실력을 못 믿어?!
걱정 마, 데레는 그럴 배짱도 없어. 게다가 우린 소중한 단골이잖아.
그리고 데레 너도 안심해, 이번 일 때문에 주문할 게 잔뜩 생겼어.
UMP45는 평소와 같은 미소로 자신의 대원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탈린으로 바람이나 쐬러 가자.
응? 탈린?
대륙 끝자락에 있는 그 먼 곳까지 간다고?
으으... 왜 그렇게 멀리 가야 하는 건데...
의뢰인이 거기로 소풍 좀 갔다 오래.
계속 세이프 하우스에만 처박혀 있으면 건강에 안 좋으니까, 가끔은 나가서 바깥의 시민들이랑도 접촉해야지.
...그곳 주변에 뭐가 있는지 생각났어.
그러니까, 또 우릴 데리고 불구덩이 속으로 걸어 들어갈 셈이구나?
우리가 언제 관광지로 간 적 있니? 뭐... 불구덩이인지 그냥 늪지대인지는 직접 가서 봐야 알겠지만.
그 지역에 뭐가 있는지 안다면 당연히 거절하지 않겠지, 416?
......
그럼, 또 질문 있는 사람?
언제 출발할 거야?
48시간 뒤. 여기 물자를 될 수 있는 대로 챙겨야 하지만 그걸로도 부족하니까 도중에 다른 세이프 하우스에 들러야 해.
엄청 먼 길을 가야 하니까, 모두 준비 든든히 하도록 해.
왜 이렇게 갑자기 엄청 멀리 가야 하는 거야...?
좀 더 쉬다 가면 안 돼?
그럼 네가 제일 좋아하는 베개라도 챙기던가. 네가 직접 들고 가야 하겠지만 말이야.
알았으면 얼른 일어나!
으에에...
404 소대의 인형들은 데레의 작업실에서 나와, 각자 장비를 점검하러 갔다.
그런데, UMP9이 다시 돌아왔다.
......
저기... 데레?
뭔데. 뭐 필요해?
전지라면 선반 위에다 규격대로 정리해놨어.
방해 전파 차단 장치라면――
아니, 그런 게 아니야.
데레, 떠나기 전에 부탁 하나 해도 될까?
부탁이라고...?
걱정 마, 간단한 일이니까!
...좋아, 일단 무슨 부탁인지부터 들어 보고서.
미리 말하지만, 내가 못 하는 일은 안 된다?
응!
그럼 잠깐 둘이서만 얘기하자.
...아까 45한테 너희의 정비 의뢰를 받긴 했지만, 갑자기 이런 요구는 좀 어려운데.
왜?
그냥 업그레이드 모듈을 좀 더 다는 건데... 너한테는 식은 죽 먹기 아니야?
네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야.
하지만 너희의 개조 방안은 이미 다 정해졌어. 게다가 시간도 모자란데, 이런 개조를 성급하게 했다간 문제가 발생하기 십상이라고!
그러니까 얼른 시작하자니까!
내 전자전 능력을 조금만 더 끌어올릴 수 있으면 되니까, 응? 그래야――
그래야 45를 도울 수 있으니까?
내가 조언 하나 해 줄게. 허들을 너무 높게 두지 마. 너희 둘 사이의 본질적인 차이는 이런 개조 한두 번으로 좁힐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러니까 너한테 부탁하는 거야.
너라면 분명 내가 모르는 방법으로 해낼 수 있다고 믿어!
내 실력을 믿어 주는 건 정말 고맙지만, 안 되는 건 안 돼.
그리고 45는 네가 이러는 거 알아?
그, 그건...
그치? 지금 네가 요구한 내용은 단순한 정비가 아니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뜯어고치는 거나 마찬가지야.
그런 일을 45한테 말도 안 해서 되겠어? 만약 실수했다간 아까 네가 말한 것처럼 뭐 잘못 누르면 자폭할 수도 있는데?
하지만... 시간이 없는걸...
시간이 없으니까 더욱——
참 재미있는 논쟁이네.
앗...
어... 언니...
데레가 싫다는데 계속 떼를 쓰면 실례잖니, 9.
하지만...
휴우...
우리 도련님이 자기 가문의 으리으리한 저택에 돌아가서 편히 눕고 싶으시다는데, 어쩔 수 없지...
...뭐? 야, 너...
......
