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sh41
MOD 4
대형병기 한 기가 건물 안에 처들어왔고, 아직 움직일 수 있는 민병들은 즉시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이 살인 기계는 여태까지 왔던 군용 인형 성능을 훌쩍 뛰어넘어, 그 강력한 화력으로 모든 것을 쓸어버리며, 굶주린 맹수처럼 민병들의 목숨을 무자비하게 집어삼켰다.
파블로프는 파파샤를 따라서 방어 진지에 몸을 피했다.
하지만 엄폐물 사이를 이동하는 순간에 시커먼 총구가 그를 조준했다.
조심해요!!!
민병들의 엄호를 받으며, 파파샤는 파블로프를 감싸 폭발을 피해 엄폐물 안으로 몸을 숨겼다.
파블로프 씨, 이 자식 화력이 너무 강력합니다! 게다가 장갑까지 두꺼워서 총알이 전혀 안 먹힙니다!
제가 해볼게요...!
......
——!
응? 방금 녀석의 유탄발사기가 불발한 건가...!?
상대의 중화기 제어 시스템을 제압했어요... 하지만 이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에요...
아무리 유탄발사기가 마비됐다 해도, 대형병기에 탑재된 자동 기관총은 여전히 매서운 화염을 뿜어댔다.
망할 반군놈들, 저런 무기까지 꺼내다니...
지금 쓸만한 물건 없나?
폭, 폭탄 조금밖에 없습니다!
폭탄뿐이라...
파파샤, 방금 우리가 이길 가능성이 있다고 했지?
넷?
어떻게 하면 되지!?
그게...
폭탄을 뭉쳐 저 대형병기의 가장 취약한 부위를 폭파하는 거예요, 하지만 그러려면 누군가 폭탄을 직접 터뜨려야 하는데...
콰앙!
대형병기의 소사가 방어 공사를 무너뜨려, 민병들은 후퇴해야 했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 안에도 수많은 사람이 쓰러졌다.
으으... 계속 꾸물거려선 사상자만 늘어날 뿐이야...
정말 다른 수가 없는 걸까...
......
파블로프 씨, 저 병기를 스캔한 결과 중추 시스템은 복부에 있어요, 그곳을 파괴한다면...
놈을 멈출 수 있다는 거지?
공격의 빈틈 사이로 파블로프는 대형병기를 흘겨봤다.
파파샤, 놈이 유탄을 쏘지 못하게 계속 막아주게, 나머진 우리가 처리하겠다.
아, 알겠어요...!
파블로프는 바로 근처의 민병에게 수신호를 보내 상황을 전달했다. 그리고 민병 중 한명이 준비된 폭탄을 꺼냈다.
모두가 일제 사격으로 엄호하며 폭탄을 든 민병이 엄폐물 뒤에서 나왔다.
하지만, 목표에 접근하기도 전에 기관총의 사선이 그의 몸을 관통했고, 그는 소리도 내지 못한 채 피웅덩이에 쓰러졌다.
무슨, 무슨 저런 괴물이 다 있어!?
역시 무리예요, 저런 병기는 최소 전술인형 셋이 협력해야 상대할 수 있는데, 지금으론...
앞서간 사람이 쓰러지자, 바로 다음 사람이 나섰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그리고 세 명째... 네 명째...
제기랄! 제기랄!!!
전우들이 계속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던 파블로프는 끝내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그도 폭탄을 집어 엄폐물에서 뛰쳐나갔다.
앗... 파블로프 씨, 돌아와요!
파파샤가 그를 제지하려 했지만, 그때 전자 제압이 효력을 잃었다.
파블로프의 움직임을 포착한 대형병기는 그를 조준하고 발포했다.
그러나 그 순간, 파파샤가 몸을 던져 파블로프를 덮쳐 감쌌다.
콰앙!!!
거대한 폭음이 울리고, 파파샤는 세상이 요동치는 것만 느꼈다.
이윽고 강한 충격에 자신이 허공에서 바닥에 떨어진 것을 알았다.
큭... 으윽...!
소체가 심각히 파손되어, 마인드맵이 착란을 일으키는 소음까지 들렸다.
노이즈와 오류 텍스트가 번쩍이는 시각을 통해, 파블로프가 파편에 다리를 다쳤고, 대형무기가 지하실로 전진하는 것이 보였다.
아, 안 돼...!
