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type
MOD 1
시스템>> 교체용 소체 접속 성공. 마인드맵 데이터 인스톨 중...
시스템>> 인스톨 완료.
시스템>> 소체 부팅 중...
시스템>> ......
으음...
깼니, 79식?
79식!
카리나 씨... 대장...?
여긴... 수복실?
아, 설마...
네...
어제, 전장에서 79식이 저를 지키려다... 흑...
엑... 대, 대장? 왜 갑자기 울어요?!
먼저 이것부터 볼까?
카리나가 뒤로 돌아 태블릿을 조작하자, 단말기의 화면에 영상이 띄워졌다.
시스템>> 전술인형 79식의 시각 기록 0435-129호 - [GKA-082 구역 무력 충돌 중재] 을(를) 불러오는 중...
시스템>> 불러오기 완료.
포탄 날아와요오오!!!
79식!! 79식, 무사해요!?
대, 대장...?
전 괜찮아요...
79식의 시점에서, 그녀는 자신의 좌우로 대치 중인 병력이 숨은 엄폐물을 확인하고 M99에게 고개를 돌렸다.
대장, 우린 무력 충돌을 중재하러 온 거 아니에요?
그런데 왜 저 양측 둘다 우리를 공격해요?!
저, 정보에 따르면, 분쟁 중인 양세력은 이 구역의 자원을 양보하려 하지 않으려 해서...
그래서, 외부 개입도 무조건 적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해요...
우와악!
대장! 일단 이탈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계속 여기서 이러고 있다간 직격 안 당해도 충격파 때문에 소체가 망가지겠어요!
네, 일단 퇴각하고 안전한 위치에서 다시 지휘관님께 방침을 여쭤보도록 해요...!
M99의 지시에, 79식을 비롯한 소대원들은 포격이 잠시 멎은 틈을 타 진지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 안 가 또 한 차례 포격이 날아들었다.
뭐야, 이렇게 빨리 또?!
모두! 빨리 엄폐하세요!
79식이 황급히 주변의 몸을 숨길 엄폐물을 찾던 그때, M99가 지시를 내리느라 한 발 늦게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이를 예측이라도 했다는 듯 근처에 포탄 한 발이 떨어졌고, 폭발에 M99가 떠밀려 바닥을 뒹굴었다.
꺄악!
대장!!
저, 저는 신경쓰지 마세요! 위험――
포격으로 피어나는 화염의 꽃에 M99가 집어삼켜지는 것을 두고볼 수 없었던 79식은, 일말의 주저도 않고 진지 밖으로 뛰쳐나갔다.
또 한 번의 폭발이 일어난 후, 79식의 시각 영상 기록은 노이즈만 보여 주다 끝났다.
......
카리나 씨, 이건...?
네가 저번 작전에 참여해서 완파당하기까지의 시각 기록이야.
그때, 79식은 포격 속에서 저를 감싸다가 포, 폭발에 휩쓸려서...
그랬군요... 이런 기록 처음 봐요.
그래 처음 보는 거겠지! 하지만 이런 기록,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네...?
카리나가 태블릿을 휙 들어 화면을 몇 번 슬라이드했다.
3일 전 128호 기록, 동료 대신 적 화망을 유인하다 미처 피하지 못하고 파괴...
5일 전 105호 기록, 소대의 퇴각을 혼자서 엄호하다 휴대한 탄약을 소진하고 적에게 파괴...
8일 전 077호 기록, 소대와 대치하던 대형 자율병기와 동귀어진!
단말기 화면에 79식이 스스로를 희생하기 직전까지의 시각 기록이 하나씩 출력되었고, 각 기록의 작은 썸네일이 나란히 늘어선 끝에 큰 화면을 가득 채우기에 이르렀다.
이런 기록이 지금 화면에 있는 거 말고도 잔뜩이란 말이야!
카리나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79식 너, 소체 파괴된 횟수가 지나치게 많아!
수복해서 복귀 가능한 수준의 부상이라면 그렇다 쳐, 하지만 수복이 아예 불가능할 정도로 완파된 횟수가 너무 많다고!
너처럼 무작정 뛰쳐나가고 보는 인형은 그리폰을 통틀어서도 손에 꼽아! 조금은 신중함을 기르는 게 어때!?
아... 그, 전장에서 힘든 싸움은 늘상 있는 일이잖아요...?
그, 그렇잖아요, 동료가 위험한데 어떻게 가만있을 수 있겠어요!
79식...
그래 말 잘했다!
무엇보다! 네가 자꾸 나서서 희생하는 꼴을 보는 네 동료들의 심정은 생각해봤니? 지휘관님은 어떠실지 생각은 해봤어?!
79식... 훌쩍...
......
동료를 포기하지 않고 구하는 거야 당연한 일이지, 하지만 지금 사정으론 이 이상 네가 그렇게 희생하는 걸 용인할 수 없어!
으... 응? 그게 무슨 뜻이죠?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네 소체――
삐이이!
M99에게서 난 통신음이 카리나의 말을 끊었다.
앗, 지휘관님이다.
죄송해요 카리나 씨...
카리나는 입을 삐죽이며 어깨를 으쓱했다.
통신 연결.
예, 지휘관님!
79식은 좀 어떠니?
