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H18
MOD 4
전진 기지.
왔다!! 이번엔 분명, 분명 문제없어!
어... 여, 여기 있는 재료라면... 튀김꼬치를 만들 수 있겠어요.
튀김꼬치...!?
캬하하, 보드카에 안주로 튀김꼬치라! 아주 그냥 천국이구만!
오늘은 많이 걸었으니까, 그럼 여기서 잠깐 휴식하자.
히히히, 드디어 장난칠 시간이구나!
화면에 선택창이 나타났다.
다음 선택지에서 P7이 저지를 장난을 선택하시오.
A. 보드카와 맛술을 바꿔치기.//nB. 조미료에 고춧가루 섞기.//nC. 둘 다 하기.
Gsh-18은 C를 눌렀다.
P7은 모두가 방심한 틈을 타, FN-49의 맛술과 AK-47의 보드카를 바꿔치고, 조미료통 안에 자기가 몰래 가져온 빨간 가루를 부었다.
과연 누가 당첨될까요~? 우히히...
화면에 선택창이 나타났다.
다음 선택지에서 P7의 장난에 걸릴 인형을 선택하시오.
A.FN-49//nB.AK-47//nC.SPAS-12
Gsh-18은 B를 눌렀다.
AK-47이 금방 다 익은 꼬치를 집어 들었다.
이 맛은...! 여기다 내 보드카 넣은 거 누구야!
감히 신성한 보드카를 요리에다 쓰다니, 가만 안 둬!
저, 전 안 그랬어요!
보드카를 왜 넣어? 나도 아니야.
나도 아니야!
FN-49는 방금까지 요리하느라 바빴고, SPAS는 옆에서 군침 흘리면서 지켜보고 있었다고. 범행을 저지를 기회가 있었던 건 너뿐이야!
아 글쎄 나 아니라니까? 내가 미쳤다고 보드카랑 맛술을 바꿔 넣었겠어?
......
......아.
화면에 다음 선택창이 나타났다.
다음 선택지에서 AK-47이 P7에게 내릴 벌을 선택하시오.
A. 억지로 술 먹이기.//nB. 억지로 매운 거 먹이기.//nC.둘 다.
Gsh-18은 A를 눌렀다.
역시 너였구나! 구차한 변명은 됐으니 입 딱 벌려!
으아아악!
보드카의 분노를 맛보거라!
꼬로로로록...
몇 시간 후.
그런데... 아직 갈 길이 머네요...
그러게...
탐색 정말 힘들다...
사실 말이지... 내가 지름길을 하나 알고 있거든?
화면에 선택창이 나타났다.
다음 선택지에서 탐색대의 이동 경로를 선택하시오.
A. 임무로 정해진 경로로.//nB. AK-47이 말한 지름길로.
Gsh-18은 A를 눌렀다.
저기... 카리나 씨가 임무 규정 경로 밖으로 이탈하지 말라고 당부하셨잖아요...
전에 어느 탐색대가 임무 경로를 벗어났다가 엄청 큰 사고를 당했다고 했는데...
아, 나도 그 이야기 들은 것 같아.
FN-49를 겁주면 안 되지.
뭐, 그렇다면야.
AK-47은 어깨를 으쓱하곤, 호숫가에서 멀어지려 했다.
화면에 대화창이 나타났다.
지금부터 QTE 스테이지로 진입합니다. 제한 시간 안에 올바른 버튼을 누르십시오. 3회 이상 실패 시, 스토리 진행에 실패합니다.
시작까지 3, 2, 1...
왔구나! 88식에게 부탁했던 임시 개조 장치를 꺼낼 때가 왔어!
양손의 민첩성과 유연성을 대폭 강화! 어느 리듬 게임의 최고 난이도도 퍼펙트로 칠 수 있다고!
이제 모두 집으로 돌아올 수 있어!
나도 새로운 만화 소재가 떠올랐고!
화면 가운데에 "A" 버튼이 나타나자, Gsh-18은 재빠르게 그걸 눌렀다.
쉬움 수준이야 이걸 쓰기 전부터 식은 죽 먹기였다고.
Gsh-18을 씨익 웃고서 한 손으로 나타나는 버튼들을 눌렀다.
그러다, 화면에 "E"가 나타나자마자 곧바로 "Q"가 나타났다.
노멀로 상승인가. 슬슬 두 손으로 상대해야겠군.
Gsh-18은 한 손으론 따라잡기 힘든 버튼을 다른 한 손으로 누르면서 여유롭게 진행해 나갔다.
이윽고 버튼 여러 개가 동시에 나타났지만, 이번엔 제때 반응해 전부 누를 수 있었다.
