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41
MOD 4
쿠르릉...
하얀 병사들은 점점 더 포위망을 좁혀 왔다.
하얀 병사들의 우두머리가 두른 하얀 천이 금방에라도 Kar98k의 몸에 닿을 듯할 정도로.
Kar98k는 포위한 적을 침착하게 사격하면서 소대원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해 주려 했다.
완전히 포위당했어요!
돌파 가능한 경로도 전부 놈들이 점거했어요...
......
전술 태블릿을 슬쩍 보니 콜트 워커는 이미 안전하게 퇴각한 상태로 보여졌다.
이에 Kar98k가 조금이나마 안심한... 그때.
선배애애애애!!!
...왜 이렇게 잘 들리죠? 분명 전파 교란 때문에 통신이 어려울 텐데?
글쎄요 거리가 가까워서려나요!
제가 콜트 워커와 함께 퇴각하라 하지 않았나요?
그러면... 그러면 저만 더 활약을 못하잖아요! 그건 싫어요!
제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저 말고 여러분만 지휘관님께 칭찬받는다뇨!
......
MP41의 MP41다운 말에 Kar98k은 복잡한 심경으로 한숨을 푹 쉬었다.
그래서, 계획이 뭔가요?
콜트 워커가 정보가 든 하드 디스크의 가짜를 만들어서 서프라이즈도 넣어 놨대요.
제가 놈들한테 훔친 걸 돌려주겠다고 속여서 저 하얀 니토한테 접근할게요! 그럼 녀석은 분명 디스크의 내용을 확인할 거예요!
녀석이 디스크를 읽어들이는 순간 바이러스에 감염될 거고, 그럼 그때 반격해요!
......
그때의 기억이 없어도 당신은 당신이군요.
오? 제가 게이저도 이런 식으로 물리쳤어요?
그런데, 왜 하얀 니토가 당신을 바로 죽이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죠?
왜냐면요... 저쪽도 세워야 할 공이 있을 테니까요.
결산일이 코앞인데 실적 쌓아둔 게 없는 사람의 마음은 제가 제일 잘 알아요.
......
그러니까 선배, 좀만 더 부탁할게요!
또 통신이 뚝 끊겼다.
이를 모르는 G43은 적의 화력에 밀려나 황급히 Kar98k에게 외쳤다.
대장, 곧 탄약 바닥나요! ...엥? 왜 웃고 계세요?
드디어 기지에 연락이 닿았나요?! 지원 온대요!?
아뇨, 미안해요. 하지만...
지원은 오고 있어요.
......
저질러 버렸으니까 이번에 실패하면 진짜 그리폰으로 못 돌아가요!
걱정 마, 내 실력은 너도 이미 알잖아.
MP41은 손에 쥔 하드 디스크를 다시 봤다.
이 안에 콜트 워커가 빼낸 정보의 일부랑, 내 백업과 같은 방식인 프로그램을 넣었어.
놈이 이걸 읽어들이는 순간 바로 바이러스에 감염될 거야.
그리고 그게 지휘 네트워크를 통해 퍼져서 부하들까지 모조리 감염되고요?
예상대로 된다면.
아니 잠깐만요 왜 확신이 없어요?!
지금 설명한 게 다 경험에 의한 거지만 저런 것들이랑은 실제로 안면을 튼 적이 있어야지.
......
……
질문 있어요.
뭔데?
왜 돌아왔어요?
돌아오다니?
콜트 워커가 바로 그 협력자죠?
제 소체를 장악하고 협력자도 다시 만났는데, 왜 돌아와서 절 풀어줬냐고요.
......
의외로 관찰력이 뛰어나네.
대답해 주세요.
원하는 답을 얻어서.
...그게 다예요?
어.
어쩜 그리 순진할 수가... 답을 얻었다고 여태까지 얻은 걸 다 포기해요? 그럴 가치가 있어요?
응, 있어. 누군가는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너도 너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잖아?
단지 나를 기다리는 사람은 먼 미래에 있고, 너를 기다리는 사람은 바로 저기에 있으니까 이러는 거야.
......
어서 가, 널 기다리는 사람이 언제까지고 거기서 죽치고 있을 줄 알아?
......
깊이 숨어들어 갈수록 포위당한 Kar98k의 소대의 모습이 또렷하게 보였다.
하얀 니토는 부하들을 지휘해, 그들을 쉴 새 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
준비 됐어? 간다.
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품 속의 디스크를 확인하고, MP41은 하얀 니토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폰의 쓰레기? 죽여.
하얀 니토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옆의 스트렐치에게 명령한 그때, MP41이 손을 번쩍 들어 디스크를 내보였다.
훔친 걸 돌려주려 왔어요!
......
예상대로였다. 하얀 니토는 그 말을 듣자 바로 부하를 제지했다.
우리가 훔친 정보 여기 다 들어있어요! 제 동료를 보내 주면 돌려줄게요!
그래? 너는 착한 인형이구나.
그럼——
슉——
찰나의 순간 돌진한 하얀 니토의 낫이 대기를 갈랐다.
——크헉!?
MP41!
MP41은 허공에 붕 뜨며 나가떨어졌다.
하얀 니토는 디스크를 줍고, 바닥에 널브러진 MP41을 차갑게 쏘아봤다.
네 동료보다 멍청하고.
......
하하하... 그래요...?
치명상이야, 그냥 가만히 있어!
하얀 니토가 디스크를 눈으로만 살펴보고는 패트롤러에게 내용을 확인하라 지시했다.
