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11
MOD 2
세상에...
우리 방이 이렇게 깨끗한 건 진짜 처음 보네...
불법 인형들이 불법 개조한 지하실이라곤 안 믿겨질 정도야.
우와아, 완전 초일류 PMC의 사무실 같아!
누가 이렇게 했어?
누구긴...
돌아오고 나서부터 계속 청소한 G11이지.
더 내버려뒀다간 아예 건물 전체를 뜯어고치려 들걸? 뭐라도 할 일을 안 주면 2분도 가만있질 못해.
와아... 이거 정말...
진짜, 믿기지가 않아서 말이 안 나와.
정말 다른 인형이랑 바꿔치기당한 거 아니지?
알고 보니 데레가 숨겨뒀던 메이드랑 바꿔치기당한 거 진짜 아니지?
솔직히 나도 의심했는데...
G11 본인이 확실해.
그리고 아까 녀석이 졸라서 사격 훈련을 했는데, 근거리 표적이든 원거리 표적이든 기동사격이든, 모든 성적이 416의 기록을 뛰어넘었어.
데레가 진짜 제일 좋은 부품만 골라 썼나 보다.
그럼 돈도 엄청 들었겠네?
히히, 얼마 들었게?
보나마나 너 또 데레 협박했지?
......
모든 기록이 날 뛰어넘었다...
어머나, 어머님 충격이 심하신가 봐요~
다음에 일하러 가면 저번처럼 G11이 널 업고 다녀도 되겠네~
너 진짜!!
네가 성능만 보고 G11을 저 꼴로 만든 탓이잖아!
그건 데레한테 가서 따져, 난 G11이 툭하면 퍼질러 자는 걸 고쳐 달라고만 했을 뿐이야.
그래도 결국엔——
청소 시간이야!
G11이 난데없이 대걸레와 양동이를 들고 나타났다.
엥? 한 시간 전에 이미 청소했잖아?
너희가 한 시간 동안이나 뒹굴어서 방이 더러워졌다고!
빨랑 나가, 청소 방해하지 말고!
G11은 동료들을 방에서 밀어내고선 문을 쾅 닫아버렸다.
404 소대의 세 인형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봤다.
...정말 이대로 괜찮다고 생각해?
뭐 어때?
녀석이 돌변해서 솔직히 나도 아직 적응이 안 되지만, G11은 G11이잖아.
네가 뭘 걱정하는지는 알아. 하지만 쟤가 저렇게나 활발해졌는데, 절대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리고 임무에서도 의욕 없이 딴청이나 부리는 것보단 적극적인 편이 훨씬 낫잖아?
아니... G11은 전혀 준비가 안 됐어. 내가 몇 번이고 말했잖아.
성능 올리겠다고 사람이 딴판으로 변해선 의미 없어.
그럼 대체 언제쯤에나 쟤가 준비된다고 보는데?
아니, 질문을 바꾸자.
쟤가 준비됐는지 안 됐는지는 누가 정하는데?
...적어도 넌 아니야.
너도 마찬가지고.
쟤는 내가 제일 잘 알아! 쟤가 겪었던 일... 얼마나 많이 다쳤는지...
그것 만큼은 너도 알잖아.
네가 말하는 "준비"가 녀석이 완전히 박살나서 소체의 교체가 불가피한 상황을 말하는 거라면, 내 장담컨데 그건 저 녀석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해치는 거야.
지금 넌 쟤가 널 뛰어넘었다고 자존심 상해서 성질부리는 걸로밖에 안 보여.
말 다 했어!?
팔디스키에서 G11이 환풍구로 끌려 들어갔을 때, 넌 뭐했어?
네가 365일 24시간, G11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어?
그, 그건 돌발상황이었어... 그리고 무사히 돌아왔잖아!
언제까지고 무사할 순 없어. 절대로.
그때 그게 안나가 아니라 진짜 니토였다면, 과연 어떻게 됐을까?
네가 항상 곁에서 지켜 주고, 필요할 때 달려가 줄 수 있을까?
난...
정신 차려, 여차할 때 G11을 지킬 수 있는 건 결국 걔 자신뿐이야.
네가 있든 없든, 걔는 자기 앞가림을 할 힘이 필요하다고.
아무리 고장난 인형이라도, 언제까지고 그렇게 어리숙하게 굴어선 안 돼. 세상은 같은 실수를 두 번이나 용납해 줄 정도로 관대하지 않아.
......
...됐어, 더는 할 말 없어.
