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94
MOD 1
......
여기는 "페넥", B 구역에 이상 무.
"불스아이"도 이상 무, C 구역에서 목표 관측 못함.
티스?
...아, 응, A 구역에도 없어.
목표가 정말 공장 안에 있을까?
다른 곳은 아주 이 잡듯이 뒤졌잖아, 틀림없어.
AK-47은 무기를 단단히 고쳐쥐고서, 컨테이너 더미에 몸을 기댄 채 조심조심 전진했다.
그나저나, 이렇게 신중할 필요 있어? 상대는 겨우 한 명 아니야?
쉬잇... 바보 같은 소리 마, 불스아이.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제외하면, 주위는 정적이 흐를 뿐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AK-47은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단 0.1초의 빈틈도 만들지 않으려고 주변의 사각지대를 주시했다.
어... 티스?
바로 그때, 약간 당혹감이 섞인 시모노프의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
쿵쿵쿵...
불길한 예감이 닥치자, AK-47은 가슴이 뛰는 것 같은 환청이 들렸다.
젠장, 티스가 대답이 없어! 지원하러 갈게!
아니야... 젠장, 함정이다!
불스아이! 당장 거기서 이탈해!
투타타타탕!!!
불시에 터진 총성이 통신을 대신하자, AK-47은 바로 헤드셋을 벗어 던졌다.
제기랄!
상대는 단 한 명. 이젠 신중하게 움직일 이유도, 시간도 없어졌다.
시모노프와 OTs-12가 녀석의 발을 묶어 두는 동안, 임무 목표를 손에 넣어야만 했다.
쿠웅!
......!
그러나 몇 m도 채 내달리지 못했을 때, 묵직한 소리와 함께 모든 소란이 가라앉았다.
마치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방금까지의 기척은 완전히 사라지고 공장은 다시 고요해졌다.
AK-47에겐 사형 선고나 다름없는 정적이었다.
...불스아이? 티스?
통신기 너머로는 당연히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기에, AK-47는 총의 장전 손잡이를 당겼다.
침착하자... 아직 기회는 있――
——
쿠웅!
......
상당히 진중한 모습의 중년 남성이 복도를 지나 한 공방 앞에 도착해, 고개를 들어 문 위에 달린 카메라 렌즈를 바라봤다.
권한 확인 - A급. 코드 넘버 - 00541.
이름 - 사샤 자비스.
내무부 부부장, 소련 당 중앙위원, "울프팩 프로젝트" 책임자 및 연락자.
어서 오십시오, 자비스 님.
반갑네, "나쟈".
저도 다시 뵈어 반갑습니다.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안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진한 담배향, 기름, 먼지가 뒤섞인 공기에 자비스는 반사적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후우...
그리고 안 그래도 자욱한 담배 연기 속에서, 하얀 가운을 입은 여성이 줄기차게 탁한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지난 세기의 선원도 안 피울 저질 담배지만, 머리를 깨우기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는 그녀의 선택이었다.
서맨사 박——
씁.
눈두덩이가 시꺼먼 그 여성이 눈을 뜨면서 다소 거칠게 자비스의 말을 끊었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입가에선 여전히 기름기 섞인 담배 연기를 내뱉었다.
말판 밟았잖아요.
생각까지 방해하고.
말판?
그 말에 자비스가 자신의 발밑을 살펴봤지만, 수치를 알 수 없는 너트와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는 스패너 말곤 아무것도 없었다.
어디 말입니까?
여기요.
여성은 짜증스럽게 자신의 관자놀이를 툭툭 가리키곤, 자비스를 노려보며 반쯤 태운 담배를 다시 물었다.
...앞으로 세 칸.
자비스는 눈을 껌뻑이다 깨닫곤 여성의 요구대로 세 칸 앞의 바닥 타일을 밟았다.
우로 두 칸.
...음, 어떻게 됐습니까?
체크메이트.
여인은 손에 쥔 담배를 그대로 꺾어버리더니, 손뼉을 치곤 뒤로 돌아 작업 의자 위에 앉았다.
무슨 일이에요?
젤린스키 님께서 축하 인사를 전하셨습니다, 서맨사 쇼 박사.
이번 테스트 결과도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뭘 당연한 일 가지고.
그리고, 그냥 "쇼"라 부르랬잖아요. 다른 발음 들으면 머리가 아파.
쇼 박사는 자비스가 전하는 희소식엔 영 시큰둥해하며 키보드를 툭 쳤다.
IOP가 민수용을 개조한 폐급을 상대로 이렇게 오래 걸려선 한참 멀었다고요.
그래도 지금 단계로선 무척이나 뛰어난 결과잖습니까.
아부는 됐으니까 빨리 본론이나 말해요.
머리를 문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난 쇼 박사는 영 피곤한 기색이었다. 그리고 그때, 그녀와 키가 엇비슷한 자비스의 뒤로 목소리가 들렸다.
