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ype100
MOD 3
혼란에 빠진 야영지.
땅으로 치솟은 초록색 벚나무가 나타난 후, 야영지 주위에 갑자기 수많은 검은 가죽의 괴물이 나타났다.
젠장, 뭐가 이렇게 많아!? 신이시여, 방금 기도드릴 때 주무시고 계셨습니까!?
빨리 어떻게 좀 해봐요, 무녀님!
야스마사는 나무 몽둥이를 휘두르며 사람들 너머에 있는 무녀에게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으아아아악!!
로제 아저씨!!
뚱보 아저씨가 검은 가죽의 괴물의 발톱에 몸이 갈가리 찢어졌다!
무녀는 계속 소매를 휘둘러 괴물 몇 마리를 물리쳤지만, 더 많은 그림자가 야영지에 몰려들었다...
여길 지키는 건 이제 틀렸습니다. 여러분, 저와 함께 철수합시다!
제가 무녀로서 여러분을 지키겠어요!
100식은 사람들 사이에 숨어, 탄약을 최대한 아꼈다.
주변을 세심하게 관찰하며 데이터 트랩의 빈틈을 찾아내려 했다.
(방금 그 아저씨 검은 연기가 돼서 사라졌어, 설마 그 검은 괴물한테 당하면 데이터가 파괴되는 걸까?)
100식 씨, 절 따라오세요. 제가 지켜드릴게요!
네에? 앗, 총은 만지지 마세요, 대검에 다쳐요!
우여곡절 끝에, 사람들은 버려진 건물 안에 잠시 몸을 숨겼다.
함께 잡동사니들을 문 앞에 쌓아서 괴물들을 막았다.
어두운 방 안에 생존자들은 서로 부둥켜안았다. 어른은 바깥을 지키고, 아이들을 안에 감싸고, 모두가 두려움에 질린 얼굴이었다.
끼이이익——
문밖에서 킁킁 소리가 들리더니, 바로 철문을 마구 긁는 소리가 울렸다.
괴물들이 또 쫓아왔어! 제기랄, 대체 어디까지 쫓아오는 거야?
무녀님, 대체 어떡해요?
신께선 저희를 저버리지 않으십니다! 아직 방법이 있을 겁니다!
침착하고 차분한 무녀의 목소리가 초조한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다독였다.
무녀는 뒤돌아 건물 틈새로 새어 들어오는 미약한 빛을 마주봤지만, 100식은 꽉 깨물어 창백해진 무녀의 입술을 뚜렷하게 봤다.
무녀씨, 저 탄약이 얼마 안 남았고, 괴물은 늘어나기만 해요.
계속 여기에 틀어박혀 있기엔 너무 위험해요, 차라리 더 늦기 전에 돌파하는 게 어때요?
아뇨, 신께선 백성들을 버리지 않아요, 그러니...
다시 기도를 올리겠어요.
무녀씨, 무척 실례인 말인 건 알지만...
괴물을 물리치는 건 신의 힘이 아니라, 그 소매 안의 레이저 병기죠?
그런 무기도 계속 에너지를 소모할 텐데 얼마나 더 버틸 수 있겠어요?
야영지에서 열한 명을 잃었고, 오면서 또 일곱 명을... 모두, 더는 이웃과 가족을 잃을 수 없어요.
그래도 해봐야 해요.
야영지의 유일한 무녀로서, 제가 모두를 지켜야 해요.
무녀가 고개를 들고, 미세한 빛줄기가 그녀의 얼굴을 비췄다. 그 비장한 결의에 100식은 더 이상 할말이 없었다.
(비록 이게 함정 속 환각인 건 알아도 무녀씨의 심정이 느껴져...)
(이 사람이 모두를 지키며 열심히 싸우지 않았다면 야영지의 사람들은 아마 진작에...)
벽을 할퀴는 소음 사이에서 무녀는 조용히 춤을 췄다.
어두운 방안에서 무녀의 몸은 마치 금테를 두른 듯이 성결했다.
춤을 마친 무녀는 땅에 엎드려 경견히 기도했다.
무녀가 비나이다, 백성을 보우하시어 위기를 벗어나게 하시옵소서...
건물 밖에 돌연히 조용해졌다.
이에 무녀는 기도가 통했나 고개를 들었다.
콰앙! 문이 산산조각 났다!
검은 가죽의 괴물 수 마리가 뛰쳐들어왔다.
무녀씨!
무녀가 소매를 휘둘렀다.
하지만 아무리 휘둘러도 더 이상 빛이 나오지 않았다.
검은 가죽의 괴물이 이빨을 드러낸 채 조금씩 다가오고, 무녀는 그저 빗자루를 붙잡고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투타타타탕!
총성이 바쁘게 울렸다!
무녀씨, 모두를 데리고 도망쳐요! 제가 시간을 끌게요!
100식이 검은 가죽의 괴물들을 노리고 총알을 퍼부었다.
...여러분 따라오세요! 여기서 탈출합니다!
2시간 후.
도주길에서 아무리 기관단총으로 엄호해도 사람 수는 계속 줄어들었다.
결국엔 무녀와 시종 야스마사만이 남았다.
초록색 벚나무는 여전히 찬란하게, 일행이 어디에 가도 항상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하늘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대체 출구가 어디지?)
(어째서 어디에도 출구가 안 보이는 거야...)
공격을 수차례 맞은 100식의 소체도 파손이 심각해 겨우 버티는 수준이었다.
조금만 더 힘내요!
꺄악!
야스마사가 발을 헛디뎌 땅에 주저앉았다. 무녀가 다급하게 그녀를 부축했다.
비켜요, 저 좀... 쉴래요... 헉... 헉...
무녀씨, 여긴 아직 위험해요, 여기서 쉴 순 없어요.
