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B38
MOD 3
AR70의 끈질긴 질문 끝에, 베레타 38형은 자신의 과거를 그녀에게 털어놓았다.
전 예전에... 보안업에 종사하던 인형이었어요.
하지만 일자리에서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너무 많이 저질러서...
아하... 그래서 결국 그리폰으로 오게 된 거구나?
네... 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불량품이에요...
그리폰에 와서도, 혹시나 그때처럼 실수하진 않을까 걱정이 됐어요.
그래서, 후방 임무라면 사소한 실수 정도는 저질러도 해고당하진 않을 테니...
참 한심하죠? 이렇게 현실도피나 하고...
툭!
AR70이 베레타 38형에게 가볍게 꿀밤을 때렸다.
아얏!?
바보, 넌 이미 변하고 있어.
우으... 지금 뭐라 했어요? 잘 못 들었어요.
넌 이미 변하고 있어!
엑... 하, 하지만 지휘관님이 주시는 임무를 자꾸 거절하기만 하는데...
근데... 방금 단어 하나 빠지지 않았어요?
어휴, 정말 너 자신에 대해서 너무 모르는구나.
나한테 맡겨, 내가 널 도와줄게.
어떻게요...?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돼.
...네, 당신을 믿을게요.
그건 그렇고, 방금 빠진 단어 정말 뭐예요?
칭찬한 거야.
그렇군요... 괜히 쑥스럽네요.
2시간 후, 베레타 38형은 AR70을 따라 지휘실에 들어왔다.
임무를 마치고 복귀한 두 인형을 본 지휘관은 커피잔을 내려놓고 그들을 환영했다.
어서 와, 임무는 완수했어?
네, 기록은 전부 카리나 씨에게 제출했습니다.
그래, 수고했어. 그런데... 무슨 일이야?
지휘관님!
으, 응?
AR70과 베레타 38형, 코드네임 ■■■ 전방 작전으로의 투입을 신청합니다!
......
그건 결코 쉬운 작전이 아니야. 잘 생각해 보고 내린 결정이니?
AR70이 베레타 38형의 등을 툭 쳤다.
아... 네! 문제없습니다!
베레타, 다시 한번 말하겠지만, 이건 절대 후방 임무처럼 쉬운 게 아니야.
정말 괜찮겠어?
전...
잘 들어, 너 자신이 도피하고 있다는 걸 인식했다는 것만으로도 변하고 있단 뜻이야.
하지만 여전히 정식 임무를 맡기엔 무리예요... 다운되기까지 하는걸요...
옛 기록 때문에 마인드맵이 파손된 거야.
그러니까, 새로운 기억으로 그 오류를 일으키는 기억을 덮어씌워야 해.
기억을 덮어씌운다니... 어떻게요?
돌아가기 전에, 먼저 내가 말하는 것만 남기고 캐시 메모리를 싹 청소해.
그리고 기억 모듈의 읽기를 잠시 차단해.
지금 너를 가로막는 최대의 장애물은 바로 정식 임무를 받았을 때 오류가 발생하는 거야...
딱 한 번만이라도 그걸 극복해낸다면, 마인드맵 모듈이 자동으로 오류를 수정할 거야.
많이 복잡하게 들리는데, 제가 해낼 수 있을까요...?
실패해도 걱정 마, 다시 처음부터 하면 되는 일이니까.
단지... 그땐 내가 네 곁에 있어 줄 수 없겠지만.
네?
곧 대규모 작전이 있거든. 난 그 작전에서 실적을 쌓아 승진을 노릴 거야.
그렇군요... 역시, AR70이 부러워요.
후훗, 부럽다면 날 따라잡아 보라고. 함께 그 전장에 나가서, 지휘관님께 승리를 선사하자.
...알겠어요.
노력할게요!
저, 전... AR70과 함께...
함께...
베레타, 정말로 괜찮겠어?
이 임무는 인간과 접촉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인간에게――
"인간"이라는 단어를 듣자, 마인드맵의 기록이 멋대로 되감겨졌다.
이윽고 베레타 38형의 눈앞이 시커멓게 어두워졌다.
인간...
이렇게 간단한 일마저 실수를 해?!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캐시 메모리 정리를 24시간이나 하지 못해서...
인간도 아니면서 잠을 못 잤다고 변명이야!
인형은 도구에 불과해! 넌 톱니바퀴일 뿐이라고!
그런데 일도 제대로 못 하는 불량품이라니! 이제 어쩔 거야? 우리가 배상금까지 물어내게 생겼어!
죄,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면 다야? 죄송하면 돈이 나와?!
아, 아뇨...
그때, 난 "죄송하다"는 말 외에는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어... 하염없이 사과만 했어...
나는 끝없이 사과했고, 고용주는 끝없이 한숨만 내쉬었어.
대체 어떻게 해야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
......
베레타?
베레타!
......