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31
MOD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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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얼 넘버 BGM/20054.
2차 확인 완료. 마인드맵 조정 중...
최종 확인 완료. 마인드맵 조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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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 얘가 각인받을 무기는 "수오미"란 이름이네.
...핀란드제? 그것도 아주 골동품이잖아?
그런데 얘, 마인드맵 기반 설정이 너무 단조롭지 않아?
이거 거의 군용 키클롭스 수준이잖아. 모처럼 귀엽게 생겼는데 개성 있게 해주면 어때?
듣고 보니 그러네. 으음... 핀란드... 핀란드의 총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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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그거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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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폰 기지, 부활동실.
맹수가 포효하고 거대 중장비가 대기를 잡아 찢는 듯한 굉음에 휴게실이 통째로 진동하고 있었다.
어우... 이게 무슨 일이람?
청각 모듈 나가버리겠네...
금방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파파샤는 이 소음을 넘어선 무언가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투덜댔다.
저기요――! 이거 소리 좀 줄여 주세요――!
네? 아, 죄송해요! 저만 있는 줄 알고――
파파샤의 원성을 간신히 들은 휴게실 저 안쪽에 앉아 있던 인형은 펄쩍 뛰며 예의바르게 사과했다.
고개를 돌려, 그게 파파샤임을 보기 전까지만.
뭐야, 소련 곰탱이였어요?
불만을 제기한 사람의 얼굴을 확인한 수오미는 전원 버튼을 누르려던 손을 멈췄다.
방금까지 미안해하는 기색이던 수오미가 대뜸 도로 고개를 홱 돌려버리자, 파파샤는 당연히 어이없어 했다.
여기는 공용 휴게실이에요, 제가 무슨 음악을 듣던 제 자유예요.
자유를 행사하기 전에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말아야죠!
전에도 말했잖아요, 당신에겐 헤비 메탈일지 몰라도 타인에겐 음파 병기라고요!
이런 품위 있는 음악을 즐기지 못하는 당신이 문제예요.
하긴, 시베리아의 추위도 길들이지 못한 야만인이 무슨 예술을 알겠어요.
못살아... 당신 또 그냥 시비 거는 거죠?
자의식 과잉이에요. 제가 당신만 차별 대우하는 거 같아요?
아님 뭔데요! 전부터 항상 그렇게 느꼈는데, 지금 그런 반응을 보니 확신이 서네요!
일부러 저한테 시비 거는 거 맞잖아요!
둘이 말다툼하는 소리에 근처를 지나던 인형들이 구경하려고 모여들었지만, 그들에게도 이 광경은 익숙해진 지 오래였다.
"소련" 인형과 사이가 나쁘기로 소문난 수오미는, 그들과 눈만 마주쳐도 바로 말썽을 피운다.
그리고 여태까지 다 적절한 선에서 끝나 딱히 일이 커지지 않았기에 다들 그러려니 하고 넘겨 왔다.
그런데, 오늘은 어쩐지 양쪽 모두 적당히 멈추지도, 물러서지도 않아 점점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
아 글쎄 아니라니까요?
만약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당신들 소련 곰탱이처럼 자의식 과잉이었으면 진작에 세상이 멸망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자의식 과잉이요? 제가요? 문제가 있는 건 당신 머리겠죠!
그렇게 시비 걸고 싶으면 적어도 당당하게 하라고요 이 겁쟁이 씨야!
...좋아요, 그렇게 나온다면 오늘 아주 확실하게 말해드릴게요.
저는요, 당신이 싫어요. 당신들 소련 곰탱이들이 정말 싫다고요! 그러니까 제 앞에서 좀 꺼져요!
파파샤는 수오미의 폭언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 이...! 지금 말 다 했어요!?
——!
시큰둥하게 구경 중이던 주위의 인형들은 파파샤의 격한 반응에 갑자기 불길한 낌새를 느꼈다.
저기... 진짜 구경만 할 거야?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쟤네가 뭐 하루이틀 저래?
이번에도 아무 일 없겠지 뭐. 그냥 강 건너 불구경이나 하...
......읭?
어머나, 진짜 쌈 붙었네?
으아아 빨리 떼어내, 떼어내!
뭐, 뭐하는 거예요? 저리 가요 이 소련 곰탱――
이, 이 손 놔요! 얼른 안 놔요!? 놓으라고요!!
더는 못 참아아아!!!
......
......
그리폰 기지, 지휘실.
