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Zero1
MOD 1
이 머리핀... 네가 가져.
안 돼... 이러지 마...
가져... 이게, 내가 바라는 "보수"야.
바자회요?
네. 스프링필드 씨가 주선해 누구나 물건을 판매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전체 수익금을 기부한다고 하더군요.
정말 좋을 거 같아요! 뜨거운 여름 태양 아래서 체크 무늬 스커트를 입고, 귀여운 풍선이랑 시원한 오렌지 에이드를 들고서~
아니 어디 놀러 가? "자선" 바자회라잖아. 자, 선. 근데 어디다 기부하는 거래?
어느 육아원입니다. 스프링필드 씨가 Rex Zero 1에게 바자회의 준비를 부탁했다 하니, 관심 있다면 그녀에게 물어보는 편이――
Rex Zero 1이요?!
아잇 깜짝야...
뭐야, 뭘 그렇게 놀라? Rex Zero 1은 이런 거 항상 잘 했잖아.
하, 하지만 얼마 전에...
여기서 뭐하고 계세요, 여러분?
아, 스프링필드 씨! 바자회 얘기를 하던 중이었어요, 정말 뭐든지 팔아도 돼요? 뭐든지요?
대체 뭘 팔려고...
바자회는 육아원에서 열릴 예정이니 어린이들이 많이 구경하러 올 거예요. 일반적인 음식이나 공예품은 괜찮지만, 너무 이상한 건 좀... 그렇겠죠?
만약 부스를 내고 싶으시다면 Rex Zero 1에게 신청해 주세요.
스프링필드는 카운터 뒤로 돌아가, 능숙하게 찬장에서 커피 원두로 가득한 밀봉 캔을 꺼내 열어 향을 맡았다.
음~ 원두의 향기는 역시 맡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네요. 커피 드실 분?
스프링필드 씨, 질문 있습니다. 대체 어떤 연유로 그 Rex Zero 1이 인간에게 그런... 가혹한 요구를 한 것입니까?
태연하게 주방에서 저울과 커피 그라인더를 가지고 나온 스프링필드에게, PPQ가 기지에서 장안의 화제가 된 일에 대해 물었다.
그 인간분이 그녀의 머리핀을 달라 하자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했다 들었습니다만, 전혀 그녀답지 않아서 진위가 의심스럽습니다.
맞아요, Rex Zero 1은 항상 말도 잘 들어주고 부탁도 절대 귀찮은 기색 없이 해결해 주는걸요.
매번 "보수"를 받는다지만 다 작은 것들뿐이잖아요? 머리의 액세서리도 다 그렇게 얻은 걸 텐데...
대체 이유가 뭘까요?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걸까요?
스프링필드가 드물게 한숨을 푹 쉬며 손에 들고 있던 병과 잔을 내려놓았다.
후우... 맞아요, Rex Zero 1은 모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고민을 해결해 주길 좋아하죠. 그러니 설명하지 않는 이유가 분명 있을 거예요.
지금으로선, 그녀의 뜻을 존중할 수밖에요...
이제 우리 둘만이니, 말해 주실 수 있을까요? 그 마르타라는 여인에 대해서요.
스프링필드가 Rex Zero 1에게 올드 패션드 칵테일을 내며 물었다. 바의 따뜻한 노란색 조명에 상큼한 오렌지 껍질의 향이 더해지니, 정말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녀를 구호소에서 일하게 했던데, 제가 알기로는 그곳에서 자원봉사자에게 지급하는 수당으로는 당신이 제시한 가격을 지불하기엔 택도 없잖아요.
그 머리핀, 그렇게 특별한 건가요?
Rex Zero 1은 잔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천천히 한 모금 마셨고, 손에 들려진 잔에 담긴 얼음이 부딪혀 맑은 소리가 났다.
...아뇨, 사실 별거 아니에요. 그냥... 뻔한 이야기죠.
답하는 그녀는 왼손의 엄지와 검지에 낀 고무줄을 규칙적으로 당겼다 놓기를 반복했다.
걱정 마세요, 그녀는 그 가격을 감당할 수 있으니까요.
