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36C
MOD 4
누군가 들어왔네?
...언니다.
언니가 왔어.
보고 싶어?
......
아... 아니.
그럼 숨어있어.
G36C?
너 맞니?
언니,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오셨어요?
.....
G36은 차가운 시선으로 눈앞의 "G36C"를 쏘아봤다.
왜 그래요, 언니?
저번 구출 작전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니?
......
그 임무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지금 이렇게 된 거 맞지?
임무는 무사히 완수했잖아요?
임무 성공 여부로 널 찾아온 게 아니야.
동료들과 사전에 협의한 작전 계획을 어기고, 무모하게 단신으로 적에게 뛰어들어 포스실드로 적의 화력을 모조리 막아내다니...
언니도 모두도, 저 혼자서 임무를 완수한 걸 수상하게 여기는군요?
확실히, 예전의 저에 비하면 눈에 띄게 강해졌죠.
그래도 이것도 다 언니가 바라던 일 아닌가요?
나야 물론 네가 끊임없이 성장하고 강해지길 바란단다. 너 자신을 지키고, 모두를 지킬 수 있도록.
하지만 강해지는 대가로 네가 이 꼴이 되는 건 바라지 않아.
무슨 일에든 대가는 따르기 마련이잖아요. 그렇기에 취사선택이 중요한 법이죠.
전술인형으로서, 우리의 존재 의미는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는 것 아닌가요?
강해질 수 있다면, 그 어떤 대가도 아깝지 않아요.
감정 없는 기계로 전락하더라도?
그거야말로 우리의 존재 의의예요.
인간의 도구로서, 기억이나 감정 따위... 불필요한 에너지와 의지력의 소모에 불과해요.
...아무래도 설득은 무리인 것 같구나.
죄송해요, 언니.
그럼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 더.
G36이 총을 들어 "G36C"를 겨눴다.
넌 누구지?
누구냐뇨, 언니의 동생 G36C잖――
탕! G36이 방아쇠를 당겨 정확히 한 발을 "동생"의 왼무릎에 맞혔다.
다시 묻겠어.
넌 누구지? 내 동생 어디 있어?
......
그만해요!
"그녀"가 궁지에 몰리자, 어두운 곳에 숨어있던 G36C가 황급히 달려나와 언니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녀 말이 맞아요, 언니!
제가 고심한 끝에 스스로 내린 결정이에요!
그랬다니 장하구나, 하지만 난 동의할 수 없어.
돌아가자. 가서 마인드맵 업그레이드를 받으렴. 널 망가뜨리기나 하는 엉망진창인 오물을 모조리 청소해야 해.
하하하, 마인드맵 업그레이드라.
그럼 뭐해? 이 힘을 포기하고, 다시 남들이 정해 줘야 하는 순종적이고 약해 빠진 자신으로 돌아갈 뿐인데.
죄송해요 언니, 전 돌아가지 않겠어요.
여태까지 전 언니와 모두에게 기대기만 했어요.
그러니까, 이번만큼은 제가 스스로 정하고 싶어요!
모두를 지킬 수 있는 강한 인형이 되고 싶다고요!
그 대가가 무엇인진 알고?
네, 알고 있어요.
G36C는 뒤돌아 자신과 같은 생김새의 소녀를 부축했다.
정말 죄송해요 언――
철썩! G36의 매서운 손바닥이 G36C의 따귀를 때렸다.
그렇다면 이게 결코 너 혼자만의 일이 아니란 것도 알겠네?
그 선택으로, 네 주위의 모두가 G36C라는 친구, 동생, 부하를 잃게 된다는 걸.
너 스스로 선택한다 생각하겠지만, 그저 이기적인 도피일 뿐이야.
언니...
얼른 도망치기나 해!
G36이 다시 총을 쏘려 하자, G36C는 마인드맵 공간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홀로 남겨진 G36은 총을 떨구고, 꼭 쥔 두 손을 가슴에 모았다. 아직 손바닥에 남아있는 아픔을 가슴에 새기려는 듯이.
자리를 옮긴 일행은 바 카운터에 모여 앉아, 하나같이 믿지 못하겠단 표정으로 G36C의 정황을 들었다.
