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11
MOD 3
삐익——!!
!!?
뭐, 뭐야?!
잠 좀 자자... 이제 겨우 새벽 2시라구...
나 아직 덜 쉬었단 말이야...
기상 기상 기사아아앙!!!
그만 자고 같이 구보하러 가자!
운동이야말로 삶의 활력소라고!
인형이라 잘 필요는 없어도 충전할 필요는 있다고...
그리고... 뭐...?
지금 G11이 "운동이야말로 삶의 활력소"라 한 거 맞지...?!
그걸 끌고 달리려고? 진짜 기운 넘치는구나...
네가 걷든 달리든 아님 날든 상관은 안 하는데... 남까지 끌어들이진 마...
대가리 확 날려버린다...?
45 언니는 잠을 설치면 입이 험해진단 말이야...
으에엑... 그, 그치만...
그치만 늦은 밤에 혼자 나가긴 너무 무서워!
애초에, 구보해서 뭐해?
인형한텐 체력 단련 같은 거 필요 없잖아.
에너지 낭비 말고 무슨 의미가 있다고...
그래, 에너지가 전혀 바닥나질 않아!
나 일주일 동안 잠을 못 잤어!
우으으... 기운이 흘러 넘쳐...
우와아, 엄청 피곤한 표정으로 기운 넘친대!
...아니 잠깐, 너 이번 주 내내 쉬지도 않고 돌아다녔으면서 아직도 에너지가 남아돈다고?
그게 많은 편이었나?
내가 민간 자율인형이었을 땐 이보다 훨씬 더 많이 일했는걸!
우리가 여태까지 널 혹사시키지 않았구나, 참 다행이야.
그러니까 이제 그만 떠들고 가, 넌 안 자도 우린 자야 돼.
그러는 게 어딨어!
이번 주 내내 일도 없었잖아! 다들 에너지 충분할 거 아니야!
G11의 애원 같지 않은 애원을 무시하고, UMP45와 UMP9은 고개를 돌리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
이런 날은 정말 상상도 못했는걸...
416――
나랑 같이 구보하러 가자아...
......
이건 부지런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잖아.
너 과부하된 거 아니야?
응...? 내가 과부하?
아니, 아직은 괜찮은 거 같은데?
괜찮긴 무슨!
과부하로 끝나면 다행이지, 너 계속 그러다간 망가져 버려.
HK416이 G11과 배터리 박스를 연결하는 전원 케이블을 쭉쭉 당겼다.
명백하게 불쾌함이 담긴 차가운 목소리였다.
이딴 짐짝을 끌고 지치지도 않고 쌩쌩 돌아다녔잖아.
벌써 일주일이 다 됐는데 전혀 피로도 안 느끼고.
그게 정상이라 생각해?
......
과부하야, G11. 네가 가만있질 못하는 건 그 과도한 에너지가 널 계속 움직이려고 하기 때문이야.
그 압박감이 괴롭지? 그래서 어떡해서든 남아도는 에너지를 소모하려는 거잖아.
확실하네, 넌 아직 준비가 안 됐어.
그 상자 얼른 떼 버려.
...싫어.
싫어, 떼기 싫어.
G11이 드물게 진지한 표정을 보였다.
HK416과 G11 사이에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UMP45가 몸을 뒤척이는 소리만 났다.
...왜 싫은데?
그게... 지금 이 상태도...
...꽤 괜찮다고 생각해서.
잠을 못 자는 건 좀 그렇지만...
시선을 피하며 대답하는 G11에게 HK416은 자신도 모르게 신경질이 났다.
하지만 그녀의 이성이, 지금 G11을 자극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충고했다.
거짓말 마, 네 성격이랑 전혀 안 어울려.
나한테 뭐 숨기는 거라도 있어?
요 일주일 내내...
네가 온갖 집안일을 하는 모습, 이상하게 전문가 수준으로 노련해 보였어.
......알겠다. 너,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구나? 갑자기 막 청소하는 것도 그래서지?
416... 나는...
우리가 네 예전 주인처럼 그럴까 봐?
네가 이런 이런 일을 하지 않으면, 우리가 널 버릴까 봐 그래?
그, 그게 아니야!
나, 난 그냥...
난 그냥 모두한테 도움이 되고 싶어서...!
아, 그래? 그래서 지금 그 상태가 좋다고?
그 빌어먹을 옛 기억이 널 괴롭히고, 과도한 에너지가 네 부품을 갉아먹고 있는데?
그래도 배터리를 떼기 싫다고?
그래, 너 마음대로 해. 나도 이제 신경 안 쓸 거야.
