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type
MOD 2
다음 날.
카리나는 제어 콘솔 앞에 앉아, 능숙하게 전자 서류를 하나씩 처리하는 중이었다.
79식? 자요, 아~앙~
아, 아아아...
반듯하게 자른 사과 한 조각이 79식의 입에 들어갔다.
어때, 맛있지?
우웅... 맛이 괜찮긴 한데...
왜 이런 일을 하는 건가요?
네? 무슨 일 말이에요?
갑자기 절 보러 온 일 말예요!
제가 인간처럼 무슨 병에 걸린 것도 아니고, 이렇게 보살펴 줄 필요 없어요!
쯧, 쯧, 쯧. 우리 79식이 아직 철이 덜 들어서 모르는구나~?
뭐?
우리 포함 모두가 전장에서 너한테 신세 진 적이 한두 번이야?
우릴 지키다 이렇게 된 건데, 이런 기회에 뭐라도 보답해야지 않겠냐구.
뭐어 이런다고 네 소체가 병 낫듯 고쳐지는 않아도, 꽁으로 휴가 받고 탱자탱자 즐기게 됐으니 안 좋아? 좋잖아~
...아무것도 못하는 내 꼴이 한심하기만 한걸.
보살핌받을 바에야, 전장에 나가서 앞장서서 모두를 지키고 싶다고!
오구오구 그래쪄영~? 아구아구 대견하네영~
자아 79식이 사과 하나 더 먹자~
아 내가 무슨 편식하는 어린애야!?
아 기껏 먹여 주는데 얌전히 좀 있어봐!
싫! 거! 든!
실랑이가 벌어지는 와중, 지휘 센터로부터 호출이 왔다.
카리나, 긴급 임무가——
응? 너희 뭐하니?
보시는 대로죠, 79식이 동료들한테 뜨거운 보살핌을 받고 있잖아요. 덤으로 제 고막도 테러하면서.
그래서 무슨 일이세요?
또 변경지대에서 불법 무장 집단이 국경을 침범했단 보고야.
즉시 파견할 1개 소대 차출해서 탄약, 자원 배분해 줘.
1개 소대요? 음... 마침 여기 있네요!
카리나가 방금까지 떠들던 셋을 바라보며 답했다.
아! 토끼 소대 대기 중입니다 지휘관님!
그럼 이 임무는 너희에게 맡길게, 임무 정보는 지금 전송했으니 즉시 준비하도록. 5분 뒤 출발한다.
알겠습니다!
어서 가요!
명령을 받은 M99는 곧장 대원에게 손짓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런데, 재빠른 발소리들 중 고장난 기계에서 날 법한 삐걱이는 소리가 섞여 있었다.
79식, 너 어디 가니?
흐엣!?
카리나에게 불러 세워지고서야, 79식은 자신이 반사적으로 M99를 뒤따르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저, 저는 그냥...!
걱정 말아요 79식! 금방 돌아올게요!
거기서 편하게 우리의 승전보를 기다리라구~!
79식은 그대로 서서, M99 일행이 간단히 인사하며 수복실을 떠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
하아아...
지휘관의 통신을 끝내고 기지 물자 보고서를 작성하려던 카리나의 뒤로 땅을 꺼뜨릴 듯한 큰 한숨 소리가 들렸다.
79식, 네가 지금 엄청 낙담하는 거 이해해.
......
일단, 지휘관님은 일부러 네 활동을 제한하시는 게 아니야. 그게 지금 네가 쓸 수 있는 유일한 소체인데다, 고장난 곳투성이라 시스템적으로도 오류가 심각해.
그 소체로 억지로 전투를 벌이기라도 했다간, 우리가 네 소체를 또 구할 수 있는가 없는가가 문제가 아니라, 네 마인드맵이 엄청나게 부하를 받아서 그대로 융해될 수도 있어.
알아요... 지금 저는 짐덩이일 뿐인 거...
그래서 저 자신이 엄청 쓸모없게 느껴져요...
