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2
MOD 1
그리폰 기지, 지휘관의 사무실.
깔끔하게 정돈된 이 사무실에 앉은 지휘관은 지금 무거운 표정과 심각한 눈빛으로 앞의 인형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지휘관과 그녀 외에 사무실엔 아무도 없었다. 오늘 당직 부관인 스프링필드마저 "차를 끓이러" 자리를 비운 상황이었다.
......
지휘관이 이토록 날카로운 시선으로 휘하 인형을 주시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 게다가 그녀를 해체해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일은 사실상 없다시피 했다.
............
침묵으론 절대 해결되지 않은 일이기에, 결국 지휘관이 먼저 입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확인하겠어, EM-2. 너 지금 농담하는 거 아니지?
......
마주앉은 EM-2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휘관이 질문을 망설인 것에 비해, 그녀의 대답은 바로 돌아왔다.
네.
지휘관은 숨을 깊이 들이쉬고, 의자에 등을 기대 조금 텁텁한 눈주변을 문질렀다.
그럼... 처음부터 말해보자.
네가 FAL을 살해한 자초지종에 대해서.
...네.
......
............
그리폰 기지, 심야.
딸깍.
스크린이 은은한 빛이 앞에 선 인형, EM-2의 무표정한 얼굴을 비췄다. 조작 키보드를 가볍게 두드리는 그녀의 손가락은 거의 소리를 내지 않았다.
삐.
......
마지막 키를 입력하자, 보안 카메라 감시 화면이 깜빡이더니 무한한 반복재생을 시작했다.
EM-2는 화면에서 시선을 떼고 경비실을 나섰다.
......
............
인형 숙소.
끼익...
목제 문짝이 열리는 순간 가벼운 마찰음을 냈지만, 방의 인형들은 여전히 휴면 모드에 빠진 채 다가오는 위기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휴면 중인 FAL에게, 인형들의 실루엣이 드리웠다.
.....
철컥.
탕!
......
............
......
부웅——
그리폰은 오늘도 평소처럼 여명을 맞았지만, 누군가는 어젯밤 영원한 잠에 빠지고 말았다.
......
............
현장 발견 경위 다시 진술해 주렴.
......
59식은 의자에 앉아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오오, 오늘 FAL이랑 같이 훈련장 가기로 약속했어요오...
원래는 훈련장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질 않길래, 숙소를 찾아갔더니...
문도 안 잠겨 있어서... 드, 들어가 보니까...
59식이 입술을 깨물었다.
FAL이 침대 위에 누워 있었는데... 이마와 가슴팍에 하나씩 구멍이 뚫려 있었어요... 과열 반응도 없던 걸로 봐선 파괴된 지 좀 오래된 것 같았어요...
......
지휘관은 턱을 약간 숙이고 옆에 있는 인물에게 고개를 돌렸다.
어떻게 생각해?
총상 2개, 하지만 경보가 울리기는커녕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틀림없이 소음 무기를 썼고, 상흔으로 보아 격발은 매우 가까이서 발생했습니다.
특히, 소체가 현장에서 이동한 흔적은 없었어요. 숙소가 범행 현장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EM-2는 고민하며 사건을 기록 중이던 펜끝을 깨물었다.
일단은 범인이 직접 FAL의 방으로 들어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해도 되겠죠...
더 많은 단서는 현장을 더 면밀히 조사해 봐야 해요.
알았어. FN 소대는 당분간 다른 방을 쓰게 할 테니 필요한 일 생기면 내게 연락해.
조사팀은 너와 아직 복귀 중인 P90뿐이니 조심하고.
네.
지시를 내린 지휘관이 인형들에게 손짓하고 떠나려 했다.
저기, 지휘관님!
응?
저기... FAL은, 어떻게 됐어요?
너무 걱정 마렴, 코어는 안 다쳐서 지금 의무실에서 수복 중이니까.
며칠 지나면 다 나을 거야.
59식은 그 말을 듣고서야 간신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옆의 EM-2를 힐끔 보니, 여전히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이었다.
항상 자신을 피해 다니는 그녀에 대해, 59식은 어느 정도 낯설기도 하고 거리감도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가 한시라도 빨리 FAL을 해친 범인을 밝혀내길 진심으로 기원할 뿐이었다.
......
......
——지휘관에겐 나만 있으면 충분한데!
