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type
MOD 1
다시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오늘밤의 다과회에는 절대 참가하지 않을 것이다.
빌어먹을 디저트의 유혹에 빠져, 난 저 사서 겁먹는 바보 천치들의 괴담 이야기에 어울려야 했다.
뭐, 그래도 지금은 좀 나은 편이다. 괴담보다 더 확실한 공포를 느끼게 되었으니...
살려——우으읍!
전원의 수리가 며칠이나 미뤄진 복도는 밤이 되니 더욱더 섬뜩한 분위기가 되었다.
그런 복도의 어둠 속에서, 웬 손아귀가 뻗어 나와 숙소로 가던 59식을 잡아끌고 들어갔다.
그리고 곧바로 입까지 틀어막혀, 그녀는 도움을 청할 기회까지 잃고 말았다.
쉬잇!
으으읍! 으읍... 응? 80식이야...?
응, 나니까 진정해.
어우 간 떨어지는 줄 알았네... 하여간 요즘 젊은것들이란, 왜 이런 데 숨어서 사람 놀래키고 그래?
그리고, 네가 임무도 없는데 밖으로 나오다니 별일이다 야.
그야 너한테 볼일이 있으니까지.
볼일? 나한테?
슈크림 나왔습니다.
와아~! 이 시간에 이렇게 맛있는 간식을 먹다니 너무 행복해~!
근데 이거 비싸지 않아? 후배한테 이렇게 많이 얻어먹긴 좀 미안한데.
괜찮아, 난 껌만 있으면 돼서 간식값 별로 안 나가.
오호~ 스프링필드! 슈크림 열 접시 추가!
네~
이야~ 평소에 얘기한 적 별로 없어서 몰랐는데, 너도 좋은 녀석이었구나!
...너한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하긴, 안 그럼 갑자기 이렇게 먹을 거 잔뜩 사 줄 리가 없지... 그래 기분이다! 무슨 부탁인데?
자주 봤어, 매일 다과회에 참가하고 모두와 심도 있게 대화도 잘 나누는 거.
그래서 너라면 적임이라 생각했어.
어... 비행기 태워 주니 왠지 불안한데. 내가 뭐든지 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
앞으로도 간식 자주 사 줄게, 59식 선배!
이 선배님한테 맡기시라!
그래서, 뭘 부탁하고 싶어서 그래?
그러니까... 다음 마인드맵 업그레이드 명단에 들고 싶어.
......잉?
뭐 일 저질렀어?
응?
응?
슈크림 두 접시째입니다~
......
꺼억... 하아 배부르당...
근데 왜 인형한테도 위장 용량 제한이 있는 거야?
아직 9개나 남았는데 어쩌지...
59식 선배, 듣고 있어?
듣고 있어 듣고 있어. 그러니까, 개조를 받고 싶은데 어떡하면 지휘관의 허가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그래서 지휘관 앞에서 네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서, 내가 개조를 받을 가치가 있다고 증명하고 싶단 얘기잖아.
응!
그것도 아주 간단하고, 딱히 고생할 일 없는 방법으로?
가만있어도 노력할 수 있는 거!
차라리 내 배를 째세요.
엉?
가만있다 개조받는 녀석이 여태까지 있기는 했냐? 너 봤어? 없잖아! 게을러 빠져가지고, 개조받아서 뭐하려고?
그야... 개조하면 멋져지니까.
하아?
59식이 얼이 빠진 사이, 카페에 새 손님이 왔다.
아, 왔다.
이 시간에 선배랑 여기로 온 이유가 있어.
뭔데?
사장님, 물만두 한 접시 주세요!
호크도 참, 그런 거 메뉴에 없다니까요?
헤헤헤, 그럼 물만두 같은 마카롱으로 부탁드려요~
네에, 금방 드릴게요~
봤어?
뭘?
호크 말이야! 마인드맵 업그레이드를 받은 저 모습!
위풍당당하고 매력 넘치잖아!
하긴, 털털하지.
그만큼 인기도 많지?
나도 마인드맵 업그레이드를 받으면, 호크처럼 모두와 잘 어울릴 수 있지 않을까?
......
그래서야?
응...!
하아아... 좋아, 그게 이유라면야 못 도와줄 것도 없지.
하지만 보다시피 난 개조받은 적 없어서 뭐가 필요한지 모르니까...
마침 호크도 왔겠다, 직접 물어보자고!
야 호크! 잠깐 이리 와봐!
얼레, 59식? 이 시간에 여기서 보다니 별일이네, 일 아직 안 끝났어?
슈크림이 아직 9개나 남아서... 아니 그게 아니라.
너 개조 받았잖아, 어떻게 받았는지 궁금해져서.
그리고, 개조받을 때 어떤 느낌이었어?
마인드맵 업그레이드? 으음...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껄끄러운데...
아무튼, 개조 자체는 되게 깔끔했어. 그냥 눈 감았다 뜨니까 개조 끝! 딱히 특별한 건 없었지.
껄끄럽다니? 그거 좀 자세하게 말해 주라!
