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astavaM21
MOD 4
...전투가 끝난 옐로우존은 고요했고, 총탄의 잔해만이 희미하게 반짝거렸다.
방금 전까지의 전투를 증명이라도 하듯, 공기에는 금속 냄새가 가득했다.
...
Zas는 폐허를 수색하다가 마침내 온전한 엄폐물을 발견했다.
그녀는 43M의 상처를 건드리지 않게 조심스레 그늘진 곳에 눕혔다.
버티세요, 43M. 곧 지원이 올 거예요.
우리 같이…
같이… 1121호실로 돌아가요.
혼수상태인 43M가 들을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 말은 Zas의 신념을 확고하게 했다.
그녀는 몸을 돌려 익숙한 채널에 접속했다.
여기는 Zas M21. 지휘관, 응답바랍니다.
43M의 소체 손상이 심각해요. 어서 수리를 해야… 지휘관, 지시를 내려주세요!
Zas, 우선 진정하렴. 그쪽 상황은 대략 파악했어.
43M의 빠른 대처 덕분에 스콜피온 소대는 무사히 철수했어.
하지만 네가 보내준 좌표 근처에서 아직 소수의 ELID의 활동 신호가 잡히고 있어.
다음 지원팀은….아무리 빨라도 2시간은 걸릴 거야.
2시간 후…요?
Zas는 빠르게 ELID의 수와 위치를 확인했다.
근처엔 4마리뿐. 처리하는 데 어렵지 않겠어.
그리고 제가 또 무엇을 할 수 있죠?
은폐 유지하고 자원을 아껴, 그게 전부야.
지원팀이 최대한 빨리 도착하도록 할게.
Zas, 명심해. 너희의 안전이 최우선이야.
……알겠습니다.
……
임무를 망친 인형이 이런 말을 할 자격은 없지만…
그래도 지휘관님…
한 가지 부탁드려도 될까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나는 모든 인형들을 소원을 들어주고 싶어.
Zas, 너도 그럴 권리가 있어.
Zas는 깊이 숨을 들이쉬었고,
동시에 뜨거운 열기가 그녀의 손을 감쌌다.
곁에 있던 43M의 허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Zas 씨… 제, 제 마인드맵 코어를 가지고 도망쳐요…
제 소체는… 여기 두고…
전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어요…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둘 다…
지휘관님.
그 순간, Zas는 결심을 다지고 입을 열었다.
그리폰으로 돌아가면 제 마인드맵 업그레이드를 예약하겠습니다.
기능 향상은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건...
...제 '완벽함'에 대한 기준을 고치는 거예요.
'완벽함'의 기준?
네 강박증을 고쳐 달라는 거야?
네, 맞아요.
그게 제 유일한 부탁이에요.
통신 종료.
Zas는 43M의 손을 내려놓고, 탄창을 꺼내 총을 장전했다.
마인드맵 코어를 가지고 후퇴하라니... 너무 순진한 거 아녜요?
그리폰의 정비사가 당신의 0.001mm짜리 부품들을 다 맞춰줄 거 같아요?
솔직히, 모두가 우리처럼 깐깐한 것도 아니잖아요?
저는...
43M은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그녀의 소체가 움직여주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의식이 가라앉고 있음을 느낄 뿐...
이제 말하지 말고 쉬세요.
그냥 편히 자요, 43M.
반드시 당신을 데리고 돌아갈 테니까.
……
43M의 의식 속 마지막 장면은 결연히 총을 든 채 자신을 지키고 서 있는 Zas의 뒷모습이었다.
……그리폰 공장, 정비실.
여기까지가 이번 임무에 대한 상세 보고를 마칩니다.
이상입니다, 지휘관님.
마지막에 43M을 잘 보호했고, 사후 피드백도 충분히 했고... 개조가 끝나자마자 와서 보고까지 하다니.
네가 자신의 문제를 깊게 인지하고 있다는 건 알겠네.
Zas, 너무 자책하진 마.
흥, 뭔가요. 지휘관, 이럴 때에도 저를 위로해주시는 건가요?
다 지휘관님과 카리나 씨의 예상한 일이 아닌가요?
……!
어, 그럴 수도 있겠다… 정도…
하지만... 그, 그저 우연이었을 뿐이야! 헤헤...
정말인가요?
새로 온 룸메이트가 하필 강박증에, 작전 동료가 공교롭게도 그 룸메이트라... 우연도 참 많네요.
그렇다면 지휘관님이나 카리나 씨 중 누구일까...
아무래도 카리나 씨의 소행일 확률이 높아 보이는데요?
에…?! 그, 그게…
지휘관님, 뭐라도 말 좀…!
…크흠!
그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Zas. 네가 하루 빨리 단체 생활에 적응하길 바랐어.
작전에서 팀워크가 중요한 것도 있지만, 네가 그리폰에서 즐겁게 지내길 원했어.
만약 네가 불편했다면 진심으로 사과할게.
…그랬군요.
하지만 이젠 지휘관의 고민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Zas가 몸을 돌리자, 공작 기계에 소녀의 새로운 모습이 비쳤다.
그녀는 누워 있는 다른 소녀를 향해 최고로 밝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자는 척 마세요, 43M. 다 듣고 있죠?
…윽! 들켰네요!
이, 일부러 엿들은 건 아니에요!
깨어났을 때부터 계속 이게 정말 Zas 씨가 맞는 건지 싶어서...
새 소체니까 한 동안 적응 기간이 필요하겠죠.
그래도 이 새로운 비주얼은 제법 마음에 드네요.
그게 아니라, 제 말은…
43M는 Zas의 손에 칠해진 알록달록한 매니큐어를 가리켰다.
빨강, 초록, 파랑, 노랑… 여러 색깔들이 마구잡이로 칠해져 있었다.
Zas 씨… 완벽한 건 단색의 매니큐어뿐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하...
개조 덕분에 이제는 "그런" 완벽은 추구하지 않으려고요.
......
이건... 민폐를 끼친 것에 대한 작은 보상이자, 새로운 시작을 축하하기 위한 것이기도 해요.
이번엔 좋은 룸메이트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엥…?!
잘 보면... 새 매니큐어도 꽤 귀엽지 않나요?
43M이 아니라고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요.
그, 그런 거 아니에요...! 개조 후의 Zas 씨도 완벽하세요!
Zas가 43M을 향해 손을 내밀자 손톱이 햇빛에 반짝였다.
……
이 아름다운 장면의 너머에서 카리나가 지휘관의 귓가에 슬쩍 다가왔다.
지휘관님, 어떻게 된 거예요?
저희 개조 패키지의 "강박증 치료"가 있단 얘기는 처음 듣는데요?
이 정도로 구체적인 조정은…. 당연히 못하지….
그럼 어떻게 된 건가요? Zas의 저 변화는!
인형 자신의 의지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겠어.
분명 Zas 스스로 변하길 원한 거겠지.
지휘관의 흐뭇한 시선 속에 두 소녀가 꼬옥 손을 맞잡았다.
...그 순간, 43M은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앗, Zas 씨이 이렇게 바뀌었으니 저도 질 수는…
지휘관님, Zas 씨과 똑같은 개조 패키지로 예약할 수 있을까요? 저 강박증을 치료한 걸로…
앗, 지휘관님! 어디 가시는 거예요?!
지휘관님!!!
43M의 외침과 Zas의 웃음소리가 겹쳐 도망가는 지휘관의 BGM이 되었다.
……
앞으론…. 인형에게 거짓말을 좀 줄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