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nMK2
MOD 3
......
......
스텐, 우선은 그 인간의 동향을 수시로 관찰하면서 숨어 있어.
나머지는 우리 제대가 도착하는 대로 처리할 테니까.
만약... 그 인간이 도망치려 한다면, 무력을 써서라도 저지하도록 해.
네?!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요?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요?
RO, 또 잊었어? 윗선의 특별 허가 없이는 그렇게 해서는...
지금은 내가 그 윗선이야. 그리고 내가 특별 허가를 내려주겠어.
하지만 주의해. 네 목숨이 위험하면 반드시 너 자신부터 챙기고, 여력이 남을 때 타인을 보호해.
알겠어요, 그럼 숨어있을 곳을 찾아볼게요. RO 씨, 부디 빨리 도와주러 와주세요.
......
대체 왜 이렇게 된 거지...
저분은... 지난번에 날 도와준 사람이잖아...
분명 좋은 분일 텐데...
스텐은 건물 구석에 숨어 대기하며, 주위를 관찰하면서도 잠긴 문을 주시했다.
아직도 안에 있는 걸까?
설마 정말로 36호 문서가 어디 있는지 알면서, 일부러...
......
(그런데, 철혈이 밖에 설치한 저 커다란 설비는 도대체 뭐지...)
(음? 자세히 보니까, 저 길쭉한 부분, 포신처럼 생겼잖아!)
......
...어?
이쪽을 향해 돌고 있어?
엑?! 자, 자자자잠깐만!
콰앙!
......
콜록... 콜록...
어, 어떻게 된 거지...
건물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고, 그 너머로 보이는 바깥의 텅 빈 도시는 불바다가 되어 있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으... 으윽...
잠겨있던 문도 포격으로 인해 부서져 있었다.
산산조각 난 사무실에 그 인간은 바닥에 쓰러진 채, 복부에서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다.
큰일이야!
크으윽... 아파...
괜찮으세요!?
머, 먼저 상처를 응급처치할게요. 그 다음 당신을 업고 여기서 벗어날 테니까, 저를 꼭 붙잡으세요!
... 너... 뭐라고...?
상처가 심각해요. 제가 당신을 여기서 데리고 나갈――
흥, 또 그런 명령이구만...
뭐였더라, "인형은 생명이 위급한 인간을 반드시 도와야 한다."였나...?
됐어... 괜한 참견 마.
안 돼요!
지금 병원으로 이송하면 살 수 있어요, 이대로 포기하지 마세요!
네가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하지만... 마침 잘 됐어, 지금 네게 부탁할 일이 있어.
무슨 일인가요? 뭐든지 할게요!
좋아... 저기 저 안에 숨겨진 방 보여?
아... 네! 그다음은요?
그 안에 네가 찾는 36호 문서가 있어. 찾아내는 대로 파기해 버려.
알겠습니... 네? 잠깐만요,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못 들었냐?
지금 인간이 네게 명령하고 있잖아. 난 놔두고, 어서 36호 문서를 파기해.
당신을 내버려 두고... 문서를 파기하라니...
하지만, 그 문서에는 대량의 범죄 기록이 있어서, 그게 없으면...
네 의견은 묻지 않았다.
그럴 수는 없어요!
그건 잘못된 짓이에요!
지난번에 널 도와줬던 건 바로 나야! 너도 기억하지?!
인형이라면... 어서 인간이 시키는 대로 하라고!
아, 안 돼요... 그럴 수는 없어요...
그럴 수는...
...
아저씨?
아저씨!
그는 의식을 잃었다.
어, 어떻게 하지...
이건 안 돼... 그것도 안 돼...
대체 어떻게 하면 좋지...
으아아아아아아아아!
......
스텐!
......
죄송해요, RO 씨...
이걸 당신에게 드릴 수 없어요.
뭐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스텐?!
저 인간분이, 의식을 잃기 전에 제게...
이 문서를 파기해달라고 부탁했어요...
......
그 문서를 가져와, 명령이야!
