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O3
MOD 3
다음날, 미식 페스티벌 현장.
뭐야? 무슨 빵집에 크림빵 하나조차 없어?
죄송해요, 저희는 오리지널의 맛을 간직한 식사빵만 팔아요.
그래도 한 번 시식해보세——
손님은 깔보듯이 고개를 젓고는 떠났다. 가게 앞은 또다시 한적해졌다.
EVO3는 손님을 불러세우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고개 숙여 손가락을 꼬집었다.
안 돼... 속상해하지 마...
분명 식사빵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거야, 분명...
저기요!
아, 예! 안녕하세요! 무엇을 주문하실 건가요?
여기 바게트랑, 브레첼이랑, 치아바타——
바게트 하나 주세요.
예, 잠시만 기다리세요.
대단하다 너.
저번에 이빨 깨먹고서도 안 질렸어? 또 바게트를 사?
흥, 저번의 그 양심 없는 가게 말이지? 내가 인형인 걸 보고 일부러 하루 지난 바게트를 준 거야. 그러니 이빨이 안 깨지고 배겨?
그리고 난 아무튼 오리지널 바게트가 좋단 말이야... 근데 그리폰 식당에선 자주 안 나오지, 기지 근처 빵집은 제대로 된 곳이 하나도 없지.
완전 노이로제 걸리겠어!
그럼 안 먹으면 되잖아!
이번이 마지막! 이번이 내가 바게트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야!
EVO3는 소리 없이 싱긋 웃으며, 기다란 종이봉지에 바게트를 넣어 공손하게 건넸다.
여기요, M45 씨가 직접 구운 바게트입니다.
맛있게 드세요.
EVO3는 입술을 깨물고, 멀어지는 두 인형의 뒷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
와작.
응?
와작, 와작...
몇 미터 거리를 두고서도 바삭바삭한 바게트를 씹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왜소한 인형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야, 왜 걷다가 멈춰?
우으읍*#%#*@%^*$%#%.......!!!!
왜, 왜 그래?! 또 이빨 나갔어?!
왜소한 인형이 가슴을 팡팡 두드리며 힘겹게 빵을 목구멍으로 넘기더니, 갑자기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우으으으... 이 바게트!!! 너무 맛있어어어!!!
저기요, 저기요!!! 이거 6개 더 주세요!
네? 아, 네네!
...그렇게 오버할 정도야? 나도 한 입 먹어보자!
떽끼! 먹고 싶음 네가 사 먹어! 우물우물우물...
여기서 시식할 수 있으니까 사양 말고 드셔보세요!
EVO3는 흥분으로 떨리는 손으로 바게트를 봉지에 담으며, 곁눈질로 다른 인형의 표정을 주시했다.
으음, 오오, 쫄깃쫄깃하다!
어, 그러니까 내 말은... 먹을 만하네.
그 인형은 다시 시식 접시에서 빵 한 조각을 집어 꼭꼭 씹었다.
여기 주문하신 바게트 나왔습니다, 쏟아지지 않게 조심해서 가세요!
고마워요! 이렇게 근본 있는 바게트는 정말 오랜만에 먹어봐요!
M45 씨한테 정말 고맙다고 대신 전해주세요!
네, 꼭 전해드릴게요.
아, 잠깐 기다려봐...
그, 나도 바게트 두 개 줘! 그리고 브레첼이랑 베이글도 두 개씩...
풉!
웃지 마!
내일 임무 나간단 말야, 식량 좀 챙겨둔다고 나쁠 거 없잖아?!
EVO3는 깔끔한 솜씨로 빵을 봉지에 담으며, 저절로 올라가는 입꼬리를 억누를 수가 없었다.
여기 주문하신 빵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EVO3는 살며시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손님의 모습이 금빛 노천 광장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들의 윤곽에 옅은 하얀색 빛무리가 씌워져 마치 천사의 실루엣처럼 보였다. EVO3는 무심코 넋을 놓고 그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자자자, 모두 비켜주세요! 길을 막지 마세요!!!
......?
