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type
MOD 2
......
단오절 당일.
92식은 천천히 눈을 떴다.
약간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92식은 자신의 지략으로 다시 FAL과 PPD-40을 설득해 지갑을 열게했다.
오늘은 92식이 마인드맵으로 백 번 넘게 시뮬레이션을 한 결전의 날이다.
그녀는 오늘 자신이 직접 만든 최고의 쫑즈를 즐길 것이다, 그것도 다른 사람의 돈으로.
들뜬 마음에 그녀는 특별히 전날에 마인드맵 업그레이드를 받았다.
최고의 컨디션으로 자신이 철저하게 계획한 자신을 위한 선물을 맞이하기 위해서.
드디어 56-1식의 침냄새가 안 나네...
거울 앞에서 새 소체를 실컷 감상하고서 92식은 흡족하게 주방으로 향했다.
멀리서도 진한 쫑즈의 향을 맡을 수 있었다.
56-1식 그 녀석도 직접 쫑즈를 만들겠다고 들었지만, "초와자" 같은 수준의 재료로 얼마나 맛있게 만들겠어.
응, 내 쫑즈를 먹으면서 56-1식이 옆에서 군침만 질질 흘리는 걸 감상하자고...
애초에 녀석이 내 택배를 헷갈려서 가져간 게 잘못이니까.
아직 FAL과 PPD-40이 안 왔으니까 먼저 맛을 봐야지.
압력솥 앞에 도착한 92식은 다시 옷자락을 단정하게 정리했다.
고운 손가락으로 솥뚜껑을 집고 정중하게 열었다, 92식 특제 슈퍼 디럭스 육해공 노른자 고기쫑즈가 베일을 벗고 모습을 드러낸다...
......
92식은 뚜껑을 닫았다.
눈을 비비고 다시 열었다.
내 쫑즈 어디 갔어?!
92식은 텅 비어버린 솥 바닥을 요리조리 살펴보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이게 어디 간 거야!?
92식은 충격에 뒷걸음질 쳤다, 그러던 중 부뚜막 가장자리를 짚었고, 웬 쪽지가 손에 닿았다.
"56-1식이 잘 먹었음, 대신 쫑즈 재료를 두고 감!"
쪽지 가장 끝에는 혀를 내밀고 얄밉게 웃는 56-1식의 얼굴까지 그려져 있었다.
그 얼굴은 92식 기억 속의 56-1식이 화초를 자랑할 때의 그 빌어먹을 얼굴과 겹쳐 보였다.
5, 6, 1, 시이익!! 또 너냐!?
내가 잔뜩 투자해서 보답받으려고 했는데 네 녀석이 본전까지 먹어버려...!?
돈도 못 벌고, 그토록 기다린 쫑즈마저 먹지 못하고...!
92식은 쪽지를 마구마구 구겼다, 그 얄미운 얼굴이 잔뜩 찌그러져서야 그쳤다.
옆에 쌓아둔 싸구려 재료 따위 흘겨볼 생각도 없었다.
이딴 쓰레기로 내 쫑즈를 물어내겠다고...? 날 놀리는 것도 정도가 있지!
원한이 쌓이고 쌓여 마침내 인내의 한계를 뚫어버렸다.
92식은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바로 56-1식의 방으로 직행하여 죄를 물으려 했다.
뱃속에 쌓인 원한이 우렁찬 포효로 뭉쳐서 터져 나왔다.
56-1식! 숨어있지 말고 당장 나와! 쫑즈 먹을 배짱은 있으면서 문 열 배짱은 없는 거냐!!!
...10분 후.
56-1식은 92식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서 있었고, 바닥에는 56-1식의 세 가지 범죄 증거가 나열되어 있었다.
하나는 약 80cm가량 길이의 영수증, 92식이 쫑즈에 사용한 각종 귀한 재료 리스트로 가격이 어마어마했다.
하나는 56-1식이 직접 남긴 쪽지. 쫑즈를 훔쳐먹은 범인을 바로 지목하며 오리발을 내밀 여지를 전혀 주지 않았다.
마지막은 "초와자" 저질 화초. 전의 빚까지 한꺼번에 청산한다.
바로 몇 분 전, 92식은 이 증거들을 56-1식의 면상에 후려치고, 56-1식의 멱살을 잡고서 마구 호통치고 서야 성질이 조금 풀렸다.
흔들 수 없는 증거 앞에 56-1식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울먹였다.
흐에엥... 그럼 어떻게 물어내라는 건대?
하지만 92식은 잘 알고 있었다, 56-1식은 전혀 반성하지 않았다는 것을.
마치 이쪽이 잘못한 것처럼 불쌍한 척을 하니 92식은 더 화가 났다.
녀석이 게걸스럽게 내 화초를 가져가고 내 쫑즈를 다 처먹어서 내가 이날을 위해 했던 노력을 전부 물거품으로 만든 거라고!
이따가 FAL과 PPD-40을 어떤 얼굴로 봐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92는 이를 갈았다.
손실을 메꿀 순 없어도 이대로 녀석을 놔줄 순 없었다. 이 기회에 단단히 혼쭐을 내주기로 마음 먹었다.
56-1식을 어떻게 혼내줄까... 구워버려? 가스비가 아까워.
널어서 말려버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확 튀겨버려? 그만한 프라이팬을 어디서 구한담.
역시 녀석을 쫑즈하고 같이 삶아버리는 게 났겠어.
92식은 56-1식을 쫑즈처럼 꽁꽁 싸서 솥에 넣고 끓는 물에 삶는 광경을 유쾌하게 상상했다.
쫑즈... 그래, 56-1식을 단단히 혼내줄 방법이 떠올랐어.
사악한 복수 계획이 92식의 마인드맵에서 서서히 짜였다.
먼저 56-1식을 오래도록 묶어둘 목표를 정해야 해, 내가 됐다고 말할 때까지 형별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슈퍼 디럭스 육해공 노른자 고기쫑즈 한 솥, 네가 먹어치운 거하고 한점 차이 없이 똑같게.
...물어내지 못하면?
그 다음 확실하게 우위를 점하기 위해 56-1식이 얌전히 조건을 받아들이도록 위협한다.
그럼 네 배를 째서 그 쫑즈가 아직 안에 있는지 볼 수밖에.
알았어?
알았어...!
그럼 이제부터, 내가 널 어떻게 요리하나 두고 보라고, 56-1식...
돈이든 시간이든 정신력이든 내가 소모한 것의 두 배로 갚게 만들 테니까...
저 가엾고도 얄미운 송아지는 자신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함정 속에 빠지게 될지 아직 모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