하지만 저 인간분도 명령을 내리셨어요...
그리폰의 계약에 따라, 전 생명이 위급한 인간을 도와야만 해요.
그 남자는 그 조항을 이용한 거야, 스텐!
그리고 그 인간은 범죄조직의 관리원이고!
그 36호 문서에 기록된 건 대량의 범죄 기록이란 거 너도 알잖아! 범죄 행위를 도와서는 안 돼!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에요, RO 씨... 저도 범죄를 돕고 싶지는 않아요...
하지만 인형인 저에겐 선택권이 없어요...
모두가 말한 것처럼, 저는 인간을 상처입힐 수 없고, 인간이 내린 명령에 복종해야 해요...
그 얼어 죽을 로봇의 3원칙 따위 집어치워!
그건 백 년 전의 SF 소설이고, 지금 우리는 현실에 있다고!
우린 인간의 하인이 아니야! 지금 내가 특별 허가를...
아니, 지금 네가 그의 명령을 거부하도록 요구한다!
당신이... 그럴 수 있나요?
제가... 이 명령을 거부하도록 할 수 있다고요?
하지만, 그리폰 소속 인형의 권한은 보통... 인간보다 우선될 수 없을 텐데요...
나는... 특별하거든.
내겐 그리폰으로 오기 전의 직무 권한이 아직 남아 있어...
...그리고, 그게 내가 그리폰으로 돌아온 이유야.
스텐... 내 말 잘 들어...
36호 문서를 파기하지 않고, 멀쩡한 상태로 내게 줘...
그럴 권한도 너에게 주었어. 너 자신을 믿으면 해낼 수 있을 거야...
저... 알겠어요...
......
스텐!!
드디어 찾았다! 어디 망가진 데 있어?
......
...스텐? 괜찮아?
모르겠어...
뭔데? 무슨 일이야?
내가 알던 것과 달라...
인형을 도와준 인간인데... 좋은 사람이 아니란 말이야?
우린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잖아. 그러니 인간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 옳지 않아?
음... 그건... 나도 뭐라 잘 설명은 못 하겠네...
내가 그 사람의 명령을 어기는 것이 옳은 일이라면...
그렇다면... 틀린 건 내가 아니라 인간이란 뜻이잖아?
그 말은 맞으면서도 틀린 말이기도 해.
RO 씨...
AAT-52, 너 먼저 가서 마카로프와 합류해. 우리도 금방 갈게.
...알았어.
미안해, 스텐... 너한테 그 자리에서 대기하라 했을 때, 그런 상황이 되리라곤 예상치 못했어...
이런 상황까지 상정하지 못한 내 책임이야.
그 인간분은 어떤가요...? 부상은...
92식이 간호하고 있어. 지금은 안정된 상태야.
수송 헬리콥터도 오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저... 하마터면 다 망칠 뻔했어요...
그래도 더 늦기 전에 36호 문서를 손상 없이 회수했잖아.
넌 충분히 잘했어, 스텐.
하지만 그 인간분은 어째서...
어째서 저에게 그런 짓을 시킨 거죠...? 범법 행위인 걸 알면서...
......
AAT-52한테서 들었는데, 전에 만난 적 있는 사람이라며?
네...
몇 주 전, 어느 고객을 호송 중이던 차량이 사고로 도로에서 전복됐어요...
그때 현장에는 저밖에 없었고... 다른 사람에게 연락할 수가 없었어요. 지휘관님이나, 브렌한테도...
그 사람이 어떻게 널 도와줬는데?
사고로 차량이 찌그러져서, 인간인 고객에게 더 상처을 입히지 않으면서 밖으로 끌어낼 수가 없었어요.
인간을 해치지 않는 조항을 스스로 어길 수 없어서 인간의 명령이 필요했죠...
......
그러던 와중에, 때마침 그분이 나타나 "차 안의 사람을 끌어내라"라고 명령을 내려주셔서, 바로 그 말을 따랐어요...
하지만 이번엔... 어쩔 수가 없었어요...
......