윽, 몰라도 되니까 관심 끄셔!
아무튼, 꽤 특이한 경험이었지... 근데, 왜 그런 걸 물어봐? 지휘관이 너 개조해 준대?
아니, 나 말고 얘가...
...얼레, 어디 갔지?
응? 여기 누구 있었어?
방금까지만 해도 있었는데... 이상하네...?
아무튼 고마워, 녀석 찾으러 가야겠다.
59식 씨? 계산하셔야죠.
엉? 80식이 계산 안 했어? 에라이... 얼마 나왔는데?
...으에엑!? 이렇게 많아?!
어어... 일단 외상으로 해 줘!
59식은 뒤도 안 돌아보고 가게를 뛰쳐나갔다.
하아... 어쩔 수 없네요.
......
헥... 헥...
겨우 찾았다!
아, 59식 선배.
말도 없이 어딜 가! 게다가 계산도 안 하고!
아... 미안, 본인한테 직접 물어보긴 너무 부끄러워서...
그래서, 호크가 뭐래?
"특이한 경험"이었댄다. 근데 뒷얘기가 더 있는 눈치였는데 말은 안 해 주더라.
그렇...구나...
어휴, 너 말이야! 쬐끔 잘 안 풀렸다고 그렇게 기죽으면 쓰냐! 알아낸 건 없지만 그래도 나한테 좋은 방법이 떠올랐어.
응?
생각해 봐, 마인드맵 업그레이드를 받으려면 먼저 지휘관한테 허가를 받아야 하지?
그럼 이야기는 쉽지, 네가 "조금" 노력해서 지휘관한테 성의를 보이는 거야! 그럼 허가쯤이야 금방 받지 않겠어?
아하... 그럴듯해.
...어떻게 노력하는데?
가만히 노력한단 헛소리 집어치워라?
"성의"란 무엇이냐, 착실하게 행동으로 보여 주는 게 바로 성의지!
노력만이 아니야, 지휘관한테 네게 무한한 재능이 숨겨져 있다는 것도 보여 줘야 인정받을 수 있어!
그, 그치만...
그럼 딴 사람 알아보시던가.
아이고오~ 마인드맵 업그레이드 받고 인기만점이 된 80식은 내 평생 못 보겠구나아~!
으으... 아, 알았어! 시키는 대로 할게!
헤헤헤, 당연히 그래야지. 시작이 반이라잖아!
그런데, 지휘관한테 인정받으려면 뭘 해야 할까?
흐으음... 시작부터 허들을 높게 잡으면 안 되겠지.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쉬운 일부터 시작하자.
그래, 전에 애들한테서 네 "특징" 때문에 가까이 가기 어렵다고 들었거든? 그것부터 고치면 효과 있겠다.
내 특징이라니?
"특징"도 좀 완곡한 표현이지만 말이지... 간단하게 세 가지만 짚어 주겠어.
첫째, 그 산만한 성격!
으에... 산만하고 아니고는 딱히 상관없지 않아?
봐라 봐, 벌써 그러네!
산만해선 절대 지휘관한테 전망 있는 인형이라 인정받을 수 없어! 반드시 고쳐야 해!
최소한 변하고 싶어서 나한테 도움을 청한 것만으로도 네게 향상심이 있다는 뜻이니까, 대선배로서 넌 할 수 있다고 장담해!
오오...
둘째, 너 눈초리가 너무 매서워!
윽... 안 그래도 신경쓰던 건데...
으익... 너랑은 얼굴 자주 보지 않았지만,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면 무섭단 말이야.
...미안. 안경 쓸게.
응, 안경 쓰니까 인상이 한결 부드럽네.
흠흠. 마지막으로 셋째, 언제 어디서나 껌 씹는 점!
에엑!?
"에엑!?"은 무슨! 허구한 날 짝짝 껌이나 씹고 다니고 말이야! 전술인형으로서 아주 한심해!
다, 다른 애들도 군것질하고 다니잖아!
그럼 더더욱 그 버릇을 고쳐야지! 생각해 봐, 모두 입에 간식을 달고 다니는데 너만 항상 씹던 껌을 끊었어! 그럼 상대적으로 엄청 대단한 일 아닐까?
으으음...
다른 두 개는 납득했으면서 그깟 껌 하나를 못 끊냐!
아, 알았어! 고칠게!
좋~아, 이걸로 벌써 성공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딘 거야!
이상의 세 가지를 중점으로, 내가 특별 훈련 과정을 짜 줄게. 이름하여 "특급전사 육성 계획"!
이 계획을 잘만 따라한다면, 넌 분명 지휘관한테 인정받는 믿음직한 전술인형으로 거듭날 거야!
오오... 과연 59식 선배, 내가 사람을 제대로 봤어.
그럼 언제 시작해? 당장?
어...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까, 내일 아침 일찍 사격훈련장으로 와. 거기서 훈련 시작이다!
알았어.
그럼...
80식, 너 숙소로 돌아갈 거지?
응... 왜?
히히히, 그럼 같이 가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