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VK
MOD 2
......
다음 날.
도착했나?
다 왔어.
황폐하군...
버려진 지 얼마나 됐지?
대략 3년쯤?
여기는 원래 한적한 곳이었어. 그래서 사람들이 이곳에 요양원을 세웠지.
여기에 나무가 한 그루 있었고, 새들이 둥지를 짓고, 꽃들이 피어나니...
...아이들은 근심 없이 노래를 부르네.
잊지 않았구나.
꿈속에서 누군가가 이 노래를 불렀다.
그다음 가사는 기억하니?
......
어느 날, 먹구름이 끼어 햇님을 가렸네.
불안해서 울상 짓고, 들판의 꽃들은 재가 되니...
...나무의 새들도 노래를 멈췄네.
당시 이 노래는 아주 오래된 CD에 수록된 곡이었어.
어느 게임의 주제곡이라 하던데... 그때로선 그저 처량한 이야기에 불과했지만, 지금 우리에겐 일상이 되었지.
이 요양원... 무슨 재난이 덮친 건가?
붕괴액 오염. 낙진이 마치 죽음의 먹구름처럼 퍼졌어.
사람들은 이곳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
그렇군.
나도 이곳에 지낸 적이 있나?
몇 년 정도 여기서 일했어.
자, 이쪽으로 올라가자.
이 정도라면 그냥 점프하면 되지 않나?
기반이 다 부식돼서, 그렇게 뛰어 올라갔다간 무너질 거야.
알았다. 이쪽으로 2층으로 올라가면 되는 거지?
맞아. 올라가서 왼쪽으로 꺾은 다음, 4번째 방이야.
......
잊혀진 내 기억이, 이곳에...
과연 무엇이 날 기다리고 있을까...
하하하, 애쉬 할머니! 저기 좀 봐요! 해바라기가 피었어요!
이건... 나의 기억인가?
그래... 햇님처럼 눈부시구나.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지.
애쉬... 여사.
천장도 절반이나 무너졌는데, 정말 여기에 쓸모 있는 것이 있을까?
일단 찾아보자.
알았다.
몇 분 후.
어머나, 이게 아직도 있었구나?
뭐지? 나무 몽둥이?
나무 이젤이야. 내가 받치고 있을 테니까, 아래에 더 없는지 봐봐.
뭔가 있군, 꺼내겠다.
이건... 날 그린 건가?
흙이 잔뜩 묻었는데도 알아보겠어?
그저... 직감이다.
KSVK가 캔버스에 묻은 흙을 터어냈다.
Winter Rider is Winner......
...душевный(드셰브니).
새로 온 환자분, 참 까다로운 분이네.
제가 젊었을 적 아주 좋아했던 예술가세요.
설마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이걸 보고 운명이라 하나요?
사인이라도 받는 게 어때? 유명한 사람이니까 아직 값어치가 꽤 될 텐데.
받고는 싶지만... 들어올 때 그분 상태 보셨잖아요? 그 상황에서 얘기를 꺼냈다간 바로 따귀를 맞았을 거예요.
대체 무슨 일이 있으셨는지...
에쉬 제임스. 영국 출생. 러시아인과 결혼해 이민. 가정에 헌신적이지만, 편집적인 성격. 과거 안전 구역으로의 이사를 거절해, 현지 공사 작업을 수개월 지체시킨 기록이 있음.
아들이 가정을 꾸리고 방문하러 귀향하던 도중, 전쟁 당시 남겨진 지뢰로 인해 중태. 가족은 아직도 중환자실에 입원된 상태고, 환자는 이 모든 일이 전부 자신 탓이라 여기고 빈번한 자해 및 폭력적, 배타적 행위를 보인다.
그리고 정부에서 우리 요양원으로 보냈죠.
여긴 안전지대와 붕괴 오염지대의 중간 지점이니, 나라에서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여기도 몇 년 뒤엔 황무지가 되고 말 거야.
이 환자분은 부자 집안이라, 아마 정부는 이 기회에 우리에게 돈 좀 벌어서 이사한 뒤에 따로 갈 길을 찾으라는 거겠지.
그런 말 마세요, 원장님. 과학연구원에서 분명 대책을 찾아낼 거예요. 그리고 이분도 그저 평범한 환자잖아요.
...그래, 내 생각이 좀 지나쳤나 보군.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갈까. 환자는 강한 공격성을 보이니, 일반 환자 취급을 해선 안 돼.
간호 인형을 써야겠어.
야야는 다른 어르신을 돌보느라 바쁘고, 헬레나는 보안용이라 노인과 붙여 두면 서로 싸우지나 않을까 걱정되네요.
음... 아, 새로 온 인형이 있었지? 그 아이한테 시켜 볼까?
......
나 때문이야... 다 내 탓이야...
푸른 잔디와 붉은 꽃, 새들, 정원과 내 가족들 모두....
똑똑똑.
저리 꺼져! 날 내버려 두라고 몇 번을 말해!
제임스 여사님, 새로운 간호원입니다.
그딴 거 필요 없다고!
제임스 여사...
힘드신 건 알지만, 그렇게 자신을 상처입히면 당신을 걱정하는 분들이 속상해할 거예요.
속상해? 흥... 목소리가 꼬맹이 같은데, 건방지게 잘도 그런 말을 하는구나.
대체 누가 속상해하는데?
날 걱정해 줄 사람은 다 나 때문에 죽었어!
제임스 여사...
목소리가 들려... 내 아들, 며느리... 내 손녀딸...
아프다고 신음하고 있어...! 지뢰 파편이 살에 파고드는 것에 비하면! 이딴 작은 칼은 아무렇지도 않아!
스스로를 다치게 하지 마세요!
네가 뭔데 참견이야!?
내가 여기서 죽어도 너랑 무슨 상관인데! 돈은 돈대로 받을 거 아니야!
설마 병원에서 네 월급이라도 깎는다더냐?
그게 아니라... 지금 이렇게 설명할 상황이 아닌데!
헬레나, 도와줘!
윽...!
이런, 힘을 너무 세게 줬네. 들어가자.
과격하게 들어와서 죄송해요... 아무튼, 더 이상 자신을 해치지 말아 주세요.
붕대 저리 치워, 이 정도로는 안 죽어.
안 돼요, 치료받으세요. 속상하다고요.
속상하긴 누가?
나 같은 옹고집 할망구 때문에 누가 속상해?
제가 속상해요, 제임스 여사.
......
제가 속상해요. 제 일은 당신을 돌보는 거니까요.
하아...
우리 손녀딸이 잘 컸다면, 딱 너만 했을 텐데.
괜찮으시다면, 제가 가족이 되어드릴게요.
자, 붕대 다 감았어요! 당분간은 물에 닿게 하시면 안 돼요. 제가 대신 씻겨드릴게요.
가족이라...
내 손으로 이제 뭘 더 지킬 수 있을련지 모르겠지만... 얘야, 이름이 뭐니?
드셰브니, 드셰브니라고 불러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