하드 모드를 건너뛰고 바로 전문가 모드인가?
흥, 난 근접전 특화 인형이라고! 나를 너무 얕보는 거 아니야?
Gsh-18의 도발에 반응한 듯, QTE 버튼의 속도가 갑자기 눈에 띄게 상승했다.
드디어 최고 난이도인가... 이제 좀 진지하게 해볼까!
Gsh-18의 양손이 고속으로 화면 위에서 춤췄고, 바람을 일으키며 지나가는 인형들의 머리카락을 흩뜨렸다.
Gsh-18?! 지금 모니터에 대고 뭐 하는 거야!?
Gsh-18은 눈앞에서 춤추는 버튼들에 열중해, 다른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내 만화는...
최고의 엔딩 외엔 절대 허락 못 해!
두 버튼이 화면 양 끝으로 흩어지자, Gsh-18도 버튼을 따라 팔을 활짝 벌렸다. 그런데 그 순간, 화면 정중앙에 새로운 버튼이 나타났다.
이렇게 나올 줄 알았다고! 시시하다!
이런 함정 패턴은 사골이 된 지 오래야!
Gsh-18은 주저하지 않고, 중앙의 버튼에 이마를 냅다 박았다.
쾅!
그리고, QTE가 끝났다.
화면에는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글귀가 적혀 있었다.
Congratulations!
글자 너머로는 무사히 기지로 복귀하는 탐색대의 모습이 비쳤다.
됐다... 내가 바란 엔딩...
Gsh-18!!!
탈진한 Gsh-18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다시 소리를 지르며 깨어났다.
으아아아아!!! 지금 며칠 몇 시야?! 탐색대는 어떻게 됐어!
현재 시각, 12월 2일 오전 8시 34분입니다. 탐색대는 무사 복귀했습니다.
휴우... 다행이다, 해냈어...
귀하의 수면 도중, 카리나 씨와 만화 편집자로부터 총 12통의 전자우편을 받았습니다.
카리나 씨께서는 귀하가 일어나는 즉시 공방에서 마저 개조를 받으라 하셨습니다.
나머지 11통은 전부 편집자께서 보낸 원고 재촉 우편입니다.
잤...다고...? 잠깐만, 난 분명 어제 탐색대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어떻게 방으로 돌아왔어?
어제, 카리나 씨께서 잠든 귀하를 데리고 왔습니다.
카리나 씨께서 귀하는 탐색대를 구경하다 잠들었다 하셨고, 깨우지 말라 당부하셨습니다.
귀하의 수면 시간은 총——
뭐어?! 보다가 잤다니, 그럼 어제 있었던 일은 전부 꿈이었단 말이야?
그, 그럼 어제 내가 가져온 원고 노트는 어디 있어?
어제 가져오신 원고는 백지였습니다.
......
그래, 전진 기지의 콘솔 모니터에 내가 남긴 흔적이 있을 거야!
그때 카리나 씨도 있었어!
카리나 씨!
아, Gsh-18. 무슨 일이니?
카리나 씨, 어제 전진 기지에서... 제가 뭘 했나요?
아하하, 탐색대 중계 화면을 구경하다 잠들었더라. 역시 지루했지?
......
정말 꿈이었나...
그러는 걸 보니, 꽤 재밌는 꿈이라도 꿨나 봐?
아뇨...
숙소로 옮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통신 끊을게요.
Gsh-18은 텅 빈 원고 노트를 멍하니 바라봤다.
충고드립니다만,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아아아!! 알았다니까!!!!
Gsh-18은 울상을 지으며 펜을 들었다.
THE END.
12월 1일, 저녁.
Gsh-18!!!
탈진한 Gsh-18이 바닥에 쓰러졌다.
카리나는 온몸이 뜨거운 Gsh-18을 안고 공방으로 달려갔다.
역시 임시 개조여서 결함이 많았나 보네요...
쟤가 왜 갑자기 개조를 부탁했는지 아니?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저 엄청 급한 상황이라면서... 무슨 탐색대를 구해야 한다고 하던데요?
벌써 셀 수도 없이 실패해서, 이번에야말로 성공하겠다면서...
......
만화와 현실을 헷갈리기라도 한 걸까...
마감일이 코앞이어서 엄청 힘들었나 보죠.
일단 임시 개조 파츠는 떼어내고 자게 놔둬. 그냥 꿈이라 치고...
일어나면 다시 정식으로 개조해서 마인드맵의 안정성을 높여야겠어.
너도 비밀로 해 줘, 알았지?
네...
수복 캡슐에 누운 Gsh-18은 새근새근 잠들었다. 이따금 무어라 중얼거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