저 멀리서 인파가 갑자기 웅성거리며 두꺼운 장벽처럼 디저트 구역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엄청난 인파다... 혹시 지휘관님이 오셨나?
지휘관은 무슨... 게시판의 최신 소식 못 봤어?
G36 씨가 직접 미식 페스의 메뉴를 시찰하러 온 거라고!
듣기론 G36 씨 마음에 들면 식당 신메뉴로 선정될 수 있대.
일평균 100인분의 빅 딜이라고!
따내는 순간 우리 판매원들 팔자도 고생 끝, 행복 시작인 거야!!!
......!
EVO3는 재빨리 자신의 가게를 점검했다. 유리 진열대 위의 먼지를 한 톨도 빠짐없이 닦아내고, 옷자락을 당겨 주름을 폈다.
인파의 장벽이 서서히 옆자리 가게로 다가왔다.
G36 씨, 이 집 케이크는 다 먹어봤어. 맛은 그럭저럭 괜찮아.
하지만 이 가게는 식물성 크림 함유량이 0.1%인데, 밖에선 100% 생크림이라고 홍보했더라고. 품위가 좀 떨어지는걸.
그... 정말 죄송합니다!
아마 파티셰가 크림을 만들 때 실수로 혼입된 것 같아요! 다음엔 꼭 주의할게요!
엄격한 품질을 고수하는 것이 주방의 제일 수칙입니다. 제품의 홍보도 실물과 일치해야 하죠.
고객분들께 사과문을 쓰고 전액 환불하시길 바랍니다, 다음엔 즉각 퇴장시키겠습니다.
...네.
훈계받는 사람을 찍소리도 못 하게 만드는 위압감.
인파는 G36을 따라서 식사빵 가게로 몰려왔다. EVO3는 엄청난 긴장감에 마른침을 삼켰다.
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
어라?
당신은 저번의...
EVO3가 눈을 번쩍 떴다.
안녕, EVO3 씨.
어제 내가 주문 넣은 피스타치오 바게트, 오늘은 팔고 있어?
죄송합니다...
EVO3는 불안하게 눈을 깜빡이며 G36의 눈치를 살폈다.
PPD-40 씨는 제가 파견한 잠복 수사관입니다. 이분의 판단은 믿고 있습니다.
PPD 씨, 이 가게의 식사빵 시식 결과를 말씀해 주세요.
PPD-40는 어깨를 으쓱했다.
별로 먹어보진 않았지만, 식사빵 자체가 딱히 얘기할만한 게 없지 않아?
어제 내가 좀 창의적인 건의를 해줬는데도, 보아하니 이 가게는 고객의 의견을 존중할 의사가 전혀 없네. 대중의 입맛에 맞춰줄 생각도 없고...
아무튼 좋은 점이라 할만한 게 없어.
그렇습니까?
PPD-40 씨, 저희 가게의 빵을 먹어보시지도 않고 무슨 자격으로 평론을 하시나요?
쫄깃함과 밀의 향기, 이 두 가지 측면에서 식사빵을 따라올 수 있는 건 없어요.
개인의 호불호만으로 제빵사의 노력을 쉽게 부정하지 말아주세요!
PPD 씨, 이 가게 빵을 드셔보셨나요?
...아니.
그럼, 제품별로 하나씩 골라주시죠.
제가 직접 판단하겠습니다.
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EVO3는 긴장된 마음으로 빵을 봉지에 담아 G36에게 건넸다.
......
밀의 향기가 진하고, 빵 안의 숨구멍도 균일하게 퍼져 있군요... 이건 장시간 저온 발효법을 사용한 것이겠죠.
바게트 겉면의 착색도 훌륭하고, 브레첼과 베이글도 각자 풍미가 있고...
과연 M45 씨의 역작이군요, 상당히 클래식한 식사빵입니다.
EVO3의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감사합니다, G36 씨. 인정해주시니 정말 기뻐요!
하지만...
...?
PPD-40 씨의 의견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식사빵으로서 극한의 경지에 달한 것은 맞지만, 그래도 결국엔 식사빵일 뿐입니다. 인형들 대다수가 기대하는 수요에 부합하진 않죠.
