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lcon
MOD 3
......
팔콘은 카페 밖에서 서성이면서 드문드문 안을 엿보았다.
CZ2000과 스콜피온은 벽에 등을 붙인 채 서서, 손에는 설거지용 고무장갑을 아직도 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둘 앞에 서 있는 것은 소식을 듣고 달려온 EVO3였다.
보고 없이 훈련장에 갔다가, 또 카페에서 무전취식으로 붙잡히고...
그 소란을 부린 게 팔콘의 노래에 기록되고 싶어서였다고?
......
......
진짜 유치하네! 웃겨 정말!
저번에 둘이서 반성하라고 했지! 반성해서 얻어낸 결과가 이거니?
EVO3는 실망하며 고개를 저었다.
디저트 값은 내가 일단 내줄 테니, 너희는 돌아가서 각자 진술서 한 장씩 쓰도록 해, 알았어?
EVO3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카페를 나왔다. 그리고는 팔콘과 잠깐 마주본 뒤 한숨을 쉬며 자리를 떠났다.
그런 다음, 겨우 풀려난 두 사람도 휘청휘청 걸어나왔다.
스콜피온, CZ2000.
어?
팔콘!?
아, 어흠, 아까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 아하하하...
머쓱하게 웃던 CZ2000도 결국 김이 빠졌다.
미안... 우리 억지에 끌려다니느라 시간 잔뜩 낭비했겠지.
아차차, 너희를 나무랄 생각은 없어!
그런데 방금 EVO3도 말했지만, 너희가 그런 일을 한 이유가...
그, 그치만 어쩔 수 없었는걸!
어쩔 수 없었다니?
됐다, 솔직하게 말할게!
네가 마인드맵 업그레이드 받기 전에, 자신의 성장을 기념하는 노래를 짓겠다고 했잖아.
그런데 그 노래에 우리가 동료로서 널 도와준 얘기가 하나도 없으면 엄청 쪽팔리잖아?
그래서 이것저것 궁리해본 끝에, 쟤네가 그래도 날 도와줬으니까 하고 생각하게 만들려고 했어.
그런데 일이 이렇게 될 줄은...
......
푸훕! 반나절 동안 난리친 게 결국 그것 때문이었어?
왜, 왜... 안 돼?
되고 안 되고가 아니라... 내가 오늘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발단", 너희는 깜빡한 모양이구나.
발단...?
응~!
나, 그 일은 언제나 기억하고 있어...
......
...팔콘...
...팔콘...!
아주 오래 전, 어느 전장.
팔콘, 들리면 응답해!
응, 들려!
어두운 구석에 은폐 중이던 팔콘은 약간 허둥대며 무전을 받았다. 시각 모듈에 CZ2000의 통신창이 나타났다.
우리 목표가 나타났어, 좌표는 전송했어.
그쪽에서 보여?
멀지 않은 곳에서 CZ2000이 자신에게 손짓하는 것을 보고, 팔콘은 조준경의 각도를 조절했다. 좌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약 100m 거리에, 거대한 몸집의 기계병기가 포착되었다.
보... 보여...!
좋아. 팔콘, 이제부터 네 차례야~!
으응...!
괜찮겠어, 팔콘? 너 목소리가 떨리는데, 긴장한 거야?
아...
그야 팀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나서는 작전이니까. 네가 얘 입장이었어도 긴장할걸!
하, 나였음 당장 달려나가서 저 무쇠딱지에게 기관단총의 위력을 보여줬지!
하여간 단순무식이야...
팔콘, 딴 건 무시하고 너의 임무를 완수해!
응, 오늘 반드시 성과를 올릴게!
...심호흡...릴랙스...
하지만 자신을 다독일수록, 팔콘의 두 손은 더 심하게 떨릴 뿐이었다.
타앙!
총알이 가느다란 궤적을 그리며, 목표물을 향해 날아갔다...
......
어라!? 저녀석 안 맞은 거 같은데?
