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nMK2
MOD 1
......
잘 들어. 이건 너의 탓이 아니다. 너는 그저 때마침 그곳에 있었을 뿐이야.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누군지 얼굴도 모르는 인간의 도움으로 겨우 수습했는데, 그건 임무를 실패한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이번 인사 조정도 분명 징계성 조치겠지. 변명할 여지도 없어.
하지만, 저희의 결정 권한은 처음부터 제한되어 있는걸요...
통신 모듈이 손상된 상태였는데, 그 인간분이 나서서 도와주지 않았다면...
문제를 타인의 【양심】에 의지해서 해결한 것 자체가 기회주의적이라는 거다, L85.
우리가 의지해도 되는 건 우리 스스로의 실력뿐이라고.
하지만 그런 급한 상황에서...
이봐, "핵심 명령"이란 말로 뭐든지 변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긴급 상황에선 어떻게 해야 할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해.
브렌, L85, 지금 다툴 때인가?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일이다. 과거에 얽매여선 승리의 여신의 가호를 받지 못해.
... 텐...
후우...
나중에 시간이 난다면, 꼭 오세요. 같이 다과회를 열어요!
왜 그렇게 울상이야? 타 소대로 발령 나는 것이 뭐 희한한 일도 아닌데...
정 보고 싶으면, 휴가 때 얼마든지 보러 와라.
뭐, 난 널 대신할 녀석이 성가시지만 않으면 아무래도 좋지만.
... 스... 텐...
그럼, 승리의 영광이 언제나 너와 함께 하기를 기원하겠다, 나의 동지여.
스텐!
우왓!!
하하하하, 뭘 아직도 멍하니 있어!
새로운 소대에 왔는데, 그런 모습은 첫인상에 안 좋다구.
그게...
방금 생각난 게 있어서...
생각났다니, 뭐가? 화장품이라도 두고 왔어?
아, 아니! 그러니까...
떠날 때 모두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
어어...
나도 참 바보 같지?
음... 여기서 내가 "그래서 뭐가 그렇게 속상한데?"라고 물으면 실례려나?
다 말해놓고 무슨 소리야...
에이, 뭐 어때! 해고당한 것도 아니고 그냥 다른 소대로 발령 난 것뿐이잖아.
내가 원해서 옮기는 게 아닌걸...
이유야 어쨌든 그리폰에서 쫓겨난 건 아니니까, 별로 상관 없지 않아?
그런 것보다, 이쪽의 식당은 줄이 긴지 짧은지를 걱정해야지!
난 그저... 좀 불안해서...
브렌은 내가 지난번의 임무에서 낯선 인간의 도움을 받은 건 임무 실패나 다름없다고 했어...
지휘관님도 분명 같은 생각이라서, 내가 민폐 끼치지 않을 곳으로 보낸 걸 거야.
뭐야, 그럼 너랑 함께 온 나도 형편없는 인형이란 소리야?
아니 아니, 그런 게 아니야!
흥! 난 그런 쓸모없는 고민 따위 안 해.
혼자서 고민해서 뭐하게? 어차피 높으신 분들께서 다~ 생각해 놓은 게 있을 텐데.
내 생각은 반대야. 지휘관이 겨우 그 정도 일 가지고 인사 조정을 했을 거라곤 생각 안 해.
...역시 난 모르겠어.
그럼 넌 그때 그 임무를 어떻게 생각하는데?
정말로 네 선택이 잘못됐다고 생각해?
난...
아니. 그리고 그때 날 도와준 인간분께는 아직도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어. 그 후로 다시 보지는 못했지만...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그런데, 대체 어쩌다 인간이 인형을 도와주는 일이 생긴 거야? 보통은 반대 아니야?
조금 다르긴 해도, 지휘관님께서도 매일 우릴 도와주시잖아.
그럼 됐네! 지휘관이 매일 우릴 돌봐주는 모습을 떠올려 봐.
인형이 고민에 빠졌을 때 인간의 도움을 받는 건 아주 정상적인 일이란 거지. 인형이 인간의 말을 따른 것뿐인데 왜 욕을 먹어야 돼?
맞아... 뉴스에선 인형이 인간에게 불복종하거나, 스스로 함부로 판단해서 일어난 사고들만 나오니까...
그러니까... 난 잘못한 것 없어...
그래, 넌 애초에 잘못한 거 없다니까.
정말 인형을 싫어하는 사람이었다면, 널 신경 쓰지도 않았을걸? 아, 넌 그런 사람 본 적 있어?
아니... 내가 만난 사람들은 다 친절했어...
응,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조금은 안심이 되네.
흐흥, 그래야지. 항상 즐겁게 살아야 하는 거야!
자, 얼른 가자. 새로운 대장한테 전입 신고하러 가야지.
......
우리는 인간을 돕고, 인간도 우리를 도와줘.
인간에게 의지하는 건 잘못된 일이 아니야. 그러니까... 틀린 건 내가 아니라 브렌이야!
적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 지휘관님 같은 분들이니까...
응... 틀림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