여기 있어요! 방금 새 소체로 교체해서 컨디션 최상입니다!
좋아, 지금 긴급 임무가 있어.
변경 지대에서 불법 무장 집단이 국경을 침범했단 보고야, 즉시 목표 구역으로 이동해서 놈들의 저지를 부탁할게.
네! 즉시 소대 소집하겠습니다!
통신 종료.
새 전투 임무인가요, 대장?
네, 그런데...
M99는 말꼬리를 흐리며 카리나를 힐끗 보았다.
어휴... 지휘관님 명령이니 어서 갔다 와.
대신, M99!
넵?!
모두, 무사히,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올 것! 할 수 있지?
아, 알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카리나 씨!
이번엔 명심할 테니 괜찮을 거예요!
반드시 멀쩡하게 복귀하겠습니다!
시스템>> 소체 부팅 중...
어라...?
또, 깼니, 79식?
7, 79식...
대장...? 저 왜 여기 있어요...?
분명, 방금 전에...
에휴... 더 말하기 전에 이것부터 봐.
카리나가 단말기로 연 79식의 따끈따끈한 새 시각 기록은, 79식이 카리나를 마주보고 당당하게 "멀쩡히 복귀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빨리감기되어, 그녀가 진지 밖으로 뛰쳐나가 적에게 몸을 던져 달려드는 장면에서 멈췄다.
...79식.
우리 약속했잖아.
아... 으...
당시에 어떤 상황이었어?
보고할게요. 79식이 갑자기 달려나갔어요, 아무도 미처 반응을 못해서...
그, 그래도 79식 덕분에 적의 방어선을 돌파해서 물리칠 수 있었어요!
하지만 또 다시 마인드맵 복구를 해야 할 정도로 파괴됐네.
아......
에, 에이 뭐 어때요! 이미 일어난 일이니 어쩔 수 없죠!
다음엔 진짜진짜 주의할 테니 걱정――
마세엑?!
79식은 수복 캡슐에서 폴짝 뛰어나오려 했지만, 어째선지 균형을 잃고 그대로 바닥에 철푸덕 엎어졌다.
79식!
성대하게도 넘어진 탓에 M99도 황급히 달려가 79식을 부축했다.
아야야야... 어라?
카, 카리나 씨? 저, 제 손발, 제 손발 왜 이래요?!
매우 날렵해야 할 소체가 어찌 된 영문인지 한없이 무겁게 느껴졌다.
M99에게 부축받으면서도, 79식은 단순히 일어서는 것조차 힘겨웠다.
이게 내가 말한 "지금 사정" 때문이야.
예...?
내가 직접 설명할게.
지, 지휘관님?!
지휘관을 본 79식은 급히 경례했지만, 소체가 말을 안 듣기에 엉거주춤 우스꽝스러운 자세가 되어버렸다.
지휘관은 한숨을 푹 쉬고는 제어 콘솔 쪽 의자를 하나 끌어와, 79식에게 앉도록 했다.
저어... 제 소체는 대체...?
카리나가 내게 최근 기록을 보여 줬어. 79식 너, 전투가 있는 임무 수행 중 파괴당한 횟수가 다른 애들보다 훨씬 많더라.
소체 파손도도 매번 아주 심각했고, 본체가 이 꼴이니 네 더미는 말할 것도 없지.
물론 그게 다 네가 동료를 지키기 위해 나선 거란 사실은 모두가 알지만, 이런 식으로 심하게 소모해서는...
그러니까, 현재 우리가 보유한 네 예비 소체까지 전부 써 버린 거야.
저저저, 전부 다요?!
그럴 리가요!
이거 봐봐.
카리나가 태블릿을 몇 번 두드려, 메인 콘솔의 대형 스크린에 벌집 같은 보안 카메라 화면을 띄웠다.
그중 수많은 인형들의 소체가 보관된 창고에, 79식의 칸만 텅 비어 있었다.
맙소사...
그... 그럼 저의 지금 이 소체는...?
예전에 전자전으로 내부 모듈이 여럿 타 버린, 아아아주 낡고 망가진 소체야.
당장 폐기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지만 별 수 있니, 지금 네가 쓸 수 있는 소체는 그거뿐인걸.
윽...
할말을 잃은 79식을 고개를 푹 숙이고 자신의 몸을 바라봤다. 그 말대로, 아주 사소한 동작마저도 소체 내부의 부품이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똑똑히 들렸다.
설마... 저, 앞으로 이 소체로밖에 있을 수 없나요...?
네가 너 자신을 소중히하는 법을 배우기 전까지는 그렇지 뭐.
그, 그럴 수가...!
너무 걱정은 마렴.
사실, 소체 재고가 슬슬 위험하던 때에 미리 너의 마인드맵 업그레이드를 예약하고 새 소체도 발주했어.
다만 신규 소체의 조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 네가 이렇게까지 몸을 막 쓸 줄은 예상밖이어서 말이지...
새 소체가 곧 마련되는데 원래 소체를 다시 구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이번 달만 그걸로 참으렴. 새 소체가 도착한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자.
한 달씩이나 기다려야 한다고요?!
그리고 현상태를 고려해서, 그동안은 너에게 업무를 배정하지 않겠어.
엑... 그, 그럼 전투 작전 같은 건...
그야 당연히...
일절 금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