머리 위의 조명이 황금빛 칵테일이 담긴 다이아몬드 컷 글래스를 통해 굴절되어, 테이블 위에는 만화경처럼 아름다운 오색 빛이 반짝였다.
그 아름다움에 매료된 것처럼, Rex Zero 1은 술잔을 살짝 돌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당신이 그렇다면... 알겠어요. 그럼 그 사람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며칠 전 13번가에서 있었던 임무에 대해서 말해 주실 수 있을까요?
......13번가...
땡그랑!
빛도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골목 깊은 곳에서, 누군가 찬 깡통이 나뒹구는 소리가 긴장감이 감도는 고요함을 깨뜨렸다.
흡...
숨을 잔뜩 들이마시고, 여인은 꼼짝 않고 벽에 등을 기댄 채 겁먹은 눈으로 주위를 살폈다.
......
그렇게 한참.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듯 인기척이 나지 않자 여인이 조심스레 움직이려던... 그때.
잡았다.
기름때인지 피인지 모를 시꺼먼 무언가가 묻은 옷차림의 건장한 건달가 불쑥 나타나, 여자를 거칠게 벽으로 밀어붙였다.
윽... 사, 살려, 살려 주세요...
그녀의 목이나 손목같이 액세서리를 달 법한 곳을 살펴봤지만 값나가는 물건을 찾지 못한 건달은 그대로 여인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에라이 XX, 뭣도 없잖아!
바닥에 쓰러진 여인은 졸렸던 기도에 갑자기 공기가 쏟아져 목이 화끈거렸지만, 건달을 화나게 할까 봐 기침 소리도 내지 않으려고 안간힘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크흡...
재수없게스리.
다음 사냥감을 찾으러 돌아선 건달이 무심코 고개를 숙인 순간, 가까운 구석의 쓰레기 더미에서 무언가가 반짝였다.
...음?
건달이 그걸 주우려던 그때, 여인이 갑자기 그 시큼한 냄새가 나는 쓰레기 더미로 몸을 던졌다.
뭐야 XX, 뭔데 그거? 내놔!
제발, 그건 제가 가진 유일한 물건이에요. 제발 가져가지 마세요...
등을 걷어차이면서도 여인이 손에 쥐고 놓치지 않는 그것은, 그녀가 방금 바닥을 구르며 주머니에서 흘린 은색 목걸이였다.
제발... 이건 소중한 거예요... 제발, 부탁이에요...!
방금까지만 해도 목숨을 구걸했던 여인은 태도가 돌변해 바닥에 웅크린 채, 마구 걷어차여도 악착같이 목걸이를 쥐고 품에서 놓지 않았다.
분풀이하듯 여인을 마구 폭행하던 건달은 결국 지쳤는지 여인의 목덜미를 잡아 쓰레기 더미에서 끌어내고는 질색하며 손을 옷에 닦았다.
아오 씨, 더러워 죽겠네 XX.
그리고 여인의 손에서 목걸이를 낚아챘다. 다소 연식이 있어 보이는 그 목걸이에는 작고 동그란 로켓이 달려 있었다.
아, 안 돼!
돌려줘요! 마틸――
"컥!"
외마디 비명과 함께 건달은 땅바닥을 나뒹굴었고, 목걸이는 다시 주인의 손으로 돌아갔다.
당신은 다른 인간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저희 그리폰&크루거 안전계약사는 보안 규정에 따라, 당신을 정당방위 범위 내에서 대응할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커흑... 이 빌어먹을 PMC XX들...!
얼얼한 턱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건달는 황급히 일어나 부리나케 뒷골목으로 도망쳤다.
괜찮으세요?
건달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걸 확인하고, Rex Zero 1은 쓰러진 여인을 부축했다.
하지만 다리를 다쳤는지 비틀거리며 일어선 여인은 정신이 온통 목걸이에 팔려서, 로켓 속의 사진이 멀쩡한 걸 확인한 뒤에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연거푸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마침 지나가던 길이었어서 다행이에요. 어디서 사세요? 다치셨다면 병원으로 모셔다 드릴까요?
Rex Zero 1? 무슨 일 있나요?
아뇨, 도중에 건달이 건달 짓을 하고 있길래 손봐 줬어요.