방금 사격으로 녀석이 눈치를 챘어! 지금 우릴 수색 중이야, 빨리 은폐해!
아차...!
타앙!
다급함에 팔콘은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팔콘, 사격 멈춰! 그러다 위치를 들켜!
......!!
CZ2000이 경고한 대로, 팔콘은 조준경 너머로 상대가 자신을 똑바로 노려보고 있는 것을 알아챘다.
크, 큰일이다...!
자신이 노출된 것을 인지한 팔콘은 빨리 이동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순간 이미 유탄 한 발이 바로 옆에 떨어졌다——
콰앙!
팔콘은 폭발로 내동댕이쳐졌고, 그 충격파로 팔콘의 시각 화상이 잠시 일그러졌다.
그녀가 땅을 짚으며 몸을 일으키려 할 때, 적은 이미 코앞까지 다가와 시커먼 포구를 그녀의 머리에 겨누고 있었다.
순식간에 사냥감은 굶주린 늑대가 되고, 사냥꾼은 도살 직전의 양이 되었다...
펑!
어!?
팔콘이 눈을 뜨자, 주변이 연막에 뒤덮여 있었다.
쉬잇...! 신호 꺼!
이쪽으로!
스콜피온과 CZ2000이 연막을 뚫고 들어와, 양옆에서 팔콘의 팔을 한 짝씩 끼고서 그녀를 살짝 멀리 있는 폐허 안으로 끌고갔다.
......
CZ2000은 벽돌 틈새로 그들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기계병기를 엿보다가, 몸을 돌려 팔콘의 부상을 확인했다.
...다행이야, 이 정도면 심한 부상은 아니야.
미, 미안해, 나 실패했어...
그렇게 말하지 마, 까다로운 상대니 그럴 만하지!
팔콘, 계속할 수 있겠어?
어...
방금 전의 갑작스러운 폭발에 잠시 잊고 있었지만, 팔콘은 자신의 두 손이 아직도 심하게 떨리는 것을 눈치챘다.
뭐어, 처음 전장에 나서자마자 이런 위험을 마주쳤으니, 그런 증상이 생겨도 이상할 것 없지.
미안해....
팔콘, 우리 둘은 적을 견제하는 게 고작이야. 너의 화력이 꼭 필요해.
하, 하지만... 만약 이번에도 또...
방금 빗나간 저격을 떠올리니, 팔콘은 자신감이 없어졌다.
그럼 뭐 어때?
어?
팔콘, 아직 싸움은 안 끝났어. 아직 기회가 있어.
잊지 마, 우리는 셋이서 한 팀이야. 너 혼자서 모든 부담을 짊어질 필요 없어.
맞아! 한두 발 빗나가면 뭐 어때, 몇 발 더 쏘면 될 거 아니야.
실패를 무서워하지 마, 우리 같은 동료들이 너랑 함께니까!
얘들아...
......
잠깐 침묵하고서 팔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눈동자에는 조금 더 큰 결의가 담겨있었다.
나, 좀 더 해볼게!
하지만... 맞추지 못하면 또 아까처럼 바로 나를 노릴 텐데...
팔콘이 걱정하는 것을 듣고, CZ2000과 스콜피온은 눈빛을 교환한 뒤 웃었다.
그건 우리한테 맡기라고!
폐허 바깥, 기계병기는 여전히 셋의 종적을 찾고 있었다. 이때 CZ2000과 스콜피온의 신호가 놈의 레이더 범위에 나타났다.
칫, 바로 들켜버렸네!
진짜 찰거머리 같은 녀석이야.
흥! 배짱 있으면 와보라지, 고철덩이로 만들어주겠어!
도발이 먹혔는지, 기계병기가 곧바로 둘을 추격해왔다.
둘은 억지로 상대하지 않고, 뒤로 물러나며 거리를 벌렸다.
팔콘, 목표 유인했어! 이제 움직여!
알았어!
팔콘은 무기를 들고 다른 감제고지를 찾았다.
