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VK
MOD 3
제임스 여사는 요즘 어떻지?
많이 나아지셨어요.
전에 가끔 발작 증세를 보였지만 그때마다 드셰브니가 진정시켰죠.
하지만 요즘은 완전히 안정돼서, 조금만 더 관찰해서 괜찮으면 퇴원하셔도 되겠어요.
다른 간호 인형들의 업무도 순조로운 것 같군.
거참, 나도 시대에 뒤떨어진 모양이야. 평범한 인형보다 어린애 모습의 간호 인형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니.
노인분들에게 위안감을 주는 것 같아요.
얌전하고, 말도 잘 듣고, 이해심도 좋으니 말이에요.
"손녀가 있다면 딱 이런 아이겠지."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거죠.
그래서 그만큼 비싸단 말이지...
제임스 여사는 헬레나까지 대여해 가고 말이야, 정말 부자라니까.
또 그러신다...
도통 이해가 안 가네, 우리 요양원의 보안이 못 미더운가? 왜 헬레나까지 대여한 거야?
그건 아마... 제임스 여사는 가정에 대한 집착이 크지만, 그렇다고 마냥 방구석에서 가만히 있는 타입은 아니라서 그러시나 봐요.
생각보다 훨씬 더 자주 외출 신청을 하시더라고요.
그래?
오늘도 나갔어요.
나도 마침 외출 기록을 받았으니 자세히 좀 봐야겠군.
외출 인원 - 애쉬 제임스, 헬레나, 드셰브니. 사유는...
...그림?
애쉬 할머니! 밑바탕은 이렇게 칠하면 돼요?
옳지 옳지, 참 빨리도 배우는구나.
오늘은 날씨가 맑고 해도 밝으니, 명암 관계를 가르쳐 주기 좋겠어.
햇볕을 쬐는 건 당신의 건강에도 좋으니, 마음껏 즐기세요.
저는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그래, 저 짐승이 울부짖는 것 같은 소리...
오염된 괴물들이로구나.
네. 하지만 걱정 마세요, 절대 저것들이 당신과 드셰브니에게 얼씬거리지 못 하게 하겠습니다.
그래, 그럼 다녀오렴. 얘는 내 마지막 남은 가족이니 내가 잘 지키고 있으마.
너는... 우리를 잘 지켜 주렴.
후후... 물론이죠. 그게 제 일이니까요.
헬레나는 서둘러 떠났다.
헬레나는 뭐 하러 갔나요?
먹구름을 쫓아내러 갔단다.
먹구름이요?
그래.
하늘의 먹구름 말인가요? 오늘은 화창한걸요?
착한 아이는 알 필요 없는 나쁜 거니까 몰라도 돼요.
아하, 나쁜 거! 헬레나가 해치울 거 말이죠?
그래, 헬레나가 우릴 잘 지켜 줄 게야.
저도 할머니를 지켜드릴게요.
그래, 그래.
어제 헬레나랑 같이 데이터베이스를 뒤져봤는데요.
할머니랑 이름이 똑같은 아주 오래된 노래를 찾았어요!
흐음... 왠지 달콤한 노래는 아닐 것 같은데?
그래도 할머니는 달콤한걸요. 들어보실래요?
그야 물론...
다녀왔습니다.
어서 돌아와, 헬레나! 수고했어!
제임스 여사, 요양원에서 즉시 돌아와 달라는 연락입니다.
누가 이 할망구한테 전화할 일이 있다고 그래?
시 병원의 연락이랍니다. 당신의 가족분들의 상태가 호전되어, 지금 깨어났다고...
그럴 리가... 내 새끼들은 다 죽었어.
날 보러 오던 길에 죽었잖아... 분명히... 아아...
어서 돌아가자꾸나! 목소리를 들어야겠어!
네, 하지만...
뭐 하고 있어, 빨리 물건 정리하지 않고! 어서 돌아가자, 어서!
네...
......
<Size=25>생신 축하드려요... 애쉬 할머니...</Size>
결국 제임스 여사도 떠나셨군.
그렇게 급하게 퇴원 신청을 하다니 말이에요... 아직 몸도 다 낫지 않으셨는데.
그만큼 가족과 만나고 싶었겠지.
여태까지 죽은 줄로만 알았으니 말이야. 그러던 중 가족이 깨어나서, 보고 싶다 하니...
가는 길에 무슨 일이 벌어져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걸?
네, 그게 가족이니까요.
하지만... 드셰브니는 어떡하죠? 제임스 여사가 퇴원하신 뒤로 계속 그 병실에서 멍하니 기다리기만 해요.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보세요, 여기 데려왔는데도 반응이 없잖아요.