...대충, 이렇게 된 일입니다.
G36C는 그 음험하고 비열한 놈을 데리고 도망쳤어요.
으음... 이거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는걸...
으이구 그 모질이...
하지만 아직 포기하기엔 일러.
402번 기술자가 황무지에서 자체 파기했단 얘기를 들었어. 자세한 정황은 보안국에서 조사 중이지만, 그가 G36C에게 남긴 물건이 있어. 어쩌면 이게 도움이 될지도 몰라.
잠깐만요, 자체 파기라고요?
그 기술자 인형이었어요?!
엥, 근데 왜 자체 파기를 했대요? 납치된 거 고생고생해서 구해 줬더니만...
그가 뭘 남겼는데?
자신의 메모리 모듈. 아무래도 자체 파기 전에 일종의 백업본으로 만든 모양인데, 그걸 G36C에게 전해 주려 했어.
그러니까 아마... 구출 현장에서 우리가 모르는 일이 있었을 거야.
황무지까지 가서 자체 파기한 일도 그렇고, G36C이 이렇게 된 건 그 402번 기술자와 관계가 있는 게 분명해.
즉, 기술자는 마지막으로 G36C와 대화를 하고 싶단 뜻인가요?
무슨 의도이든, 그 메모리 모듈에 답이 있다고 생각해.
아까 연결해 뒀으니, 어떻게 될지는... 기다려 봐야지.
G36C의 마인드맵 공간.
언니와는 다른 기운의 "사념체"가 G36C 앞에 나타났다.
어, 기술자님!?
다시 만나 반갑습니다, G36C 씨. 이걸로 두 번째군요.
아이고, 여긴 벌써 이렇게 됐습니까... 당신의 마인드맵은 이제 거의...
네... 하지만 제가 프로그램을 받았을 때 이렇게 되리란 걸 아셨잖아요?
알다마다요, 저도 똑같은 경험을 했으니 말이죠.
구출 작전 전에, 저와 나눴던 대화...
아직 기억합니까?
다 제 잘못입니다.
연구 초기부터... 놈은 제 사고회로에 침투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억누르는 데 실패했죠.
당신에게 힘을 준 것도, 힘을 갈망하는 " 또 하나의 저"였습니다. 그리고 이건 놈의 마지막 실험이에요.
당신 스스로 놈을 받아들일지, 거부할지를 선택해야만 합니다.
놈이 끌어내는 힘은 매우 유혹적이겠지만...
저는 놈의 이론이 틀렸길 바랐습니다.
그때 당신이 제게 스스로 선택하라 하셨잖아요.
지금 보시는 이게 제가 선택한 결과예요.
저 또한 "또 하나의 저"가 기대하는 것이 인형이 발전해야 할 방향이라 생각하던 적이 있었습니다.
놈의 행동력을 빌리면, 저 또한 바라던 것을 실현해 인형에게 더욱 큰 힘을 안겨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죠.
하지만 제가 제정신을 차리고, 제가 한 짓을 알고, 당신이 동료들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알고 나니...
그제서야 겨우 깨달았습니다, 인형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하지만... 제가 프로그램을 거절했다면 이렇게 당신과 얘기할 기회도 없었을 거예요.
그래도 저는 당신이 이러기를 바라지 않았다는 것을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이 힘을 이번 단 한 번의 임무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아니예요.
앞으로도 그리폰을 동료들을 지킬 수 있도록 지불한 대가예요.
당신이 바라지 않으셨더라도... 저는 값어치 있는 거래라고 생각해요.
인형... 아니, 마인드맵을 지닌 전투기계에게 힘을 주는 것은...
각자의 사고가 남기는 경험입니다.
경험, 기억, 약속, 기대... 그런 것들은 저를 끝없이 고뇌하도록 괴롭히기만 했어요...
일개 인형의 능력으로는 생기라곤 없는 병기를 이길 수 없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바로 전술지휘관에게 전술인형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단순히 강력하기만 한 병기는 인류의 정복욕을 부추길 뿐입니다. 그 기술 암거래 조직처럼요. 인류의 본성은 결코 변하지 않아요.
