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lcon
MOD 1
날이 저물었다. 그리폰 기지도 서서히 정적에 잠기고, 기타 소리가 점점 선명하게 들려왔다.
숙소 안에서, 한 쌍의 실루엣이 음악에 심취해 있었다.
좋다~ 좋아~
CZ2000는 두 눈을 감고 선율을 따라 손가락으로 허공을 저었다. 한편 스콜피온은 카펫 위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그리고 그 둘 주변엔 간식이 잔뜩 깔려있었다.
뜨거운 햇살 하이얀 백사장이란 게 이런 느낌이겠지?
이걸 기타로 표현해 내다니, 역시 팔콘이야!
헤헤, 칭찬해줘서 고마워~
팔콘이 기타 현을 눌렀다.
그럼, 또 뭐 듣고 싶은 거 있어?
플라밍고——
재즈!
스콜피온이 감자칩을 번쩍 들었지만, CZ2000가 더 큰 목소리로 그녀의 리퀘스트를 덮어버렸다.
그리고 둘의 시선이 팽팽하게 부딪혔다.
어... 둘은 스타일이 전혀 다른데, 그러면...
칫칫칫~ 스콜피온은 맨날 그런 빠른 템포를 좋아한다니까, 딱 녀석 그 자체야.
팔콘, 그냥 재즈로 해줘.
하아? 너처럼 맨날 모르면서 아는 척 하려고 폼만 잡고 다니는 것보단 훨씬 낫지! 여기선 내 말대로 해!
흥, 네가 센스 없는 거거든.
센스 없는 게 안목 없는 것보단 낫거든요~
뭐라고오!?
평온하던 숙소 안에 갑자기 화약 냄새가 진동했다.
저기... 숙소 안에서 싸우는 건 좋지 않다구?
걱정 마, 팔콘. 스콜피온한테 존중하는 법을 가르쳐주려는 것뿐이니까!
후훗, 기관단총이 너 같은 녀석한테 고개 숙일 것 같아?
또 말싸움 시작하는구나.
팔콘은 이제 익숙하다는 듯, 기타를 안고 구석으로 몸을 피해 두 사람의 대치를 지켜보았다.
스콜피온은 사정없이 감자칩 봉지를 집어 CZ2000에게 던졌다.
상대도 전혀 주저없이 침대 위의 베개를 들어 내던졌다.
두 사람이 투척한 것들이 공중에서 포물선을 그리더니, 동시에 금방 숙소에 들어온 제삼자에게 명중했다.
퍽!
......!
......!
......
너희 둘...
앗...
아니야! CZ2000이 갑자기 기습했어!
뭐야?! 네가 먼저 도발했잖아!
두 사람이 따지기 시작하자, 막상 화내려던 EVO3도 그저 손사래를 칠 뿐이었다.
그만그만, 싸움은 나중에 하고!
모두 이리 모여, 오늘 너희에게 중요한 발표가 하나 있어.
중요한...?
발표...?
응, 좋은 소식이야. 방금 지휘관이 전달해줬어.
우리 팀의 대원이 마인드맵 업그레이드 자격을 얻었어!
마, 마인드맵 업그레이드!?
하, 누군지는 말할 필요도 없지. 분명 지휘관이 내 실력을 보고 마인드맵 업그레이드를 해주려는 거구나!
무슨 소리, 가장 업그레이드를 받을 자격이 있는 건 나지. 너는 좀 자기 분수를 알라고.
좋아, 누가 옳은지 가리려면 역시 여기서 결판을 낼 수밖에 없겠네!
원하는 바야!
둘 다 김칫국 마시지 마, 이번에 업그레이드를 받는 애는 저쪽에 있어!
또 다시 싸움 붙으려던 스콜피온과 CZ2000이 멈칫하고, EVO3가 가리킨 방향을 따라 숙소 구석을 바라보았다.
파알코온?!
에에?
내가? 마인드맵 업그레이드?
축하해!
EVO3는 팔콘의 어깨를 토닥였다.
귀하는 평소 뛰어난 성적과 빠른 성장으로 타의 모범이 되었으므로, 지휘관이 업그레이드를 수여해서 더욱더 발전하는 모습 기대하겠대.
이야아~ 노력이 드디어 보답받는구나! 메리도 참, 직접 말해줘도 되는데.
아, 그런데...
팔콘은 EVO3의 뒤를 바라봤다, 방금까지 불똥을 튀기던 둘은 입이 떡 벌어진 채 굳어있었다.
그렇지, 너희 둘!
EVO3의 대갈일성을 듣고 스콜피온과 CZ2000은 바로 차렷 자세를 취했다.
평소 서로 얼마나 대단하니 큰소리만 치더니, 팔콘이 가장 먼저 업그레이드를 받게 됐네?
뭔가 더 할 말 있니?
아... 그러네... 아하하...
생각도 못 했네, 크흠, 팔콘이 숨은 고수였을 줄이야...
아직도 핑계만 찾는다... 어휴.
아무튼 팔콘은 우리 소대에서 가장 먼저 업그레이드를 받는 인형이니까, 앞으로도 더욱 노력해야 해!
알았어~!
아 그렇지. 간만의 경사니까, 혹시 받고 싶은 포상이라도 있니? 내가 최대한 들어줄게~!
포상... 그런 것보다는 조금 특별한 방식으로 기념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팔콘은 눈을 굴리다, 품 안의 기타를 보고 퍼뜩 좋은 생각이 났다.
그렇지! 노래로 하자!
노래?
응, 지금 내 마음은 멜로디로만 표현할 수 있고, 성장의 기록은 가사로만 기록할 수 있어!
당장 작곡하러 갈 테니까, 마인드맵 업그레이드 받고 나면 신곡으로 기념하자!
오오~ 좋은 생각이구나!
칫칫칫, 젊음은 참 좋구나~!
희망으로 가득해서 활기찬 학생, 참 보기 좋구나~!
너희 둘, 무슨 영감님이니?
둘에게 눈총을 주고, EVO3는 다시 팔콘에게 고개를 돌렸다.
아무튼 그렇게 됐어. 너도 준비가 된 모양이니, 지금 바로 지휘관한테 보고하고 등록하자.
수속 절차 다 끝내면, 남은 시간은 안심하고 창작하도록 해.
으응~!
그리고 너희 둘은, 여기서 얌전히 반성하고 있으렴!
팔콘과 EVO3가 숙소에서 나가고, 스콜피온과 CZ2000은 겨우 몸에 힘을 풀었다.
......
야, 너 어떻게 생각해?
하아, 내가 아닌 건 아쉽지만, 팔콘이 업그레이드 받는 건 기쁜 일이지!
그야 물론이고! 내가 묻고 싶은 건...
그 노래 말이야!
엉?
팔콘이 새 곡으로 자신의 성장 과정을 기록한다 했잖아. 그런데 가사 중에 우리가 걔를 도와준 내용이 없으면 엄청 쪽팔리지 않겠어?
음...
조금 서운할 것 같긴 해. 모두 소중한 동료인데, 노래 가사에 우리 이야기가 없으면 큰일이지!
그런데 그렇다고 우리가 뭘 어떻게 해? 쓰지 말라고 할 수도 없잖아?
바보! 당연히 쓰는 건 쓰게 해줘야지, 하지만 어떻게 쓸지에 대해선 우리가 개입할 건덕지가 있잖아~!
그, 그 말은 설마...!?
흐흐, 좋은 생각이 있어!
숙소 등불 아래에서 두 인형은 밀담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