하지만 야스마사가...
조심해요!
풀숲에서 검은 그림자가 튀어나와, 무녀가 야스마사를 힘껏 밀었다.
검은 가죽의 괴물이 무녀의 양어깨를 발톱으로 붙잡고 입을 쩍 벌렸다.
무녀님!
이 망할 괴물, 저리 가!
야스마사가 아무 돌멩이를 집어 괴물을 쥐어박았다. 괴물은 화가나 뒤돌아 야스마사를 덮치고 그대로 깨물었다!
100식은 오사를 걱정할 겨를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괴물은 검은 연기가 되어 사라졌고, 100식은 주변을 계속 살피고, 무녀는 야스마사를 껴안았다.
야스마사의 오른쪽 어깨가 괴물에게 완전히 물어뜯겨, 바닥에 피웅덩이가 잔뜩 고였다.
콜록, 아무래도 다음 무녀가 되긴 글렀나 보네...
야스마사! 괜찮아, 넌 무사할 거야!
맞아, 바로 기도를 올릴게, 지금 바로!
바보...
난 로제 아저씰 보러 갈게...
무녀는 떨리는 손으로 야스마사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동료들이 죽기 직전의 울부짖음이 다시 귓가에 맴돌았다.
모두의 꼴을 좀 봐! 너 무녀로서 제대로 하는 거 맞아!?
무녀님, 구해주세요——!
이 사기꾼아! 네가 대체 무슨 쓸모가 있니! 네가 미워죽겠다!
......
야스마사의 목소리가 점점 희미해졌다.
벚꽃이 초록색이면 안 돼...?
시종이면... 무녀가 되면 안 돼...?
야스마사! 야스마사아아!!!
야스마사가 검은 연기가 되어 무녀의 품 안에서 흩어져 사라졌다.
100식은 가슴이 폭격에 맞은 듯이 뜨거워 몸을 가누지 못하고 뒤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잠시 후.
무녀는 눈물을 마저 닦고 다시 일어나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100식 씨, 함께 오세요.
제가 무녀로서 당신을 꼭 지켜드릴게요. 반드시.
......
......
무녀씨, 지금 2km 넘게 걸었는데 또 제자리에 돌아온 것 같아요.
벌써 다섯 번째예요.
이쪽이 신께서 가리키신 길이니 틀림 없어요!!
......
죄송해요, 100식 씨. 저는 그저... 그저...
괜찮아요.
다시 움직여요.
여섯 번째...
일곱 번째...
여덟 번째...
......
하늘 위의 초록색 벚나무는 여전히 찬란하게 피어있었다.
땅 위에선 100식은 말라죽은 그루터기에 기대였고, 총알이 바닥난 기관단총을 아무렇게나 던져버렸다.
똑같이 상처투성이인 무녀는 그 옆에 무릎 꿇고 주저앉아 눈 안에 망설임이 가득했다.
무녀씨, 저 더는 같이 못 가겠어요. 저는 신경쓰지 말고 빨리 도망치세요.
죄송해요. 제가 모두를 지키지 못했어요... 죄송해요...
무녀씨 탓이 아니에요, 무녀씨는 이미 최선을 다했어요.
다 제 탓이에요! 무녀가 되고서 무녀의 책임을 제대로 지지 못했어요.
이젠, 이젠, 당신마저...
신은... 저희를 버리신 거겠죠...?
(요즘 전자 트랩은 이렇게 실감이 넘치나...?)
(왜, 이토록 마음이 아픈 것일까...)
100식이 고개를 드니, 초록색 벚꽃이 잔뜩 피어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벚꽃이 이렇게 눈앞에 있는데도 어째서일까... 마인드맵 안의 형체 없는 빈틈이 계속 공허하게 쓰라렸다...
신이라...
무녀씨, 그런 건 그저 사람들의 좋은 환상일 뿐이에요, 저 벚나무처럼.
존재하지 않는 물건에 희망을 기대서는...
무녀는 체념한 듯이 웃으며, 같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벚꽃 피어날 때, 무녀는 나무 아래 춤을 올려 신을 즐겁게 하며 신의 뜻을 들으리."
아마, 이것이 신의 뜻이겠죠.
그리고 지금이 종언의 때...
저 멀리 검은 점이 몇 개 보였다. 결국 그 검은 가죽의 괴물들에게 따라잡힌 모양이다.
100식은 무녀의 선택을 이해하고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녀도 고개를 들어 하늘 위에 매달린 벚나무를 부드럽고 슬픈 눈으로 바라봤다.
생명을 주시어 감사합니다...
흐르는 꿀물과...
무녀는 지치고 쉰 목소리로 수확제의 노래를 읊었다
발을 들고 소매를 휘두르며 몸을 돌리고...
FP-6... 죄송해요. 아무래도, 더는 못 버틸 것 같아요...
검은 가죽의 괴물들이 몰려와 100식과 무녀를 꽁꽁 에워쌌다.
지휘관님, 죄송해요. 100식이 그리폰을 망신시켜서...
검은 가죽의 괴물들이 함께 달려들자, 100식은 눈을 감았다.
그래도, 마지막에, 한 번만 더... 지휘관님의 웃는 얼굴을 보고 싶어요...
100식은 등이 땅에 부딪히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예상하던 아픔은 전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다정한 품에 안겨 있는 느낌이었다.
멍하니 눈을 뜨자...
......
눈 앞에 있는 건 괴물들이 아닌, 자신을 껴안고 있는 FP-6, MP5, M1918...
순식간에, 세상이 소용돌이쳤다.
100식이 벌떡 일어났다.
......
익숙한 그리폰의 기지.
익숙한 지휘관이 미소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깨어났구나, 100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