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rod
MOD 1
......
인형 숙소.
신규 통신 요청. 응답하겠습니까?
처음 보는 식별 신호... 이런 시간에 누구지?
혹시, 긴급 임무에 내가 필요한 걸까?
여기는 웰로드 Mk II.
처음 뵙겠습니다, 웰로드. 저는 M82A1입니다.
갑작스레 송구하오나, 저 대신 수행해 주었으면 하는 임무가 있어 이렇게 연락을 드렸습니다.
미안해할 것 없다, 동료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나의 의무니.
허나 그리폰의 임무는 전부 합리적으로 배정된 것일 터. 어떤 사유로 내게 부탁하고자 하는 거지?
지휘관이 주신 임무이니 저도 스스로, 완벽히 수행하고 싶습니다. 함부로 책임을 남에게 떠미는 인형도 아닙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이 임무를 직접 수행할 수 없게 되었고, 기지에서 신뢰할 수 있는 인형 중 현재 여유가 있는 자는 당신밖에 떠오르질 않았습니다.
...알았다, 자세한 사정을 말하기 어렵다면 묻지 않도록 하지.
임무라면 얼마든지 내가 대신 수행해 주겠다. 임무의 예정 시각과 내용은 어떻게 되지?
도움의 손길에 감사드립니다. 지금 상세 사항을 전달했습니다.
통신 종료.
새로운 친구 등록 요청을 받았습니다. 수락하겠습니까?
새로운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 [임무 내용]
"인형의 구원 교단"... 듣기만으로도 수상쩍은 이름이로군.
이 교단에게서 전직 인형제조업자였던 상인을 호위하는 임무라.
꽤 단순한 임무... 아니, 그럼 안 된다 웰로드! 언제 어디서 어둠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는데, 방심은 금물이지!
우선 카리나 씨에게 보고부터 해야겠다.
기지 복도.
카리나 씨!
안녕 웰로드~ 어쩐 일이야? 그렇게 뛰어오고.
마인드맵 업그레이드용 소체라면 내일 오후에 출발한대.
네, 그 일에 관해 보고할 것이 생겼습니다.
방금 M82A1에게서 임무를 양도받았습니다만, 현재 상태로도 수행 및 완수 가능한 임무라 판단, 마인드맵 업그레이드 일정을 이 임무를 완수한 후로 미루고 싶습니다.
아아, 그 임무를 대신 받았다는 게 너였구나! 안 그래도 방금 막 신청을 받아서 아직 처리는 못했는데 잘됐다.
임무 소요 시간은 대충 3일 정도로 예상되니까, 여기에 주말까지 더하면... 7일 후에 하는 걸로 해 둘게.
감사합니다, 그럼 당장 출발하겠습니다!
답변을 받은 웰로드는 임무 수행을 위해 서둘러 자리를 떴다. 한편, 복도에 남은 카리나는 태블릿 화면에 띄워진 그 임무의 내용을 보곤 생각에 잠겼다.
"인형의 구원 교단"이라, 분명히 어디서 본 이름인데...
누구랑 관련된 일이었나?
아아! 걔가 그래서...!
......
웰로드가 출발한 다음날, 어느 도시의 중심가.
여기까지면 됩니까?
네, 감사합니다. 영수증도 끊어서 그리폰 본부에 보낼게요.
한 가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델타 씨?
얼마든지요.
호위역으로 특별히 엘리트 전술인형을 지명하셨다 하는데, 이토록 간단한 임무에 굳이 엘리트 전술인형이 필요했습니까?
아니면, 위협이 더 크다 예상하신 겁니까?
그렇죠, 인형의 구원 교단은 저 같은 일개 상인이 대적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서 말입니다.
그리폰 같은 레벨의 회사 정도는 되어야 놈들이 겁먹고 안 건드릴 테죠, 허허허... 그래서 큰돈 들여 당신들께 의뢰했습니다.
그 "인형의 구원 교단"이란 건 대체 무엇이죠? 상당히 불쾌한 이름이로군요.
어... 일단은 저도 한때 그 교단의 신자였던지라 그런 말을 들으니 좀 속상하네요.
아, 죄송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말씀과는 달리, 여기까지 오면서 수상한 거동을 보이는 자는 없었습니다.
뭔가 의심스러우신가요? 그리폰은 명성이 자자한 PMC인데, 일개 상인인 제가 당신을 손쉽게 속일 수도 없잖겠습니까.
의뢰받은 것과 달리 일이 너무 수월하게 끝나서 말이죠.
인형 아가씨, 너무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 주세요.