...지금은 성대모사할 때가 아니에요.
그런데 지금 그거, 누굴 따라한 거예요?
글쎄? 기억 안 나.
상황은 어때?
늦게 찾아온 P90은 사건 현장인 숙소로 들어와 코를 훔치며 EM-2에게 물었다.
......
EM-2는 P90이 엿볼 새도 없이 손에 쥔 필기장을 덮고서 고개를 저었다.
심각해요.
엥? 그렇게 단서가 없어?
그런 뜻이 아니라요.
기초적인 검사를 하고 보안 카메라 영상과 출입 기록도 확인했는데...
전혀 이상 없었어요.
범인이 유령이거나 하지 않으면 말이지이...
즉, 누군가 보안에 수작을 부렸단 것이죠.
EM-2는 최대한 담담히 말했다.
심각성을 깨달은 P90도 표정이 진지해졌다.
...내부자가 범인일 수 있다?
아직 단언할 순 없지만, 가능성이 높아요.
외부자가 이만한 고생을 하고 기지로 침투했다면, 적어도...
...지휘관이 목표여야 수지타산이 맞을 테죠.
으음... 이 일은 당분간 공표 못하겠네 그럼. 성질이 아주 고약한 사안이야.
지휘관한텐 보고했어?
아직이요. 수사 범위를 좀 더 좁힌 뒤, 혹은 좀 더 확신이 생긴 다음에 전해드리려고요.
아주 심각한 고발이 될 테니 경솔하게 움직이고 싶지 않아요.
FAL의 최근 인간관계는 조사해봤어?
전혀 이상 없어요, 최근 3개월 이내 누군가와 크게 마찰을 빚은 적도 없고요.
최근 발생한 언쟁이라 해봐야 Five-seveN과 다툰 것 정도예요.
하지만 그것도 2주 전 일에, 둘은 이미 화해해서 FAL이 카페에서 Five-seveN에게 초콜릿 선디를 사 주기까지 했더군요.
흐음...
사건 발생 추정 시각대는? 보안 영상은 어떤데?
어젯밤 9시부터요. 제가 검사하기 전까지 보안 카메라가 똑같은 영상을 반복 재생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 사이의 시간이 너무 길어서 거의 모든 인물들이 관계된 것이나 마찬가지라 범위를 좁힐 수가 없어요.
......
P90이 콧등을 문질렀다.
그럼 제일 쉬운 방법은 조사해봤어? FAL의 데이터를 조회해서 언제 기능이 정지됐는지 말이야.
불가능해요. 엄밀히 말하자면, 그녀는 지금도 정상 작동 중이에요.
총알 2발 중 한 발은 데이터 중추를, 다른 한 발은 동력 전환 모듈을 파괴했어요. 하지만 마인드맵 코어는 건드리지 않았죠.
인간에 비유하자면 식물인간 상태가 된 거예요.
흐으음... 그렇다면 내부자 소행이란 추측에 더욱 신빙성이 더해지는군...
범행 수단부터가 우리 조사팀에 대해 아주 잘 아는 사람 같아.
네... 그래서 조사팀 중 외근 중인 분들도 조사해봤어요.
하지만 모두 해당 시간대에 임무 등으로 알리바이가 확실해요.
가장 가까운 리엔필드 씨도, 기지로 복귀하려면 최소 이틀은 소요되니 물리적으로 범행을 저지를 수 없어요.
우와아 피도 눈물도 없네...가 아니라, 지금 나 놀리는 거야?
가벼운 조크였어요,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도 머리가 안 돌아가잖아요?
아무튼 저는 이어서 다시 최초 목격자와 현장 발견자를 취조할 생각입니다.
그래, 한 번 더 물어보는 게... 응?
그런데 괜찮겠어? 너 걔랑 사이 별로 안 좋은 걸로 아는데.
그러니까, 네가 걔를 어떻게 부르더라...
"60-1"식?
......
고개를 숙이고 필기장에 적었던 59식의 증언을 보는 EM-2의 표정에서는 전혀 감정이 읽어내지지 않았다.
...기지 내에서 내부자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상해 사건이 발생했으니 조사를 최우선으로 해야죠.
사사로운 감정은 접어 두고요.
다시 필기장을 덮고, EM-2이 먼저 FAL의 숙소를 나섰다. P90은 그 뒤를 따라 문턱을 넘으며 숙소의 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