이를 본 MP41과 캐서린은 있지도 않은 심장이 철렁했다.
안 돼... 이러면 완전 실패예요...
모두한테 웃음거리가 될 거라고요... 절대 안 돼요!
뭐하려고?!
저 패트롤러를 처리할 거예요... 저거, 지휘 권한이 있는 저 녀석이 봐야 하잖아요...
MP41은 힘겹게 총을 들어, 하얀 니토를 겨눴다.
하지만... 지금 쐈다간 저 녀석이 절 끝장내겠죠...?
그럼 마인드맵 코어도 박살날 테고...
그래, 방금 저 놈의 실력을 보아하니 소체가 두 동강 안 난 게 천운이야.
출발하기 전에 백업을 안 해서, 당신도 사라질 거예요...
내 걱정이라면 됐어, 백업을 80개는 넘게 만들어 뒀으니까.
......
아쉽게도, 넌 이번에도 어떻게 이겼는지 잊어버리겠네.
...후후, 적어도 확실하게 제 공로가 되겠지만요.
MP41은 간신히 윗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방아쇠를 당겼다.
타타탕!
패트롤러가 쓰러지자 예상대로 하얀 니토가 분노하는 눈으로 돌아봤다. 그리고 낫이 번뜩여, 폭풍우 속의 번개처럼 날아들었다.
슈욱!
MP41은 소체가 이번에는 잎사귀처럼 가벼워진 것을 느꼈다.
MP41!!!
조금 멀리서 비통에 찬 외침이 들린 듯했다. 카라비너 선배인가?
아아, 지휘관님이 저를 위해 얼마나 휘황찬란한 시상식을 준비해 주시려나요...
선배... 제가 얼마나 굉장한 공을 세웠는지 꼭 꼭 꼬오옥 잘 상세히 전부 설명해 주셔야 해요...
MP41은 만족스럽게 어둠의 포옹을 받아들였다.
캐서린!!!
이번엔 조금 가까이서 총성이 들렸다.
콜트 워커인 듯했다.
잘 있어... 매기...
다음엔 꼭... 평온한 세상에서 보자...
꺼져 가는 시각 모듈이 마지막으로 보여 준 이미지는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콜트 워커의 모습이었다.
매기... 흑...
내가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건... 내 금고를 너한테 주는 게 고작이야...
캐서린은 거의 본능적으로 은행 계좌의 잔고를 전부 콜트 워커에게 송금했다.
그리고 어둠이 찾아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덧붙였다.
그때까지 잘 살아야 해...
송금 성함란에 "캐서린"이라 적는 동시에, MP41의 소체는 마침내 대지에 추락했다...
……
…………
수복 캡슐에서 부스스 눈을 뜬 MP41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옆에서는 Kar98k가 느긋하게 홍차를 마시고 있었다.
일어났나요?
어...라...?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우리는 패러데우스의 공장에서 정보를 탈취하는 임무를 받았어요. 당신 덕분에 임무는 무사히 완수했답니다.
하지만 당신은 전투 중 소체가 파괴돼서, 카리나 씨에게 말했더니 마침 마인드맵 업그레이드를 하면 좋겠다고 했어요.
오옷?! 드디어 카리나 씨도 저를 인정해 주신 거군요!?
이번에는 정말 잘했어요. 당신은 콜트 워커와 임무 목표를 지켜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험에서 구했어요.
당신 외에는 아무도 큰 부상을 입지 않았답니다.
에헤헤... 그럼 제 공을 치하하는 시상식은요? 시상식 언제 해요?
지휘관님께서 돌아오시면 직접 물어보세요.
MP41은 상상만 해도 신이 나서 수복 캡슐을 박차고 뛰쳐나왔다.
위이잉.
그때, 장신의 인형이 술을 들고 수복실에 들어왔다.
오, 일어났네? 선물로 좋은 거 가져왔어.
...저한테요?
매우 당황하면서 선물을 받은 MP41을, 콜트 워커가 아주 자연스럽게 꽈악 끌어안았다.
그러엄, 날 구해준 에이스 씨한테.
가자, 내가 한 턱 쏠게. 그리고... 그 "친구" 얘기 좀 해 줄래?
콜트 워커.
카라비너가 그들을 막아섰다.
미안하지만, 우리 소대에서 MP41을 위한 축하 파티가 있어서요.
아하, 그래? 그럼 MP41, 누구랑 갈래?
녜? 어... 저느으은...
물론 우리 소대와 파티를 하러 가야죠. 우리는 사이가 좋거든요.
과연 나보다 좋을까?
......
녀석이 자신 목숨 바치기 전에 마지막으로 떠올린 사람이 나였는데 말이지~
콜트 워커가 은행 거래 내역서를 들이밀었다.
거기엔 "MP41"이 그녀에게 보낸 거금과, 거래 설명이 적혀 있었다.
"그때까지 잘 살아야 해."
......
MP41?
아니 잠깐만요 왜 제가 모은 돈을 당신에게 보냈어요?!
그야 나도 모르지~
그동안 나랑 끈끈한 우정을 맺었다든지?
이건 설명을 들어야겠군요, MP41.
그... 그치만...
전 기억이 없단 말예요!!
두 사람 사이에 끼어, MP41은 머리를 감싸쥐고 바닥에 쓰러졌다.
그녀에게 영원히 풀리지 않을 수수께끼가 하나 더 생긴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