하지만, 넌 결국 바른 판단을 했어.
하지만 저희 같은 민간용 인형은 인간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어요...
RO 씨는... 저희와 달라요. RO 씨는 "특별"하잖아요.
아니, 우리 모두 "특별"한 존재야. 특별하기 때문에 그리폰에 소집된 거지.
내가 보기에, 이번 작전에서 너는 나보다도 더 큰 활약을 했어.
하지만 전 하마터면 문서를...
하지만 바로 실행하진 않았잖아?
네가 망설였던 건 네 심성이 선량하기 때문이야. 인간이든 인형이든 상관없이 말이지.
그저 36호 문서가 엄청 중요해서가 아니고요?
아니.
네가 그게 잘못된 일이란 걸 인지하고, 끝까지 마음을 굽히지 않아서야.
하지만 그 사람이 제게 다른 일을 시켰다면... 저는 어쩌면 정말로...
네가 그게 정말 옳다고 생각한다면, 왜 명령을 거부했어?
하지만...
인간은 자신의 창조물과는 달리, 확실하게 선하다, 악하다라고 구분될 수가 없어.
그 사람이 그때 널 도와준 건, 그가 범죄 조직의 관리원이고 증거를 인멸하려 한 것과는 상관없는 일이야.
선악을 구분할 수 없다면... 그럼 어떻게 제 판단이 옳은지 알 수 있나요?
간단해. 바로 여기로 알 수 있어.
RO가 스텐의 가슴을 가리켰다.
......?
동력 모듈로 판단해요?
동력 모듈로 그런 걸 연산하는 건 부담이 너무 크지 않을까요...?
도, 동력 모듈이 있는 곳이긴 하지만 그런 뜻이 아니라!
내 말은, 너의 양심으로 판단하라는 뜻이야.
인형 스스로의 기준으로... 정말 괜찮을까요?
만약 저에게 결함이 있는 거라면...
착한 사람일지라도 얼마든지 잔혹한 면이 있을 수 있어. 나쁜 사람도 타인에게 선의를 베풀 수 있고.
선과 악을 가르는 절대적인 기준은, 바로 정의야.
정의... 기지의 인형들은 대부분 그런 거 없다고 하던데요...
하지만 분명 존재하고, 항상 승리하는 것이라 난 굳게 믿고 있어.
......
한 가지 약속해줄래, 스텐?
앞으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아무리 어두운 현실과 마주하게 되더라도... 네가 옳다고 믿는 것을 포기하지 마.
... 전...
잘 모르겠어요...
......
하긴, 말로만 해서는 안 되겠지.
정의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다른 게 더 필요해... 그러니 이번 일은 교훈으로 삼아.
다른 것이요?
오늘 밤... 혹은 내일, 우린 헤어지게 될 거야.
그러니 너에게 주는 축복이라고 생각하고, 내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였으면 좋겠어.
언젠가, 네가 다른 누군가에게 너의 고집과 결정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
...음!?
나... 아직 살아있잖아?
네, 죽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지금 호송되고 있죠.
이 도시에서 무사히 이탈하는 것만큼은 보장해드리지만, 그 후에 어디로 가게 될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36호 문서에 기록된 정보가 워낙에 방대해서 말이죠.
뭣...! 어째서 그게 아직도 남아있는 거야?!
그래, 그 인형! 그 빨간 옷 인형은 어디 있어!
...여기 있어요.
뭘 멍하니 그러고 있어!
내가 분명 나는 됐으니까 그 문서나 바로 파기하라고 했잖아!
젠장, 내 말이 말 같지 않냐?! 지금이라도 빨리 그 문서를――
거부할게요.
뭐라고?
그런 악의가 담긴 명령에는 따르지 않겠어요. 심하게 다친 당신을 내버려 두는 건 더더욱 할 수 없고요.
...하. 결국엔 네 녀석도 인간의 명령에 거역하는구나. 망할 기계놈들...
스텐... RO를 부를까?
괜찮아.
난 더이상... 망설이지 않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