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VK
MOD 1
여기 나무 한 그루가 있었네, 새들이 둥지를 짓는.
또 들리는구나, 이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
그대는 누구지? 어찌하여 기계의 꿈속에 나타나는가?
목장은 푸르고, 꽃들이 피어나니, 아이들은 근심 없이 노래를 부르네.
항상 여기까지 부를 때쯤 끊어졌어. 이번에도 그럴까?
어때, 나 잘 불렀어, 헬레나?
다른 내용이...?
응, 제임스 여사께서 분명 좋아하실 거야.
이 목소리... 많이 익숙한데.
그렇게 거리 두는 호칭으로 부르면 애쉬 할머니가 속상해할 거야.
우린 가족이잖아!
그래, 네 말이 맞아. 하지만 네가 그분의 마음을 지키는 것처럼, 난 그분의 몸을 지킨단다.
서로의 역할은 확실하게 해야 하잖니? 드셰――
...앗!
꺄악!?
어휴, 깜짝 놀랐잖아 KSVK!
아... 미안하다. 그 꿈에 사로잡혀 현실과 레벨 2 플랫폼을 혼동했다.
또 그 꿈을 꿨어?
그래. 꿈속의 안개가 걷히고, 또 새로운 내용이 나타난 것 같았다.
그렇구나... 이걸로 마인드맵 공간 정리도 벌써 두 번째네.
네 개조 신청은 통과됐지만, 계속해서 그 꿈을 신경 쓰면 마인드맵 업그레이드를 할 수 없을지도 몰라.
이게 업그레이드에까지 지장을 주는 건가?
정확히는 나도 모르겠지만, 불안정 요소인 것만은 확실해. 업그레이드 전에 IOP에서 모든 기억을 정리하는 테스트가 있거든.
과거에 너무 집착하면, 그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할 수도 있어.
그렇군... 알았다.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선, 먼저 과거와 마주해야 하는 것이군.
카리나, 내 과거에 대해서 알고 있나?
응? 너도 IOP에서 제조된 인형이잖아?
그리폰에게 고용된 전술인형 중에선 IOP에서 주문 제작된 인형들 외에도, 민간에서 개조를 받은 부류가 있지 않나?
내 생각엔... 난 IOP에서 제조된 인형이 아닌 것 같다.
왜 그렇게 생각해?
우리의 꿈은 그저 데이터 재구성의 산물이다. 기록에 없는 일을 꿈으로 볼 수 없어.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민수용 인형이라도, 그리폰으로 전입할 땐 IOP에서 상황에 맞춰 개조를 받거든. 그래야 전장에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으니까.
만약 개조로 인해 기억을 잃었다면, 그 기억을 되찾을 방법이 있을까?
없지는 않아. 하지만 신청서를 내야 하는데... 여태까지 선례가 없었어.
그렇다면 되찾으리란 보장은 없단 뜻이군?
응...
알겠다. 하지만 시도하기도 전에 포기한다면, 답을 얻을 수 없겠지.
관련 신청을 도와줄 수 있을까?
어... 먼저 지휘관님께 뭐가 필요한지 여쭤볼게. 그동안 KSVK는 좀 더 쉬는 게 어떨까?
그러도록 하지. 그럼 나중에 보자꾸나, 카리나.
......
통신 요청.
지휘관님, 지금 바쁘세요? 여쭤볼 일이 하나 생겼어요.
KSVK가 입사 전의 기억을 되찾고 싶다 하는데, 허가해 주실 수 있을까요?
다행이다! 그럼 바로 신청할게요!
하지만... 그러면 너무 불쌍하지 않나요?
그것 때문에 마인드맵 업그레이드 실패할 수도 있어요. 역시 허가해 주시는 게 어떻겠어요?
감사합니다!
......
내 그림 어때, 헬레나?
응, 제임스 여사께서 분명 좋아하실 거야.
또! 제대로 이름으로 부르라니까?
그래 그래, 애쉬 여사께서 좋아하실 거야.
그럼 애쉬 할머니한테 뭘 해드리면 좋을까?
그분은 어쩌면 다시는...
아니야!
자꾸 그렇게 말하면 나 화낸다!
하아... 알았어. 내 생각엔, 이 그림이면 충분할 거야.
정말 잘 그렸어.
그야 당연하지, 애쉬 할머니가 직접 가르쳐 줬는걸!
