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ype100
MOD 1
현실에 존재하는, 만개한 벚나무...
과연 어떤 모습일까?
옐로우존 끝자락 지대.
황무지에 말라비틀어진 초목만 가득했다.
네, 현재 목표 야영지까지 거리 2.1km, 도착까지 약 10...
100식이 고개를 드니, 가이드 인형인 아프라가 몸에 윤활유를 바르며, 민수용 인형의 소체 강도를 가지고 투덜거렸다.
...약 30분 후 도착할 거예요.
저기, 목표 지점이 너무 멀지 않나? 2km 더 가면 통신 신호까지 끊어질 거다.
걱정 마세요, 가서 벚나무의 위치와 생존 상태만 확인하고 바로 복귀할게요.
쯧, 그건 그렇다 해도, 네가 안내를 맡긴 그 인형 말이야——
우연히 암시장에서 마주치고, 우연히 벚나무를 본 적 있고, 그런데 우연히도 5년전 맵 데이터를 잃어버려서 기억에 따라서만 길을 찾을 수 있다는데...
정말 내가 가서 지원해줄 필요 없어?
...FP-6 씨의 우려는 이해해요.
저도 아프라 씨의 말을 좀 의심하긴 하지만, 그저 평범한 민수용 모델인걸요. 양측 전력차를 생각하면 별 위험할 일 없을 거예요.
그것보단 남한테 수고를 끼치는 걸 꺼리는 거지?
내가 Px4 스톰도 아니고, 너한테 돈 안 받아.
100식은 난처해하며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런 게 아니에요, FP-6 씨는 지금 순찰 임무 중이잖아요. 지역 안전을 유지하는 건 매우 중요해요!
벚나무를 찾는 건 제 개인적인 사소한 소망이니까...
쯧, 계급장이 무거워지네!
그래, 그럼 긴급연락처로 설정해 둘 테니까 항시 연락 유지해, 그리고——
소원을 이루길 기원할게.
통신을 마치자, 아프라가 절뚝거리면서 다가왔다.
우리 상냥하고 친절한 100식 아가씨, 제가 정말 힘들어서 그러는데...
아프라가 다리를 떨자, 관절에서 부품이 달그락거리며 부딪혔다.
가난하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불쌍한 가이드한테 쓸만한 부품 좀 주실 수 있나요... 제 보수에서 깎으셔도 되니깐요.
예? 그게, 이렇게 말씀드리긴 죄송하지만...
그리폰의 특제 부품은 시장 가격으로 계산하면 당신의 보수로는 아마...
아, 알았어요, 진짜! 전술인형이라 잘났다 그쵸?
......
어이구, 전술인형 정말 대단해요! 대충 부품 몇 개만 떼도 아프라 같은 인형을 새로 살 정도라니!
아, 어째서 당신은 팔자 좋게 날 때부터 엘리트인 걸까!
아... 아뇨... 저는 그런 게...
푸하하하, 에이 장난이었어요. 당신들 전술인형은 다 참... 어...
100식이 입술을 깨물고 고뇌하는 모습에, 아프라는 자기가 생각해도 재수없는 말을 꿀꺽 삼키고 말을 돌리기로 했다.
근데요, 지금 보다시피 옐로우존은 요지경이란 말이에요.
5년 전에 제가 그 야영지를 지나갈 땐 벚나무가 살아있는 걸 봤지만, 지금은.... 흠, 무사하길 기도해야겠죠.
...마른 줄기만 남았어도 그러려니 할 테니까 괜찮아요.
그나저나, 벚꽃쯤 인터넷에서 대충 찾으면 사진이고 영상이고 다 나오잖아요.
왜 100식 씨는 애써 찾으려고 하시나요?
......
(언제부터 벚나무를 보고 싶은 마음이 든 걸까...)
(무척이나 강한 기분... 마치 마인드맵의 한 조각이 부족한 것 같은...)
1주일 전.
그리폰 기지.
100식, 여기. 너의 마인드맵 업그레이드 평가 보고서.
아, 다행이다, 개조 요구에 충족됐네요.
어, 그런데 여기에 초록색 물음표는 무엇이죠?
그리고 주석에도... "업그레이드 개조에 지장 없음"
어디 보자... 아, 이건 페르시카 씨가 단 주석이네.
자세한 사항은 개조하기 전에 너랑 상담하겠대.
그런가요...
음... 뭐 걱정 마. 큰 문제는 아닐 테니까.
아참, 개조받기 전에, 뭐 하고 싶은 일이라던가 있어?
그건...
100식은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숙이고 말을 하지 못했다.
이에 카리나는 살짝 심술부리고 싶어졌다.