파파샤는 사격으로 대형무기를 막으려고 했지만, 텅 빈 탄창은 아무 소리를 내지 않았다.
......
여기까지...인 걸까...?
거기... 서라...!
파블로프 씨!?
파파샤가 고개를 돌려 보니, 파블로프가 고통을 이를 악물고 참으며 대형병기를 향해 기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뒤에 있는 건 이미 가슴팍에서 떨어진 훈장이었다.
......
과부하 직전인 파파샤의 마인드맵 회로가 다시 회전했다.
다만 이번엔 다음의 결과를 예측하지 않았고, 희생한 민병들을 떠올렸다.
희생...
그 주민들을 지킬 수만 있다면 희생해도 괜찮다는 건가요?
자네가 전술인형인 건 알아, 자네가 우리와는 다르지만 내 말을 이해해주길 바라네.
...이해해요, 당연히 이해해요.
등뒤에 고향이 있고, 이웃들이 잔뜩 있으면... 아무리 강한 적이 상대여도, 아무리 많은 희생을 치른다해도 반드시 일어나 맞서싸울 거란 걸요...
하지만, 소중한 물건을 지키고 싶은 욕심은, 인간이든, 전술인형이든...
다 마찬가지예요!
파파샤는 고개를 번쩍 들어 민병들이 터뜨리지 못한 폭탄을 다시 집었다.
그녀는 더 이상 우려나 망설임 따위 가지지 않았다, 흐릿한 시야에 잡히는 목표는 단 하나, 대형무기 밑바닥의 약점뿐이었다.
하아아아아아아아압!!!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파파샤는 폭탄을 끌어안고 적에게 달려갔다.
퍼어어엉!!!
커다란 폭음과 함께, 그녀의 몸은 빛에 삼켜졌다.
......
......
......
...파...샤...
파파샤...!
......
콜록... 콜록콜록콜록...!
파, 파블로프 씨...?
적... 적은요...?
네가 그놈을 해치웠어... 주민들도 무사해, 우리가 이겼다!
그래요... 그럼 다행이에요... 콜록콜록...
파파샤...!
걱정 말게, 내가 지금 어떻게든 수복해줄 테니까!
됐어요... 이럼 됐어요... 파블로프 씨...
......
파파샤...?
파파샤!!!
......
......
2개월 후...
봄이 다가오며, 반군의 공세는 이미 기운을 잃어 각 반군 점령지에서 반격의 호각이 울렸다.
삶의 터전에 돌아온 파블로프는 이미 폐허가 된 아파트 건물 앞에서 희생한 전사들에게 화환을 바쳤다.
그의 뒤에는 무사히 구조된 주민들이 나란히 줄을 서서, 차례대로 손에 든 꽃을 무너진 건물 벽 밑에 내려놨다.
......
힘든 날은 지나갔다, 적에겐 마땅한 대가를 치르게 할 테니, 부디 편히 잠들어라.
모두 차렷해, 희생한 용사들을 위해 묵념했다.
......
파블로프는 눈가를 훔치고서, 가슴팍의 두 훈장을 뗐다.
이번 싸움은 모두의 목숨으로 바꾼 승리였다, 그 시절 우리의 조상님들처럼...
그분들도 이 도시에서 자신의 몸으로 강대한 적을 막아세워 고향을 지켰다.
아마 이후에도 이런 어려움이 닥칠 수 있겠지만, 분명 그때도 모두가 나서서 처들어오는 적들과 싸울 것이라 믿고 있네.
파블로프는 한 걸음 다가서서, 훈장을 옆에 서있는 파파샤의 케이프에 달아줬다.
자네가 우리를 위해, 모두를 위해 희생해준 것에 감사하네, 파파샤.
이 훈장을 가지고, 계속 이 신념을 이어주게.
...저, 정말 괜찮나요?
자네가 없었다면 우리가 지금 이렇게 고향에 돌아올 수도 없었네.
내가 보답할 수 있는 것 중에서... 아마 이게 최선이라고 보네.
파파샤는 약간 긴장하며 추모식에 같이 참석한 지휘관을 바라봤고, 지휘관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파블로프 씨, 이건 저에게 정말로 더없이 큰 영광이에요!
모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게요!
모두의 박수 속에서 파파샤는 오른손을 들어 자리에 있는 모두에게 경례했다.
그리고 그녀 케이프의 두 훈장은 먹구름 사이로 새어 드리우는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