음... 만약 내일 우릴 보러 와 준다면, 직접 초상화를 그려 줄래.
그러렴, 네 실력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보여드릴 수 있겠구나.
......
좋은 아침, KSVK.
여긴...?
수복실이야. 전투 도중 갑자기 다운돼서, 바로 호송됐어.
지나치게 과거에 홀린 나머지, 현재마저 잊어버린 건가... 미안하다.
그대도 수복하러 왔나?
아니, 널 보러 왔단다.
...? 왜 날――
KSVK, 내가 누구니?
음...? 그리폰 사의 동료다.
그밖에는?
......
같은 질문을 되물어도 의미 없다, 그대가 내게 다른 걸 가르쳐 줄 생각이 없다면.
혹시... 내 과거와 관계된 건가?
정답이야.
KSVK, 우리는...
모녀 관계란다.
...웃기지도 않는 농담이군.
어머, 막 던져도 믿을 줄 알았더니 안 통했네.
배꼽으로 생각해도 알 일이다. 인형 사이에 어떻게 혈연관계가 있을 수 있겠나?
자매 같은 우애라면 몰라도, 모녀는 절대 있을 수 없다.
그런 말을 믿을 사람은 바보... 아니, 그 이상으로 환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녀석이다.
말이 좀 심하구나, KSVK.
그래도...
...정말로 인형이 혈연으로 이어질 수 있는 건가?
......
풉, 푸하하... 세상에 하하하. 정말로 믿었니?
너 정말 귀엽다 얘.
......
미안 미안, 화내지 마.
내가 잘못했어, 용서해 줄래? 네게 볼일이 있는 건 정말이야.
그럼 용건을 말하도록.
듣자 하니 기억을 되찾으려고 상층부에 신청서를 제출했는데, 아직도 답변이 없다면서?
그렇다.
하지만 이것 또한 시련이겠지.
정말 그렇게 생각하니?
그럼 왜 전장에서 멍하니 있다 다칠 정도로 해몽에 빠졌어?
......
내가 널 도와줄게, 하지만 그 전에 먼저 네 생각을 듣고 싶어.
KSVK, 네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무엇이니?
나는... 망설여지고 두렵다.
신청서를 제출한 지 벌써 1주일이 지났고, 같은 기수의 인형들은 모두 개조를 마치고 돌아왔는데, 나만 첫 단계 프로세스마저 마치지 못했어.
계속 말해보렴.
불안해... 혹시 내 신청서가 기각된 것은 아닐까?
내가 즉시 작전 능력을 향상시켜야 할 정도로 중요한 인형이 아니라서?
왜 그렇게 생각하니?
달리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다.
이 일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업그레이드에 실패할 수도 있으니... 그리폰의 사비로 모험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지휘관님의 문제라 생각해?
어쩌면, 지휘관은 내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것도 친절함의 표현이라 본단다.
나를 예비 부대에 방치하고, 최전선에 나설 전력으로 만들지 않은 것이?
확실히, 그러는 편이 안전성이 더 높겠다만...
음... 하지만 본인의 의지와 아무 상관 없이 베푸는 친절은 쓸모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인간 사이의 교류도 그렇지 않나?
"네가 슬퍼할까 봐 알려 주지 않았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런다고 진실을 알지 못한 자가 과연 기뻐할까?
정말 진실을 알고 싶어?
그 기억이... 네가 다시 떠올리기 싫었던 것이라 하더라도?
다시 기억하기 전에는 그것이 나쁜 것인지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결정한 일이니, 후회하진 않겠다.
그래...
넌 정말 하나도 변하지 않았구나.
DP-12... 그대는 정말 날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나?
글쎄, 과연 어떨까? 그것도 네가 직접 확인해 보렴.
그나저나, 같이 어디 가지 않으련?
외출 허가는 받지 않았을 터인데?
지휘관님과 미리 말했으니까 안심하렴.
그럼 됐다.
설령 허가를 받지 않았더라도, 우리 지휘관님은 마음이 아주 무르니까, 이렇게 손을 잡고 애교 부리면서...
"죄송해요~ 용서해 주세요~"
...라 하면 바로 봐주지 않을까?
잠깐, 정말 허가받은 거 맞나?
안심하렴. 내가 말은 이렇게 해도, 규정은 확실히 준수하는 올바른 인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