혹시, "지휘관님께 목욕물 100번 준비해주기" 같은 거야?
아뇨 아뇨... 지휘관님 목욕물이라면 이미 173번 준비해 드렸어요...
오오~~ 173번이나?
앗, 아뇨, 그거 말고... 그게 제 소원은...
100식은 점점 횡설수설을 하다 아예 방에서 뛰쳐나가 도망쳤다.
사무실 안에선 카리나가 탁상을 막 두들기며 폭소를 터뜨렸다.
기지 한 구석.
100식은 무릎을 껴안고서 바닥에 앉아 하염없이 한숨을 푹 쉬었다.
다른 분들은 세계 평화를 지킨다거나 그리폰을 수호한다는 등 대단한 소원을 갖고 있는데...
"벚나무를 직접 보고 싶다" 같은 하찮은 소원을 어떻게 말해...
그리고 카리나 씨도 정말, 뭐가 "지휘관님께 목욕물 100번 준비해주기"야...
목욕물 준비해 줄 거야?
응? 지지지휘관님!?
드드들으셨어요!? 바바방금——
100식의 얼굴이 터질듯이 빨개졌다.
네가 소원 말하는 걸 쑥쓰러워하니까 나 보고 직접 물어봐 달라 카리나가 얘기했어.
그래서, 100식, 너의 소원은 "벚나무를 보는 것"이 맞니?
...죄송해요, 이딴 일에 낭비할 시간 없는 걸 아는데...
어? 지휘관님...?
지휘관이 손을 살며시 100식의 머리에 얹었다.
어떤 소원이든 노력을 다해서 이룰 만한 기적이지.
난 너의 지휘관으로서 너의 소원을 응원한단다.
......
아마, 나의 "기적"을 직접 이루고 싶어서일까...
뭐라고요?
아, 아뇨, 아무것도요. 아프라 씨, 아직 움직일 순 있나요?
어휴, 관절 마모 수준이 75%를 넘었어요, 계속 앞으로 가다간 돌아갈 때 저는 아예 기어서 돌아가겠어요.
아님 이러는 거 어때요? 당신 혼자 가서 벚나무 상태를 확인하고 돌아와 함께 돌아가는 거요.
혹시 모르니까 보수금의 절반을 미리 주세요!
꽤 합리적인 제안이네요.
하지만, 아프라 씨도 그 야영지에 정말 벚나무가 있는지 증명하지 못하잖아요?
같은 인형끼리 뭘 속이겠어요! 전 그냥 제일 저렴한 모델인 인형이고, 그냥 수고비 좀 벌고 싶은 건데요.
어차피 제가 정말 사기친 거라 해도 이런 굼벵이 같은 걸음으로 당신한테서 못 도망칠 거 아니에요?
100식은 잠깐 고민 끝에 아프라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아프라는 보수금을 받자 바로 눈을 반짝이며 손을 샤바샤바 빌었다.
그럼 보수를 마저 내러 돌아오길 기다릴게요, 100식 씨!
......
10분 후.
목적지인 야영지.
말라붙은 수풀을 헤치니 시야가 탁 트였다.
야영지는 시끌벅적하며 모두가 즐겁게 웃고 있었다.
남녀노소 모두 음식을 가득 담은 쟁반을 들고서 야영지 중앙에 모여 단풍나무색 제사상 위에 쌓아 올렸다.
술통도 산처럼 쌓여, 개봉한 통에선 벌꿀 같은 색깔의 술이 흘러나와, 커다란 나무 술잔을 채웠다.
가이아 야영지에 어서와요! 와서 수확제를 즐기고 가십쇼!
오늘 무녀님께서 벚나무 아래에서 친히 기도 의식을 올려, 신의 광휘를 내리십니다!
수확제 만세! 무녀님 만세!
100식은 의아해하며 걸음을 멈췄다. "버려진 야영지"가 이런 모습일진 전혀 상상 못한 일이었다.
저기... 어?
100식이 흑발의 소녀에게 말을 걸려고 하자, 상대방이 갑자기 허리를 꾸벅 숙였다.
100식은 멍해졌다, 갑자기 야영지의 사람들이 자신에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
아니, 자신을 향한 게 아니었다.
100식은 뒤돌았다.
신께서 백성을 굽어 살피시리라!
붉은 치맛자락이 땅에 끌려 붉은 물결처럼 흔들렸다.
홍백의 무녀복을 입은 검은 머리의 소녀가 우아하게 야영지에 들어섰다.
부드러운 미소에 굳센 눈빛을 한 그 소녀에게서 신성한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신께서 괴물들의 침입을 물리치시고, 풍년의 기쁨을 길이길이 하사하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