후훗, 당신답네요. 그래도 너무 지체하지는 마세요, 차로 현재 좌표로 데리러 갈게요.
통신을 종료하고, Rex Zero 1은 자신이 구한 여인을 훑어봤다.
30대 중반의 외모에 남루하고 더러운 옷차림. 만약 이 동네가 위험하기로 유명한 빈민가가 아니었다면, 결코 강도질을 당할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아뇨, 괘, 괜찮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당신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이, 이거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잠시 생각하던 여인은 목걸이에서 로켓만 떼어내 조심스레 주머니에 넣고, 남은 목걸이를 Rex Zero 1에게 내밀었다.
가진 거라곤 이것뿐이에요. 받아 주세요.
어머, 이건 너무 비싸서 받을 수 없겠네요. 그래도 꼭 사례를 하고 싶으시다면...
외견과는 정반대로, 여인은 말투와 행동거지가 이곳 사람처럼 보이지 않을 정도로 교양이 넘쳤다.
집에서 따뜻한 물 한 잔 내어 주시겠어요? 사례는 그 정도로 충분하답니다.
반짝이는 은색 목걸이는 한눈에도 값어치가 나가 보여서, Rex Zero 1의 궁금증을 자극했다.
죄송해요... 저는 따뜻한 물을 내어드릴 집도 없어서...
그러니 이거라도 받아 주세요, 목걸이 없이 로켓만 있으면 빼앗길 일은 없을 거예요.
여인은 로켓을 넣은 주머니를 왼손으로 꼭 움켜쥐었다.
제 딸이랍니다... 벌써 몇 년째 찾고 있죠...
그때, 갑자기 무언가 번뜩 떠올랐는지 다급하게 로켓을 꺼내 열어 Rex Zero 1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그리폰의 전술인형이라고 했죠? 여러 지역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는 그 민간 군사 기업 그리폰 맞죠?! 사람도 많이 만나봤겠죠!? 호, 혹시 이런 아이 본 적 있으신가요?!
대략 이 정도... 아, 아니, 잃어버렸을 때 8살이었는데 지금은 14살이니까 키가 더 컸을 거예요, 눈은 파란색이고 머리는 이렇게 은회색인데――
사진의 영악한 미소를 짓고 있는 소녀는 8~9세 가량 되어 보였고, 외모도 확실히 이 여인과 비슷했다.
머리는 직접 자르기를 좋아했어서 지금도 누가 다듬어 주지 않으면 엉망진창일 거예요!
여인은 딸의 모습을 한 번 더 떠올리는 것처럼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놓았다.
그걸 듣는 Rex Zero 1은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혹시, 보셨나요...?
여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는 아마도 이 질문을 수도 없이 해봤고, 그때마다 돌아온 침묵에 익숙해졌을 터였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찾을 수 있겠죠, 찾을 거예요... 내일은... 내일이면...
혼란스러워하며 로켓을 다시 주머니에 넣고, 여인은 옆의 낡아서 밖으로 드러난 수도관에 빈 목걸이를 걸고 떠나려 했다.
잠깐만요!
저기, 당신...
무심코 여인을 불러 세운 Rex Zero 1은 뭐라 해야 할지 몰라 빈 왼손으로 고무줄을 잡아당겼다.
그 잠깐의 침묵 속에서, 멀지 않은 곳의 고양이 한 마리가 의기양양하게 쓰레기통에서 반만 남은 빵을 꺼내 물고는 휙 사라졌다.
어느새 뒤에 도착한 그리폰의 차량이 라이트를 두 번 깜빡여 Rex Zero 1에게 이제 가야 한다고 알렸다. 그리고 그 빛에 고개를 돌려본 여인은 Rex Zero 1의 머리에서 반짝인 무언가를 보고는 동공이 수축했다.
그건 아주 정교한 수제 머리핀이었다. 유리로 만들어진, 춤추는 작은 발레리나로 장식된 머리핀.
여인은 또 다시 태도가 돌변해, Rex Zero 1의 팔을 격하게 붙잡고 잡아당겨 하마터면 자동 반격 시스템이 작동할 뻔했다.
――그 머리핀 어디서 났어요?!
13번가의 밤하늘에 고성이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