헛소리야!
"그녀"가 버럭 외쳤지만, G36C에겐 더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대신, 바깥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렸다.
빨리 나와 요 녀석아! 같이 먹을 케이크 가져왔다구!
G36C~! 케이크 불 끄고 소원 빌어야지~!
G36C, 당신과 이번 작전에 함께해서 영광이었어요. 그런데 설마 기념 파티에 빠질 생각이에요?
너 스스로 선택한다 생각하겠지만, 그저 이기적인 도피일 뿐이야.
.....
G36C 씨, 마인드맵 업그레이드로 소체 설정을 초기화해 "당신" 이외의 존재를 전부 지우세요.
......
그럼 기술자님은...?
신경쓰실 것 없습니다, 전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거든요.
지금 당신 눈앞에 있는 건 그저 제 마인드맵이 남긴 메아리에 불과합니다.
네에?! 대체 왜 그런 짓을...!
저도 저의 선택을 한 결과죠.
이것으로 제 할일은 끝마쳤습니다. 이제 어떻게 할지는 당신 몫이에요.
정비대에 누운 G36C가, 천천히 팔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G36은 동생의 손을 꼬옥 잡아 주었다.
지금 뭐하는 거야?
언니의 손...
그렇구나... 모두에게 얼굴을 보여야겠어.
미안해. 내가 개조를 받으면 넌 떠나야 해.
다 저 녀석이 멋대로 지껄이는 거야, 녀석은 실패자라고.
힘을 원치 않는 자는 없어. 인형의 미래도 마찬가지야, 네 주위를 봐!
녀석이 포기했다고 너까지 실패자로 남겠다는 거야?
넌 나를 속였어.
내가 언제――
네가 402번 기술자님의 몸으로 나와 처음 대화했을 때.
그때 넌, "선택은 나 자신의 몫이다"라고 했지?
하지만 넌 거짓말을 했어. 난 네가 시키는 대로만 해야 했어.
그러니까... 넌 떠나야 해.
오오, 나왔다!
드디어 돌아왔구나 우리 모질이! 대체 무슨 일있던 거야?
어서 돌아와요, G36C.
모두, 안녕하세요...
으으... 이런 식으로 다시 뵙게 돼서 정말 죄송해요...
됐어 됐어, 무사하면 됐지 뭘!
역시 현실이 더 좋다는 생각이 들었니?
헤헤... 네! 모두 정말 고마워요!
그리고 정말 죄송해요, 또다시 여러분께 폐를 끼치기나 하고...
그 프로그램은...
아 아 아, 거기까지! 얼른 케이크나 잘라!
다들 파티의 하이라이트를 목 빠지게 기다렸단 말이야!
네? 우와아...!
중앙 홀에는 다시 웃음꽃이 피어났다. 한편 중앙 홀 바깥 세상에선, 402번 기술자는 황무지에서 모든 일을 회상했다.
그러게 내가 말했지?
네 실험이란 건 인류에게 어떤 식으로든 이익이 된다는 것을 증명할 방도가 없다고.
무감정한 기계가 되어서 죽고 죽이는 것만으론 존재 의의를 찾을 수 없어.
네가 추구하는 것도 전혀 현실적이지 않지.
어찌 됐든 문제를 해결한 사람은 나 아닌가?
그럼 새로 발생한 문제는 어쩌고?
...사람은 항상 새로운 문제에서 눈을 돌리곤 하지.
402번 기술자는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을 소중히 하세요, G36C 씨.
그리폰 같은 곳은 아마 세상에 둘도 없는 존재일 테니.
그는 묵묵히 마인드맵 포맷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어디선가 날아온 나비 한 마리가, 402번 기술자의 합금 어깨에 내려앉을 때, 사전 검사가 끝나고 "확인"과 "취소" 창이 그의 눈앞에 띄워졌다.
......확인.
나비는 놀라 날아올랐고, 버려진 금속 몸뚱이는 손에 메모리 모듈을 꼭 쥔 채 쓰러졌다. 점점 불이 꺼져 가는 그의 눈동자 속에는 일련의 숫자가 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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