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2
MOD 2
그리폰 기지, 지휘관의 사무실.
지휘관은 그날 아침 자신이 그 사건을 막 전달받았을 때의 분노가 다시 떠올랐다.
특히, 당시 눈앞에 떡하니 있는 "범인"에게 조사를 전권 위임해 버렸다니.
네가 탐정 클럽의 멤버라서 범인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어.
...그 시점엔 저도 몰랐어요.
뭐? 그게 무슨 뜻이야?
EM-2는 한숨을 쉬었다.
저도... 조사 과정에서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
사건 발생 1시간 후, 그리폰 기지의 복도.
그러고 보니, 60-1식은 무슨 계기로 FAL과 가까워진 걸까요?
제 말투 따라하지 말아 주실래요? ...저도 몰라요.
그 둘 사이엔 이렇다 할 교접점이 없어서, 어떻게 함께 훈련 약속까지 잡는 관계가 되었는지 모르겠어요.
혹시 걔를 의심하는 거야?
아뇨, 조금 의문이 드는 정도예요. 그녀에겐 범행 동기랄 만한 것도없고, 중앙 상황실 출입 권한도 없는걸요.
...무엇보다, 그녀가 범인이라도 구태여 최초 발견자임을 밝히는 건 비합리적이에요.
두 인형은 다른 숙소 앞에 멈춰섰다. 그런데 EM-2가 망설이니, P90이 먼저 노크했다.
가요오...
문이 열리자 안색이 눈에 띄게 초췌한 59식이 모습을 드러냈다.
FBI! OPEN UP!
......!
59식은 P90의 농담을 듣지 못했다. 한 순간 EM-2이 내비친 간담이 서늘해지는 살기 때문에.
하지만 놀라서 눈을 깜빡이니 보인 것은 평소처럼 냉담한 EM-2의 모습이었다.
......왜 그랭?
모처럼 준비한 농담에 아무런 반응도 없자, P90은 당황했다.
FAL에 관해서 묻고 싶은 일이 있는데, 안에 들어가도 될까요?
아... 어, 그, 그래...
그냥 착각이겠지?'
59식은 옆으로 길을 비켜 둘을 안으로 들였다.
FAL의 방과는 전혀 다른 59식의 침실은 그녀의 개성이 더욱 두드러졌다.
벽에는 색 바랜 "福"자 포스터가 붙어 있고, 침대 머리맡의 협탁에 놓인 어항에는 거북이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EM-2는 눈앞의 이화목 걸상을 보다, 고개를 돌려 다른 쪽의 그리폰 제식 사무 의자에 앉았다.
그래서, 무슨 질문? 내가 아는 건 이미 전부 지휘관한테 말했는걸.
P90이 EM-2를힐끗 보고 자신이 먼저 심문하려 했지만, EM-2이 먼저 입을 열었다.
먼저 오늘 아침 당신이 FAL을 찾아간 일부터 이야기할까요?
당신이 언제부터 FAL과 사이가 그토록 좋았죠? 예전엔 비교적 소원한 관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EM-2의 심문 방식은 59식에게 생리적인 불쾌감을 줬지만, 그래도 성질을 참고 대답했다.
그냥 우연한 계기였어.
내가 어제 훈련장에서 훈련하다 잘 안 풀리는 점이 나와서, 욱하는 성질 올라와서 좀 세게 날뛰었거든?
그러다 결국 좀 다쳤는데 마침 사격장에 있던 FAL이 날 자기 침실로 데려가서 임시 수리도 해 줬어.
그리고 내가 나갈 때 오늘 같이 훈련하자 했고.
나한테 훈련하면서 조언을 해 주겠다면서...
EM-2는 담담하게 한 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런데 오늘 아침 훈련장서 세월아네월아 기다려도 오질 않길래, 숙소에 가봤더니...
59식은 또 침대 위의 싸늘해진 FAL을 발견했을 때가 떠올라 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건 이미 들었어요.
제가 지금 묻고 싶은 건――
당신은 어제, FAL의 숙소를 방문했단 말인가요?
응.
그게 언제였죠?
대충... 으으음... 훈련장을 떠날 때가 대충 밤 11시였고, FAL네 숙소에 또 한동안 있었으니까...
내가 거길 나선 시각은 아마 12시 자정 정도였을 거야.
EM-2와 P90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 동시에 일어났다.
협조 감사합니다, 질문은 이만 마칠게요. 저희는 이만 조사를 계속하러 가보겠습니다.
...엥? 그걸로 땡?
이걸로 땡! 큰 도움이 됐어 60-1식!
뭣, 뭐...?
P90은 어리둥절해하는 59식의 어깨를 웃으며 두드리고, EM-2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제가 조회한 영상에선 59식이 FAL의 방을 출입하는 장면이 없었어요.
범인은 하루치 기록을 통째로 덮어씌웠으면서 아무래도 누가 어젯밤에 FAL의 숙소에 들릴 줄은 몰랐던 거 같네!
범행 시간을 밤 12시 이후로 한정한다면 용의자 범위를 훨씬 좁힐 수 있겠다!
정보 센터로 가서 어제 자정 이후의 사람들의 행적을 조회할게요.
당신은 지휘관님께 가서 현재 조사 진도를 보고해 주세요. 범인이 내부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에 관해, 지휘관님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실 수 있도록.
OK~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P90의 표정이 조금 진지해졌다.
만약 정말로 내부자의 소행이라면...
지금 녀석은 분명 사건 조사 중인 우릴 지켜보고 있을 거야. 너도 조심해야 해.
...네.
EM-2는 고개를 끄덕이고, P90에게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그런데 몸을 돌리는 순간, 그녀의 얼굴엔 먹구름이 드리우고 무기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
중앙 상황실.
딸깍딸깍딸깍...
스크린이 은은한 빛이 앞에 선 인형, EM-2의 무표정한 얼굴을 비췄다. 조작 키보드를 가볍게 두드리는 그녀의 손가락은 조금 어지러운 타자음을 내고 호흡도 가빴다.
삑.
그녀의 동공이 약간 수축했다.
시간 범위를 확정하자, 스크린에 출력된 명단은 훨씬 짧아졌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은 명단 가장 끝, 그녀에게 더없이 익숙한 이름에 고정됐다.
"EM-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