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5
MOD 1
저녁, 그리폰 기지.
훈련장.
여태까지의 훈련 기록을 넘기며, MP5는 눈살을 찌푸렸다.
개조를 받은 인형 전용 훈련장을 따로 마련할 순 없을까요?
어떻게 해도 따라잡을 수조차 없어서 짜증만 나요...
옆에서 훈련을 지도하던 톰슨은 그 말을 듣곤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개조 인형을 차별하는 건지 자기 자신을 차별하는 건지 분간이 안 가는 말이네.
MP5는 손에 쥔 기록장으로 부채질하며 말을 이었다.
개조를 받았으니 당연히 훨씬 더 강하잖아요!
훈련할 때마다 개조 인형들이랑은 같은 조 되기 싫다고요... 너무 비교돼서 제 스킬은 진짜 쓸모없어 보인단 말이에요...
그거야 네 생각이고.
다른 녀석들이 널 우습게 본다던가 하는 이야기는 들은 적 없는걸?
뭐, 그건 그렇다 쳐도...
톰슨을 잠깐 뜸을 들이더니, MP5의 손에서 기록을 뺏어 들었다.
...훈련 성적이 이래갖고는 확실히 형편없구만.
요즘 군수지원으로 바쁘더라도 단련을 게을리하면 안 되지.
...잠시 후, 인형 숙소.
아무도 없는 침실에서 홀로 침대에 앉아, MP5는 볼을 빵빵하게 부풀린 채 인조 돼지에게 푸념을 늘어놓았다.
사부님이 나더러 게으르대! 너무하지 않아?!
하지만... 요즘은 확실히 계속 군수지원만 나가니...
저번에 지휘관님이 임무를 내리셨을 때도 사부님만 전선에 파견하고 말이야... 사부님이니까 당연하긴 하지만, 너무 부러워...
고개를 갸웃거리는 인조 돼지를 내려놓고, MP5는 책상 위의 임무 기록장을 펼쳤다.
음... 저번 달에 맡은 임무가 뭐였더라... 육류 식품이 포함된 공수 화물의 회수, 분쟁 지역 인근의 초등학교 구역 순찰, 그리고... 잃어버린 고양이 찾기.
으으... 내 청춘은 이런 시답잖은 일로 낭비되다 끝나는 걸까...
하지만 침울해하던 것도 잠시, 무언가 번뜩 떠오른 듯 MP5는 인조 돼지를 돌아보며 외쳤다.
그래! 내가 강해지면 이렇게 고민할 일도 없겠지!?
나름대로의 명쾌한 해답으로 들뜬 마음에 MP5는 방방 침대에서 뛰었지만, 이내 부끄러운 듯 똑바로 앉았다.
좋았어, 내일 아침 일찍 지휘관님께 요청해야겠다! 개조를 받고 나면 바로 전선에 투입될 수 있을 거야!
히히히, 성능 좋고 세련된 장비를 받아서 P7한테 자랑해야지!
...다음 날 오전.
기지의 어딘가.
MP5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폴짝폴짝 뛰며 지휘실이 위치한 건물로 향했다.
그런데 막 문 앞에 도착했을 때, 뒤에서 나른한 목소리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어라? 너 오늘은 군수지원 쉬는 날이야?
MP5는 입만 삐죽 내밀고는, 그 목소리를 완전히 무시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XM8은 오히려 재밌다는 듯이 고개를 기웃거리며 그 뒤를 쫓았다.
꼬맹이가 날 무시하네~♪
지휘관 보러 가는 거야~?
MP5는 결국 걸음을 멈추고, 눈을 부릅뜨고 XM8을 노려보며 대답했다.
그래, 지휘관님께 개조 신청을 넣을 거야.
XM8은 별일이라는 반응이었다.
응? 개조?
소체도 키 큰 걸로 바꿔 달라고 할 거야. 다시는 꼬맹이라 부르지 못하게!
그 말에, XM8는 평소대로의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아 그래~? 근데 그것도 다 지휘관이 허가해 줘야지.
그건 그렇고, 갑자기 웬 개조야? 지금도 쪼끄매서 귀엽기만 한데.
저, 정말 귀여워? ...가 아니라! 꼭 키 클 거라고!
XM8, 넌 마지막으로 분쟁 지역에 임무 나가본 게 언제야?
음? 어디 보자... 꽤 최근이려나? 저번 주엔 새로 발견된 철혈의 거점을 정찰했지.
그건 왜 물어?
난... 그런 임무를 한참 동안 못 받았어. 지휘관님이 설마 날 잊어버리시진 않았겠지...?
나도 전선에서 임무 수행할 수 있다고! 나도 어엿한 전술인형이란 말이야!
아니 아니, 그래도 그렇지 너 같은 꼬마를 믿음직하다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어? 너무 쪼끄만해서 작전 중에 안 보여서 당황――
으아악! 다리는 왜 차!?
XM8은 정강이를 부여잡으며 무릎을 꿇고 말았다. 겨우 고개를 드니, MP5는 양손을 허리에 얹고서 다시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침실 이웃인 동료면서 날 그렇게 놀려?!
어휴... 알았어, 미안하다 미안해. 체스나 두게 얼른 지휘관한테나 갔다 와.
XM8은 투덜대며 계단 옆에 체스판을 펼치고 쪼그려 앉았다.
그런 XM8의 행동에 MP5는 허탈해하면서 대꾸했다.
이런 날씨에 더위 무서운 줄 모르고... 금방 갔다 올 테니까 기다려!
달려가는 MP5의 뒷모습을 보며, XM8은 쓴웃음을 지었다.
아무리 마인드맵 백업이 가능하다지만, 저 꼬맹이가 정말 전선으로 나갔다간... 돌아와서 같이 체스를 둘 MP5는 과연 몇 번째려나...
한편, 지휘실.
네!? 시, 신청하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었어요?!
당연히 아니지...
신청자에게 적합한 개조 방안도 필요하단다.
MP5는 실망으로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떨구었다.
하, 하지만 그럼 전 영영 실전 임무를 못 받는 거잖아요...
전쟁은 멀리하는 게 좋지.
그냥 지휘관님이 절 못 미더워하시는 거잖아요!
저도... 저도 뭐든지 다 잘할 수 있다고요! 그런데 지휘관님은 계속 아무래도 상관없는 임무만 주시고...
이 녀석이... 그런 거 아니야.
네가 못 미더워서가 아니라, 어떤 일들은... 아직 너에겐 일러서 그래.
MP5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빵빵하게 부풀린 볼과 도끼눈으로 지휘관 앞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은 흡사 사탕을 사 주지 않아 삐친 아이 같았다.
그런 그녀를 보며, 하는 수 없다는 듯 지휘관은 푹 한숨을 쉬었다.
하아... 최근에 약간 성가신 임무가 들어왔는데, 거기에 네가 필요할 것 같구나.
괜히 내 판단력을 의심하게 만들 일은 하지 말아 줬으면 한다만...
성가신 임무요? 흥, 보나 마나 또 폐허에서 고양이 찾기죠? 몇 마리 찾으면――
아니. 네가 바라는 대로, 전장 투입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