아, 내가 말실수했나? 미안해.
방금 그렇게 안도하길래, 드디어 바깥에서 남한테 부려먹히는 생활 체험을 그만두려는 건가 했지.
야... 너 지금 일부러 내 성질 긁는 거지?
자유가 뭔지는 나도 너 못지않게 잘 알고 있다고.
그러시겠지. 하지만 너도 가끔 옛 시절의 꿈을 꾸지 않아?
인형들에게 둘러싸여서 보살핌받던, 세상 편한 그 시절 말이야.
......?
...아!
다... 옛날 일이야.
예전의 내가 어땠든, 지금의 나와는 아무 관계 없어.
어느 날 우연찮게 만난 "귀여운 인형"을 주워다 자기 집으로 데려갔던 일도?
야, 그건 입 밖으로 꺼내지 않기로 약속――
난 우리 데레 도련님이 대체 "그 모델"의 어떤 점에 꽂힌 건지는 짐작도 안 간다니까...
글쎄... 잠꾸러기라서가 아닐까? 얌전하고, 손도 덜 갈 테니까.
와, 그거 말 된다 언니.
취향은 좀 이상하지만, 데레 도련님의 애정은 알아줘야지.
"걔"를 위해서 그때부터 자율인형의 기술을 공부하기 시작했잖아?
그런데, 우리 도련님이 과거는 다 잊었다고 하시네...
아아, 안타까워라...
동일 모델의 인형을 잔뜩 주문해서 자택의 메이드로 두기까지 했으면서――
야, 그만해라!?
그런데 말이야, 언니... 이거 아는 사람 별로 없지?
우리 "만능 정비사"의 팬들이 이 사실을 알았다간...?
너 진짜...!
그래도 뭐, 요즘 같은 시대에 이상한 소문이 나도는 건 흔한 일이지?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너네 진짜 그러기야?!
뭐, 아무래도 좋은 일이지만.
아무튼 데레, 떠나기 전에 부탁 하나 해도 될까?
끄으으으...
하아아......
그래, 내가 졌다 졌어. 따라와, 시간 없어.
여긴...?
어지간해선 내 개인 연구실에 아무도 안 들이지만, 세이프 하우스의 시설만으론 지금부터 할 작업은 불가능하니 별수 없지.
어휴... 뭐가 간단한 일이야, 이 사람 쥐어짜는 마귀들아!
있잖아... 이거, 많이 아파?
아프냐고? 감각 모듈을 끄면 되지 이 밥통아!
할 필요도 없지만, 안전 차원에서 네 마인드맵 레벨 2 플랫폼에서의 활동을 정지시킬 거야.
네 의식은 레벨 3 플랫폼의 바닥으로 가라앉겠지. 거기에 뭐가 있을진 나도 몰라.
아프지 않으면 됐어... 그러니까, 한숨 자는 거라 생각하면 되지?
그래. 잠에서 깨어나면, 짜잔~ 업그레이드 완료! 그동안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는 전혀 모를 거다.
정말 고마워, 데레.
용돈 모아서 꼭 보답할게.
감사는 나중에 하셔.
아까도 말했지만, 네 소체 자체의 성능 때문에 45를 따라잡기는 불가능에 가까워.
원래 하려던 업그레이드도 충분히 억지인데, 예고도 없이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이 발생해도 이상할 것 없으니까 나중에 가서 내 탓 하지 마.
......
괜찮아.
뭐? 괜찮다고? 농담하는 거 아니야, 진심으로 널 걱정해서 충고하는 거라고.
......
나... 45 언니의 기억을 살짝 엿본 적이 있어.
......
......
뭘 봤는데...? 설마 시체가 즐비한 광경이라도 봤어?
인형... 45 언니와 아주 오랫동안 함께한 인형을 봤어.
언니와 아주 친했고, 소중한 동료였어. 그 인형과의 기억을 잃지 않으려고 소체 교체를 거부할 정도로.
내가 얼마나 노력하더라도, 그 인형과 같은 위치에 설 수는 없다는 건 잘 알아.
하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그 자리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지고 싶어.
......
지금 최선을 다해야 할 사람은 난데 말이지.
그러니까... 데레...
쓸데없이 아부까지 할 생각이면 그만둬.
넌 너 자신이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나 알기만 하면 돼.
응...
그럼 시작하자. 잘 자.
내가... 추구해야 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