...보고.
오호라, 우리의 주인공 아니신가.
안으로 들어온 것은 깔끔한 모습의 인형이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거만함이 가득했지만, 두 사람의 앞이어서인지 자중하는 듯했다.
안녕하십니까, 자비스 님.
안녕, 박사.
인사는 됐고, 훈련은 잘했어.
쓸 만한 데이터를 또 잔뜩 얻었다.
과찬이다. 그저 평소대로 임했을 뿐이다.
이번 상대가 IOP에서 가장 뛰어난 전술인형들이었나?
가장 뛰어나다곤 못 하지만, 실적은 상당한 부대지.
특히 리더인 AK-47은 우리와도 협동 작전에 투입된 바 있고, 그때의 활약으로 대원들의 인정과 찬사를 받았네.
그래도 저와는 너무 차이났습니다.
그 정도 수준으로 엘리트라 불리다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하하하, 여전히 신랄하구만.
그래도 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니, 좋은 일이군요. 그럼 난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쇼 박사.
잠깐 기다려 주십시오, 자비스 님.
으음?
떠나려던 발걸음을 멈춘 자비스는 AN-94의 말에 다소 당혹스러워하며 그녀를 보곤 시선을 쇼에게 돌렸다.
...뭐 할 말 있어?
그런데 쇼도 눈썹을 아주 미묘하게 들썩이는 것이, 그녀도 예상치 못한 일인 듯했다.
외람되오나, 저는 언제 실제 임무를 수행하게 됩니까?
그건...
AN-94의 질문에 자비스는 또 뜻밖이란 표정을 지었고, 직접 대답하는 대신 쇼에게 눈치를 줬다.
스케줄은 우리가 알아서 짤 거야.
로봇은 쓸데없이 궁금해하지 마.
그래도... 미안하지만, 나도 출고된 지 꽤 되었다.
여전히 수준 미달이야.
하지만 그리폰의 인형에 비하면 압도적이잖은가.
그런데, 그들도 안전국과 협동 임무를 수행하는 데 반해, 나는 훈련장에서 훈련만 받고 있다.
그 이유를 알고 싶다.
이유? 내 맘.
알았으면 나가, 귀찮게 굴지 말고.
......
알았다. 계속 훈련을 받겠다. 내가 준비가 되었다고, 박사도 생각할 때까지.
AN-94는 감정이 최대한 안 드러나도록 억눌렀다.
그리고 의문 제기를 불허하는 쇼의 태도에, AN-94는 할 수 없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방을 나섰다.
......
하아...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군요, AN-94.
나쟈?
아니, 기분 나쁘진 않다. 그저 조금 속상할 뿐이지.
나는 내가 충분히 우수하다 생각하지만... 쇼 박사의 요구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오랫동안 박사님께 봉사해 온 저로서도 그분의 요구는 까다롭고 엄격하기 그지없습니다.
하물며 당신은 그분이 처음으로 제작한 인형. 모든 면에서 차원이 다른 기대를 품고 계시겠죠.
그래, 나는 1호기니까. 그러니 모범이 되어야지.
적어도 후속 모델이 출고되기 전까진 성장한 모습을 보여야 해.
나쟈, 최근의 훈련 데이터는 어떻지?
확인하겠습니다.
"울프팩 프로젝트" 실험 기록 10032. 훈련 지점 - 3번 야전 훈련장.
대적 상대 - 그리폰 전술인형 3인 소대, 안전국 특전사 15명.
결과 - 전원 제압. 소요 시간 - 11분 24초.
......내가 부족한 점이 있었나?
죄송하지만 저는 연구 보조 AI에 불과해 전황의 정밀 분석은 불가능합니다.
그래도 당신에게 있어서 충분히 뛰어난 성적임은 분명합니다.
그럼 대체 어째서일까? 왜 나는 실전 임무를 받지 못하는 거지?
오늘도 내가 쓰러뜨린 그리폰의 인형들은 나보다 훨씬 약했어. 그런데도 그들은 이미 실전 경험이 많다.
대체 왜 나는 안 된다는 것이지?
죄송합니다, 해당 질문에 대한 대답이 불가능합니다.
......
나야말로 미안하다, 잊어버려라. 너에게 따져봤자지.
쇼 박사의 판단에는 분명 그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터다.
나는 "늑대 무리"의 첫번째. 평범한 전술인형과 같이 취급할 수 없는 것도 당연해.
기운을 차리신 듯하니 다행입니다.
몇 번을 반복하든, 몇 명을 쓰러뜨리든 상관없어. 계속 훈련해, 더욱 뛰어나지겠다.
박사의 인정을 받을 때까지, 난 절대 좌절하지 않겠어. 그러니 안심해라, 나쟈.
쇼 박사의 공방 앞에서, AN-94는 마음 속 불안감을 떨쳐내고 허공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곧장 훈련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