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type
MOD 3
79식?!
79식!
으윽...
무슨... 일이...
79식! 무슨 일이 일어난 거예요?! 대답해요!
대장...?
고개를 흔들어 충격으로 인한 어지럼증을 뿌리치고, 79식은 상황을 파악하려 안간힘을 썼다.
나란했던 가판대는 전부 돌진해 들어온 경찰차에 들이받혀 쓰러졌고...
동시에 발생한 충격으로 작동한 스프링클러가 요란하게 경보를 울리며 물줄기를 뿜어, 경찰차와 바닥에 난잡하게 쏟아진 상품을 흠뻑 적시는 중이었다.
......!?
쓰러진 가판대의 틈새로, 무기를 들고 죄수복을 입은 남자가 경찰차에서 내리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어째선지 그의 옆에 경찰 마크가 도색된 기계인형도 있었다.
테러? ...아니야, 탈옥이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기가 무섭게, 가게 밖에서 수많은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제기랄!
탈옥수는 기계인형을 조종해 포위망을 형성한 경찰과 총격전을 벌여, 삽시간에 총성으로 소란스러워졌다.
79식! 지금 거기서 나는 거 총소리예요!?
그——
사, 사람 살려어어어!!!
아까까지만 해도 빈둥대던 점원은 이 아찔한 상황에 기겁해 비명을 지르며 직원 휴게실로 도망치려 했지만, 그 소리를 들은 기계인형에게 붙잡혀 도로 끌려나왔다.
이런, 하필 이럴 때...!
대장, 다시 연락할게요!
네? 잠깐만요, 당신 설마——
통신을 끊고, 79식은 넘어진 가판대 더미 속에서 나와 탈옥수와 기계인형의 측후방으로 몰래 우회해, 총으로 기계인형의 동력 중추를 조준했다.
인간 탈옥수 한 명쯤이야 79식에겐 상대가 되지 않으니, 단 한 발만 명중시키면 현재 상황서 가장 큰 위협을 제거할 수 있을 터.
——그런데.
...어라?
조준경의 가늠자가 흔들려, 목표를 똑바로 겨눌 수가 없었다.
그렇지, 난 지금...!
고개를 숙여 두 손을 확인하니, 총을 아주 잠깐 쥐었을 뿐이건만 손가락이 덜덜 떨렸다.
일단, 지휘관님은 일부러 네 활동을 제한하시는 게 아니야. 그게 지금 네가 쓸 수 있는 유일한 소체인데다, 고장난 데 투성이라 시스템적으로도 오류가 심각해.
그 소체로 억지로 전투를 벌이기라도 했다간, 우리가 네 소체를 또 구할 수 있는가 없는가가 문제가 아니라, 네 마인드맵이 엄청나게 부하를 받아서 그대로 융해될 수도 있어.
......
자칫 잘못하면 마인드맵이 융해될 수도 있어...
그 와중 가게 안팎의 교전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기계인형의 존재 때문에 손실을 입은 경찰측은 공세를 그만두고 포위망을 유지하면서, 탈옥수에게 투항을 권고했다.
허나 그런 헛수고는 기계인형의 총성만 살 뿐이었다.
이럴 땐 역시, 카리나 씨에게 연락해서 지원을 요청해야겠지...
끔찍한 상상을 최대한 떨쳐내면서, 79식은 고개를 숙이고 통신기를 켜려 했다.
아...! 거기! 거기 인형!
어?
79식이 흠칫하며 고개를 드니, 점원이 구명줄이라도 찾은 듯 큰 소리로 자신을 부르는 것이었다.
너 전술인형이지!? 빨리 나 좀 구해줘!!
쉬이잇!!
조용히 해요 이 멍청이!
전술인형?!
절박한 외침에 79식의 존재가 들통나 버려, 가게 안에 다른 "위협"이 있음을 알아챈 탈옥수가 바로 가게 카운터 뒤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 기계인형이 점원을 내팽개치고 순식간에 79식에게 달려들었다.
제길...!
기계인형이 시커먼 총구를 들이대자, 79식은 반사적으로 바닥에 떨어진 커피 가루 봉지를 집어던졌다.
타타탕!
총탄에 봉지가 찢어졌고, 터져 나온 커피 가루가 물줄기와 뒤섞여 탈옥수와 기계인형에게 온통 튀었다.
으악! 이건 또 뭐야 XX?!
찬스다!
상대가 정신이 팔린 순간을 노려, 79식은 과감히 총을 들고 기계인형에게 돌진했다.
거리를 좁히면 맞힐 수 있을 거야!
각오를 다진 79식은 기계인형의 코앞까지 달려들어, 방아쇠를 달렸다.
타타타탕!
하지만 행운의 여신은 오늘 79식의 편이 아닌 모양이었다.
지근거리였는데도 불구하고, 쏜 총탄은 모조리 상대의 동력 중추 주변에 탄흔을 남기기만 했다.
뭣...
――커흑!?
79식은 다시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고 기계인형에게 목을 움켜잡혔고, 그대로 세상이 뒤집히는 감각과 함께 경찰차의 루프에 내동댕이쳐졌다.
쿠웅!
79식은 엄청난 충격과 함께 차 루프를 뚫고 떨어졌다. 이 순간 시각도 일그러지고, 온몸의 부품이란 부품은 전부 산산조각난 것만 같았다.
크윽!!!
괴, 괴로워...
터진 스프링클러에서 차가운 물줄기가 몸으로 쏟아졌지만, 79식은 몸 안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애초부터 말을 안 듣던 소체가 더욱 가누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빨리 해치워.
명령을 들은 기계인형이 한 걸음씩 다가오고 있었다.
79식은 허겁지겁 자신의 무기를 찾아 경찰차 안을 더듬다, 총이 아닌 검은 무언가가 만져졌다.
바로 묵직한 경찰용 배터링 램이었다.
콜록콜록... 내가, 어떻게...
기계인형은 코앞까지 다가왔고, 79식은 배터링 램을 단단히 움켜쥐고 간신히 일어섰다.
어떻게... 너 따위한테 지겠어!!
전술인형은 기계인형의 손아귀를 피하고, 남은 동력을 쥐어짜내 배터링 램을 놈의 동력 중추를 향해 힘껏 휘둘렀다.
퍼엉!
굉음이 울렸다.
배터링 램으로 박살난 동력 중추에 쩍 금이 났고, 그 사이로 스프링클러에서 분사되는 액체가 스며들어 합선을 일으켰다.
위압감을 내뿜던 기계인형은 그렇게 굳어버려, 나무토막처럼 바닥에 고꾸라졌다.
후우...
...콜록콜록!
시스템>> 경고 - 마인드맵 과부하!
시스템>> 경고 - 마인드맵 과부하!
귓가에 연달아 들리는 경고음. 소체가 한계에 달한 것이었다.
마인드맵 과부하로 인한 작열감에 79식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물줄기를 맞았다.
이 빌어먹을...!
기계인형이 쓰러지고 79식이 움직이지 않자, 숨어있던 탈옥수가 튀어나왔다.
어떻게 해킹한 물건인데... 네까짓 게 뭐라고 망가뜨려!?
그는 권총을 79식의 이마에 댔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가 없었다.
너라도 죽어라...!
...여기까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