그리고 반쯤 허물어진 벽 뒤에 숨어, CZ2000과 스콜피온을 뒤쫓고 있는 적을 십자 조준선에 맞췄다. 목표물이 쉬지 않고 움직였기 때문에 팔콘은 최대한 예측 사격을 해야 했다.
......
타앙!
......
팔콘, 빗나갔어! 아직 팔팔해!
소, 속도가 너무 빨라! 다시 쏴볼... 앗!
방금 전 사격이 역시나 기계병기의 경계심을 일으켰다. 팔콘은 조준경을 통해서, 상대가 엄폐물을 넘나들면서 다시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큰일이다...!
목표물이 엄폐물 사이를 빠르게 움직여 더욱 포착하기가 어려워졌다.
방금 간담이 서늘해졌던 경험이 떠올라, 팔콘의 손이 다시 떨려왔다.
역시... 안 되는 걸까...?
......
어딜 가려고!!
에?
100m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급박한 화력투사가 펼쳐졌다. 팔콘이 고개를 들어보자, 두 사람이 건물 잔해에 의탁한 채 기계병기의 이동을 가로막고 있었다.
CZ2000!? 스콜피온!?
놀라지 말라고, 내가 오늘 기관단총이 어떤 건지 보여주겠어!
오늘 나 팔콘한테 엄청 폼나게 보이겠지?
적은 두 사람의 화력이 결코 무시할 수 없음을 인지했는지, 화력을 둘에게 집중했다.
포화가 그 둘이 숨은 엄폐물을 무자비하게 허물었지만, 두 작은 인형은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
팔콘, 아직 싸움은 안 끝났어. 아직 기회가 있어.
잊지 마, 우리는 셋이서 한 팀이야. 너 혼자서 모든 부담을 짊어질 필요 없어.
맞아! 한두 발 빗나가면 뭐 어때, 몇 발 더 쏘면 될 거 아니야.
실패를 무서워하지 마...
아직 동료들이 함께니까...!
......
팔콘은 동료들의 뒷모습을 보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녀는 빈 탄피를 빼내고 총을 들어, 조준점을 목표물에 단단히 고정했다.
맡겨줘.
타앙!
......
그렇게 나는 겨우 용기를 내서 그 강적을 쓰러뜨렸어.
아하하~ 지금 떠올리니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네~!
그렇게 말하니까 나도 생각났다... 떠올려보니까 나 좀 멋졌던듯?
내, 내 멋진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구나~!
물론 기억하지!
내가 녀석을 쓰러뜨릴 수 있었던 건 너희가 있어서니까!
너희가 나를 엄호하기 위해 나섰기 때문에, 나는 용기를 내서 적을 해치울 수 있었던 거야!
우리...
덕분...?
으응~! 그날 이후로 너희가 강적에 맞서던 뒷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아직 약하구나, 더 강해져야겠다 하고 느꼈어.
그래서 나는 계속 너희를 롤모델로 열심히 훈련해서, 언젠가 너희의 뒷모습을 따라잡으려고 했어!
이게 내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 우러난 제일 솔직한 생각이야, 마인드맵 업그레이드를 받아도 절대 변하지 않아!
......
......
......
...저기, 뭐라 말 좀 해주면 안될까?
갑자기 조용해져서 나 좀 민망한데...!
나, 난... 자괴감이 들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에에!?
설마 네가 우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었다니, 그런데 우리는... 크흑...!!!
우, 울 것까진 없잖아...?
격식 때문이야! 격식! 아까까지 네 노래에 이름을 남기겠다 생각한 건 역시 너무 유치했어!
대원으로서, 생사를 함께하는 전우로서 우리도 너와 함께 성장했어야 하는 건데!
맞아맞아!
CZ2000... 스콜피온...!
후우... 속마음을 이야기하니까 개운하다~!
앞으로는 우리 서로 도우면서 함께 나아가자!
팔콘이 오른손을 내밀고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스콜피온과 CZ2000도 눈물을 멈추고 웃으며 손을 그 위에 겹쳤다.
힘내자~ 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