둘 다 근신 처분 내렸어요.
어휴, 이번엔 진짜 일이 커져서 수오미를 수복실로 보내야 했다니까요.
이거야 원...
진술서를 받아 보는 지휘관은 눈살을 찌푸렸다.
여태까진 잠깐 투닥대다 말아서 괜찮겠거니 했는데...
이렇게 보니 확실히 걱정된다. 수오미가 구소련제 총기가 각인된 인형들을 싫어하다 못해 이젠 아주 적대시하잖아.
그러게 말이에요, 저도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몰랐어요.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나요, 지휘관님?
"소련" 인형들을 싫어한다지만, 수오미도 IOP에서 출고됐잖아요. 뭐어 핀란드제 총기를 각인받긴 했지만요.
영문을 모르겠네...
혹시 걔의 과거 이력에 이거랑 관련된 정보라도 있어?
아뇨, 딱히 그런 거 없어요.
지휘관은 생각에 잠겼다.
그래도 이 문제는 해결해야지.
수오미는 당분간은 괜히 자극받지 않도록 기지에서 쉬라고 해.
난 페르시카 씨한테 물어보고 올게.
IOP에서 만든 인형이니, 뭔가 아실지도 몰라.
파파샤는요?
파파샤는 네가 달래 주겠어?
걔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그저 개조받은 지 얼마 안 돼서 새 소체의 출력을 가늠하지 못했을 뿐이지.
너무 마음에 두지 말라고 네가 잘 말해 주렴.
넵!
......
......
그리폰 기지, 카페.
수오미는 카페 구석에 홀로 앉아,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느릿느릿 커피를 휘적이고 있었다.
야호~
그때, 불청객이 불쑥 나타나 그녀의 맞은편 의자에 털썩 앉았다.
자리 비었지?
...보통은 앉기 전에 물어보지 않아요?
거기 앉을 거면 일어날게요.
아이 참 그러지 말고!
따지려고 온 거 아니니까 진정해.
잠깐 얘기나 하자, 응?
소련 곰탱이랑 할 얘기 없어요.
비웃으러 온 거면 됐으니까 저리 가요.
지휘관이 부탁해서 왔는데, 그래도 싫어?
......
막 자리에서 일어났던 수오미는 능청스럽게 씨익 웃는 모신나강을 뚫어져라 바라보다, 한숨을 푹 쉬며 다시 앉았다.
...짧게 부탁해요.
쌀쌀맞기는~ 내가 네 성질 건드린 적 없을 텐데?
제 눈에 소련 곰탱이들은 다 그게 그거예요.
얘가 진짜, 툭하면 곰탱이, 곰탱이...
다들 냅두는데, 오늘은 내가 꼭 말을 해야겠어.
수오미, 너도 IOP제야. 널 디자인한 사람은 물론이고, 널 조립한 사람도 IOP 직원이라고.
지금 그리폰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99.9%가 다 소련 토박이일걸?
네 논리대로면 너도 소련 곰탱이 아니야?
......
...헛소리 집어 치워요.
왜, 내 말이 틀려?
......
수오미는 눈을 부라리며 반박하려 했지만, 입만 뻐끔거렸다.
어쨌든 나도 괜히 쓸데없이 중재자 역할 맡긴 싫어.
네가 파파샤랑 싸운 게 뭐 하루이틀이어야지.
그저, 지휘관이 나더러 네가 왜 그렇게 "우리"를 싫어하는지 물어봐 달라 했거든.
모신나강은 수오미를 지그시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
근데... 그 태도를 보니 너도 잘 모르는 거 같네?
저, 저를 잘 안다는 듯이 말하지 마세요.
그런 의미가 아니야. 너와 파파샤 사이의 일이라면야 내가 어떻게든 조율해 보겠지.
다만, 그게 구소련제 총기를 각인받은 인형들 모두에 대한 거라면, 꼭 이유를 알아야겠어. 이유를 모르면 지휘관도 뭘 어떻게 해 줄 수가 없잖아?
수오미는 깊게 숨을 들이키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당신하곤 상관 없어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멋대로 참견 말아요!
퉁명스럽게 쏘아붙이고, 수오미는 씩씩대며 자리를 떠났다.
끄응... 말이 안 통하네.
모신나강은 씁쓸하게 웃으며 수오미가 두고 간 커피잔을 들었다. 자리에 한참이나 앉아 있었으면서, 그녀는 커피를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았다.
...아깝게스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