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41
MOD 2
그리폰 기지의 지휘실.
미간을 좁힌 채, Kar98k는 넋이 나간 표정인 "MP41"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무슨 일 있나요?
아뇨, 아무 일도 없어요 선배...
......
부인하는데도 Kar98k는 다가와, 예리한 눈빛으로 MP41의 눈을 들여다봤다.
저한테 숨기는 일이 있군요?
아, 아뇨오...?
그럼 왜 눈을 피하죠? 그 하드 디스크, 정말 제자리에 돌려놨나요?
기세에 눌린 캐서린은 결국 마인드맵 공간으로 도망쳤다.
체인지! 체인지! 나 저런 사람이랑 상성 극악이야!
선배님 직감이 끝내주긴 하죠.
조심해, 절대 들켜선 안 돼!
걱정 마십쇼 선생님!
교대한 MP41이 슬그머니 고개를 떨구고, 금방이라도 닭똥같은 눈물을 흘릴 것처럼 슬픈 척했다.
그게요... 슬퍼서요...
슬프다니, 왜요?
제가 그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하드 디스크 때문에 그렇게 큰 대가를 치렀다는 게 너무 어이없고 꼴사나워서요...
처음 있는 일도 아니잖아요.
윽...
위로 향하고자 하는 야망이 나쁜 것만은 아니죠. 다만, 누가 그걸 약점삼아 당신을 휘두르게 두어서는 안 됩니다.
네에...
그리고, 오늘 밤엔 새 임무가 있잖아요? 활약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줄게요.
가, 감사합니다 선배!
그 임무 말인데요, 구체적으로 뭘 하는 건가요?
콜트 워커를 도와 패러데우스의 실험실에서 정보를 입수하는 임무입니다.
상세 사항은 출발할 때 전달할 예정이에요.
넵! 그럼 먼저 준비하러 가보겠습니다!
들었어요 선생님? 아무래도 우리의 거래를 금방 달성할 수 있을 거 같은데요.
......
선생님?
...그, 콜트 워커란 녀석 말이야.
우리가 도와줘야 하는 그 인형 말예요?
뭐 아는 거 있어? 프로필이라든가.
물론입죠! 기지의 인형이라면 한 명도 빠짐없이 있다고요!
그 녀석은 안 그래도 비밀이 있는 거 같아서 특별히 엄청 오래 관찰했다고요...
MP41이 자신의 기록 노트를 꺼내 건네자, 캐서린은 코를 박고 열심히 그걸 읽기 시작했다.
...꽤 폭넓게 잘 조사했네.
근데, 지휘관한테 짝퉁 술을 비싸게 팔아 치운 것까지 기록할 일이야?
당연하죠! 이런 약점은 중요한 때에 빛을 발한다고요.
노트를 내려놓은 캐서린은 저 "콜트 워커"가 바로 매기임을 확신했다.
정비 내역과 소체 진단 기록으로 보아, 그녀는 마인드맵이 정상이고 기억도 전부 온전하게 갖고 있었다.
그런데... 다 기억하면서 왜 날 찾지 않았어?
왜 혼자서 새 삶을 시작한 거야?
선생님? 콜트 워커를 보고 나서부터 자꾸 멍때리시는데 무슨 문제 있나요?
......아니.
그냥 앞으로의 협력 상대를 관찰하는 거야.
아하! 그랬군요!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할까요?
그 인형이 이번 임무의 핵심이니, 한 번 접근해봐야지...
접근이라...
설마, 콜트 워커가 정보를 얻으면 그 공을 몽땅 가로채려는 건가요?!
응 맞아~
터무니없는 짓이군요... 마음에 들었어요!
거의 똑같이 생긴 두 얼굴이 동시에 교활하게 웃었다.
매기랑 연결되기만 해봐, 이 녀석 갖다 버릴 거야!
공을 세우기만 해봐, 기술부 가서 이 바이러스 없애버릴 거야!
작전 지역으로 향하는 수송기 안.
Kar98k가 소대 멤버들에게 임무 정보를 공유했다.
여러분, 이번 임무의 목표는 콜트 워커의 패러데우스 실험실 잠입 및 정보 획득 지원입니다.
우리가 실험실을 지키는 병력의 주의를 끌어, 콜트 워커가 잠입할 틈을 만들어야 해요.
전력으로 전투에 임하는 게 아니라, 적당히 놈들의 주의를 끌기만 합니다.
Kar98k가 "MP41"을 보면서 마지막 말을 강조했고, "MP41"은 알았다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작전 지점의 지형도와 적의 정보를 보냈으니 확인하세요.
구체적인 전투 계획은 상황에 따라 조정할 테니 통신 유지하고요.
알았어요.
알겠습니다!
넵!
브리핑은 여기까지. 준비하세요.
소대원들이 각자 정비하기 시작하면서 적막이 찾아왔다.
그런 와중, "MP41"은 Kar98k의 너머로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 콜트 워커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선생님, 저 사람한테 접근하는 거 아니었나요?
응, 어떻게 접근할지 생각 중이었어.
그냥 시작은 인사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전장에서 녀석의 뒤를 밟는 거죠!
쉿, 적당한 인사말을 생각 중이야.
선생님... 여태까지 계획 세울 땐 막힘없이 술술 잘하시더니 왜 저 녀석 상대론 쓸데없이 고민하는 거예요?
......
곧 목적지에 도착하는데...
하는 수 없지, 선생님은 큰 일에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타입인가 보죠 뭐! 이런 사소한 일은 저한테 맡기세요!
뭐? 아니 잠깐——
MP41이 소체 권한을 빼앗았다.