현재의 기반 위에 약간의 개량을 더한다면, 예를 들어 중간에 햄이나 샐러드, 치즈 등등을 끼워넣는다면... 이 가게의 제품을 식당 메뉴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
우와! G36 씨가 직접 권유를 했어!!
뭘 고민해, 바로 수락해버려!
꿀꺽... 저 빵 어떤 맛인지 궁금하다...
G36 씨의 안목이니 틀림없어! 햄을 넣은 샌드위치... 상상만 해도 군침이 돈다!
...EVO3, 어떻게 생각해?
기대하는 눈빛이 사방에서 모여들어, EVO3의 얼굴을 뜨겁게 달구었다.
......
일평균 100인분의 빅 딜이라고!
따내는 순간 우리 판매원들 팔자도 고생 끝, 행복 시작인 거야!!!
일평균 100인분의 식당 납품... 그것만 따내면 마인드맵 업그레이드의 채무는 갚을 수 있어.
지금 이 소체로 영원히 스콜피온 소대의 대장으로 있을 수 있어...
하지만...
판매량이 전부가 아니에요.
줏대없이 대중의 입맛에만 맞춰서는 식사빵의 정체성이 사라져버려요.
......
분명 저처럼 순수한 식사빵을 즐기는 분도 있을 거라고 믿어요.
그 순수한 맛을 원해서 찾아온 분들의 기대를, 개량이랍시고 이상한 사족을 붙여 짓밟을 수는 없어요!
...그리고 난 아무튼 오리지널 바게트가 좋단 말이야... 근데 그리폰 식당에선 자주 안 나오지, 기지 근처 빵집은 제대로 된 곳이 하나도 없지.
......
우으으으... 이 바게트!!! 너무 맛있어어어!!!
저기요, 저기요!!! 이거 6개 더 주세요!
......
죄송해요, G36 씨.
권유해주신 것은 대단히 감사합니다만, 사양하겠습니다.
G36은 뜻밖의 대답에 눈썹을 씰룩했다.
이유를 들을 수 있을까요?
EVO3는 숨을 잔뜩 마시고, 입꼬리를 올리려 안간힘을 썼다.
G36 씨 말씀대로 식사빵은 확실히 맛이 밋밋해요. 아무리 M45 씨가 경지에 이른 작품을 내놓아도 판매량이 저조하죠...
하지만 잘 안 팔린다고 존재할 가치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리폰에는 다양한 입맛을 가진 인형들이 있습니다, 그중엔 물론 심심한 맛을 즐기는 인형도 존재하죠.
G36 씨가 여길 방문하시기 전에 마침 일부러 바게트를 산 인형 아가씨가 있었습니다. 몇 년 동안 기지 주변을 뒤져서, 오직 가장 원초적인, 가장 전통적인 바게트만을 찾으려 했어요.
그런데도 그녀의 기대를 저버릴 수는 없잖아요?
......
식당은 애초에 대중의 다양한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해 존재하죠. 식사빵의 순수한 미각 체험은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한때의 유행을 따르기 위해 "개량판"을 만들기보다는, 식사빵의 원래 모습 그대로도 충분히 완벽하다고 생각한답니다.
EVO3는 용기를 내서 고개를 서서히 들어, 주방장 G36을 바라보았다——
예상 외로 시야에 들어온 것은 "불쾌" 혹은 "불만"이 아니라, G36의 푸른 눈동자에 반짝이는 긍정이었다.
그것이 당신의 대답이라면...
축하드립니다, EVO3 씨. M45 씨가 식사빵을 만드는 각오를 충분히 깨달으셨군요.
......?
먹는 사람이 각자 취향대로 맛을 조절하게 하죠.
식사빵은 이 모습 그대로 식당에 진열될 것입니다. M45 씨가 바라는 모습 그대로요.
......!
가... 감사합니다, G36 씨!
EVO3는 감격에 목이 약간 매였다.
자아와 본심을 고집하는 것...
당신도 그렇게 타인의 기대에 부응해오셨겠죠?
?!
EVO3가 뭐라 입을 열기도 전에, G36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훑어보고서는 뒤돌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