제가 설명해드려도 도움이 되진 않을 겁니다. 교단에서 나온지 꽤 됐으니, 거기도 그사이에 많이 변했을 테니까요.
그리고 인형의 구원 교단은 무슨 범죄조직 같은 게 아닙니다. 그저, 여타 종교들처럼 마음의 안식을 바라는 종교 집단일 뿐이에요.
그럼, 당신은 왜 그곳의 신도이기를 그만뒀습니까?
...믿던 신이 사라져서요.
신이 사라지다니... 그게 무슨 뜻이죠?
그건 인형 아가씨가 알아서 좋을 거 없어요.
그냥, 놈들이 보이면 빨리 도망치기만 하면 됩니다.
범죄조직 같은 것이 아니라 했잖습니까.
아가씨 같은 인형에겐 이야기가 좀 달라요. 이름처럼 인형을 숭배하는 교단이라 인형에 대해 잘 알고, 또 상대하는 법에도 아주 도가 텄습니다.
평소에는 일부러 드러내지 않지만, 그들이 신분을 밝힌다면 그때가 바로 저항할 때입니다.
잘 알기에 무서운 법이다?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아무튼, 이만 돌아가셔도 됩니다. 그쪽 상사분께도 감사하다고 전해 주세요.
......
웰로드는 상인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고, 그가 건물 안으로 모습을 감출 때까지 지켜봤다.
목표를 안전지대까지 호위 완료. 대상이 이쪽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
흥... 그런 말에 납득하고 넘어갈 줄 알고?
아무리 봐도 수상해, 혹시 모르니 이 기회에 기본 정보를 파악해 둬야겠어.
우선 이 근방부터 살펴볼까.
단독 행동을 결심한 웰로드는 곧바로 주변의 정찰을 시작했다.
그 소문 들었어? 요즘 거리에 유령이 돌아다닌대...
유령 따위 있을까 보냐. 필시 누군가의 분장겠지.
아, 그 얘기 나도 들었어. 콘크리트 벽에서 우는 소리가 들린다던데, 혹시 공사장에서 죽은 인부의 원혼이 떠도는 거 아니야?
그럴 리가. 바람소리를 착각한 거겠지.
우리 집도 천장에서 무슨 애가 구슬치기라도 하는 거 같은 소리가 들리더라니까요. 우리 집은 아파트 꼭대기 층인데...
말도 안 돼. 합성판이나 콘크리트에 금이 가는 소리겠지.
동네 너무 흉흉한 거 아닌가... 인형의 구원 교단한테 봐 달라 하면 어때?
......!
넌 또 뭐 그딴 걸 믿냐?
인형이래봤자 공장에서 기계가 조립해서 만든 거에, 계시네 뭐네 하는 것도 다 난수 연산해서 뱉는 거잖아? 그냥 다 사기야, 사기.
아니 진지하게 유령 얘기할 땐 언제고?
그 교단도 헛소리만 떠드는 게 아니라, 다 과학적 근거를 두고 말하는 거라고.
그리고... 이상하지 않아? 왜 우리 동네서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데?
그러니까... 살인 사건일지도 모른단 얘기예요?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래도 가만 있긴 너무 찝찝하다니까...
일단 한번 불러보고, 영 마음에 안 들면 경찰한테도 말해보자.
어느 행인들의 대화를 들은 웰로드는 무언가 있음을 직감하곤, 몰래 뒤를 쫓아 그들이 사는 거리까지 미행했다.
어느덧 날은 저물어, 고요한 밤이 찾아왔다.
적당한 위치를 잡은 웰로드는 눈을 감고 청각 모듈의 감도를 최대로 높였다.
흑... 흑흑...
확실히 수상한 소리가 들리는군.
바로 이 근처... 음?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따라 다다른 곳은 변두리의 아직 공사가 한창인 건설 현장이었다.
절반 정도 세워진 콘크리트 벽 옆에, 몸이 성치 않은 인형이 어슬렁대며 우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네놈이 유령의 정체렷다?
악... 어아...
...발성 모듈까지 망가진 상태인 건가.
흑... 흑흑...
......?
네가 아니었어?
한쪽 눈알이 없는 인형이 아직 다 지어지지 않은 콘크리트 벽을 가리키자, 무슨 뜻인지 눈치챈 웰로드는 공사장의 망치로 그 벽을 힘껏 쳤다.
그러자 벽이 생각보다 훨씬 쉽게 부서지더니, 안에서 분홍색 머리의 인형이 굴러 나왔다.
어...?
푸하아! 죽는 줄 알았네... 엥, 열쇠장이 너 왜 여기 있어?
...넌 또 누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