엔진음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갑자기 MP41이 벌떡 일어서더니, 성큼성큼 콜트 워커에게 걸어가 그대로 옆에 털썩 앉았다.
안녕하세요, 콜트 워커 씨.
음? 안녕, 무슨 일이야?
제가 워낙에 솔직한 성격이라서 말이죠,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게요. 왜——
캐서린이 소체 권한을 빼앗았다.
뭐가?
——왜...
저는 술 안 주세요?
하하, 자.
그 말을 들은 콜트 워커가 피식 웃더니 마술처럼 어디선가 잔을 꺼내 술을 따랐다.
고마워요.
그래서, 겨우 그 한 잔 얻어 마시려고 왔어?
......
캐서린은 빠르게 머리를 굴리면서, 익숙한 손놀림으로 소금과 레몬을 받아 데킬라를 마셨다.
오, 드디어 그리폰에서 술 마실 줄 아는 녀석을 만나네.
실은 말이죠... 오래전부터 얘기를 좀 나눠보고 싶었어요.
음? 왜?
왜냐면요... 제 친구랑 되게 닮았거든요. 정말 사이 좋은 친구요.
그 말에 콜트 워커는 또 피식 웃더니 MP41과 건배했다.
우연이네, 내 절친한 친구도 너와 같은 모델의 소체를 썼거든.
...정말요?
응, 지금 술 마시는 모습도 닮았고.
그럼... 그 친구는 지금 어디 있어요?
순간 콜트 워커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캐서린은 이제 자신의 마인드맵이 추락해 산산조각이 나던가, 아니면 따뜻하게 감싸이던가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콜트 워커가 머뭇거리며 입을 연... 그때.
캐서린의 어깨에 손이 얹어졌다.
MP41, 작전 회의예요.
...네.
아쉽게 됐네. 다음에 얘기하자고.
...네.
곧 하강 지점에 도착합니다. 각 인원의 임무를 배정하겠어요.
G43은 콜트 워커를 호위하고, 잠입한 후에는 적의 동향을 주시하세요.
네!
StG44는 두 사람의 엄호를.
알겠습니다. 카라비너 씨 쪽도 같이 엄호할까요?
지원이 필요할 때 연락하겠습니다.
MP41은 저와 함께 적의 주의를 끕니다.
...네.
캐서린의 마음이 복잡해졌다. Kar98k의 배치대로면 콜트 워커와 완전히 떨어지게 된다.
게다가, 대책을 강구하기도 전에 Kar98k가 옆에 와서 앉았다.
MP41, 상태가 이상하네요. 무슨 문제 있나요?
...아뇨, 선배.
그렇군요. 저는 있답니다.
갑자기 콜트 워커에게 접근한 이유를 알고 싶어요.
그냥... 친구 하나 더 사귀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요. 그렇게 말하시니 저도 궁금해지네요, 왜 선배는 자꾸 이렇게 저를 신경쓰세요?
Kar98k가 고개를 돌려 "MP41"을 똑바로 바라봤다. 캐서린의 눈에, 그녀의 눈은 물결 하나 일지 않는 잔잔한 호수 같았다.
......
당신은 잊어버렸지만, 우리가 처음 함께한 그날 당신이 말했어요. 저와 함께하면서 저의 공적을 널리 알리는 증인이 되겠다고.
캐서린은 곧장 마인드맵 공간으로 돌아가 MP41을 붙들고 흔들었다.
야! 저거 뭐라 대답해?!
몰라요 저도 기억 없어요!
그때 박살나서 백업 전의 기억밖에 없다고요!
쓰읍...
그, 그래도 지금 카라비너 선배가 말한 건 제가 날카로운 관찰력과 결연한 판단력으로 철혈 중에서도 제일가는 엘리트인 게이저를 처치한 그 전투일 거예요!
기억 없다며?
과정의 기억이 없을 뿐이지 제가 이 한 몸 바쳐 처치했다는 결과는 들었으니까요!
유감스럽게도 당사자인 제가 기억을 잃어서 아무도 제 말을 믿어 주지 않지만요.
카라비너 선배가 증인인데 다들 그냥 절 위해 그렇다고 말해 주는 걸로 여겨서...
맞겠네 그럼.
아니라니까요! ...아마도.
그래서 뭐라고 대답해?
제가 둘러대게 비켜봐요.
선배도 알잖아요, 전 그 기억 없는 거.
알아요. 하지만 당신이 기억하지 못해도 상관없어요.
지금까지 말할 기회가 없었는데, 사실 그 전투에서...
전투에서...?
저는, 비록 공을 세우려는 것이었긴 해도, 당신의 용기와 의지를 봤어요.
목적이야 어쨌든 그것은 전사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소질이에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당신은 우수하고 정의로운 전술인형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선배...
마인드맵까지 들리는 MP41의 감동에 젖은 훌쩍임에 캐서린은 슬슬 짜증이 났다.
그래서, 저는 당신이 저의 소대에서 계속 성장하고 나아갔으면 해요. 그럼 언젠가는...
미래에는?
어쩌면 당신도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엘리트 전술인형이 될 수 있겠죠.
그렇게 계속 저와 함께할 수도, 아니면 당신만의 소대를 꾸릴 수도 있을 테고요.
물론 저는 그걸 막지 않을 겁니다.
...제가요?
네. 만약 당신이 원——
열심히 하겠습니다 선배!
말만 하세요 뭐든 할게요!
...마음을 가다듬고, 우리와 함께하면서 계속 스스로를 연마하길 바라요.
선악이 불분명한 자들과 어울리지 말고요.
그건 당신의 길이 아니에요.
네!
감격과 기쁨에 취해, MP41은 마인드맵에서의 한숨을 듣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