416...
어쩔 줄 몰라하는 G11을 내버려두고, HK416은 방을 나가 문을 힘껏 닫았다.
......
......
다음날 아침. 먼지 한 점 없이 깨끗한 유리창 너머로 햇살이 드리우자, 인형들도 잠에서 깨어났다.
그런데, 막 눈을 뜬 HK416 앞에서 한참을 고민한 듯한 얼굴의 UMP45가 그녀가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있잖아, 네 말에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
HK416의 눈을 뜨기가 무섭게 UMP45가 바로 입을 열었다.
...뭐가.
G11 말이야.
걔, 일 중독이라도 된 모양이야.
이미 못 버틸 지경인데도 억지로 소체를 움직이고 있어.
저대로 놔뒀다간... 말 안 해도 알지?
왜 어젯밤에 얘기 안 했어?
난 그때 충전 중이었거든? 일주일 동안 너희처럼 진짜 한가하진 않았다고.
솔직히 어젯밤엔 나도 한계여서, 휴면하는 동안 곰곰이 생각해봤어.
너희 둘이 티격태격하는 걸 구경하는 것도 재밌지만, 상태가 상태니 더는 내버려둘 수 없겠어.
우리가 하는 말을 들었어?
조금. 남의 얘길 엿듣는 취미는 없거든.
하, 올해 들은 것 중에 제일 웃긴 농담이네.
...그래서, 네 생각은 어때? 쟤가 이상한 짓을 하는 건 역시 과충전 때문이라고 봐?
아니, 그래서만이 아니라 생각해.
데레 녀석이 재수없긴 해도, 솜씨 하나는 손에 꼽을 수준이잖아?
그런 초보적인 실수를... 적어도 두 번이나 저지를 일은 없겠지.
그러니 G11의 부품은 분명 저런 고출력도 견딜 고급품으로 교체됐을 거야.
하지만, 만약 저 출력을 감당 못하는 부품이 아직 남아있다면?
...마인드맵이?!
그러고 보니 걔, 과도한 연산량 때문에 과거의 일을 기억하기 시작했어.
그게 사실은 마인드맵의 경고 메시지란 뜻이야!?
그저 추측에 불과해.
나도 오늘 아침에 막 생각났거든.
너 진짜 언젠가는 뿌린 대로 거둘 거다...
그 말에는 나도 동감이지만, 너무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G11이 알아서 넘치는 에너지를 소모한 덕분에 과충전 상태는 적당히 억제한 모양이니까.
데레한테 연락할 테니까 가서 G11 데려와. 수습 불가능하게 되기 전에 사태를 해결해야지.
당장 가서 잡아와야겠네...
이대로 내버려뒀다간 우리 거처를 5성급 호텔로 만들어 버리고도 남겠어.
호오? 갑자기 데레한테 좀 더 나중에 연락하고 싶어지네~
야.
4, 4, 45 언니!
불길하게 44거리지 말아 줄래?
무슨 일이야? 그렇게 당황하고.
G11이 사라졌어!
뭣...?!
그게... 이걸 남기고...
UMP9이 쪽지 한 장을 보여 주었다.
쪽지에 적힌 꾸불꾸불한 글씨는 누가 봐도 G11이 쓴 것이었다.
......
뭐래?
그러니까... 남아도는 기운 다 쓰고 돌아오겠대.
와아... 이 정도로 팔팔해졌어?
정말 우리가 알던 G11 맞아?
어딜 가서 기운을 빼고 오겠단 거지...
걔 총도 안 보여.
......!!
HK416이 덥석 UMP45의 멱살을 잡았다.
이제 어떡할 거야?! 다 너 때문이야!
진정해, 데레가 서비스로 그 배터리 박스에 위치 추적기를 달아 뒀어.
그게 박살나지 않는 이상, 어딜 가든 찾아낼 수 있지.
내놔.
UMP45의 손에서 추적기를 빼앗아 들고, HK416은 곧장 자신의 무기를 챙겼다.
416.
...또 뭐.
G11이 왜 이런 짓을 하면서까지 전원 케이블을 뽑으려 하지 않는지, 생각은 해봤어?
우리가 걔를 버릴까 걱정해서가 아니야?
아니, 정반대야.
우리가 걔를 버릴 일 없다는 걸 아니까, 우릴 도와주고 싶어서야.
......
G11은 네 생각만큼 여리지 않아, 416. 걔도 우리 404 소대의 어엿한 전술인형이라고.
...알았어.
HK416이 잠깐 멈칫했다.
그럼... 전술인형 대 전술인형으로 상대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