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ype100
MOD 2
100식이 통신기를 켰다.
역시, 이미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아프라 씨 말 대로면 분명 버려진 야영지일 텐데...)
(뭔가 이상해, 잠시 지켜봐야겠어.)
무녀는 야영지 중앙에서 걸음을 멈춰, 사방으로 한 번씩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가볍게 손뼉을 쳤다.
한쪽의 악사들이 고전적인 곡조를 연주하자, 야영지의 사람들이 함께 노래했다.
생명을 주시어 감사합니다.
흐르는 꿀물과 잘 여문 곡물을 주시어 감사합니다.
이 수확의 시기에,
이 활짝 핀 벚나무 아래에서,
저희를 보우하시어 무서운 괴물을 멀리 물리치소서.
저희를 모우하시어 영원한 행복을 누리게 하소서.
무녀는 노랫소리 한 가운데 춤을 추어, 흔들리는 소매는 마치 흩날리는 벚꽃 같았다.
노래가 끝나자, 무녀는 술잔을 머리 위로 높이 들어, 뒤의 마른 나무줄기를 향해 조아렸다.
신이시어,다음해의 풍작을 보우하시옵소서, 괴물들이 얼씬하지 않도록 모우하시옵소서.
지금 신의 백성이 마음을 바치니 풍작의 기쁨을 맛보시옵소서!
모두 환호하며 잔을 들었다.
(노래에 "활짝 핀 벚나무 아래에서"라고 하는데...)
(여기엔 이 말라붙은 나무줄기밖에 없는걸...)
기도 의식이 끝나자 악단은 경쾌한 곡을 바꿔 연주해, 야영지의 사람들은 짝을 지어 신나게 춤을 추었다.
탁상 옆의 사람들은 음식과 술을 집어가고, 크게 노래하거나, 얼씨구 좋다 환호했다.
"우왜애애오오오——!" 갑자기 어딘가에서 포효 소리가 들렸다.
호랑이만 한 검은 가죽의 괴물이 나뭇가지 위에 나타났다!
야영지의 사람들은 비명을 질렀다.
또 괴물이 왔다——!
무녀님 조심하세요——!
100식이 반사적으로 총을 들어 방아쇠를 당기려 할 때, 무녀가 불쑥 튀어나와 나무 아래를 가로막았다.
안 돼, 사격에 휘말릴 거야!
100식은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당장 적절한 사격 위치를 찾을 수 없었다.
검은 가죽의 괴물이 더 성나게 포효하며, 무녀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100식은 이를 악물었다.
무녀 아가씨 엎드려요!
"타타타탕!" 나무에서 뛰어내리는 괴물을 향해 총알이 쏟아졌다.
거의 동시에, 무녀가 소매를 휘둘러 빛줄기를 쏘았다!
총알과 빛이 동시에 괴물을 맞춰, 그 몸뚱이는 제사상에 그대로 떨어졌다.
쌓아둔 음식들이 사방에 떨어지고, 술통들은 와르르 굴러갔다.
모두 이 광경을 넋 놓고 바라봤다.
......
사과 한 개가 100식의 발밑에 데굴데굴 굴러왔다...
(어쩌지, 어쩌지? 무녀 아가씨 스스로 대처할 수 있었는데, 괜히 끼어들었나...?)
(으으, 창피해서 마인드맵이 녹아버릴 것 같아...)
무녀가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크게 외쳤다.
신이 현현하시어 괴물을 물리쳤도다!
신께서 백성을 보우하신다! 신을 찬양하라!
만세! 무녀님 만세!
100식은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쉬고, 뒤돌아 야영지 밖으로 향했다.
......
100식이 다시 통신기를 켜봤지만, 여전히 신호가 없었다.
(야영지 사람들이 나한텐 관심 없어 보여서 다행이야...)
(일단 벚나무를 먼저 찾자, 아프라 씨가 아직 기다리고 있으니까.)
방금 구해줘서 고마워요.
100식은 화들짝 놀라 총몸을 움켜쥐었다.
저는 이 땅을 모시는 무녀입니다, 그냥 "무녀씨"라고 부르셔도 돼요.
당신은 수확제에 참여하러 오셨나요?
아, 저는 100식이라고 하고요, 여기에 온 건...
100식의 이야기를 듣고 무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는 건 야영지에 잘못 오신 손님이로군요.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야영지 중앙의 말라죽은 나무가 그 벚나무입니다. 역대 무녀가 대대로 여기서 신에게 기도를 바쳤지만, 아쉽게도...
...아무래도 벚나무를 찾는 건 실패했나 보네요.
...어쩌면, 다른 방법이 있을지도요?
네?
100식이 그게 무슨 방법인지 물으려 할 때, 방금 전 다른 검은 머리의 소녀가 불쑥 튀어나와 무녀 앞에 쫑쫑 달려들었다.
무녀님? 여기 계셨군요!
야스마사, 무례한 거동은 삼가세요.
야스마사는 혀를 삐쭉 내밀고, 품에서 손수건을 한 장 꺼내 펼쳐 보였다, 안에는 초록색 벚꽃 한 송이가 감싸여 있었다.
무녀님, 이것 보세요. 제가 해냈어요!