얘가? 자신을 과소평가하면 안 되지, 그리폰의 모두가 똑같이 소중한데!
한 달만 잠시 그걸로 참으라는 거야, 새 소체가 오면 바로 마인드맵 업그레이드도 해서 완전 리뉴얼된 79식으로 화려하게 부활하면 되지!
그래도 한 달이나 기다려야 하는걸요...
그건 자업자득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고.
............
79식이 입을 다물자, 카리나는 절레절레 고개를 젓고는 몸을 돌려 다시 보고서를 작성했다.
......힝...
79식은 삐걱이는 소체를 끌고 수복 캡슐로 돌아가, 안에 누운 채 훌쩍였다.
...그냥 1개월 장기 휴가 받았다고 생각하면 어때?
1개월 동안 쓸모없는 인형인 거잖아요... 훌쩍훌쩍...
카리나가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는 전혀 느려지지 않았다.
난 쓸모없어어엉!!!
......
저기, 79식?
왜요오... 히끅...
딸꾹질할 정도로 울고만 있을 거면, 그러지 말고 내 일 좀 도와주지 않을래?
네?
할일이 있다는 말이 들리기가 무섭게 79식이 수복 캡슐 밖으로 고개를 불쑥 내밀었다.
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나요?
물론이지~ 오히려 지금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일루 와봐.
네——
흐갹!!
카리나가 쓱싹 무언가를 적은 쪽지를 내민 걸 본 79식은 수복 캡슐에서 벌떡 일어나다 또 콰당 넘어졌다.
꼬오옥 기지 입구 나간 다음에 펼쳐 보고 적힌대로 해, 알았지?
빨리 갔다 오고, 그리폰의 전술인형답게 깔끔하고 단호하게 행동할 것!
이건...?
후후후... 그건——
카리나가 씨익 웃었다.
지휘관님도 모르시는 극비 임무란다!
...어서 오세요.
카운터의 직원은 건성으로 인사하면서, 온몸에서 삐그덕 소리를 내며 들어온 인형을 곁눈질했다.
극비 임무는 무슨...
그냥 심부름이잖아!
79식이 손 안의 쪽지를 다시 보았다.
41번가의 777 편의점에서 오늘 전품목 2% 할인 행사 중이야~
가서 감자칩 5봉지, 젤리 5봉지, 초코바 10박스, ...
P.S. 페르시카 씨 드리게 커피 가루 싼 거 있으면 한 봉지 사 와!
에휴...
편의점 할인날까지 꼬박꼬박 기억하다니, 역시 카리나 씨라니까.
커피... 커피가...
아, 여기 있다.
79식이 가판대 앞으로 와 커피 가루 한 봉지를 집고, 다른 간식도 집으려고 뒤로 돌았다.
바로 그때, 통신기가 울렸다.
79식~!
대장? 연락할 시간 있는 거예요? 설마 임무 벌써 끝났어요?
그야 물론이지~ 우리가 벌써 적을 깔끔하게 소탕했단 말씀!
우리 대장님이 작전 내내 너 걱정해서 싸움 끝나자마자 바로 연락한 거야.
어휴, 대장은 항상 오지랖이 넓다니까.
쯧쯧쯧, 바로 그런 점이 대장의 차밍 포인트 아니겠냐구~
다 듣고 있거든요!?
그나저나 79식, 그쪽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수복실에 있는 거 아닌가요?
아, 카리나 씨한테 임무를 받아서 잠시 밖에 나왔어요.
네에?! 무슨 임무인데요? 안 위험해요!?
임무라지만 그냥 심부름인걸요, 위험할 게 뭐가 있겠어요.
흐~응? 무슨 일이라도 생기길 바라는 투다?
흥, 차라리 그랬으면——
어?
그때, 편의점 바깥에서 차들이 급정거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쇼윈도우 밖으로, 경찰차 한 대가 편의점을 향해 곧장 돌진해 오는 것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