원래 아동형 간호 인형이란 게 다 그런 거야. 인간보다 훨씬 순수하고, 이별과 죽음의 슬픔을 견디기 힘들어하지.
임종을 지키는 일에 특화된 인형도 주기적으로 메모리를 포맷해야 한다고.
더군다나, 드셰브니는 처음이니... 생산측에 문제 제보해서 포맷하러 보내야지.
그럴 수밖에 없겠네요...
잠시만요, 원장님.
무슨 일이지, 헬레나?
너도 임무 끝났으니 돌아가도 돼.
네, 알지만 잠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제가... 드셰브니를 사도 될까요?
뭐...? 헬레나,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는 있는 거니?
네, 알고 있습니다. 전 이미 저 자신을 살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모았어요. 드셰브니도 살 수 있죠.
물론, 적절한 신분은 없으니 거래 후에도 계속 요양원에서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요.
제값만 준다면야 인형에게 인형을 팔든 무슨 상관이겠어.
하지만 왜 굳이 그렇게 하려는 거니?
설마 너도 가족 놀이에 빠진 거야?
아뇨, 제임스 여사는 그저 수많은 손님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분이 무사히 퇴원했으니, 그분을 지키는 임무는 끝났죠.
하지만 드셰브니는 그렇지 않아요... 그 아이는 제임스 여사와 함께 지낸 시간을 보물처럼 여기고, 저와 그분을 가족으로 봤어요.
그 아이가 소중한 기억을 잃도록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인형도 그런 생각을 하는 거니?
저희에게 있어, 기억은 삶의 증거예요. 경험으로 인해, 기본 설정된 인격의 감정이 변화하고, 원래대로라면 하지 않을 선택도 하게 되죠.
인간도 그렇지 않나요?
사람마다 다르지. 물어보는 사람마다 다 다르게 대답할 거다.
아무튼, 드셰브니는 데려가도 좋아.
감사합니다.
돈은 요양원의 계좌에 입금했으니 확인해 주세요.
너무 많이 줬어, 거스름돈은 도로 가져가.
요양원에서 제공한 가격을 기준으로 드렸는데요?
드셰브니가 걱정되는 건 나도 마찬가지란다.
이래서 사람과 너무 비슷한 인형이 싫다니까...
너무 비슷하면, 나도 모르게 진짜 사람처럼 대해 주고 싶어진다고.
......
인형이 독립해서 두 명이나 먹여 살리려면 돈이 얼마나 드는지 알기나 해?
내가 드셰브니에게 주는 보너스라 생각하고, 받아둬. 그 아이도 정말 수고했잖아.
...감사합니다.
드셰브니, 가자.
......
드셰브니.
...헬레나?
지금은 DP-12야. 괜찮니?
기억났다...
그날, 애쉬 할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하늘이 무너진 줄 알았다.
진짜 가족이 돌아와서, 나는 더 이상 필요 없어져서...
아니, 그건 아니야.
그리고... 네가 날 데려갔지. 그 후의 일은 아직도 기억나지 않아.
하지만 어렴풋이... 나는 너를 부러워했고, 너처럼 되고 싶어서... 그 다음 어떻게 됐지?
그래, 내가 너를... 드셰브니를 데려갔어.
그때 넌 큰 충격을 받았어. 계속 그 옛 노래를 중얼거리면서, 그림 연습을 계속했지.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부럽다고, 나처럼 된다면 많은 사람이 자신을 필요로 해 줄 거라고, 쉽게 버림받지 않을 거라고 했어.
힘은 필요하다.
몸도 마음도, 싸움을 통해 강해져야만 해.
이건 내가 KSVK가 된 후로 가진 신념이지.
네가 떠나면서 남긴 편지에도 그렇게 적혀 있었어.
편지라고?
너는 전술인형이 되고 싶다고 했지만, 난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다면서 널 말렸어.
하지만 너는 포기하지 않고, 내가 일하러 나간 사이에 편지만을 남기고 사라져버렸어.
그래서... 날 찾으러 그리폰으로 온 거군.
예나 지금이나, 난 네가 걱정된단다.
그리고 마침내 널 찾아냈어. 내 기억이 사라지지 않는 한, 다시는 너를 떠나보내지 않을 거야.
그렇구나...
그만 돌아갈까?
당장 돌아가자.
나도 이제 슬슬...
잠깐만, KSVK.
알려 줄 게 하나 더 있어.
뭐지?
네가 떠난 뒤, 원장님께서 내게 편지를 주셨어.
......
제임스 여사가 보낸 편지야.
......
울고 싶으면 실컷 울으렴. 괜찮아.
...인형은 울지 않아.
그래, 인형에게 눈물 따윈 필요 없지.
......
봐, KSVK.
......비가 내리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