이렇게 예쁜 벚꽃을 받았으니, 분명 신께서 저를 다음 무녀로 점지하신 거겠죠?
초록색?
야스마사, 신께선 분홍색 벚꽃만을 좋아하셔요.
무녀님은 너무 고지식해요!
누가 벚꽃이 꼭 분홍색이야 한다고 정했나요? 어쩌면 신께서 초록색을 좋아하실지도 모르잖아요?
야스마사는 벚꽃을 무녀 품 안에 억지로 쑤셔넣고선 뾰로퉁하며 뒤돌아 갔다.
부끄러운 꼴을 보였군요.
야스마사는 제 시종입니다, 저 애는... 항상 틀에 박혀있길 싫어하죠.
100식은 고개를 저었다.
무녀씨, 방금 다른 방법이 있다고 했나요?
네, 염원에는 힘이 담겨있어요. 염원이 충분히 강하면 신께 닿아 벚꽃이 다시 피어날 것이에요.
마침 당신에게서도 저와 같은 기질이 보이는군요.
100식 씨, 저와 함께 기도를 올려보지 않겠나요?
......
100식은 마치 TAC50의 핼러윈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무슨 기도? 말라죽은 나무에 "벚꽃을 보고 싶어요"라고 기도하면 꽃이 핀다?
아프라가 아직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 여기서 낭비할 시간은 없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벚나무가 되살아나 꽃을 피워 신덕을 현현하라!
나무 밑에서 넙죽 절하는 100식은 마인드맵 온도가 급상승하는 느낌이었다.
이 자세로 당장 땅굴을 파서 그리폰 기지로 돌아가고픈 심정이었다.
야영지의 사람들은 무녀 뒤에 무릎을 꿇고 경건하게 절을 올려 함께 기도했다.
(그리폰의 첨단 과학 기술로 개조받은 전술인형인데, 어쩌다가 이딴 미신에... 분명 무슨 바이러스에 걸린 걸 거야...)
(모두가 이 일을 알면 배꼽 빠지게 웃지 않을까? 창피해 죽겠어...)
마른 나무줄기는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 100식이 힐끔 고개를 들면 나무 겉에 검은 가죽의 괴물이 할퀸 자국도 선명하게 보였다.
기도의 소리가 점점 우렁차게 울려퍼져, 세상이 이에 공명해 진동하는 것 같았다.
갑자기, 100식의 시야에 어떤 움직임이 포착됐다, 아주 아주 높은 곳에서...?
나무줄기 한 가닥이 하늘에 거꾸로 매달린 채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다.
줄기가 점점 굵어지며, 수많은 나뭇가지로 갈라져 여기저기 꽃봉오리를 맺더니 활짝 피었다——
하늘에 거대한 벚나무가 거꾸로 자라난 것이었다!
......!!?
여긴 절대 현실일 수가 없었다.
100식은 필사적으로 기억 데이터를 더듬어 야영지에 들어오기 전의 기억을 찾으려 했다.
황폐한 숲...
버려진 야영지...
무언가 발에 밟혀 갑자기 눈앞이 섬광에 감싸였었다——
......
즉, 처음부터 이 함정에 빠졌다는 것일까?
......
그리폰 기지.
...마인드맵이 데이터 트랩에 빠졌다고?
복귀하면서 계속 깨우려고 했지만, 너무 복잡한 트랩이라 해독할 수가 없었어.
지금 100식의 마인드맵 코어 온도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는데, 이대로 가면... 쯧.
음, 100식의 상황은 좀 복잡한데...
뭐 아무튼, 일단 너희가 걔를 깨워야 해.
다만, 마인드맵을 연결해서 제발로 그 함정에 들어가는 건... 좀 리스크가 있을걸?
FP-6는 한쪽 어깨에 총을 지고서, 다른 한 손 손가락으로 수갑을 빙빙 돌렸다.
그러다 수갑을 움켜잡고, 휘파람을 불었다.
나의 직책은 악당을 응징하고 정의를 수호하는 것, 그리고... 동료를 지키는 일이지!
이렇게 폼나는 일에 제가 빠질 순 없죠!
그리폰의 동료들이 하나둘씩 일어섰다.
모두 의욕이 넘치는군! 그럼, 시작하자고!
기도의 소리는 세상을 쥐고 흔들 정도로 커져, 시끄러운 소음이 되어갔다.
100식이 괴로움에 귀를 감싸도 소용이 없었다.
마인드맵 코어가 오류를 마구 내뱉고 수많은 데이터스트림이 그녀를 침범했다.
괴로워... 대체 뭐야...
붕...
소음이 갑자기 멎었다.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두꺼운 유리벽 너머로 들려오듯이 어렴풋한 목소리었다.
함정... 빨리 깨어......부웅——
누구예요? 지금 누구 목소리죠?
버텨...
붕——함정의 데이터가 혼란...... 버티고 있어...
이건... FP-6인가요!?
FP-6, FP-6! 제말 들리나요!?
...출구를 찾아... 구조... 기다려...
FP-6 씨, 그쪽도 조심하며 자신 안전을 우선시하세요!
저도, 열심히 출구를 찾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