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96
MOD 1
그리폰 기지, 인형 숙소.
어제 리허설은 정말 잘 진행됐어!
스탭도, 노래도 더할 나위 없을 정도로 완벽해! 적어도 사흘 안에는 아무도 트집 잡지 못할 거야!
이번엔 유난히 오래 걸렸던데, 무슨 중요한 날이라도 있는 거야?
아니. 하지만 꼭 중요한 날이 아니더라도 마음껏 춤을 출 수 있잖아~
그렇구나! 아 맞다, 리허설 처음부터 끝까지 다 녹화했어! 약속 꼭 지켜야 해?
응!
응응! 내가 더미들을 총동원해서 다양한 각도에서 찍은 영상이라고! 박수 박수!
짝짝짝~!
걱정할 것 없어, 새 공연복은 아주 시원하게 만들 거니까. 초여름날 댄스파티의 분위기를 아주 뜨겁게 달궈서 밤새 춤추도록 만들 게 분명해!
와아~ 새 옷이다~! 어떻게 생겼어?
후후, 그건 마지막까지 비밀로 해야 재밌지. 공연 날 알게 될 거야!
에이, 공연날 까지 어떻게 기다려? 너무해 너무해, 친구끼리는 숨기는 거 없다며!
친구니까 더욱더 서프라이즈를 선사하고 싶은 거야!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지금 알려줘어어어!
우왓, 갑자기 달려들지 마!
절대로 안 알려 줄 거야! 얌전히 기다려!
두 인형이 아웅다웅하던 중, 숙소의 문이 열렸다.
C96 있니?
카리나 씨! 네 네 저 여기 있어요!
아차, 실수로 관절을 잠가 버렸네... 잠깐만요!
아니, 관절기 거는데 왜 관절을 잠가?! 아무니 내가 귀엽고 예뻐도 그렇지, 그럼 못 써!
아하하, 아무래도 내가 타이밍을 잘못 맞춘 모양이네.
잠깐 볼일이 있으니까, 이따가 카페로 와 줄래?
네~에! 금방 갈게요!
몇 분 후, 그리폰 카페.
늦어서 죄송해요 카리나 씨! 무슨 일이에요? 특별 임무라도 있는 건가요? 뭐든지 잘할 수 있어요!
믹스 주스 두 잔. 고마워.
아, 벌써 왔구나. 그렇게 특별한 일은 아니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 C96, 왜 마인드맵 업그레이드를 거절했니?
마인드맵 업그레이드...? 아, 어젯밤에 주신 그 신청서요?
응, 너 정도의 실적이면 충분히 자격이 있어. 하지만 네가 도통 신청하질 않길래, 내가 대신 적어준 거야.
그런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거절했다며? 왜 그랬어?
......
항상 이런 일엔 적극적이었잖아? 무슨 이유라도 있어?
이유요? 으응...
이유는, 어... 말 못 해요.
저도 잘 모르겠거든요! 굳이 말하자면, 전 지금 이대로도 좋아요!
이대로도 좋다고?
네, 좋아요!
주스 감사합니다! 먼저 갈게요!
뭐? 어디 가려고?
기지 밖에 잠깐 일이 있어서요. 지휘관님께도 벌써 허가를 받았어요. 그럼 나중에 봐요!
C96, 잠깐 기다려!
하지만 C96은 도망치듯 순식간에 사라졌다.
지휘관님? 지휘관니임~ 왜 또 여기서 주무세요?
어휴 정말, 제가 탁상에서 주무시지 말라고 몇 번을 말씀드렸어요? 숙소까지 안 가시더라도 여기에도 침대 있잖아요!
아이, 지휘관님도 참... 우리 사이에 이 정도로 고마워하실 것까지야~
지휘관님도 몸 관리에 주의하셔야죠.
할 수 있는 만큼 지휘관님을 보살펴 드릴 거지만, 저도 다른 일로 바쁠 때가 많다고요.
자꾸 이러시면 부관한테 1초도 눈 떼지 말고 감시하라고 시킬 거예요!
알았어, 주의할게.
그러셔야죠!
그보다, 여쭤볼 일이 있는데요, C96이 지휘관님의 허가를 받고 외출한다던데, 개인 임무를 내리셨나요?
아니. 그 애가 신청한 일인데...
지휘관님, 안에 계시나요?
들어갈게요.
들어오렴, HK45. 무슨 일이니?
어... 오늘, 수송 부대가 복귀하던 중 일이 좀 있었어요.
C96, 숨지만 말고 어서 지휘관님께 말씀드려.
C96?
HK45의 등 뒤에서, C96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하지만 평소의 C96이 아니었다. 어두운 눈빛에 기운도 없어 보였다.
지휘관... 돌아오던 길에, 제 예전 주인을 만났어요.
예전 주인?
엑... 그 사람이 예전 주인이라고?
그 전선에 열흘 동안 구르다 돌아오신 지휘관님처럼 구질구질했던 사람이 네 예전 주인이라고?!
저기, 비유가 왜 하필...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C96,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겠니?
그 사람이... 저밖에 부탁할 사람이 없다고 했어요.
원래 있던 곳에서 쫓겨나서, 저한테 부탁할 수밖에 없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꼭 도와줘야 해요.
그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
전...
전 그리폰에서 잘 지내다 보니까, 설마 그 사람이 그렇게 됐을 줄은 몰랐어요.
그러니까... 가능하면 도와주고 싶어요.
저 말고 도와줄 사람이 없다면, 도와줘야 하지 않나요?
무슨 일을 시키려는지는 알고?
그건... 몰라요.
그런데도 도와주겠다고?
저...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거절하는 말이 떠오르질 않아요.
그래도 꼭 휴가를 내주셨으면 해요.
네가 진심으로 돕고 싶어 하는 거라면, 외출을 허락할게.
하지만 딱 하루만이야. 그리고 만약 그 사람이 네게 위험한 일을 시키려 한다면, 당장 돌아와야 한다, 알았지?
알겠습니다.
지휘관의 허락을 받았지만, C96의 표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고 지휘실을 나섰다.
그런 C96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HK45는, 잠깐 망설이다 지휘관에게 인사하고 밖으로 나섰다.
나중에 다시 찾아뵐게요, 지휘관님... 저도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그러니까, C96이 예전 주인을 도와주러 갔단 말이에요?
하지만 C96은 이제 그리폰의 인형이잖아요. 그런 일을 그렇게 쉽게 허락하시면 어떡해요?! 그 애가 납치라도 당하면 어쩌시려고요!
그런 일은 없을 거라 믿어.
지휘관님도 정말... 그래도, 그렇게 상냥하시니까 인형들이 믿고 따르는 거겠죠.
실례합니다!
아, 카리나 씨도 계셨네요.
방해된다면 밖에서 기다릴게요!
아니,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니까 괜찮아.
HK45 너 이벤트 준비하는 거 아니었니? 준비 중에 무슨 문제라도 생겼어?
방금 C96이 기지 밖으로 나가는 걸 봤어요... 지휘관님께서 허락하신 일이죠?
그... 예전 주인이란 사람에 대해서 아시는 게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