어휴, 너도 언제쯤에나 솔직해질래?
HK416은 대꾸하지 않고 조용히 고민했다.
그리고, 문을 열고 G11이 열심히 청소 중인 방으로 다시 들어갔다.
하아... 됐다 됐어.
우리 같은 구닥다리 인형은 제때제때 쉬지 않으면 큰일나는데 말이지.
가자, 9.
어? 응, 알았어.
그런데, 정말 저대로 괜찮을까?
나도 G11이 많이 걱정되는데...
괜찮대도? 그냥 느긋하게 지켜보자고.
아앗, 언니 같이 가!
우왓!
청소 끝나기 전까진 들어오지 말랬잖아!
너야말로 하루 종일 일했잖아, 그만 쉬면서 충전이라도 해.
416...
응?
네가 나한테 쉬라고 하다니... 혹시 뭐 잘못 먹었어?
이게 죽고 싶구나...?
히익...
농담이야 농담...
배터리는 아직도 빵빵하니까 전혀 쉴 필요 없어! 빨리 여길 다시 깨끗하게 닦아야 해!
G11은 문틀을 있는 힘껏 닦았다.
아니, 닦는다기보단 아예 문틀의 껍데기를 벗겨낼 기세였다.
...아니, 그 뜻이 아니라.
너, 집안일 같은 거 전혀 하려 들지 않았었잖아.
지금 이러는 거 다 업그레이드 때문이지?
저번에 물어보지 못했는데, 지금 기분이 어때? 어디 이상하진 않아?
으으음...
하아... 이런 말 하기 진짜 싫은데...
나... 기분... 엄청 좋아.
엄청 좋은데... 엄청 괴롭고...
아, 아니, 그렇게 괴로운 건 아니지만...
그러니까... 응, 엄청 어색해.
그래도 지내다 보면 적응돼서 괜찮아지겠지?
......
너무 무리할 것 없어.
어디 불편한 데 있으면 바로 말해, 데레한테 가서 고쳐 달라 하면 되니까.
으음...? 오늘 416이 엄청 상냥하네...
설마, 내가 이러는 게 회광반조고, 사실은 소체가 망가지기 일보직전인 거야?!
유감이지만, 이렇게 쌩쌩한 걸 봐선 한동안은 엄청 건강할걸?
후와아...
얼마나 에너지가 넘치는지, 이젠 일부러 과장되게 푸념하는 소리마저도 씩씩했다.
청소하는 그녀의 손도 멈추긴커녕 전혀 느려지지 않았다.
......
왜 45한테 그런 요구를 했어?
무슨 요구?
마인드맵 업그레이드 말이야.
역시 45가 억지로 시킨 거지?
음...
G11이 걸레를 세게 쥐어짜자, 연약한 걸레는 구정물을 토해내면서 약간 찢어졌다.
...왜?
왜 뭐?
왜 416은 내가 업그레이드를 원치 않았다고 생각해?
왜냐니... 네 평소 모습을 생각해 봐.
에에... 조금 게으르고 겁이 많았을 뿐이잖아.
G11이 또 과장되게 한숨을 쉬었지만, HK416의 말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모두 갈수록 강해지니까...
나만 뒤처지는 느낌이었어.
내가 계속 모두에게 걸림돌이 되면, 어느 날 갑자기 날 버리지 않을까 해서.
우리가 왜 널 버려.
미래는 아무도 장담 못 하잖아.
업그레이드하고 나서, 예전 일이 많이 떠올랐어.
그때도, 내가 너무 미련해서 원래 내 주인이 날 버린 거야.
그 사람도 지금 416이랑 똑같은 말을 했어.
......
그리고, 이게 뭐가 어때서!
나 지금 몸이 엄청 가볍다고!
어쩌면 416도 못 당해낼지도!
흥분한 G11의 모습을 보며, HK416은 입을 다물었다.
정말 이게 좋은 일인지, 확신이 안 들었다.
왠지 모르게 불안한 느낌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어쩌면... 자신이 잘못 생각하던 건 아닐까?
...그래.
괜찮아 보이네.
그치이아우으아아악!!!
하지만 네가 그런 말투로 지껄이니까 짜증나.
아파 아파 아파!! 잘못했어! 내가 너무 건방졌어!
으아아 말도 없이 주먹으로 머리 비비지 마!
으아아아악!!
살려 줘어어――!!!
"평소대로" G11을 혼내며, HK416은 당분간 지켜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렇게 빨리 후회하게 되리라곤 예상치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